벤치에 버렸는데 천재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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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두웅산
작품등록일 :
2025.10.15 14:40
최근연재일 :
2025.12.05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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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11.10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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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갑자기 출전?

DUMMY

쇼우타와 정이준의 인연은 몇 주 전 [랜덤 축구장]에서의 만남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했다.


언제나처럼 시가하마에서 뛸 기회조차 제대로 받지 못한 정이준.

그는 집에서 개인 훈련을 열심히 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걸 알고 있었다.

축구선수로서 실전 감각이 부족하면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사실도 말이다.


그래서 매주 주말마다 버스를 타고 30분 정도 나가면 있는 [랜덤 축구장]에 가곤 했다.


이곳에 가는 이유는······

랜덤 축구장은 국적, 포메이션, 친분 그런 것 따위 신경 안 쓴다.

그저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공을 차는 것이다.

물론, 수준을 최대한 맞추기 위해 가입 당시 각자가 신청한 레벨을 기준으로 진행한다.


S, A, B, C 레벨로 말이다.


누가 참여하겠냐 싶지만.

생각보다 이 [랜덤 축구장]은 일본 내에서 꽤나 유행이었다.

승급제도도 있고, 숨겨진 실력자들이 종종 등장하고 있어서였다.

A로 시작한 20대 중반의 유튜버가 S로 승급하기도 하며 구경 온 프로팀 스카우터에게 스카우트 되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일전 1부리그에서 뛰다 부상으로 은퇴한 프로 선수가 다른 프로 팀 스카우터에게 스카우트 되어 현역으로 복귀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부턴 더더욱.

전직 프로 선수도, 은둔 고수도 많은 공간이었다.

혹시 나도? 하는 감정이 전염되기 시작해 더더욱 화제가 됐고 말이다.


물론 정이준도 그런 이유 때문도 있지만.

실전 감각을 키우기 위해서 [랜덤 축구장]을 매주마다 애용하고 있었다.

B로 시작했던 그는, 몇 경기를 치르며 압도적인 실력을 뽐내며 자연스레 S등급이 됐다.


어쨌든,

그날은 정이준이 속한 S등급의 사람들이 모여서 경기를 하는 날이었다.

정이준은 S1, S2팀 중 S1팀에 소속됐다.


“자자! 양 팀 인사 나누고 경기 시작하겠습니다!”


경기장 위에서 서로를 마주 보고 인사를 나누던 그때.

제 또래인데 S등급에 소속돼 있는 정이준을 본 상대팀 소년이 그에게 관심을 가졌다.

아무래도 20대, 30대가 즐비한 11명의 S1팀 멤버 중, 혼자만 어려 보였으니.


“안녕? 너 어디서 왔어?”


실전 감각을 채우기 위해 왔지, 인맥 쌓으러 온 건 아니었던 정이준.

키가 작고, 까무 잡잡한데 블루블랙 계열의 머리를 하고 있는 장난기 가득한 얼굴을 하고 있는 녀석.

뭔가 휘말리면 귀찮을 것 같아서, 정이준은 악수만 받아주곤 소년의 말을 무시했다.


“어어? 야! 너 나 몰라? 나 쇼우타야. 쿠가야마의 쇼우타. 너 고교생 아냐? 생긴 게 나랑 동년배 같은데.”

“······고교생 맞는데?”

“추, 축구를 안 하는 거지? 축구부야?”

“아니, 축구부 들었는데. 축구 하는데?”

“근데 나를 몰라?! 나 쇼우타! 축구 한다며!”


그래, 쇼우타가 뭔데? 씹덕아.

정이준은 그런 뉘앙스로 그의 얼굴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흠 쇼우타라, 이름은 예쁘장하네.

그리 중얼거리며 그의 모습을 한번 흘긋 쳐다봤다.

쇼우타는 계속해서 정이준이 자신을 알아보길 바라며 얼굴을 들이밀었다.

이윽고, 정이준의 입이 떨어졌다.


“모르겠는데.”


쇼우타는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자신을 보고도 저런 내색을 하는 선수들은 거의 없었으니까.동년배 중에서 자신을 모르는 경우는 없다.

외국인인가?


“지, 진짜 나 몰라?”

“어.”


하나, 앞에 있는 검은 머리의 소년의 표정을 보면 진짜 모르는 듯했다.

