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4. 자기소개 정도는 해야지
어느새 릴리아와 함께 마차를 타고 다니길 사흘이나 흘렀나.
어머니를 향해 두 손을 모으며 진심을 보인 결과 릴리아를 보좌하는 식으로 말이 맞춰졌다.
”슬슬 도착이려나.“
“와아···.”
에버하르트 가문의 초청으로 직접 마차를 타고 제국의 수도 아르티잔을 찾아왔다.
잘 관리된 마차 길 주변으로 멋들어진 복장을 한 신민들의 존재가 눈에 띄었다.
“오빠는 수도 한번 와본 적 있어?”
“딱···한번?”
대륙을 가로지르는 광활한 영토와 수많은 괴뢰국, 그리고 식민지를 가진 태양의 제국.
몇 년 후 일어난 산업 혁명의 본고장이기도 한 조국의 수도 아르티잔, 모든 세계의 경제와 사회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무대였다.
-끼릭···
“곧 도착인가.”
제국은 자신들의 짧은 역사를 휘황찬란하게 만들기 위해 수도를 금으로 색칠해버릴 작정일 테다.
“···하.”
물론, 귀족들이 얼마나 황제의 말을 들어줄 지는 모르겠지만.
지끈거리는 머리에 나는 눈을 감고 이마를 손가락을 눌렀다.
‘기한은 언제까지 남은 거지?’
[ 남은 기한 : 1일 11시 33분 ]
분명 저 시간이 지나면 난 죽어버리고 말 텐데, 아예 연회 행사를 망치기에는 아직 용기가 나지 않았다.
“어디 아픈 거야?”
“아무것도···.”
기분전환을 위해 고개를 바깥으로 돌렸다. 움직이는 마차 주변에 있던 먼지 쌓인 옷을 입은 애 하나를 보자.
탁-
문을 열고는 소리쳤다.
“여긴 신문 가격이 얼마나 되지?”
바쁘게 신문을 나르며 뜀박질을 하던 꼬마는 손가락 5개를 전부 올려버리며, 내 눈을 의심하게 만들었다.
“···그렇게나 비싸?”
·········
-촤락
비싼 돈을 무릅쓰고 마차에서 신문을 전달 받았다.
“역시 수도라 신문 크기도 크네.”
신문을 펼친 채로 잠시 머리를 식히기 시작했다.
“뭐야 분위기 있는 무게를 잡아야 할 이유라도 있는 거야? 또 이상한 망상에 걸렸어?”
여전히 날 망나니로 아는 여동생의 깐족거림을 겨우 참아내면서도, 흐릿했던 작은 글씨가 눈에 들어왔다.
“그냥 가만 두면 안 되냐. 심심해서 그러지.”
“뭐···그러신다면야. 네네-”
황성 일보라는 제국에서 잘 나가는 신문이어서 그런지 가격이 아까워 어떻게든 읽어버렸다.
“철든 척이라도 하는 게 어디야- 아주 갱생하셨네.”
“···한 번 더 놀리면 진짜로 입을 꿰매버린다.”
돌아가는 경제는 어떤지, 혹시 내가 모를 법한 정보에 힌트가 될만한 게 있을까···그리고.
-촤락
정확히 어느 시대에 회귀한 건지, 그것을 자세히 알아볼 겸. 두 눈을 부릅떴다.
조용해진 마차 안에서 종이 신문이 넘어가는 소리만 조용히 들려왔다.
바로 그런 때, 나는 신문에 적긴 기사 내용을 보고 쉽사리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뭐야, 뭔데-”
내 반응에 어지간히 신경이 쓰이던 릴리아는 곧장 손에 있던 신문을 갈취하여 글자를 빠르게 읽어나갔다.
“···오빠가 왜 여기까지 실려있어.”
[ 대륙 상인 연합의 길드장 베르트람의 최후 ]
베르트람이 오래 전부터 숨겨오던 자신의 범죄 이력과 귀족과 황실에 납품하던 최고급 비단의 원료를 속여왔다는 사실이 명백히 드러났다.
“아니···. 그보다.”
황실을 욕보이는 건 사형에 이를 수도 있는 엄청난 범죄였다.
베르트람의 비단 사업에 연관된 모든 사람들이 집무실의 문을 부셔 그를 처단했다는 내용이 적혀있었다.
“···미치겠네.”
“오빠가 베르트람을 직접 죽였다고?”
폭도들의 몽둥이질에 생을 마감한 베르트람의 죽음을 폭도를 이끈 내게 덮어 씌우며 기사를 자극적으로 쓴 것이다.
칭찬과 정의구현으로 글을 끝을 맺었으니, 곤란했음에도 나름의 위로가 되었다.
“아무리 우리가 당하고만 살았다는 건 알지만···. 그래도 오빠 이건-”
“···어차피 기자들이 사실만 전하는 것도 아니잖아.”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는 거야? 더는 평범하게 살지 못할 수도 있는데.”
베르트람의 악질적인 죄악으로 내가 정상참작을 받았다 사실 이외에 날 막을 건 없었다.
“일단 오늘 연회에만 집중해.”
“참나···.”
“···뭐, 틀린 말은 아닌 것 같기도 하고.”
릴리아는 신문 내용을 거부하지 않는 나는 두고 다시 거리를 두었다.
“오빠···.”
자칫 부정한 방법과 함께 살인마가 되어버린 기분이 들어서 그런가.
“내가 누굴 죽일 깜냥이 되냐고 진지하게 믿는 거야? 아니면 할 말이라도 있어?”
