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나니가 돈 버는 재능을 못 숨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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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5.11.04 14:02
최근연재일 :
2025.12.09 01:48
연재수 :
25 회
조회수 :
383
추천수 :
39
글자수 :
125,899

작성
25.11.04 15:01
조회
80
추천
4
글자
6쪽

#001. (프롤로그) 미스터리 크로웰

DUMMY

"칼렌 크로웰?"


어둠 속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간신히 고개를 들었다. 검은 외투를 입은 남자였고, 달빛에 반사되는 칼날은 저항 의지를 꺾어버렸다.


"···누구냐."

"카이. 기억해둬라, 네 목숨을 거둔 자의 이름이다."


도망칠 힘도, 저항할 의지도 없었다.

오늘이 마지막 날이라는 걸 이미 알고 있었으니까.


"왜···. 우리 가문을."

"카이사르가 보냈다. 그게 전부다."


카이사르.

그 이름만으로 모든 게 설명됐다.


"빌어먹을."


친구라고 불렀던 남자. 함께 술잔을 기울이며 미래를 꿈꾸던 남자. 그가 우리 가문을 파멸로 몰아넣었다는 사실이 비웃음만 나왔다.


"고통은 없을 거다."

"자비라니···?"


웃음이 새어 나왔다.

오늘 아침, 집사가 떨리는 손으로 서류를 내밀었을 때의 일이 떠올랐다.


"9,091 금화, 3개월 연체입니다."

"···알고 있네."


아버지의 목소리는 이미 죽은 사람처럼 공허했다.


"이번 달도 못 갚으시면 크로웰 가문은."

"끝이지."


그날 밤, 암살자들이 왔다.

비명이 저택을 가득 채웠다. 어머니의 목소리는 힘을 잃어갔고, 릴리아의 울음소리를 달래줄 부모는 차갑게 식어있었다.


"칼렌···. 도망쳐라···."


하지만 나는 도망치지 않았다.

아니, 사실 도망칠 수 없었다.


"오빠 때문이야."


죽어가던 릴리아가 던진 마지막 말에 양심의 가책을 느껴버렸다.


"오빠가···제대로 했더라면."


맞는 말이었다.

망나니. 도박과 술에 빠져, 가문의 재산을 탕진한 쓰레기. 그게 나였으니까.


"다 내 탓이지."


마침 칼날이 목에 닿았다.

나는 눈을 감았다.


‘만약···.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미련한 인생에 종지부를 더는 거부하지 않았다.


“카이사르 에버하르트.”


모든 걸 빼앗아간 녀석들에게 빼앗기지 않았던 유일한 아티팩트 하나가 주머니에 있었으니 손으로 어루만지며 이름을 불렀다.


“그게 네 마지막 말이냐.”


카이라 부르던 이는 칼날을 눈여겨본 채 내가 죽을 시간을 맘대로 가지고 놀고 있었지만.


“···역시 죽여버리고 싶네.”

“뭐라?”

“카이사르···에버하르트 이 빌어먹을 새끼.“


잡고 있던 아티팩트를 쥐고 주머니에서 꺼낸 채 직접 죽기를 작정했다.

날카로운 칼날을 들고 있던 카이의 어깨를 빠르게 잡으며 차가운 날붙이를 내 복부에 밀어넣었다.


“오···빠!”


릴리아의 마지막 대답이 들리며, 그제야 나는 눈물을 흘렸다.

망나니 인생 최초로 내가 내리고 실행한 결과는 바로 카이사르의 이름을 복수로 간직한 채 원하는 죽음을 맞는 것.


털석-


유난히 차가웠던 방바닥에서 나는 눈을 뜨지 않았다.

그게 마지막 감각일 줄 알았다.


***


끼익-


뜬금없는 귀에 익은 소리에 눈을 떴다.


"···?"


천장이 보였다. 금이 간 회반죽, 낡은 샹들리에.

10년 전, 아직 가문이 완전히 무너지기 전의 내 방이었다.


"이게 무슨···."


손을 들어 얼굴을 만졌다.

따뜻했다. 숨을 쉬고 있었다. 심장이 뛰고 있었다.


"살아있어?"


미친 듯이 일어나 거울로 달려갔다.

더 어리고, 상처 없고, 살아있는 내 얼굴은 아편이 찌들기 전 말랑한 피부를 자랑했다.


"회귀···. 했다고?"

-지잉


그때 손목이 뜨거워졌다.


"으윽!"


내려다보니 낡은 회중시계가 손목에 채워져 있었다.

창고에서 본 적 있는 물건. 아버지가 "절대 만지지 마라"고 했던 그 시계.


