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로운 콜로세움, 될 놈의 퀘스트!
수호는 눈앞에 뜬 홀로그램 화살표를 따라 재빨리 걸었다.
그런데 스스로를 각성충이라 하던 남자가 졸졸 따라온다.
“저기, 선생님-! 혹시 저를 따라-?”
“선생님은 무슨? 춘배 형님이라 부르게. 보니 콜로세움으로 가는 것 같은데. 내가 또 선배로서 지도를 좀 해줘야지.”
“예? 전 괜찮은데.”
“그래? 내가 안 괜찮아서 그래. 얼른 가보지.”
수호는 몰랐다.
이것이 춘배의 생존 전략이었다.
그간의 실패율 덕에 D급 훈련 교관들과 시스템이 더는 성장 퀘스트를 주지 않았다.
남은 방법은 F급 훈련부터 새로 시작하거나, 아니면 이렇게 초짜들과 안면을 터놓고, 초짜가 성장하면서 얻는 파티 퀘스트에 슬쩍 끼어들어 가는 것.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모른다는 단점이 있지만,
같은 등급 놈들한테 파티 퀘스트에 넣어달라고 돈을 안 찔러줘도 되고, 조롱받지 않아도 되고.
초짜가 D급을 넘기 전까진 아는 척도 좀하고.
후다닥!
콜로세움 출입구 앞으로 먼저 뛰어간 춘배가 수호에게 손짓했다.
“달려와 보게. 이곳을 통과할 수 있다면 자넨 각성자가 된 것이네!”
뭐지 싶은 수호가 냅다 뛰어가 콜로세움으로 입성했다.
수호의 발이 콜로세움 출입구를 넘는 순간,
눈앞의 공간이 터지듯 열렸다.
“우와-!”
하늘은 인공의 푸른색, 지면은 황금빛 모래가 출렁였고,
곳곳에 각기 다른 시대와 문화가 맞물려 있었다.
거대한 철제 성문 위엔 중세 유럽기사단의 문장 같은 것이 새겨져 있었고,
그 반대편에는 목조 기와지붕 아래 고풍스러운 무관이 보였다.
멀리 보이는 탑 꼭대기에서는 번개가 쏟아지고,
그 너머 늪지대에선 모락모락 연기가 피어올랐다.
수호는 숨을 삼켰다.
“이래서... 엄마가 영화 세트장 같다고 했구나.”
그의 눈동자에 수십 개의 클래스 구역이 반짝였다.
마치 온 세상의 직업이 한 공간에 공존하는 살아있는 도감 같았다.
수호도 다른 비각성자들처럼 콜로세움 안 검투 시합장은 본 적이 있었다.
2년에 한 번 콜로세움 검투 시합장에서 벌어지는 국제 헌터 시합.
콜로세움의 퀘스트 중 하나로 국제 헌터 시합이 벌어지면, 마치 전 세계인들의 관람을 종용하듯 마법으로 콜로세움 외벽에 실시간 시합 영상을 상영했다.
일반인들은 정부에서 외벽 주변에 설치한 관람석에서 관람하거나 그 화면이 TV로 생중계되는 것을 시청해 왔다.
수호는 정말 영화 속에 들어온 기분이었다.
“어때? 멋지지? 나도 처음에는 내가 할리우드 주연 배우가 된 느낌이었지. 아직 놀라긴 이르네. 우선 저쪽-!”
춘배가 철갑 옷 문장이 박힌 벽돌식 건물을 가리켰다.
“저긴 기사 클래스네. 웹소나 영화 좀 봤나? 중세풍 기사들이라 할 수 있지. 저기-! 목조 건물은 동방 무사네. 저기- 탑 같은 건 마법사, 저기 성벽 출입문 보이나, 저기로 나가면 들판에 전사족. 그 너머 늪엔 주술사와 흑마법사. 그리고 힐러나 성직자는 죠오오오기- 신전 같은 건물...”
춘배가 의기양양하게 웃으며 사방으로 손가락질했다.
그때,
추적기의 화살표가 연이어 번쩍였다.
왠지 재촉하는 듯한데.
‘일단 원금 퀘스트부터... 구경은 나중에...’
“그럼 수고하세요. 전 볼일이 있어서요.”
수호가 춘배에게 인사하고 냅다 뛰었다.