“···”
”크로웰 상단을 겨우 돌려 받아서 망정이지, 사실 그 전까지만 해도 우리가 가지고 있는 사업체는 하나도 없었잖아."
세상 사람들에게 나를 소개한 꼴이 되었으니 마음은 편치 않았지만, 내 손으로 되찾은 보물의 가치를 모르는 릴리아가 밉기만 했다.
“그건···그렇네, 미안.”
나는 마차 안 창문에 얼굴을 기댄 채로 혼잣말을 뱉었다.
이따위 신문이 수도 전체에 퍼진 거라면 분명 에버하르트의 계략에 걸려든 셈이라 예상이 갔다.
탐욕의 아티팩트에 대한 정보를 노출 시켜버렸을 수도 있었다.
‘하필이면 에버하르트가 그토록 원하는 아티팩트를 장착하고···. 이런 기사까지 떴으니.“
그 걱정에 손목시계로 변화한 탐욕의 아티팩트를 지긋이 바라보고 있었지만,
-틱
오후 6:29분을 향하던 시계의 초침 소리만 내게 들려올 뿐이다.
’제 발로 덫에 걸려든 셈인가.‘
***
에버하르트 가문의 당주 카이사르의 이름으로 오는 편지와 함께 귀족들의 연회를 이끌어왔다.
”크로웰 가문의 칼렌 님과 릴리아 님께서 도착하셨습니다.“
그저 카이사르의 맘대로 진행된 행사에 가까웠지만, 제국에 소속된 귀족이라면 카이사르 공작의 자리를 함부로 피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것을 기회로 자본을 받아 가문을 일으켜 세우기도 했다.
”꿀꺽-“
우리는 도착한 거대한 건물의 앞에 깔린 빨간 카펫을 밟았다.
”릴리아, 내 말 명심해.“
”···알았다니깐.“
일전에 읽었던 신문은 마차 구석에 내팽개치고는 우리 둘은 먼저 소식이 나올 때까지는 입을 다물기로 합의해야만 했다.
”내가 모를 리가 없잖아. 혼자 아는 척하지 말라고.“
아무리 아직 성인이 아닌 릴리아라 하더라도, 몸이 쇠약한 부모의 밑에서 망나니였던 오빠를 두었으니, 철이라면 일찍이 들었으니까.
”하튼···일을 저지를 줄만 알지. 미치겠네! 정말.“
”···“
나는 빅토리아 풍의 청록색의 코트의 결을 손으로 대충 살리며, 거대한 입구를 향했고,
”우리는 참석만 하면 되는 거였으니까, 오빠나 조심해.“
노란색과 하얀색이 섞인 꽃 수선화를 닮은 드레스를 입고 뒤로 머리를 묶었던 릴리아는 손에 낀 장갑을 새삼스레 당겼다.
”어쨌든 같이 온 것만 해도 든든하니까.“
여태 가망이 없었던 날 두고 부모님과 함께 에버하르트의 연회에 참여한 전적이 있던 릴리아이기도 했으니,
”뭐, 어떻게든 흘러가겠지.“
연회장을 처음 오게 되어 긴장에 떨었던 나보다 더 강인해 보였다.
”···그래. 그냥 가만히 있던지 하라고.“
***
이 모든 걸 지켜보고 있던 카이사르는 조용히 들고 있던 시가를 입에 가져다 댔다.
”후우-“
성대한 연회의 시작 선언 전, 시가의 맛있는 향기를 입에 머금고 그것을 충분히 즐기며 도시의 외관을 보고 있던 참이다.
”칼렌.“
크로웰 가문의 장남인 칼렌을 기다리기 위해 창가 자리에 의자를 두고 앉아있었다.
”릴리아 그년이라면 결혼으로 묶을 수 있다만, 변수가 생길 줄이야.“
그의 다른 손에는 황성 일보의 신문이 잡혀있었다. 카이사르도 베르트람의 죽음을 예상하지 못한 듯.
”가뜩이나 지금 황제의 시선에 사로잡히면 곤란한데 말이지.“
빠르게 꼬리 자르기를 실패했으니, 이번 행사에 잠입한 제국의 졸개들을 함부로 막을 수 없었다.
”이번 파티는 꽤 심심하겠군.“
부전자전으로 아버지의 성격을 빼닮았으니, 덕분에 황제의 얼굴에 침을 뱉을 왕족의 자존심이 타고났다.
가문의 당주인 카이사르는 여전히 패배한 역사에 등장했던 거대 왕국의 왕족이었고 특별한 피가 흐르는 존재였다.
”···“
제국은 그저 아티팩트를 통한 전쟁과 약탈로 겉으로 화려해 보일 뿐이라는 걸 알았으니까.
실상은 빈약한 경제를 키워내기 위해 자신들이 겁탈한 왕국의 귀족들에게 손을 내밀어 자본과 능력을 뽑아 먹는 아이러니를 카이사르는 알고 있었다.
”슬슬 나가볼까.“
이미 제국의 모든 시스템에 영향을 끼치고 있으니 그걸 모를 리가 있나.
”한번 말이나 나눠봐야지, 칼렌.“
엄청난 재물과 인맥이 이미 손에 있던 카이사르는 거침없이 아티팩트를 쓸어모을 것이다.
-쓰윽
카이사르가 크로웰 가문의 장남을 굳이 찾아 떠나는 이유는 사실 단순했다.
”만약 베르트람을 아티팩트로 제거했다 치면 이야기가 빠르지.“
역사적 가치가 있는 아티팩트를 수집해온 오래된 가문이었기 때문이다.










Comment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