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시세(無名視世) : 이름 없는 자, 세상을 바라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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쿼카선생
작품등록일 :
2025.10.29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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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3.13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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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11.03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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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 헤어 나오지 못하는 악몽

DUMMY

1. 헤어 나오지 못하는 악몽


눈이 소복하게 쌓이고 있었다.


“오빠! 나 무서운 데 같이 있으면 안 돼?”

“배고프지 않아?”

“배는 고픈데···.”


소년은 소녀에게 웃어 보였다.


“금방 먹을 걸 구해올게.”

“하지만···.”


소녀는 끝내 말을 잊지 못했다.

작년에도 눈길에 먹을 것을 구하러 가던 어머니는 끝내 돌아오지 않았다.

아버지는 기억조차 나지 않았다.

기억이 없는 어린 시절 돌아가셨다고 했으니···.


무슨 말을 하려는지 이미 눈치를 챘지만, 일부러 모르는 척했다.


“추워! 이불 잘 덮고 있어.”

“응. 오빠!”


유독 겨울만 되면 동생은 추위에 약한 체질이었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동생은 유독 겨울만 되면 방 안에서 나오지 못했다.

동생의 얼굴이 파리해 보였다.

배가 고파서 더 춥게 느껴지기도 했다는 생각에 지체없이 문을 나섰다.


그간 쌓아두었던 식량이 떨어졌다.

그래도 조금만 걸어가면 사냥꾼과 약초꾼들이 쉬어가는 곳이 있다.

거기엔 늘 식량이 갖춰져 있었다.


“거기까지만 간다면···.”

그렇게 나왔지만, 몰아치는 눈 폭풍에 눈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으악!”


눈으로 가려진 산길에 발을 헛디뎌서 미끄러졌다.


***


“헉!”

“또 꿈을 꾼 것이냐?”

“네···.”


허름한 막사에서 눈을 뜨니 몸이 무거웠다.

무언가에 억눌린 듯 축 늘어진 몸을 일으키려는데 옆에 있던 늙은 할아버지가 손을 잡아주었다.


“내일 일 나가려면 좀 자두거라.”

“할아버지는요?”

“늙으면 잠이 주는 것 같구나!”


둘의 옷차림은 허름하기 짝이 없었다.

소년이 이곳에 처음 왔을 때, 친손주처럼 돌보아주었다.


“그래도요! 옆에 누우세요.”

“그래! 그러자꾸나.”


잠깐 누웠을까?

소년은 잠에 들지 못했다.

그리고 영감은 일어나지 못했다.


슬퍼할 새도 없었다.


“오늘 할당량을 하지 못하는 자는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어김없이 검은 복장을 한 관리자의 호통 소리가 들려왔다.


“고 영감이 죽었소! 어떻게 합니까?”

“묻기는 뭘 물어봐! 하던 데로 벼랑 아래로 떨어뜨리고 움직여라! 오늘까지 할당량을 다 맞추어야 한다.”

“네!”


다들 기백이라곤 하나도 없는 목소리로 대답하고는 영감을 수레에 눕혔다.


“어어엉!”


고작 열 살 소년이었던 무명은 우는 것 외에는 할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주저앉아 울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죽음에도 매정하게 노려보는 관리자의 서슬 퍼런 눈빛을 감당하기에 어려웠다.

조금만 더 지체된다면 사갈과도 같은 채찍질이 기다릴 테니까.


무명은 광도로 움직이면서도 구 영감에게서 눈길을 떼지 못했다.


“빨리들 움직여라!”


관리자의 재촉에 가장 어렸던 무명이 앞장섰다.

광도 내에서 길눈이 밝은 것도 있었지만, 작은 몸으로 구석구석 살펴서 금이 많이 묻혀있는 곳을 찾아내야 했다.


어제 미처 살펴보지 못한 곳에 당도했다.

관리자가 없다 보니 사람들은 작게 잡담을 나누며 이동했다.


“독한 놈들. 사람을 잡아다가 가두고 이렇게 부려도 되는 건가?”

“금광 아닌가? 국가의 관리에서 벗어난 곳이다 보니 어쩌겠는가?”

“우리 집에 돌아갈 수 있을까?”

“죽어서라도 나갔으면 좋겠네···.”


그들의 이야기에는 희망이라고는 없었다.

그리고 무명이를 보며 안쓰러워했다.


하지만 안쓰러워만 할 뿐, 누구도 대신 매를 맞아주지 않았다.

오히려 무명이 탈출하여 잡혀 오면 같이 매질을 당했기에 무명이 사라지면 제일 먼저 신고하는 게 이들이다.


말로는 안쓰럽다고 하지만 결국은 자신들이 맞지 않고 먹을 것을 더 먹는 것이 중요했다.



무명은 어떻게든 동생이 있는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지만, 늘 실패하고 잡혀서 채찍질 당하기 일쑤였다.


“안쪽에 반짝이는 것이 있는 것은 같은데 확인해 보고 올게요.”

“그래! 우리는 이쪽에서 캐고 있을 테니 확인해 보고 오너라.”


이곳이 얼마나 운영됐는지는 모른다.

