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신입 (1)
신입.
다시는 기억하고 싶지 않은 2시간의 기록이다.
기억하고 싶지 않다는 강박은 나를 평생 쫓아다니는 저주가 되었지만.
‘아카이브는 세상을 구합니다.’
도시의 구석마다 붙어있는 낡은 현수막에 걸린 문장이다.
이곳은 ‘베타’ 내가 사는 ‘퀘이사’의 두 번째 대도시. 바람결을 따라 바스락대는 그 말은, 이리저리 흔들리며 썰렁한 이 ‘유령도시’의 입구였다.
긍정적인 표어와 다르게 내게 다가온 느낌은 ‘커튼콜’ 이 도시의 마무리였다.
예전에 있었던 이야기라 일종의 ‘괴담’ 같은 느낌으로 받아 들였지만 직접 보니 새로운 기분이 들었다.
“어이 신입!”
넘치는 활기찬 기운을 등짝을 때림으로서 내게 전해주는 인물이 있었다.
마제스 반장은 강렬하게 갈라진 근육 몸매와 다르게 따뜻한 미소로 나를 보며 ‘환영 인사’를 하였다.
다른 동료들도 말은 없었지만 헬멧이 한번 끄덕인 것으로 내게 표현하였다.
“긴장하지 마라!”
반장의 말대로 긴장은 풀렸지만, 다른 고통이 내 안에서 징— 울린 것이, 그의 격한 인사의 부작용이었다.
“첫 실전이라 떨리겠지만. 그간 훈련도 잘 하지 않았는가! 내가 잘 지켜 줄 테니 걱정 말도록!”
마제스 반장의 말에는 믿음이 있었다. 자신의 믿음 그리고 분명 나를 지킬 것이라는 믿음.
“넵. 마제스 반장.”
이렇게 베타의 괴물 ‘스펙터’를 상대하는 특수부대 ‘마제스 반’에서의 나의 첫 실전 임무가 시작되었다.
“이번엔 루겔님도 오니 평소보다 더욱 쉬울 것이고.”
익숙한 이름, 훈련병 시절 그 이름을 들은 적 있었다. 짧은 기간 우리의 훈련 교관으로서 계셨던 중년의 남자.
“잘 부탁합니다.”
마제스 반장은 시원한 목소리로 루겔에게 고개를 숙이며 작전의 시작을 알렸고.
“네 시작하죠.”
루겔의 말을 끝으로 서로의 길을 향해 이동하였다.
“질문이 있습니다. 반장님.”
“그래 말하거라!”
반장님과는 어떤 이야기도 쉽게 할 수 없었다. 넘치는 그의 에너지가 감당되지 않는지 목구멍이 열릴 때마다 강한 남성성을 뽐내는 듯 귀가 터져라 크게 말했고, 질문을 꺼낸 것이 후회될 정도였다.
“여벌 전투복이 남아있지 않습니다. 루겔님의 경우는 어떻게 합니까?”
“하하하. 괜찮다! 루겔님은 전투복이 필요 없으니 말이다!”
나 혼자만 이상한 사람이었다. 그 누구도 루겔 님의 복장에 대해 의문을 가지지 않았고 나만 홀로 이 모든 상황을 이해 하지 못한 것이었다.
“신입! 걱정하지 마라. 우리는 우리의 작전을 잘 하면 되는 것이다. 어떻게든 지켜줄테니 나를 잘 따라오도록!”
도시 내에서 갑자기 생긴 스펙터들, 그들은 닥치는 대로 사람들을 죽이고 건물을 파괴하였다. 감당이 안 될정도로 범람해버린 탓에 퀘이사가 택한 최선책은 ‘베타’를 버리는 것이었다.
어딜 지나가도 불길하게 망가진 가로등, 박살난 차, 썩어 문드러진 가로수의 모습이 으스스한 분위기를 한층 더하였다.
도시를 되찾기 위해 아카이브는 병력을 투입했고, 그 과정에서 득과 실 모두 있었다. 스펙터를 제압하면서 베타를 점점 얻었지만. 스펙터를 제압하면서 병력은 점점 잃어갔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며 살아남은 사람들은 스펙터에 대한 정보를 모아 전투 효율을 증진시켰고, 살아남은 덕에 ‘전설’이 되었다. 그리고 그 중 한 명이 우리 부대의 ‘마제스 반장’이었다.
유쾌한 성격, 강인한 몸. 목소리가 너무 크다는 것이 조금 부담스러웠지만 존경하기 충분한 인물인 그는, 수많은 경험으로 스펙터를 잡아왔다.
언제나 최전방에서 모두를 위해 직접 나서는 남자였다.
“좋다! 우리는 운하를 따라 간다!”
베타의 운하는 제법 잘 꾸며져 예쁜 것으로 유명했다. 나는 긴장한 탓에 그 경치를 만끽할 수 없었지만 마제스 반장의 뒤에서 조금씩 들어오는 물결은 푸르렀다.
“모두 그만.”
비슷하게 생긴 폐건물을 세 채 정도 지났을 때였다. 마제스 반장은 한쪽 주먹을 쥔 것으로 신호를 보냈고 앞에 하나 더 있는 건물을 응시하고 있었다.
