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신입 (3)
마제스반
알레나와 약속한 날이 되었다.
‘마제스 반의 전멸’ 이후 직접적으로 누군가를 만나는 것은 처음이었다. 일부러 나를 찾아 온 알레나 내지는 알골과의 대화를 제외 한다면 일주일 가량을 집 안에서 휴식을 취하며, 아무 말 없이 지냈다.
알레나, 그녀가 말했던 나의 인공 심장은 정말 나의 몸 같았다. 불편함 없이 몸을 조금 돌려보아도 앞으로 구부려 보아도 가슴의 부품이 가끔 걸리는 소리는 들렸지만 이런저런 작은 소음을 제외한다면 그냥 평범한 나였다.
보는 모습은 조금 불편했지만.
거울 속 멋쩍게 웃고 있는 나의 가슴에 박힌 잿빛의 물건, 내가 살아있다는 증거.
그리고 나의 삶이 다른 사람 덕분에 이어졌다는 뜻.
우연한 계기로 생긴 한 가지 부품이 나의 삶에서 나 이상의 가치를 가지게 되었다.
“살짝 보기 싫네.”
가볍게 손톱으로 두드리며 특유의 울림소리 낯설지만 나의 것이었다.
눈을 감고 심지 않았다. 언제나 나와 함께하는 이 심장처럼, 흘러간 기억은 언제나 나를 따라다녔다.
눈을 뜨고 있는 동안은 세상의 다양한 정보를 받았다, 하지만 눈을 감으면 그 검은 공백을 가득 채운 것은 나를 격려하던 팀원들의 목소리와 얼굴. 그리고 죽기 직전 그들의 모습이었다.
아직도 그들의 웃음소리와 같이 훈련하던 시간은 나의 곁에 있는 기분이었다. 망가진 절반의 심장이 그 날의 시간을 머금고 지금의 인공심장이 그 과거를 억지로 부여잡고 있었다.
···
“어떤 옷을 입어야 하지?”
학교를 갈 때는 편한 옷 위주로, 훈련을 받을 때는 전투복을. 나의 옷장을 채운 건 면티와 청바지 그리고 훈련용 트레이닝복 세 종류 밖에 없었다.
“고민 할 것도 없었나.”
가짓수가 없었기 때문에 오히려 마음이 편했다.
아카이브의 본사는 누가 봐도 이곳이 ‘아카이브’라는 것을 자랑하려는 듯 그 규모는 하늘을 찌를 정도로 높았고 꼭대기층은 구름에 걸쳐 있었다.
전면에서 빛을 반사하는 푸른 유리는 건물을 빛냈고 정문 앞 넓게 구성된 공원의 분수 그리고 많은 가족과 연인들이 오다니는 모습은 나의 마음을 전혀 헤아리지 못하는 듯 밝고 예뻤다.
눈은 그렇게 보았다.
정신을 조금이라도 부여잡지 못하면, 걸친 구름이 뿌옇게 변하며 나의 마음을 가로막고, 가족들이 다 같이 보던 분수는 세바스찬의 몸에서 뿜던 그의 혈액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웃음소리는 레티오의 얼굴 가죽을 가지고 놀던 작은 스펙터의 웃음소리 같았다.
똑바로 걷을 수 없을 정도로 호흡은 가빠졌고 머리가 뜨거워졌다. 정수리에 내리 꽂히는 태양열은 유난히 뜨거웠고 뇌를 녹이는 것만 같았다. 살고 싶다는 생각으로 심호흡을 크게 하며, 어정쩡한 자세로 간신히 건물에 들어갔다.
알레나의 사무실이 있는 7층은 그녀의 성격을 반영한 것처럼 고요했다. 숨소리마저 집어 삼키는 답답한 느낌의 복도를 지나 눈 앞에 있는 나무 문을 조심스럽게 두드렸다.
“들어와.”
얇은 유리 탁자 커피가 놓인 빈자리에 조심스럽게 앉자 그녀는 말을 이어갔다.
“미안. 몸도 성치 않을 텐데 이렇게 불러서 저번주에는 조금 바빴어.”
“본론부터 말할게. 마제스 반은 해체 됐어.”
당연한 결과였다. 팀을 이끌 사람들도 같이 싸울 동료들도 없이 나 홀로 남게 되었기 때문에 당연한 수순이었다.
“저는 이제 실직자인가요?”