다만 금광의 양이 많지 않아 금맥을 잘 찾아가야 했다.


아무 곳이나 곡괭이질을 할 수 없었기에, 몸집이 작은 무명이가 이곳저곳 웅크리고 들어가 금광석이 있는 것을 확인해야 했다.


그저 감으로 하던 것에 비해 무명이가 들어오고 나서 그 정확도가 높아졌으니, 어린아이라고 쉬게 하지는 못했다.

다만 강도 높은 곡괭이질을 덜 시키고 탐색하게 하는 정도일뿐.

그마저도 구 영감이 죽었으니, 누구도 돌보지 않고 일을 시킬 것이다.


이곳에서는 값싼 동정심보다는 하루하루를 버티는 것이 목적인 그들이었으니···.


무명이 돌 틈을 비집고 들어갔다.

생각보다 노란 금이 많을 것 같았지만, 광도보다 습한 기운이 느껴졌다.


“아저씨!”


밖에 사람들을 불렀지만, 딱히 대답하는 이가 없었다.


누군가 구명으로 무명이를 꺼내어 주려고 손을 뻗었지만, 갑자기 물소리가 들렸다.


-쿠과과가강


물줄기는 무명이 있던 바닥을 지나가고 있었던지, 바닥이 푹 꺼졌다.


“으아아아아!”


무명은 소리쳤지만, 금세 입에 물이 차버렸다.

작업자들은 소리치며 돌아갔다.


“광도가 무너진다!”


누구 하나 무명이의 생사엔 관심이 없었다.

다행히 무명이 있던 곳만 지하 물길이 지나가는 곳이라 광도가 무너지는 것은 작은 소란으로 그쳤다.

무명을 제외한 그들은 다치지 않았지만, 이내 죽음에 익숙한지 누구도 동정하지 않았다.


광도에서 유일하게 지하수에 빠져 허우적대는 건 무명 혼자였다.

수영을 하지 못한 무명은 허우적거리다 점차 의식을 잃었다.


그리고 다시 꿈을 꾸었다.


“오빠! 나 무서운 데 같이 있으면 안 돼?”

“배고프지 않아?”

“배는 고픈데···.”


이번 꿈속에서 무명이는 동생을 보며 울고 있었다.


지난 겨울 굴러떨어진 곳이 이곳 광도였다.

그렇기에 이곳에 감금되어 일을 하며 지나온 것이 몇 달···.


어쩌면 동생은 추위에, 그도 아니면 배를 골이며 죽었을지도 모른다.


5살 아이가 산속에서 혼자 살아남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가진 곡식으로 겨우겨우 버티다 겨울이 되고 떨어진 것이었다.


겨울만 지나면 산을 내려가 어떻게든 살아보려 했건만···.


무명은 이제 모든 것을 포기했다.

물을 몇 번이나 들이키며, 숨이 막혀왔다.

죽음의 사진이 환영처럼 보였을까?


의식을 잃으며 꾼 꿈에서 동생을 다시 한번 볼 수 있다는 사실이 위안이 되기는 했을까?


무명은 그렇게 생명의 빛이 꺼져가고 있었다.

다행히 지하수는 지나가던 중에 한 공간에 뱉어내었다.

아니 정확하게는 물살이 꺾여 흐르는 곳에 동굴이 있었고, 그 힘을 이겨내지 못한 무명이 튕겨 나갔다.


그 덕에 죽지 않을 수 있었지만 온 몸에는 멍이 가득했다.


며칠이나 지났을까?


“켈록. 켈록!”


무명이 깨어났다.

의식이 돌아오자 느껴지는 것은 온몸의 통증과 허기였다.


무명은 살고자 기었다. 그곳엔 지하수가 튀어서 이룬 웅덩이가 있어 고개를 처박고 물을 마셨다.


한참을 먹고 나서야 아픈 몸을 이끌고 벽에 기대었다.


-꼬르륵


물을 마셨지만, 허기는 지지 않았다.

게다가 물은 얼마나 차가웠는지 이가 덜덜 떨리며 딱딱거렸다.


힘겹게 손을 올려보니 이끼가 만져졌다.


‘그래 산에서 풀뿌리도 캐 먹고, 나무껍질도 벗겨서 먹었는데 이끼라고 안될까?’


배가 고프다 보니 이끼도 맛이 있을 것 같았다.

씁쓸한 맛이 입안에 가득했지만, 배고픔은 맛을 이기고 이끼를 대충 씹어 삼켰다.


맛은 없지만, 제법 허기를 채울 수 있었다.


낮과 밤의 경계는 없었다.

빛 한 줌 들어오지 않았기에 무명은 그저 손의 감각으로 이끼를 뜯어 먹고 물을 마셨다.

어렴풋이 이끼 냄새와 물 냄새를 맡아서 먹는 건 해결했다.


점차 적응하자 눈도 적응하고 조금씩 시야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쯤부터 몸은 치료가 되었는지 걸을 수 있었다.


걸을 수 있게 되자 동굴을 돌아다녀 보기로 결심했다.