"이게 왜···."


타는 듯한 열기가 팔을 타고 올라왔다.

시계 문자판이 핏빛으로 물들더니, 숫자들이 미친 듯이 돌아갔다.


[7]


그 순간, 목소리가 머릿속에 울렸다.


[ 7일. ]

"누구냐!"


주위를 둘러봤지만 아무도 없었다.

오직 시계만이 붉게 빛날 뿐이었다.

시계를 떼어내려 했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마치 살에 박힌 것처럼 떨어지지 않았다.


[ 네가 원하는 자들을 무너뜨려라. 그것이 너의 탐욕이다. ]

"내가 무슨 욕망을!"

[ 욕망에는 대가가 따르는 법이다. ]


여제의 웅장한 목소리에 심장이 멎었다.


"대가라고?"


시계가 더욱 뜨겁게 달아올랐다.

피부가 타들어 갔지만, 놓을 수 없었다.


[ 너의 수명. 7일. 탐욕을 가장한 소원에는 별도의 대가가 필요하다. ]

"일단 7일 후엔?"

[ 죽음. ]

"복수를 못하면?"

[ 역시 죽음. ]


손이 떨렸다.

"···미친."


[ 성공한다면, 새로운 복수자를 특정하기 까지 제약은 없다. ]


초침이 한 바퀴 돌았다.

"순서가 있다는 거냐? 그럼 지금 내가 복수할 첫 대상의 이름은 뭔데."


눈앞에 이름 하나가 떠올랐다. 여제는 필요한 대답 외에 일일이 대답해주지 않았다.


[ 베르트람 ]

"베르트람, 그 놈부터 인가."


10년 전 오늘. 베르트람이 우리 상단의 노동자들을 선동하기 시작한 날. 그때 내가 도박장에 빠져 있는 동안, 아버지는 홀로 대응하다 실패했다.


[ 7일 안에 무너뜨려라. ]

"그럼 다음은?"

[ 그리고 또 7일. ]

"결국 끝없이 복수하다 죽으라는 거군."

[ 네가 선택한 탐욕이다. ]


맞는 말이었다.

이를 악물 수밖에 없었다.

빌어먹을 카이사르의 이름이 날 미치게 만들었다.


"좋아."


시계를 움켜쥐었다.

피부가 타들어 갔지만 놓지 않았다.


"계약한다."

-째깍

[ 계약 성립. ]


초침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시계 문자 판에 글자가 새겨졌다.


[ 복수 대상: 베르트람 ]

[ 남은 기한: 6일 23시 59분 ]


시간은 흐르고 있었다.

"베르트람."


창문을 열어젖혔다.

새벽 공기가 폐를 채웠다.


"첫 번째 제물은 네가 되겠군."


거울 속 내 얼굴은 더이상 망나니가 아니었다.

망나니 칼렌은 죽었다.


이제 남은 건, 복수귀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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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018: 오랜 꿈이 단번에 이뤄지더라(1) 25.11.27 7 1 9쪽
17 #017: 또 무슨 짓을 벌이는 걸까···. 25.11.26 8 1 12쪽
16 #016: 나도 마냥 바보는 아니지 25.11.25 10 1 10쪽
15 #015: 복수와 생존 그 사이 25.11.24 9 1 9쪽
14 #014. 넘어야 할 산은 어디든 존재한다 25.11.21 8 1 10쪽
13 #013. 기막힌 운도 사업의 일환이니까(2) 25.11.20 8 1 11쪽
12 #012. 기막힌 운도 사업의 일환이니까(1) 25.11.19 8 1 11쪽
11 #011. 그래, 오직 돈. 25.11.18 10 1 13쪽
10 #010. 죄책감이라는 리스크 25.11.17 10 2 11쪽
9 #009. 바꿀 수만 있다면 25.11.14 11 1 13쪽
8 #008. 죄책감이라는 리스크 25.11.13 11 1 10쪽
7 #007. 벌레는 밟히기 전까지 꿈틀거린다 25.11.12 14 1 10쪽
6 #006. 확 저질러버려! 25.11.11 15 2 15쪽
5 #005. 행동보다 말이 앞서는 적응기 25.11.10 16 2 10쪽
4 #004. 자기소개 정도는 해야지 25.11.07 24 3 9쪽
3 #003. 절망과 망상의 중간지점 25.11.06 37 4 14쪽
2 #002. 군자의 복수를 단 하루로 실현해주지 25.11.05 46 3 15쪽
» #001. (프롤로그) 미스터리 크로웰 25.11.04 81 4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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