나의 지난 훈련과 단 한 번 뿐이었지만 베타에서의 경험이 끝이 날 것이다. 그도 그럴게 심장을 비롯한 신체의 절반이 망가져 쇳덩어리를 끼운 채 움직이는 사람을 활용하기는 쉽지 않을 테니.
“우선 질문에 대답한다면, 일단은 아니야 하지만 원한다면 퇴직해도 좋아. 너의 선택을 존중하니 말이야.”
“그게 무슨?”
나의 질문에는 전혀 대답하지 않고 그녀는 자신이 할 말만 이어나갈 뿐이었다.
“마제스 반은 특별했어, 아카이브에서 스펙터와 사람이 직접 싸우는 부서는 별로 없거든.”
“그리고 베타 위주로 싸우는 사람들은 마제스 반이 유일했어.”
빼앗긴 곳을 되찾기 위한 마음으로 싸워온 이들을 위해 아카이브는 그들을 별로서 기린다.
그녀가 내민 서류에는 내 이름과 함께 적힌 금액. 숨이 막힐 정도의 숫자가 나열되어 있었다.
“이건 퀘이사를 위해 목숨을 바친 영령을 위해 아카이브가 바치는 최소한의 감사 표시야.”
“돈으로 생명을 살 순 없지만. 그들에게 있어서 남은 사람들에게 위로가 될 수 있게 제공하는 거야. 너 역시 그 중 하나고.”
“이 많은 돈을 준다고요? 저는 이렇게 살아 있는데?”
“네가 살아 있는 것이 불행 중 다행이야.”
현혹될 정도로 큰 금액이었다, 자칫하면 쉽게 그녀가 보여준 서류를 집을 뻔 했지만, 이 돈을 받는다면 나는 동료들의 희생을 발판으로 나의 삶을 가꾸게 된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저는 자격이 없어요. 제가 어떻게.”
“내 입장에서는 상당히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네··· 너는.”
“뭐 정신적 외상 이후 극도로 불안감을 느끼거나 아예 마음을 닫아버리는 것은 흔한 일이야. 너의 잘못도 아니고 따지자면 보다 잘 챙겨주지 못한 아카이브 그러니까 나의 잘못이 되겠지. 그러니 나가도 좋다는 거야. 물론 이 돈 또한 챙겨서 그대로 나가면 돼.”
“마제스 반의 소속으로 싸웠지만 저는 이번이 첫 임무였고, 또 다른 사람들이 저를 위해 희생한 덕에 이 곳에 앉아 있는 것입니다.”
“응, 마제스 반은 베타에서 싸워왔고 불의의 사고로 전멸하는 참사가 일어났어. 실제로 레티오씨는 너를 구하려다 죽었고. 그런데 이 돈은 죽었기 때문에 주는 것이 아니야. 그들은 무엇보다 퀘이사를 위해 노력하였기 때문에, 너도 마찬가지고.”
“그들과 금액이 같지는 않을거야, 미안한 말이지만 네가 마제스 반장보다 많은 것이란 기대도 하지 않았으면 하고.”
마제스라는 이름. 며칠동안 나의 세상을 더럽히고, 내게 존재한 모든 추억의 조각을 잘게 부숴 마음 속 가시로 드리운 그의 이름이 ‘영령’으로서 추모를 받기 위한 존재로 거듭되었다.
알레나는 모르는 것이었을까, 루겔이 이미 보고를 했을 것이라 생각하여 자세한 내막을 말하지 않은 것은 분명한 나의 실수였지만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떠올리고 싶지 않다. 나를 향해 비열하게 웃는 모습, 우리의 말로를 하나하나 지켜보며 기만하던 그의 마음을 생각하고 싶지 않다. 내가 있었던 곳, 앞으로도 있을 곳, 계속해서 있고 싶었던 곳, 동료들과의 유대를 비웃으며 나를 제외한 모두를 죽인 그 남자는 자격이 없다.
“알레나님. 마제스 반장이라는게 무슨 말씀이신가요?”
오히려 그녀는 나의 질문이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핸드폰에 저장된 문서를 읽기 시작했다.
“머리가 다치긴 했지만 기억에는 지장이 없다고 되어있는데. 뭐 괜찮아 마제스 반장은···”
“아뇨 마제스 반장이 누구인지는 알고 있습니다. 제가 묻는건 루겔로부터 그의 마지막을 보고받지 못하셨는지···”
“아니 루겔로부터 보고받지 못했어. 그리고 너에게도 보고 받을 필요는 없고.”