“바람의 방향이 바뀌었다. 아주 더러운 냄새도 나는군.”
“방벽 전개.”
불투명한 상자를 펼치자 푸른빛의 반투명한 결계가 펼쳐졌다. 그리고 홀로그램처럼 투명해지며, 반대의 상황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신기술···”
마제스 반장은 간단한 손동작 만으로 다음 지시를 하였고, 이 모습은 그들이 얼마나 많은 훈련을 거쳤는지. 팀으로 움직였는지 알 수 있었다.
포지셔닝은 마제스 반장의 좌 우에 위치한 인원 그대로 움직였다. 왼손을 뻗으며 “좌측 고지로 선회.” 오른손을 뻗으며 “건물 사이로 이동, 포위 각도 40도 유지.”
“신입은 직접적인 전투는 삼가하고, 뒤에서 실전 감각을 배워라. 한 번의 체득은 여러 번의 모의 전투보다 훨씬 효과가 좋지.”
“알겠습니다. 반장님.”
순식간에 진형이 흩어졌다, 그들은 간결하게 각자의 위치로 이동하였고 좌우로 흩어진 팀원의 발소리는 잔해 위에서도 고요했다.
“방벽과 함께 앞으로 이동한다. 접근 시점에 즉시 타격해라.”
한 걸음, 나와 마제스 반장님은 천천히 나아갔다.
마제스 반장님의 말 대로였다. 나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던 건물의 한 쪽 구석에서 검은, 무언가가 기척없이 우리를 향해 달려들었다.
녹아내린 눈, 흉측한 이빨 그 사이로 내뿜는 더러운 냄새. 흘러내리는 초록 빛의 침은 마치 물건들을 녹일 것 같았고 강렬한 냄새가 코를 통해 눈물샘까지 자극하였다.
마제스 반장은 방벽을 지탱하였고 나는 그 뒤에서 방벽에 에너지를 주입하여 그 견고함을 유지하였다. 그리고 그의 큰 목소리와 함께. 양쪽에서 대기중인 팀원들은 레이저를 발사하여 단숨에 해치웠다.
완벽한 팀이었다.
“고생했다. 이 기세로 나아가자.”
“고생하셨습니다. 마제스 반장.”
예쁜 목소리가 공기를 타고 넘어왔다, 햇빛을 머금은 듯한 주황빛의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그녀는 한 손을 부채질하고 있었다.
“다친덴 없지?”
마제스 반장을 제외한 모두가 두꺼운 헬멧과 전투복을 입었기 때문에 팀원들을 알아 볼 수 없었다. 공기를 바꿀 정도로 환한 미소와 목소리에 어울리는 얼굴, 마제스 반에 들어왔을 때부터 나의 마음 한 구석을 차지하던 레티오씨였다.
“첫 임무 어때 할만 해?”
건넨 손은 두꺼운 검정 색의 장갑이었지만, 나는 그 손과 닿음으로서 진정으로 팀의 일원이 된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계속하고 싶다고 다짐하였다.
‘반드시 도움이 되겠다고.’
죽은 줄 알았던 스펙터의 손이 살아 움직이며 내게 달려들었을 때였다.
“방심하지 말거라 신입. 혹시 죽지 않았을 수도 있으니.”
마제스 반장은 나를 밀치며 팔뚝에 작은 상처가 생겼다. 그리고 그는 허리에 있던 작은 칼을 꺼내 그것을 베어냈다.
“나는 괜찮다. 오늘의 목표는 이 길의 끝에 있는 운하, 그곳과 연결된 지하도의 입구이니 빨리 이동하자.”
그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내게 웃으며 지시를 내렸다.
···
아카이브 특수부대의 엘리트 훈련병.
남들에 비해 특별한 힘은 없었다. 아카이브를 동경했고 퀘이사를 사랑했다. 그저 그 마음으로 나는 입단하였고 훈련과정을 거쳤다.
달리기가 빠르지 않았다. 힘이 강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특출나게 좋은 체력을 가지고 있지도 않았다.
기초적인 훈련에서는 낙제를 간신히 면할 정도의 능력으로 겨우 훈련을 마치는 정도였다.
하지만 나는 부족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 미흡함을 나의 강인한 마음으로 메꾸려고 하였다. 빠르지 않았지만 멈추지 않았고 끝까지 완주하였다. 힘이 강하지 않았지만 대련 상대의 움직임을 관찰하여 제압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훈련을 마치는 정도였지만 결국 나는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의 수준까지 올라갈 수 있었다.
나의 가장 큰 장점. 강인한 마음으로 남들에게 인정받았다.
“참 특이하군요.”
훈련의 끝을 두고 교관 루겔의 면담시간이었다.
“성적은 훌륭합니다. 모든 병과에서 우수한 성적을 받는 건 쉽지 않은 일이거든요.”
“그래서 특이합니다. 어째서 마제스반을 지원하는 것인지.”
성적에 따라 최종 병과를 선택할 수 있는 상황에서, 내가 고른 것은 가장 위험하고 고된 병과였다.
“올해 마제스반의 지원자는 한 명이라는 것을 아십니까?”