축구 좀 하는 고교생들 중에 자신을 모르는 애가 있을 리가 없는데.


“와, 대박.”


머리를 부여잡고 어이없어하던 쇼우타.

그가 돌연 정이준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실실 웃던 그가 약간은 정색하면서 말이다.

표정이 한순간에 뒤바뀌는 게 신기해 보일 지경.


“내가 왜 유명한지 보여줄게.”


경기력으로 보여주겠다고 말이다.

참으로 순수한 표정을 지으면서.

물론 정이준은 그러든가 말든가 별 신경 쓰지 않았다.


“그래라.”


······누군지 모르니까.


*


벤치 앞.

교체 멤버로 시작한 이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쇼우타 군 바로 드리블 치는데?]

[평소 패스를 더 선호하는 녀석인데, 오늘은 왜 그러지?]


쇼우타는 경기를 시작하자마자 볼을 잡아서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에서 포지션을 유지하고 있는 정이준에게로 달려들었다.

굳이 말이다.


그에게 무언가를 보여줘야겠다는 생각 때문이었다.하나······


─툭!


“······!”


정이준은 허리를 조금 숙인 채, 쇼우타가 역동작을 유지한 뒤 끌고 튀어 나가려는 볼을 잡아채 버렸다.

그러곤 측면으로 뛰어 들어가고 있는 윙어에게 곧바로 반대 전환 패스를 보냈다.


[오, 쇼우타 군이 뺏겼네? 여기 S등급 중에서 쇼우타 군 상대할 만한 사람 없다 생각했는데. 그동안 쇼우타 드리블 막은 사람 거의 없었잖아. 쟤 누구야?]

[아, 저 한국인? 다닌 지 몇 주 정도 됐는데 B등급에서 S등급으로 승급한 녀석이야.]

[S등급으로? B에서? 몇 주 만에? 그게 가능했어? 뭐야, 그럼 지금 프로 축구 선수야?]

[아니? 지망생이라곤 하는데. 저놈 엄청나니까 잘 봐봐. 쇼우타 군도 쇼우타 군인데. 쇼우타보다 잘할지도? 몇 주 만에 승격한 이유가 다 있어. 아직 알려지진 않았는데 두고 봐. 저 녀석도 분명 스타가 될 녀석이야. 몇 주 만에 S급 사이에선 저 녀석 모르는 사람들 거의 없어.]

[그래?]


볼을 뺏긴 뒤, 옆 벤치에서 서 있던 녀석들이 말하는 걸 멍한 표정으로 듣던 쇼우타.


······그 정도라고?

한 몇 주 못 나왔더니 새로운 녀석이 있어서 신기했는데.

그렇단 말이지.


누구지 쟤?

정이준에 대한 호기심이 증폭됐다.

그리고 정이준에게 계속해서 볼을 끌고 도전했다.


*


경기가 종료되고 경기를 하던 선수들이 모두 하프라인 앞에 모였다.

승부는,

4:0.

정이준이 속한 S1팀의 완벽한 승리였다.


“허억, 허억, 허억.”


쇼우타 역시도 상대팀과 인사를 하기 위해 앞에 섰다.

숨을 잔뜩 헐떡거리면서 말이다.

그러다 고개를 들곤 자신의 앞에 서 있는 정이준을 쳐다봤다.


“너, 너 뭐야.”

“······?”


쇼우타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동년배 중에서 이렇게 엄청난 중원 장악력을 보여주는 녀석은 처음이었다.


완벽한 방향 전환 패스에.

깔끔한 태클링.

정확한 패스.

안정적인 크로스.

뒷공간을 파악하는 넓은 시야.

공격 템포가 과해질 때마다 잡아주는 경기 조율 능력에다,

간간이 터져 나오는 강력한 중거리슛까지.


웬만한 프로선수라고 해도 믿을 정도였다.


쇼우타가 어이없어하며 말했다.


“너 프로팀 유스 소속이야?”

“······아니?”

“그럼 한국 고교 축구부?”

“······아니?”

“그럼 뭔데!”

“······시가하마 다니는데?”


시가하마?

내가 아는 그 시가하마?


“그 본선에 한 번도 못 올라온 깡촌 만년 예선 참가 팀?”


음, 맞긴 하지.