“이보게! 아니 중요한 게-! 에이씨!”
춘배, 수호를 뒤쫓았다.
‘그런데 저 친구 뭐 저렇게 빨라?’
**
‘아델란 기사 훈련장’이란 푯말이 붙은 석조 아치형 출입구를 바라보고 멈춰 선 수호.
롱소드를 든 기사 훈련복 차림의 각성자들이 출입구를 나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불평을 쏟아냈다.
“숲이나 갑시다. 저 미친놈은 출입을 금지하던가 좀 하지. 교관들은 우리가 다치는 거에는 관심도 없나?”
“그러게요. 안 그래도 숙련도가 안 올라서 힘들어 죽겠는데.”
“됐어. 그냥 갑시다. 저 인생도 불쌍하지, 뭐.”
기사 훈련장을 나오던 각성자들이 무복을 입은 수호를 힐끗 보고 지나가는데.
왠지 머쓱한 수호.
눈치를 보다가 후다닥 출입구로 달려 들어갔다.
“어-! 이보게-! 신입!”
뒤늦게 달려온 춘배가 수호를 불러 세우려다가 멈춰서서 헐떡였다.
“옷이라도 좀 바꿔 입고 가지- 헉헉.”
춘배가 호흡을 몰아쉬며 천천히 발걸음 뗐다.
한편,
기사 훈련장 안으로 들어온 수호는 또 한 번 놀랐다.
밖에서 보기엔 기사 훈련장은 작은 단층짜리 건물이었는데.
안은 웬만한 야구 경기장보다 넓었다.
양쪽 담장 앞엔 기사 훈련복을 입고 대열을 맞춘 수십 명의 각성자들이 같은 동작으로 롱소드를 휘두르고, 철갑옷을 입은 훈련 교관이 대열 앞에 버티고 서 있었다.
훈련장 여기저기 소수의 각성자들이 모여 각자의 검술을 펼쳐보고 있었고,
그들 사이사이에 철갑옷을 입은 다른 훈련 교관들이 지나다니며 주시하고 있었다.
안을 훑어보던 수호의 눈동자가 한 곳에 멈췄다.
훈련장 끝자락 담장 앞.
스물 정도의 사람들이 구경꾼처럼 무언가를 보며 낄낄대는데.
구경꾼 무리 중앙을 가리키는 성호 각성자 추적기 화살표.
저벅저벅!
수호가 화살표를 따라 걸어 들어갔다.
첫 퀘스트라 긴장도 했었는데, 구경꾼들의 모양새가 이상하게 찜찜했다.
‘이럴 땐, 부동심!’
십무에 녹은 부동심법의 묘리를 떠올렸다.
이내 마음의 평온을 찾은 수호.
그런데,
다가갈수록 점점 크게 들려오는 짐승 같은 울음소리.
‘뭐지...?’
구경꾼들 사이에 다다른 수호가 갸웃하는데.
빙 둘러 구경하던 각성자들이 훌쩍-!
뒤로 신형을 날리며 물러났다.
그때,
수호의 시야를 꽉 채우는 짐승 같은 울음의 주인공.
“크크크- 아앙! ”
근육질의 한 남자가 입가에 침을 질질 흘리며, 칠흑같이 검은 기운에 휘감긴 검을 들고, 상체를 일으켰다.
입이 떡 벌어지는 수호, 저게 뭔가 싶은데.
괴물 같은 남자의 핏대 솟은 눈이 수호를 응시했다.
“크아악-!”
괴성을 지르며 수호에게 쇄도하는 근육질 남자.
아무리 봐도 제정신이 아닌 듯.
남자가 칠흑 같은 검은 기운이 일렁이는 검을 수호에게 내질렀다.
수호가 자기도 모르게 본능적으로 십무의 권각술을 펼치며 파고들려 하는데.
[특성 ‘무황의 길’이 깨어납니다.]
그리고 수호의 뇌리를 채우는 초월신의 음성,
“멈추어라. 폭주하는 상대의 기운에 말려드는 것은 하수다. 보아라, 보고자 하면 보인다.”
일순간 뒤로 물러선 수호, 십무에 녹은 통찰안을 떠올렸다.
부앙-!
허공을 가르고 지나가는 남자의 검.