서류를 넘기던 루겔의 목소리는 정말 말 그대로의 순수한 의문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다. 서류 정보에는 돈이 급한 상황도 아니었을 것이고. 모든 성적이 우수한다 한들 이론 시험에서 상대적으로 더 높은 점수를 받았기 때문에 어울리지 않다고 느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알고 있습니다. 정말 힘들다는 것도, 또는 잘못될 경우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말이죠.”
“교관님. 저는 이 도시를, 소중한 사람들을 사랑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제가 직접 그 위협을 제거하고 더 나은 퀘이사를 위해 일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훌륭하군요. 당신같은 분이 있다니 놀랍습니다. 마음 잘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제가 직접 마제스에게 추천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축축하다. 우리는 분명 평범하게 걷고 있었고 운하를 따라 지하도로 도착하였다.
마지막으로 내가 들었던 목소리는 나의 이름을 부르며 강하게 밀친 여자의 목소리.
레티오였다.
물방울이 떨어지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울렸다. 마지막 기억은 소리였기 때문에 온 신경이 귀에 가 있었고, 눈을 뜨기 전 까지 이 감각은 계속되었다. 일어나야 했다. 실전이 처음이었지만 불확실한 기억과 교차하는 나의 직감만은 위험하다고 소리치고 있었다.
“레티오님!”
마지막으로 말한 그녀의 이름을 한 번 더 크게 외쳤다.
나를 지켜주겠다고 말한 마제스 반장의 이름을 크게 외쳤다.
소리는 메아리치며 다시 내게로 돌아올 뿐 다른 누군가의 반응이 돌아오지는 않았다.
“살려주세요··· 제발 살려주세요.”
팔이 움직이지 않았다. 다리가 움직이지 않았다. 간신히 떠진 눈으로 바라본 내가 처음으로 마주한 것은.
눈이 파이고, 입이 찢어진 여자였다. 파인 곳을 뿌리삼아 자란 식물의 줄기는 그녀는 양분삼아 빠르게 커지고 있었다.
내가 애타게 찾던 레티오였다.
그녀의 사지는 기괴하게 뒤틀렸고 회오리처럼 찢어진 팔의 가죽 사이에서 피가 나오는 모습은, 수건에서 물을 짜는 것처럼 끊임없이 흘러 나왔다.
“레티오님!”
힘껏 소리쳤지만 그녀는 이미 세상을 떠났기 때문에 들을 수 없었다. 나의 입에서 나온 바람은 그저 그녀의 얼굴을 뚫고 나온 가지를 흔드는 정도밖에 안됐다.
“···!”
스펙터 한마리는 레티오의 얼굴 가죽을 벗겨 가면처럼 자신에게 쓰고서 네발로 걸어다니고 있었다.
한참 나의 주변을 맴돌고서 박수를 치고 마치 새로운 것을 발견해 신난 아기의 모습과도 닮았었다.
“그만. 깰지도 모르니 멈추거라.”
익숙한 목소리, 그 목소리는 애타게 찾던 남자의 목소리였다.
마제스 반장.
그 남자는 나의 목을 거칠게 잡고서 자리에 앉혔다.
“마제스 반장님?”
“반장님!”
한 번 더 그를 향해 소리치자, 그는 귀찮다는 듯 나의 턱을 세게 붙잡아 그대로 벌렸다.
쭈욱 하며, 볼이 찢어지며 순간적으로 드는 싸한 감각, 이후에 바로 찾아오는 참을 수 없는 쓰라린 고통이 찾아왔다. 소리치고 싶었지만 벌어진 입 사이에서 나오는 것은 혀 뿐, 아무리 크게 소리치려 해도 제대로 된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이런 상황 속에서 내가 가진 생각은, 죽고 싶지 않다는 감정과 이 병과를 고른 것에 대한 후회였다.
나의 입을 찢어버린 다음 그가 취한 행동은 기약없는 기다림이었다.
자신을 상대할 수 있을 것 같은 팀원들을 죽인 이후, 신입인 나를 두고 그는 누군가를 유인하고 있었다.
분명 루겔을 유인하는 것이다.
전투복의 기능에는 위치정보와 생명정보가 동시에 포함되어 있다. 그 중 심장박동 내지는 즉시 신호를 보내는 장치가 있어 언제라도 동료를 위해 움직일 수 있는 채비를 해 놓았다.
다른 팀원들의 심장은 멈추었고, 나의 심장은 미친듯이 뛰고 있었기 때문에 이 정보는 루겔과 아카이브 본사로 반드시 전해진다.
“왜!!!!”
말을 할 수 없었지만 나는 끝까지 마제스 반장을 향해 소리쳤고, 내가 저항할 수 있는 최후의 수단이었다.
힘이 조금이라도 돌아올 때마다 반복된 행동에 귀찮았던 마제스는 벌어진 입 사이로 손가락을 넣으며, 무언가를 내게 먹였다.
흐릿해져가는 감각 속 나는 분명 죽어가는 것이다. 이렇게 죽을 것이다.
그렇게 빨려가는 나의 의식 속 내면을 울리는 목소리는 말했다.
“너는 주인공이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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