정이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쇼우타는 믿지 못하겠는지 말을 이었다.


“너 올해 1학년이야?”

“······그렇긴 한데.”


그러더니, 흥분감 가득한 표정을 지으며 정이준을 향해 웃어 보였다.

조금 전엔 좌절하더니, 갑자기 또 표정이 바뀌었다.


‘얘는, 표정 변화가 왜 이렇게 다채로워.’


당황스럽게 녀석의 얼굴을 보고 있었는데.

녀석이 말을 던져왔다.


“그래애? 그럼 올해 시가하마 장난 없겠는데? 에이스가 이 정도면야.”


흐음······

뭐, 딱히.

내가 뛸 일은 없을 거 같은데.

노부오 감독이 딴 데 가지 않는 이상.


“뭐······ 잘 모르겠는데.”


정이준이 잘 모르겠다는 듯, 어깨를 으쓱 했다.

그러든 말든, 쇼우타는 돌연 정이준의 손을 꽉 잡고 말했다.

초롱초롱한 눈빛을 한 채로 말이다.


“너, 휴대전화 번호 알려줄 수 있어?”

“······.”


정이준이 주저하는 모습을 보이자 쇼우타는 손을 더 꽉 잡았다.

안 주면 큰일 날지도.

눈빛을 보니 안 주고 갔다가는 계속 쫓아올 것만 같았다.


“···그래.”

“고마워! 조만간 보자, 그럼!”


조만간?

그래, 그땐 뭐 [랜덤 축구장]에서 또 보자는 그런 말일 줄 알았는데.


좀 색다르게.

······조만간 보게 됐다.


저 녀석이 직접 찾아오게 된 것이었다.

그것도 제 혼자가 아닌 제 고등학교를 전부 이끌고선 말이다.


정이준이 눈앞의 쇼우타를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골 때리는 놈이었다.


***


스카우터들이 시가하마 고등학교 벤치 쪽을 쳐다봤다.

강팀인 쿠가야마가 뭣 하러 시가하마와 연습경기를 잡고 왔나 했는데.

미사토시 감독과 노부오 감독의 대화로 유추가 가능했다.

한 선수 때문에 궁금해서 왔다는 것.

한 선수라······

워낙 약팀인 데다 눈여겨 보고 있지 않았던 시가하마인지라 스카우터들로선 누가 그 대상인지 알기 어려웠다.

그러던 와중.


“······!”


쇼우타가 관심을 갖는 녀석이 있었다.

스카우터들의 프로필에도 없던 녀석인지라 다들 당황하는 모양새였다.


[누구지?]

[쇼우타 군이 직접 간 거 보면, 저 녀석을 찾아온 거라는 말이겠지?]

[어, 정이준? 중등부 이후로 아직 한 번도 실제 경기에 출전한 적은 없는 것 같은데?]

[축구부에 등록은 돼 있네. 머리 채우기용이 아니라 노부오 감독이 숨긴 비밀 병기인 건가?]

[근데 왜 벤치지? 중등부 시절에 지역 성적도 좋았는데, 평점도 좋고. 장학금 제의도 많이 받았다던데?]

[그러게? 왜 시가하마에 있지?]


그러든 말든.

뒤에서 은근하게 들려오는 목소리들을 뒤로하고.

노부오 감독은 선발 명단 녀석들을 불러 이런저런 전술 설명을 했다.


“다이키, 켄타, 쇼타, 코타로······ 하루키! 내가 말한 전술 다 숙지했지?”

“넵!”

“자, 뭐가 어찌 됐든 우리의 진면목을 보여주자고!”

“악!”


역시나 자신에겐 등을 진 채로.

난 뭐 예상했기에,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등을 기댄 채 그들을 쳐다봤다.


“흠.”


어쩔 수 없었다.

노부오는 자신에게 관심조차 없었으니.

오늘도 뭐 출전은 텄을 테니, 저녁에 개인 훈련이나 해야겠다면서 말이다.


***


경기 내용?

당연히 초강팀 쿠가야마 고교를 상대로 시가하마 고교가 이길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아무리 쿠가야마가 1학년들만 데려와서 치르는 연습 경기라고 해도 말이다.


전반 30분밖에 안 됐지만.

벌써 5:0인 상황.


