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생천마가 세상을 쉽게 사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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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금산
작품등록일 :
2025.11.03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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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1.3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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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11.12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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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불회곡

DUMMY

/2화. 불회곡


가만···

기분이 썩 내키진 않지만, 생각이 바뀌었다.

나쁠 건 없다.

어차피 당장 천마교의 무공을 써먹을 수도 없는 노릇.


‘쯧. 호랑이가 토끼 굴에 기어들어 가는 꼴이지만, 별수 있나.’


“방도를 생각해 보자꾸나. 내 마음대로 너한테 무당의 절학을 전수할 수도 없고.”


그럼 그렇지.

공성이 슬쩍 발을 빼자 김이 팍 새는 한편, 되레 오기가 생겼다.


‘별거 아닌 무당의 절학··· 이까짓 거 배워서 남 주는 것도 아니지.’


“네! 알겠습니다!”


젠장, 이놈의 몸뚱이.

이제는 대꾸할 기운조차 없다.

이 청풍이라는 놈, 열다섯이면 알 건 다 아는 나이인데, 어찌 이리 맹물 같은 성격인지.

남한테 손해를 봐도 싫은 소리 한번 못 하는 위인 말이다.


응차.

물지게는 아이의 체형에 꼭 맞춘 듯 작았다.

괜히 힘을 주며 어깨에 짊어지니 가뿐하게 들렸다.

조심, 조심···.

간밤에 내린 눈이 비를 맞아 질척거렸다.


죽죽 미끄러지는 완전한 진창길이다.

몇 번이나 나뒹굴 뻔했지만, 나는 바닥을 기듯 위태롭게 걸음을 옮겼다.

수십 장을 내려가자, 옅은 안개 허리에 두른 천을진경궁이 보였다.

비에 젖어 유독 붉은빛을 띠는 건물.

그 위로 솟은 푸른 지붕이 꼭 괴물의 머리 같았다.


“거, 인상 참 더럽네.”


힐끔 남암궁 쪽을 일별한 나는 난간 옆 사잇길로 접어들었다.

이제부터는 더욱 조심해야 했다.


높낮이가 불규칙한 돌계단은 한 발만 삐끗해도 그대로 낭떠러지였다.


‘죽거나, 병신이 되겠지.’


등골이 식은땀으로 축축해졌다.

천마교주 시절에는 상상도 못 했던 생경한 감각에 짜증이 치밀었다.


“쳇. 정말 쓸모없는 몸뚱이로군. 고작 이런 길에 이리 힘이 들다니.“


*


그 시각, 남암궁.


“물이 떨어졌으니 너희가 가서 길어 오거라. 길이 험하니 주의하고. 이제 너희도 무당의 삼대제자이니, 한 사람의 몫을 다해야 한다. 알겠느냐?”

“알겠습니다, 스승님!”


스승 현우의 말에 세 소년이 이구동성으로 대답했다.

그들이 물지게를 챙기러 난간으로 나가다, 한 녀석이 장난스럽게 눈을 빛냈다.


“저 자식, 물 뜨러 가는 것 같지 않아?”


아래쪽 절벽 길에서 청풍이 물지게를 지고 비척대며 내려가는 게 보였다.

덩치가 곰 같은 청광이 입술을 비틀었다.


“흐, 마침 잘됐네. 본산제자인 우리가 직접 나서는 것보단, 저런 하인 놈을 부리는 게 당연하지.”


족제비처럼 생긴 청목이 맞장구를 쳤다.


“맞아. 그러라고 하인이 있는 거 아니겠어?”


말쑥한 얼굴의 청수가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우리 일까지 시키는 건 좀···.”

“야, 또 그놈의 측은지심이냐? 우린 무당의 대를 이을 제자고, 저놈은 허드렛일이나 하는 하인이야. 우리가 하인을 부리는 게 죄는 아니잖아?”


청광이 눈짓하며 앞장섰다.

세 아이는 서둘러 죽립과 도롱이를 걸치고 그의 뒤를 따랐다.


절벽 아래 깊은 계곡은 층층한 안개에 싸여 지척을 분간하기 어려웠다.

바위와 수목들이 어둑한 형체를 드러낸 사위는 싸늘한 냉기에 갇혀 몸이 절로 으스스 떨렸다.

그러면서도 이마에서 땀이 삐질삐질 솟는다.


“허억, 헉.”


숨이 턱 밑까지 차올랐다.

워낙 험준한 절벽길이라 의식할 새도 없이 살갗에 생채기가 나고, 베잠방이 한쪽이 찢어져 나부꼈다.


“젠장. 백오십 년 인생에 이게 무슨 꼴이야.”


불끈 화가 치밀었지만 큰 사고 없이 다 왔으니 그나마 다행인가.


“저기인가···?”


