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물리)는 오늘도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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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은재
작품등록일 :
2025.11.05 12:35
최근연재일 :
2025.12.23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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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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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11.20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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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 라무르의 메이스

DUMMY

성벽 위에 서 있던 노전사, 하다스 성의 경비대장 사무엘은 지평선을 향해 눈살을 찌뿌렸다.


사무엘의 눈에 들어온 지평선은 기이하게도 곧은 수평선이 아니었다.


지평선은 파도치듯 꿈틀거리고 있었다.


그러나 이 성은 바닷가에 있지 않았다. 파도치는 바닷가였다면 지평선이 아니라 수평선이라고 했을 것이다.


“제기랄!”


무한히 파도치던 지평선을 바라보며 비통한 표정을 짓고 있던 사무엘의 입에서 욕지거리가 튀어 나왔다.


“[사제단]은 아직이냐?!”


“네, 경비대장님! 조금 전 하다스 영지를 지났다는 연락이 왔으니 곧 도착할 것 같습니다.”


“곧이라고? 빌어먹을! 곧 도착한다는 게 당장일지 내일일지 누가 아느냐!”


사무엘은 부관을 향해 신경질적으로 내뱉었다. 그는 다시금 성벽 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굽이치는 무언가의 파도는 성벽과 가까워지고 있었다.


“라일라, 조명탄을!”


어두워 제대로 보이지도 않는 곳을 무시무시한 눈으로 바라보던 사무엘은 성의 유일한 마법사 라일라에게 명령했다.


“네, 대장님!”


라일라는 대답과 함께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고, 이내 성벽 위로 백색의 조명탄이 날아갔다.


피유유-


퍼버벙!


요란한 폭발음과 함께 백색의 조명탄이 공중에서 터지자 일순간이지만 성 주변 일대가 환해졌다.


사무엘은 환해지는 찰나의 순간을 놓치지 않기 위해 시선을 한 곳에 고정하고 있었다.


그리고 조명탄의 빛과 함께 땅 위로 파도치는 무언가가 눈에 들어왔다.


“으아아아! 좀비다!!!”


사무엘은 자신이 본 것이 정확한지 의심할 필요가 없어졌다. 성벽 위에 있던 병사 하나가 비명과 함께 주저 앉으며 그것의 정체를 확신시켜 주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좀비였다. 정확히는 좀비와 스켈레톤으로 이루어진 언데드 무리였다.


수백, 수천의 언데드 무리는 기묘한 걸음걸이로 성벽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무수한 언데드 무리의 움직임은 어두운 밤 제한된 시야에서는 파도로 착각할 만 했다.


언데드들과 남은 거리는 약 300m 전후. 언데드가 달릴 수 없다는 것은 다행이지만, 곧 있으면 성벽에 당도할 것이다.


그리고 이런 작은 시골 영지에는 수천의 언데드 떼를 막아낼 병력이 있을 리 만무했다.


성의 경비대장인 사무엘은 전쟁도 경험해 본 경험 많은 전사였으나 지금은 동네 불량배들이나 혼내주는 정도였고, 이 성의 유일한 라일라의 최대 업적은 조금 전의 조명탄이었으니 성의 전력은 알 만 했다.


언데드는 해가 뜨면 움직이지 못하니 성벽을 방패 삼아 해가 뜰 때까지 수성전도 고려했으나 이내 생각을 접었다.


경비대라고 해봤자 채 백명도 되지 않는데다가 그 마저도 오합지졸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사무엘이 믿는 구석은 부관에게 행방을 물은 ‘사제단’이었다. 이 상황을 타개할 만한 방법은 오늘 새벽같이 파견을 요청했던 정의의 신 라무르를 섬기는 라무르교의 사제단뿐이었다.


그 때 였다.


“대장님, 사제단입니다! 사제단이 도착했습니다!!”


“뭐라고?! 사제단은 어디 계신가!”


한 병사가 계단을 달려 올라오면서 외쳤다. 그는 숨을 지상부터 성벽 꼭대기까지 한달음에 달려온 탓에 가빠진 숨을 고르며 사무엘의 물음에 답했다.


“헉..허억.. 조금 전.. 허억.. 남문으로 도착해서.. 헉.. 바로 문제의 동문으로 향했습니다.”


사무엘은 황급히 성벽 난간으로 다가가 성벽 아래를 내려다 보았다.


끼이이익


듣기 싫은 마찰음을 내며 거대한 성문이 열리고 있었다.


“이런 머저리같은! 누구 맘대로 문을 여는 것이냐!”


사무엘은 성벽 아래를 향해 고래고래 소리질렀다.


“하지만 도착한 사제들께서 바로 성문 밖으로 나가신다고”


“이런 오합지졸 같으니! 누가 너희 상관이고 대장이냐! 지금 밖에 상황이 어떤 줄이나 알고 있는 거냐 이 빌어먹을 머저리야!”


사무엘은 분개하며 사제단의 도착을 알린 병사를 향해 역정을 내고 있었다.