“···후우. 너무 못하는데.”


쇼우타가 한숨을 내쉬었다.

자신의 드리블 한번에 속아 넘어가는 시가하마의 중원 선수들.

경기를 치르면 치를수록.

인터 하이, 선수권 대회 모든 대회에서 성과를 거두지 못한 이유를 알 것만 같았다.

예선 대회를 매번 돌파하지 못한 이유는 너무 자명했다.

공격수는 괜찮은 편은 맞다. 몸싸움도 되고 활동량도 좋다. 투박하긴 하지만.

수비수도 나쁘지 않다. 제 위치 잡을 줄 알고, 헤딩 타점이나 몸싸움 능력이 나쁘지 않았다.

문제는 중원이다.

중원의 선수들이 볼 소유력부터 시작해, 패스 능력, 슈팅 능력까지 뭐 하나 특출난 지점도 없었고.

위치 선정 또한 좋지 못해 수비와 공격수에게 너무 큰 부담을 주고 있었다.


문득, 쇼우타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여기에 이준이 들어오면 좋은 팀이 되겠는데.’


잠시 제자리에 서서 생각에 잠겨 있던 그는,

부러 벤치 쪽까지 내려오더니,

노부오 감독 앞쪽에서 들으라고 한마디를 던졌다.


“이준만큼 하는 미드필더가 한 명도 없는데. 시가하마는 무슨 자신감이지?”


그 말을 들은 노부오의 얼굴이 잔뜩 구겨졌다.


─까득


감독도 아닌 한낱 선수가.

자신을 앞에 두고 대놓고 말하는 쇼우타의 행동에 성질이 난 것.

일개 고교 선수가 감독에게 전술 지적을 대놓고 한 것이나 다름없으니까.

모욕적이었다.


근데 그뿐만이 아니었다.

쿠가야마 고교의 미사토시 감독도 말을 거들었다.


“쇼우타, 그만 뛰는 게 어때?”

“잠시만요, 저기 진짜 잘하는 애, 제가 말한 녀석 아직도 안 나와서 그 녀석 나올 때까지만요. 감독님, 제발요!”


미사토시 감독이 무릎을 꿇을 것처럼 간절한 티를 내는 쇼우타를 보곤 한숨을 푹 내쉬더니 물었다.


“아아, 그 녀석이라면 네가 입이 닳도록 말한 그 녀석 말인 게냐?”

“네, 감독님.”

“······흐음.”


미사토시 감독이 벤치 쪽에 앉아 있는 정이준을 한번 보더니,

노부오 감독에게 말을 걸었다.


“이보게, 노부오.”


못 들은 척하던 노부오가 이윽고 짜증 어린 표정으로 옆을 쳐다봤다.


“······네.”

“전반 5:0이면 승부가 얼추 결정난 듯한데 부탁 하나만 해도 되나?”


부탁?

가뜩이나 자존심 상하는 상황인데 얼마나 더 자존심을 짓밟으려 하는지.

이 타이밍에 부탁이라······.


─까득


잔뜩 구겨진 표정의 노부오가 대답했다.


“말씀하시죠.”

“저기, 저 벤치에 저 친구 한번만 출전시켜 줄 수 있나? 경기가 너무 재미가 없어서 말이야. 쇼우타가 저 친구를 꼭 봐야 한대서 멀리서 왔는데, 못 보고 가면 그렇잖나.”


미사토시 감독이 가리킨 곳엔 정이준이 다리를 쩍 벌린 채로 앉아 있었다.


“······선수 선발은 제 소관입니다만.”

“우리가 이 멀리까지 왔잖은가. 우리 애들이랑 경기하고 싶어 하는 팀들도 많은데 말이야. 이렇게 부탁하지.”


노부오가 한숨을 푹 내쉰 뒤, 정이준을 노려봤다.


‘별것도 아닌 한국 놈 가지고 왜 이리 호들갑들인지. 직접 경험해 보면 알 테지. 아무것도 없다는 걸.’


“···알겠습니다.”


짜증이 가득 난 노부오가 필드에 있는 중앙 미드필더 쇼메이를 부른 뒤.

정이준에게 손짓했다.


“쇼메이! 들어와! 이준. 나갈 준비하고.”


물론 정이준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이게 뭔 상황이래.”


앞으로 걸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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