계곡으로 내려간 나는 우물처럼 동그란 샘물가로 가다가 고개를 갸웃하며 절벽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나도 모르게 발이 그쪽으로 가는 거다.

길은 끊긴 지 오래돼 흔적도 가물가물하고 버드나무가 우거진 절벽 아래다.

혀끝처럼 불쑥 내민 바위 밑으로 절로 눈이 갔다.


또로로, 또롱.


맑은 물방울이 떨어지는 소리가 옥구슬이 부딪는 것처럼 영롱했다.


‘거, 묘한데.’


바위 아래에 쪼그려 앉은 나는 눈을 가늘게 뜨고 절벽에 대롱처럼 튀어나온 구멍을 응시했다.

틀림없다.

물방울이 구멍 끝에 맺혀 손바닥처럼 둥글게 파인 암반에 떨어지고 있었다.

거기에 반쯤 물이 고여 있었고.

물을 보니 목이 말랐다.

나는 손으로 물을 담아 허겁지겁 벌린 입에 처박았다.


“여, 물맛이 그만인데?”


막힌 속이 뚫린 것처럼 시원하고 지친 심신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 같다.

묘한 물이었다.

약수···!

그렇긴 한데.


“쯧.”


더 마시고 싶은 마음이 사라졌다.

이 약수를 발견한 건 우연이 아니다.

어느 정도 약수가 고이는 시간에 맞춰 물을 떠오는 게 이 몸뚱이의 일과란 이야기겠지.


그러니까.

앞으로 계속 내가 그 짓거리를 해야 한다는 소리다.

이 혈천마가 말이다.

빌어먹을.


‘빨리 올라가자.’


비는 오락가락하며 그칠 줄 모르고 잠시 앉았더니 몸이 얼어붙는 것 같다.

서둘러 암반에 고인 물을 양쪽 물통에 담으니 겨우 반쯤씩만 찰랑댄다.


가만, 이 계곡이 불회곡이라고?

돌아갈 수 없는 곳이란 의미다.

누가 지은 것일까.

언제부터? 갑자기 계곡 이름이 떠오르는 이유는 뭐지.


젠장, 괜히 기분이 안 좋아진다.

몸뚱이가 너무 허약하니 생기는 일이다.


“쯧. 빨리 제대로 된 무공을 익히든가 해야지.”


일단은 이 몸뚱이에 맞는 심법부터 찾고, 단전과 경맥을 강화해야 한다.

그러고 나면 슬슬 내가 가진 신공들을 익힐 기반을 갖추게 되겠지.


‘이러고 있으려니 옛날, 내가 처음으로 보법을 익히던 시절이 생각나는군.’


넘어지고 자빠지고 깨지고 참 고생도 많이 했지.


길이라고 하기에도 애매한 산길을 오르며 옛날의 감흥이 되살아났다.

팔과 다리를 춤추듯 놀리면서.

처음 보법을 연마하던 그 시절로 돌아간 것 같다.

상체와 하체가 보조를 맞추고 팔과 다리가 박자를 맞추듯 흔들거렸다.

그렇게 걷는 동작이 어울리니 산길을 타고 오르는 발길도 가벼웠다.


흐응, 흐흐흥.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산길의 중간 등성이를 타길 한참.


“뭐 하는 놈들이지?”


해가 떠오르기 직전, 붉은 기운이 번져가는 여울 속을 튀어나온 듯한 세 명의 젖비린내 나는 말코 놈들.

삿갓과 도롱이 차림에 각자 목검을 든 놈들이 결코 호의적이지 않은 눈빛으로 날 쏘아보고 있었다.


“야, 가서 물이나 떠오는 건데. 왜 이렇게 늦어? 놀다가 왔냐?”

“어. 뭐야? 물통이 반밖에 안 찼잖아?”


새끼들이 목검으로 물통을 퉁퉁 건드리면서 시비를 건다.

두 놈이 떠들고 있다.

먼저 말한 놈은 청광, 그다음은 청목.

내 머릿속에서 청풍 놈의 기억이 발작하듯 떠오르고 있었다.


저 자식들, 청풍을 고양이가 쥐 잡듯 괴롭힌 놈들이다.

그랬던 놈들이 이제는 청풍이 된 날 괴롭히러 온 거고.

나는 어처구니가 없어 히죽 웃을 수밖에 없었다.


“왜. 내가 떠온 걸 너희가 뺏어 가려고? 그게 가능할 것 같으냐?”

“뭐?”


녀석들이 어안이 벙벙해진 얼굴로 저들끼리 쳐다본다.

무당파 말코 놈들 사이에서 나, 그러니까 이 청풍이라는 놈은 순박한 호구 그 자체였으니까.

내가 이렇게 반응하니 이게 도대체 뭔가 싶을 테지.


그러길 잠시.


“이 자식이 죽다가 살아났다더니, 미쳤구나.”


청광이 침을 찍 뱉으며 한걸음 다가왔다.