“성벽으로 접근 중인 언데드가 못 해도 천 단위 넘는다! 그 뒤로 언데드가 얼마나 더 있을지 모르는 상황인데 다짜고짜 문을 열어?!”


수천의 언데드가 접근 중이라는 이야기를 듣자 병사의 안색이 새하얗게 질리기 시작했다.


“아무리 라무르의 사제들이라고 해도 수천의 언데드는 무리다! 어서 문을 닫으라고 전해! 어서!”


“네, 네!!”


하얗게 질린 병사는 사무엘의 역정에 황급히 대답하고는 다시 계단을 내려가려고 돌아섰다.


“사제단은 몇이나 왔지? 수십이 와도 턱 없이 부족할텐데.”


병사는 등 뒤로 들려오는 사무엘의 물음에 발걸음을 멈추고 돌아서서 답했다.


“3명입니다.”


다시금 사무엘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사무엘은 목구멍으로 욕지거리가 넘어오려는 것을 참으며 재차 물었다.


“세 명이라고?”


병사는 이를 악문 채 무시무시한 표정으로 물어오는 사무엘의 얼굴을 보며 차라리 언데드 앞에 던져지는 것이 덜 무서울 것이라고 생각했다.


“네..네! 단 세 명이었습니다.”


“이런 빌어먹을! 이런 시골 영지는 어찌되든 상관없다는 거냐! 라무르교 사제단이라고 영주놈들과는 다를 거라 생각했는데!”


생각지도 못했던 사제단의 인원수를 들은 사무엘은 분개하여 성벽 난간을 주먹으로 내리쳤다. 금속으로 된 건틀릿과 성벽의 벽돌이 기분 나쁜 마찰음을 일으켰다.


그러나 사무엘은 개의치 않고 계속해서 열불을 내고 있었다.


끼이이익. 쿵!


다시금 성벽의 문이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이어지는 둔탁한 충격음은 문이 닫힌 것을 의미했다.


사무엘은 황급히 성벽 아래를 내려다 보았다. 성벽 아래에는 병사의 말대로 세 명의 사람이 서 있었다.


조금 특이한 것은 사제단임에도 사제복이 아닌 갑옷으로 무장하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기사들처럼 무거운 중갑 갑옷은 아니었지만, 성벽 위의 횃불이 미약하게 반사되는 그것은 분명 금속으로 된 갑옷이었다.


어느새 언데들은 100m 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사무엘은 세명의 사제와 가까워진 언데드들을 번갈아 보며 일이 아주 잘 못 되었음을 느끼고 있었다.


‘제길. 그냥 나라도 떴어야 했어. 무슨 기대를 한 거냐.’


사무엘은 한 손은 난간에 기댄 채 한 손으로 양 관자놀이를 짚고는 고개를 저었다. 그의 모습에서는 체념이 느껴졌다.


“대, 대, 대장님! 저것 좀 보십시오!”


사제단의 소식을 알린 병사가 눈 앞에 펼쳐진 놀라운 광경에 말을 더듬으며 사무엘을 불렀다.


사무엘은 머저리가 이제는 말도 제대로 못한다고 생각하며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그 역시 그 머저리 병사처럼 말을 더듬었다.


“이, 이게, 이게 무엇이냐?”


사무엘의 눈 앞에, 정확히 성벽 너머로 황금색 빛무리가 일렁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 빛은 성벽 아래의 한 사제로부터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그 사제로부터 뿜어져 나와 성의 동문 쪽 성벽을 감싸고 있는 큰 빛은 마치 아주 거대한 방패 같았다.


그러나 이어지는 광경에 사무엘은 더듬을 말조차 하지 못했다. 눈 앞에 펼쳐지는 비현실적인 상황을 턱이 빠진 듯 입을 커다랗게 벌린 채로 다물 생각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황금색 빛무리가 성을 감싸자 다른 한 사제가 앞으로 나섰다. 그는 세 사제 중에서 가장 키가 컸다. 그리고 그의 등에는 그의 키만한 거대한 메이스가 달려 있었다


은백색의 메이스는 기둥 중간중간 연결부가 황금빛이었고, 끝에 달린 추는 육각형 모양으로 각 모서리에는 역시 황금빛의 날붙이 같은 돌출물이 있었다.


메이스는 자체적으로 빛을 내는 듯이 어두운 밤에도 불구하고 그 영롱한 자태를 성벽의 모두에게 드러내고 있었다.


그는 등 뒤에 매달려 있던 메이스 손잡이를 잡고는 하늘을 향해 메이스를 높게 치켜 들었다.


순식간에 성벽을 감싸고 있는 빛과 같은 황금색 빛무리가 메이스에서 뿜어져 나와 메이스를 들고 있는 사제를 뒤덮었고, 허공으로도 계속해서 뿜어져 나갔다.


메이스에서 뿜어져 나온 빛은 순식간에 갈무리 되더니 한가지 모양을 띄었다. 빛의 근원인 메이스와 똑같은 형태의 황금빛으로 빛나는 3m짜리 빛의 메이스가 되었다.

“라무르의 메이스..”