무의식적으로 부동심법의 묘리까지 떠올린 수호.
시간이 멈춘 듯,
검은 기운에 감싸인 검이 다시 서서히 높이 들어 올려졌다.
희미하게 보이기 시작하는 근육질 남자의 마력 흐름.
그런데,
검에서 뻗어져 나온 검은 기운이 근육질 남자의 마력을 사슬처럼 칭칭 휘감고 있었다.
‘어? 저게 뭐야? 저 사람 심장하고 머리에...’
부동심법의 묘리까지 더한 수호.
퀘스트 내용을 떠올리며 저 흉측한 기운부터 근육질 남자에게서 떨어트려 놔야겠다고 결심했다.
결심과 동시에 십무의 보법을 떠올리며 파고드는데.
샤아악-!
쇄도하는 근육질 남자의 검.
검을 흘려낸 수호가 남자의 옆구리에 주먹을 질렀다.
펑!
남자의 근육질 몸통을 휘감은 검은 기운의 사슬 하나를 끊어낸 수호의 주먹.
동시에 휘청이는 남자, 하지만 이내 몸을 돌려 수호를 향해 다시 검을 내지르는데.
쾅!
수호의 돌려차기가 근육질 남자의 관자놀이에 꽂혔다.
남자의 머리로 이어진 검은 기운의 사슬을 부순 수호.
냅다 근육질 남자 가슴에 정권을 찔러넣었다.
파방-!
“큭!”
튕겨 나가는 근육질 남자.
상체를 파고든 십무의 충격에 검까지 떨구고 바닥을 나뒹굴었다.
오-!
수호의 몸놀림을 보던 구경꾼 각성자들이 감탄사를 내질렀다.
“이야- 성호충 한 방에 날리네. 좀 하는데? 누구야? 아는 사람?”
한 각성자가 주변 사람에게 수호의 정체를 묻는 듯했다.
“동방 무관에서 전직하러 왔나?”
“좀 하는데-! 어떤 교관이 받아주려나?”
이런저런 잡설이 오고 가는데.
휙! 휙!
바닥에 쓰러졌던 근육질 남자가 정신이 돌아온 듯 주변을 훑었다.
그의 이름 구동석,
B급으로 각성해 C급까지 전사족 클래스에서 훈련을 받다가 별안간 하급 신의 성호와 고유 아이템이 생기는 바람에 인생이 망한 각성자였다.
구동석은 당황했다.
“내가? 정신이 돌아왔다고? 어? 아직 스탯을 다 소모하지 않은 것 같은데?”
갑자기 눈물이 그렁해지는 구동석.
‘어?! 광룡 마검의 음성이 사라졌다! 드디어 광룡 마검의 기운을 내가 다스린 건가?’
별안간 본인의 몸을 훑어보는 구동석.
그때였다.
수호의 눈앞에 연이어 떠오르는 시스템 메시지.
[원금 상환 퀘스트 완료]
[상환 금액 : 50,000,000]
[잔여 채무 : 9,950,000,000]
[익월 적용 예정. 수고하셨습니다, 대리인님.]
“으아아-! 오천만 원!”
수호가 눈을 번쩍 떴다.
“됐다! 갚았다! 빚이 줄었다!”
방방 뛰며 외치는 그의 목소리가 훈련장 천장까지 울렸다.
“아싸-! 으아! 역시 난 될 놈이야! 될 놈! 로또라고! 뭐가 이렇게 쉬워? 어-?”
툭-!
방방 뛰던 수호의 발에 걸리는 구동석의 검.
수호가 무심결에 구동석에게 돌려주려고 바닥에 있는 검의 손잡이를 잡는데.
“끄악-!”
수호가 극심한 통증과 함께 검은 기운이 손으로 파고들며, 자신을 잠식하려 하자 검을 놓으려는데.
놔지지 않았다.
순간, 심장까지 파고드는 검은 기운.
“윽!”
이를 악다무는 수호. 바닥에 한쪽 무릎까지 꿇는데.
그 모습을 발견한 구동석이 벌떡 자리에서 일어섰다.
“광룡 마검을-?! 얼른 놔요-! 어떻게?”
희한하게 돌아가는 상황에 구경하던 각성자들도 수호를 보는데.