“사람 몰라보는 미친개한테는 몽둥이가 약이잖아. 나한테 맡겨.”

“알아서 해.”


청목의 말에 청광이 머리를 끄덕하며 옆으로 비켜섰다.

그러던 찰나.


“일단 좀 쳐 맞고 보자, 새끼야!”


청광이 바닥을 차고 뛰어오르면서 목검을 휘둘렀다.

난 놈의 동작을 주시했다.


막힘없이 쭉쭉 뻗는, 앞을 가로막는 게 있다면 설령 그게 태산이라 할지라도 그대로 부숴버리는 패도가 천마교 무공의 특징이다.

반면 무당파는 태극검 계열의 풍(風)검이 가볍고, 빠르며, 끊임없이 몰아친다면 대라검 계열의 운(雲)검은 무겁고, 느리면서 상대의 허허실실을 노린다.

놈의 검은 빠르기보다는 무게를 중시해서 한 방에 상대를 굴복시키는 운검!


“쯧, 개판이로군.”


저딴 게 무공을 익힌 놈의 움직임인가 싶다.


난 지게작대기를 짧게 쳐올리면서 위에서 떨어지는 목검을 맞이했다.


균형도 엉망, 기세도 엉망, 속도는 하품이 나올 정도로 느리다.

그런 상태로 휘둘러오는 청광의 목검을 가볍게 피하며 나는 팔꿈치로 놈의 명치를 쿡 찔렀다.


“끅.”


청광이 명치를 붙잡고선 땅에 쓰러졌다.

숨이 쉬어지지 않는다는 듯 목에서 끅끅대는 소리가 울렸다.


“이, 이런 개자식이!”


그걸 본 청목이 몸을 날렸다.

이번에도 엉망진창이긴 마찬가지다.


놈이 내 멱살을 붙잡겠다고 손을 뻗는다.

난 고개를 슬쩍 비키면서 지게 작대기로 놈의 목을 그대로 찔렀다.


“억!”


땅에 쓰러진 청목이 제 목을 부여잡고는 청광 놈이 그랬던 것처럼 꺽꺽 소리를 흘렸다.


“힘 조절해서 찌른 거야. 안 죽어. 엄살 부리지 마라.”


난 그러면서 저 앞에서 겁에 질린 얼굴이 된 또 다른 놈, 청수를 향해 시선을 옮겼다.

청광, 청목과 함께 나다니며 청풍을 무던히도 괴롭혔던 놈이다.

말리는 척하면서 상대를 골병들게 하는 여우같은 놈.

저놈을 보고 있으려니 청풍이 가졌던, 두려움과 함께 울분의 감정이 치솟는 느낌이다.


난 그런 놈을 향해 다가갔다.


“오, 오지 마. 오지 말라고!”


놈이 날 보고는 두려움에 가득 찬 목소리로 소리쳤다.

난 그 목소리를 깔끔하게 무시하며 손을 들어 놈의 뺨을 후려갈겼다.


짜악!


크으, 통통하게 살이 오른 놈이라 그런가.

뺨따귀 갈기는 소리가 찰진 게 손맛이 당긴다.

몇 차례 뺨을 후려치니 얼굴이 벌겋게 부은 놈이 눈물을 질질 흘렸다.


“앞으로 내 앞에서 개짓거리 하면 죽는다. 내 뒤에서 개짓거리를 해도 죽는다. 저놈들처럼 적당히 두들겨 패고 끝나는 게 아니라 정말로 죽는다. 이해했으면 고개 끄덕여.”


놈이 고개를 부산하게 끄덕였다.

눈망울이 애처롭게 흔들리고 있었다.


“새끼, 그 마음 잊지 말라고.”


난 그런 놈의 뺨을 살살 쳐주었다.

놈이 움찔 몸을 떨었다.


“다들 말이야. 가능하면 오늘 일 누구한테 이르지 마라. 창피하잖아?”

“네, 넷!”


녀석들이 거의 동시에 대답했다.

평소 무시하고 괴롭히던 하인 애한테 세 놈이 당했다.

소문이 나면 낯을 들고 다니기도 어려울 거다.


‘이 정도면 앞으로 까불지 않겠지.’


녀석들을 일일이 꼬아본 난 다시 물지게를 지다가 청수에게 고개를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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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 29. 마지막 기회 25.11.29 93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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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21화. 참초제근 25.11.21 135 4 11쪽
20 20화. 싸움은 직접 봐야 25.11.20 150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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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16화. 용두향 25.11.16 199 7 11쪽
15 15화. 인연이 닿았어 +1 25.11.15 220 8 10쪽
14 14화. 화혈빙목어 +1 25.11.14 213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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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12화. 상전벽해 +1 25.11.13 234 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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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10화. 반신반의 +1 25.11.12 247 7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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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화. 불회곡 +1 25.11.12 432 9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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