어떠한 표정변화도 없었다. 나의 질문 의도를 모두 파악하고도 그녀는 내가 모르는 정보가 있다는 듯 여유롭게 차를 마실 뿐이었다.
“전투복에는 생체신호 기록장치가 있어 맥박이 급격히 상승하면 주변 상황을 녹화하기 시작해. 나는 그것을 봤을 뿐이야.”
그녀는 내 눈을 마주보며 말했다.
“하지만 그 전에 한 가지만 대답해 주었으면 해.”
“앞으로도 아카이브에 남을거야?”
나는 대답할 수 없었다.
마제스의 마지막을 보고 싶지 않았다. 내가 가진 증오의 감정이 실은 존재하지 않는 것을 향한 분노였다는 사실을 깨닫고 싶지 않았다. 그걸 깨닫는 순간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일까.
이번 경우에 국한된 것이 아니었다.
나의 생각이 잘못됐을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은 나의 과거마저 파고들며 그날 마제스를 상대로 대항하지도 못한 나를 세상에 드러내는 기분이 들었다.
모두가 나에게 손가락질을 하며, 현실적인 이득만 챙겨가는 겁쟁이 내지는 배신자.
가장 싫었던 것은, 스스로도 마음을 주체할 수 없어 외적인 요인에 의해 이리저리 바뀌는 생각이 제일 싫었다.
단단하지 않다, 한없이 유약하고 무르다.
그냥 이대로 자신의 생각을 가진 채. 이 생각이 잘못되었든 모두가 아니라고 하든 이대로 내가 떠난다면 그 사실을 아는 사람은 나 혼자 뿐일 것이다.
아카이브에 남을 수 없다. 이 곳에 있을 강한 사람은 내가 아니다. 나는 세상을 구할 수 없다. 사랑하는 사람을 지킬 수 없다.
얼마나 허황된 꿈을 꾸었는지 알게 되었다. 말도 안되는 생각을 하며, 내 역량을 벗어난 기대를 하며 나는 눈을 뜨면서도 꿈속에서 살았다.
매 순간 했던 다짐은 현실을 직시하지 못한 내가 내뱉는 우매한 허언. 나의 몸과 마음은 조금도 나의 말을 담을 수 있는 크기가 아니었고 흘러넘치다 못해 깨질 정도로 연약했다.
내가 가진 능력 그리고 노력의 한계 또한 명확했기 때문에 더욱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남들을 위해 목숨을 바칠수도 싸울수도 없는 지금의 나는 필요 없다.
“잠시만 바렌 어디 가는 거야?”
이런 곳에 더 이상 머무르기 싫다는 생각이 듦과 동시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그녀가 내게 권한 보상 그리고 동료들의 죽음, 나는 자격이 없다. 이런 곳에 앉아서 편하게 차나 마시면 안되는 것이었다.
무엇보다 가장 혐오스러웠던 것은 ‘어떤’ 생각이 들자마자 마음이 요동치듯 주체할 수 없는 ‘나 자신’이었다.
그렇게 나는 알레나의 사무실을 떠나, 아카이브의 빌딩의 그림자마저 보이지 않을 때까지 계속해서 걸었다.
내가 있을 곳은 여기가 아니다.
나는 주인공이 되고 싶지 않다.
현실을 맞닥뜨린다는 것은 생각 이상으로 잔인했다. 벌거벗은 채로 나뒹구는 세상 속 그 ‘나’의 존재가 얼마나 작은 것인지 알리는 매개체. 그것이 ‘현실’이었기 때문이다.
내가 무엇을 하든 그 이상의 사람들은 분명 존재했고, 그렇다고 그 사람들이 단 하나의 정점인 것도 아니었다.
역사는 계속 바뀌고 기록은 갈아치워진다. 가벼운 마음으로 임하든, 진중하게 행하든 결과로서 나타난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그것은 ‘현실’이다.
나의 삶에서 내가 주인공이 아님을 깨닫고 이 자리에 있는 이유를, 나의 나약함과 연관지을 수 있었다.
그날의 충격에서 망각했던 기억이 점차 돌아오며, 주인공이 되고 싶지 않다는 그 말은 오로지 나를 위한 방어수단이었음을 깨닫고 말았다.
어떻게든 도망치고 싶었다. 분명 가장 마주하기 싫었던 것은 나의 나약하고 약아빠진 내 마음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었지만 그것은 가장 무겁게 나를 따라다녔고 결국 품에 마음을 안은 채 나는 끝까지 도망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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