그들도 광룡 마검을 아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저 검은 고유 아이템이라 구동석 말고는 안 잡히는데. 어떻게 잡았지?’
구경꾼 각성자들 모두 같은 생각인 듯 서로를 보는데.
“으이이이이-! 씨”
검은 기운을 밀어내려고 악다구니를 쓰는 수호.
[특성 ‘무황의 길’이 깨어납니다.]
수호의 눈앞에 시스템 메시지가 떠오르고,
그의 뇌리로 벼락과 같은 초월신의 노성이 울렸다.
“꺼져라-!”
팡-!
수호의 전신에서 터져나가는 검은 기운.
털썩- 바닥에 쓰러지며 정신을 잃는 수호.
“이보게-!”
어느새 구경꾼들 사이에 섞여 있던 춘배가 놀라서 달려왔다.
너도나도 자리를 털고 떠나는 구경꾼 각성자들.
춘배와 구동석만이 쓰러진 수호를 어찌할지 몰라 우왕좌왕하는데.
기사 훈련장 담장 넘어 참관석.
아델란 훈련 총교관, 칼렌이 바닥에 쓰러진 수호를 바라보며 부관 한스에게 명령했다.
“한스, 저 각성자를 데려와라.”
“네? 단장님, 지금 혹시 각성자를 데려오라고 하신 겁니까?”
“두 번 말하게 하지 마, 한스.”
한스는 당황스러웠다.
그의 유일한 상관인 칼렌은 아델란의 기사 훈련을 모두 수료해 낸 각성자를 만나는 것조차 싫어했다.
한스가 믿기지 않는 명령에 의문을 품으며 걸어 내려가는데.
두 눈에 이채를 발하는 칼렌, 조용히 기절한 수호만 응시했다.
‘저자, 도대체 뭘 품고 있는 거지?’
칼렌의 시야로 보이는 수호의 몸에 일렁이는 공청주의 기운.
**
아델란 기사 클래스 본관 건물, 의무실.
수호가 미간을 좁히고 침상에 누워 있었다.
그 옆에 누군가의 눈치를 살피며 멀뚱히 선 춘배와 구동석.
굳은 표정의 한스가 팔짱을 끼고 의무실 문에 등을 기댄 채 수호를 응시하고 있었다.
‘기사 훈련소 서열 2위, 총교관의 부관 맞는데-?’
춘배는 신기했다.
등급 올리기에 거듭 실패하고 각성충 생활로 접어든 지 어언 3년 차.
이렇게 높은 자리에 있는 훈련 교관을 옆에서 직접 본 적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콜로세움의 훈련 교관이라 불리는 이들은 클래스를 막론하고 각성자들과 훈련과 퀘스트 전달 외에는 일절 말조차 섞지 않는다.
그나마 스킬에 관련된 질문이나 퀘스트에 관해서는 대화가 가능했다.
그런데 이렇게 높은 자리.
다른 훈련 교관들이 떠받드는 이들은 아예 근처에도 못 간다.
괜히 맴돌다가 다른 교관들에게 끌려 나간다.
슬쩍 말을 걸어 볼까 하고 고민하는 춘배.
번쩍!
수호가 눈을 떴다.
“휴-! 아이고- 고막 나갈 뻔했네.”
냅다 귀부터 만지작대는 수호.
“괜찮으십니까?”
구동석이 수호를 보고 다급하게 물었다.
“어? 오천만... 아니. 네, 전 괜찮아요.”
수호가 몸을 일으켜 침상에 걸터앉았다.
“누구-?”
문에 기댄 한스를 보고 당황한 수호가 물었다.
춘배가 나서려다가 한스의 눈치를 보고 입을 다물었다.
‘뭐야? 사람이 물었는데.’
“무복 입은 각성자, 따라와라.”
한스가 수호를 향해 말하고 돌아섰다.
“예? 어딜?”
수호가 묻는데.
들은 체도 안 하고 문을 열고 나가는 한스.
춘배가 재빨리 나서서 수호를 잡아끌었다.
“얼른 가보게. 저 교관 아주 높은 사람이네. 어서!”
“예?”
수호는 몰랐다.
총교관 칼렌이 최초로 먼저 만남을 제안한 각성자가 자신이었음을···
-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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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유쾌한 주말 되세요- 잘 부탁 드립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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