성벽의 병사들은 놀라움으로 인해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 앉은 병사들 중에서 한 병사가 나지막하게 말했다.


“라무르의 이름으로!”


메이스를 들고 있던 거구의 사제는 영창과 함께 메이스를 앞으로 내리쳤다. 정확히는 3m 짜리 빛의 메이스를 휘둘렀다.


쿠우우우우!


콰아아아앙!


휘둘러진 빛의 메이스는 강렬한 충돌음을 내며 대지와 맞닿았고, 이내 성을 날려버릴 듯한 거대한 폭발음을 내며 말 그대로 대지를 터뜨려 버렸다.


빛의 메이스가 땅에 닿으며 만들어진 아침을 연상시키는 빛의 폭발은 맹렬한 기세로 연쇄적으로 폭발을 일으키며 순식간에 수천의 언데드 무리를 집어 삼켰다.


그 결과 언데드 무리가 다가오던 동문 앞 대지는 농부가 농작물을 심기 위해 밭갈이를 해놓은 것처럼 흙과 나무 뿌리가 뒤섞인 채로 그 속을 드러내고 있었다.


사무엘을 비롯한 성벽의 병사들은 폭발의 여파로 뒤로 나뒹굴었다. 제일 먼저 정신 차린 사무엘은 성벽 난간으로 달려가 상황을 파악하려고 했다.


“제길! 아무것도 보이지 않잖아. 라일라! 조명탄! 어서!”


아침이라는 착각이 들 정도로 환하게 폭발을 일으켰던 빛에 익숙해져 있던 탓에 다시 어두워진 시야에서 사무엘은 상황을 파악할 수 없었다.


정신차리지 못하는 라일라에게 욕을 퍼부어 줌으로써 조명탄을 쏘게끔 하는 과정을 거친 후 사무엘은 폭발의 결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라무르시여..”


여태껏 욕지거리를 뱉어오던 입으로 신의 이름을 불렀다. 아니 부를 수 밖에 없었다. 그가 목도한 광경은 그로 하여금 신에 대한 경외감을 가지게 했기 때문이었다.


폭발로 인한 흙먼지가 가라 앉자 사무엘은 한 걸음에 계단을 내려가 지상에 동문 앞에 도착했다.


빛의 방패 덕분인지 상당한 규모의 폭발인데도 성벽에는 피해가 전무해 보였다.


“감사합니다, 사제님. 저는 이 성의 경비대장 사무엘이라고 합니다. 사제님들 덕분에 영지민들의 안전을 지킬 수 있었습니다.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사무엘은 옥상에서 거친 언행을 보이던 사람과 동일인이 맞나 싶을 정도로 정중한 태도로 사제들에게 고개를 숙이며 감사를 표했다.


“아닙니다. 저희는 라무르 님의 뜻을 행했을 뿐입니다.”


동문 앞 일대를 날려버린 거구의 사제가 성호를 긋고 미소 지어 보이며 화답했다.


20대 중후반의 청년으로 보이는 그는 190cm에 달하는 키와 그에 걸맞는 다부지고 단단한 건장한 체격을 가지고 있었지만, 선한 얼굴이 체격과 달리 부드러운 인상을 주었다.


“사제님께서는 라무르가 보내주신 하다스 영지의 구원자이십니다. 혹시 사제님의 이름이?”


“라무르님의 종, 키에르입니다.”


사제의 이름을 들은 사무엘은 무례하게도 사제의 얼굴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키에르 사제라면··· 라무르의 메이스..? 라무르의 메이스, 키에르 사제십니까?”


키에르 사제는 무례한 사무엘의 언행에도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과분한 호칭입니다. 그저 라무르의 사제 중 한 명입니다.”


턱이 빠져라 입을 벌리고 있는 사무엘은 옥상에서 보여주었던 얼빠진 모습을 한 번 더 보여주고 있었다.


- 다음 화에 계속



작가의말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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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23화 - 치유하는 빛 +2 25.12.10 10 4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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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20화 - 재앙의 봉인 +1 25.12.07 11 4 15쪽
20 19화 - 동부교구의 재앙 +3 25.12.06 17 3 14쪽
19 18화 - 두 개의 서류 +2 25.12.05 13 4 14쪽
18 17화 - 폭죽놀이의 흔적 +2 25.12.04 12 4 13쪽
17 16화 - 대성일 축제의 폭죽놀이 +2 25.12.03 13 4 14쪽
16 15화 - 세가지 벌 +1 25.12.02 17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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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13화 - 반가운 얼굴 +2 25.11.30 15 3 11쪽
13 12화 - 성물의 수호자 +2 25.11.29 19 3 14쪽
12 11화 - 잊혀진 고대 신전 +1 25.11.28 21 4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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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6화 - 동부교구의 다니엘라 +2 25.11.23 34 5 15쪽
6 5화 - 하다스의 구원자 +1 25.11.22 37 4 15쪽
5 4화 - 하다스 영지로 25.11.21 55 4 12쪽
4 3화 - 햄프턴 영지 실종사건의 전말 25.11.21 65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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