동굴은 제법 길었고, 빛이 들어오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공기는 통하는지 숨을 쉬는 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그렇게 몇 날 며칠을 돌아다니다 보니 동굴은 상당히 길었고, 한 곳은 사람이 살았던 흔적도 발견했다.


“사람이 들어왔다는 건! 나갈 수 있다는 거겠지?”


희망이 생겼다.

이제 이곳을 기점으로 조금씩 찾아다녔지만 쉽지는 않았다.

이곳에 쌓여있는 둥근 환을 먹으면 허기가 가시진 않았다.

누군가 수련을 하기 위해 상당히 많은 벽곡단을 가져다 둔 것이 남아있었다.

다행히 동굴은 서늘하기에 상하지 않을 수 있었던 것 같았다.


“왜. 늘 빙글 빙글 도는 것 같지?”


굴에서도 방향 감각을 잃지 않고 길을 잘 기억할 수 있지만, 이곳에 들어서고부터는 자꾸 왜곡되는 것 같았다.


“어딘가로 자꾸 인도 하는 느낌이야. 동생에게로 이끌어 준다면···.”


이곳에서 생활하였는지도 얼마나 흘렀을까?

동생에게 다가가고 싶은 마음에 조급함을 불러와 마음이 불안했다.

문뜩 그런 생각이 들자 포기하는 마음으로 그저 동굴이 안내하는 곳으로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벽곡단도 떨어졌다.

다시 이끼를 먹고 싶지는 않았기에 움직이기로 마음을 먹었다.

동굴이 주는 느낌대로 걷다 보니 결국 또 돌아왔다. 그리고 한 벽에 마주했다.


“아니! 여긴 벽인데!”


-꼬르륵!


배까지 고파지자, 화가 났다.

희망이 생기면 그 희망을 꺾어 버린 이놈의 산이 원망스럽기까지 했다.


주먹을 쥐고 벽을 쳤다.

그런데··· 허공이었다.


“뭐···. 뭐지?”


분명 눈에는 벽이지만, 아니 오히려 눈이 어둠에 익숙해서 발목을 잡은 것 같았다.


허탈한 마음으로 벽 뒤로 돌아가니 방이 하나 있었다.

그리고 그곳엔 벽곡단과 닮은 환이 하나 있었다.


일단 배고픔에 그것을 집어 입에 넣었다.

입에 넣으니, 입속에 사그르르 녹았다.


‘끄아아아악!’


하지만 그 뒤엔 바늘이 온 몸을 찌르는 것과 같았고, 내부에서 어떠한 기운이 팽창하는 것을 느꼈다.


마치 몸이 풍선이 되고 누군가 풍선에 바람을 넣는데 외부에는 가시가 찔러대는···.

그렇지만 풍선은 바람이 빠지면 다시 부풀어 오르길 반복하는 듯했다.


비명은 입 밖으로 나오지도 않았다.

그리고 이내 정신을 잃었다.


정신을 되찾고 나니 온몸에 악취가 진동했다.


배는 고프지 않았기에 지하수가 있던 곳으로 가서 몸을 씻었다.


몸은 어쩐지 기운이 가득하였다.

숨을 쉴 때마다 그 기운이 다시 가득 차고 흩어지기를 반복했기에 동굴을 다시 한번 탐색하기 시작했다.


환이 있었던 방에는 책이 하나 놓여있었고 옷가지가 하나 있었다.


옷은 컸지만 동여매면 되었기에 어찌어찌 입고 품속에 책도 챙겼다.


그리고 돌아보니 전처럼 자꾸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며칠을 헤매다 보니 빛이 보였다.

그리고 그 빛을 따라 나가니 밖으로 연결되었다.


“드···. 드디어 나왔구나.”


무명은 산을 올랐다.

오르다 보면 집이 보일 거라 여겼다.

아니 최소한 익숙한 곳이 나올 거라 여겼다.


오르며 버섯이든 열매 따위를 먹으며 올랐다.

그러기를 며칠 반복하니 드디어 살던 집을 찾았다.


“여···. 영아!”


동생을 부르며 집에 뛰어갔지만, 집은 아무도 살지 않은 지 제법 오래되어 보였다.

먼지가 쌓인 밥그릇, 바람을 이기지 못하고 무너진 문 따위가 그간에 인기척도 없고, 오랫동안 방치된 흔적이 여실했다.


혹시나 해서 이불을 걷어 올려보기도 하고 주변을 살펴보았지만, 동생은 보이지 않았다.


“어쩌면···. 아니야!”


야생 짐승이 잡아먹은 것은 아닐까? 싶었지만 애써 외면했다.


눈에는 눈물이 차올랐다.


“살아···. 있을 거야. 찾으러 가야겠어.”


무명은 마음을 먹고 집을 나섰다.

어딘가 동생이 살아 있을 것이라 여기며···.




작가의말

새로 써서 올린다는 게 생각보다 길어졌습니다.

세이브도 충분히 쌓고 오려고 했는데, 그러다 보니 기약 없이 늦춰질 듯 하여서...

연재하면서 써야겠다는 생각에 냅다 연재를 시작했습니다.


기다려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새로 봐주시는 분들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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