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했는데 취미생활로 너무 유명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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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민
작품등록일 :
2025.11.06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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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11.10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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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으로 돌아가다.

DUMMY

서른여덟 하도운.


어찌 보면 젊었고 다르게 보면 살 만큼 살았다.


나는 밀려드는 고통을 참으며 잇새로 중얼거렸다.


"끝까지 힘든 삶이네. 이럴 줄 알았으면 막 살 걸 그랬나 싶다······."


나는 범재와 수재 그 사이 어딘가로 태어났다.


[교내 백일장 최우수상 : 하도운]


그러나 교외로 나가는 순간 장려상에 그치는 흔하디 흔한 학생.


‘와, 하도운 미쳤네! 또 골이야!’


같은 학년에서 축구로는 적수가 없었지만, 운동으로 업을 삼을 수는 없는 딱 그 정도의 재능.


음악을 좋아해서 많은 악상이 떠오르곤 했으나 완성된 음원으로는 만들지 못하는 사람.


만화에 심취해 캐릭터를 따라 그려보곤 했지만, 옷주름을 못 그리겠어서 조용히 노트를 덮기도 했다.


“참 하고 싶은 게 많았는데 말이지. 대학에 가면 취미로라도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렇지도 않았고.”


공부도 마찬가지였다.


학창 시절 반에서 1등이었기에 한국에서 세 손가락에 꼽히는 대학에 수시 전형으로 합격했으나, 나는 그곳에서 적응하지 못했다.


"하하. 고등학교 땐 교과서만 열심히 읽어도 성적이 나왔는데."


대학에서는 스스로 자료를 찾아가며 공부해야 했고 그 외에도 과제나 발표 따위가 빈번했다.


처음에는 열심히 했지만······.


전국에서 내로라하는 학생들이 모인 곳에서 나는 참 보잘것 없었다.


"Hey-"


같은 학창 시절을 보냈으나 동기들은 원어민 수준의 영어를 구사했고, 나는 말 한마디도 내뱉을 줄 모르는 얼간이었다.


왜 전공 서적은 죄다 영어란 말인가!

수업만 따라가기에도 벅찼다.


그런 내가 생활비와 월세를 감당키 위해 평일과 주말 모두 알바를 뛰었으니, 성적이 바닥이었던 것은 어찌 보면 자명했다.


그럴 때마다 어린 시절을 보낸 새빛보육원의 동생들이 생각났다.


‘형은 우리 보육원의 자랑이야!’


좋은 대학을 갔으니 앞으로 잘 될 일만 남았다며 웃으며 인사했던 것이 마지막 기억이었다.


피식-


“전혀 그렇지 않은데 말이야.”


나는······ 기대에 못미치는 이런 한심한 모습을 보여주기가 무서워 그들에게서 도망쳤었다.


하아.


"취업만 하면 끝날 줄 알았지."


어찌어찌 늦은 졸업을 하고 오랜 취준기간을 거쳐 제약회사 연구원으로 입사하였으나 그것도 참 힘이 들었더랬다.


나는 고작 학사였기에 온갖 잡일부터 시작했는데 몸이 힘들거나 단순노동이 지겨운 것은 아니었다.


회사에서도 끝없이 논문을 읽어야 했고 매주 회의 자료를 준비해야 했는데 그것이 참 어려웠다.


삶의 여유가 없으니 여자친구를 사귀지도 못했다.


그렇게 무기력하게 관성처럼 하루하루를 보내던 중.


그런 내 삶에게 여유를 선물해 줄 인류의 발명품이 나왔다.


AI.


그것은 모든 작업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시켜 주었고, 자료 정리 및 외국어 번역 등을 순식간에 해치웠다.


하물며 AI로 코딩을 하거나 그림을 그릴 수도 있었으니.

가히 범인들을 전문가로 끌어올려 줄 귀인임에 틀림없었다.


그즈음 나 또한 승진하게 되었고, 인공지능을 이용한 신약 개발팀에 투입되었다.


갖은 고생과 여러 폐기 끝에 전임상(Preclinical)에 통과한 물질을 개발하였고.


그리고 임상 1상 시험을 앞둔 지금.


나는 췌장암 말기를 선고받았다.


쿨럭-


밀려드는 고통에 신음하며 속마음을 입 밖으로 내뱉었다.


“인생 참 얄궂구나.”


항암제 연구원이 암에 걸리다니 말이다.


나는 가망 없는 연명치료를 하던 중, 한 가지 결심을 했다.


나도 동아리에 들어보고 싶었고 하고 싶은 것들을 해보며 살고 싶었다.


그런데 삶에 치여 그러지 못했으니, 마지막 가는 길 정도는 내 뜻대로 휘둘러야 성에 찰 것 같았다.


부스럭-


직접 합성했던 신약 후보 물질.

나는 알약 형태로 굳히지도 않은 가루를 입에 털어 넣었다.


이윽고 힘겹게 노트북을 켜 동생들에게 전하는 마지막 메일을 전송한 뒤 눈을 감았다.


쌔액-


산소 호흡기를 다시 달았음에도 숨이 가빠져왔다.

역시, 기적은 없는 것인가.


죽음을 앞두자 보육원 식구들이 유난히 생각났다.

그들은 내게 가족이었으니 말이다.


투병 중인 못난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아서 연락 조차 하지 않았더랬다.


‘동생들은 잘 지내고 있을까.’


나와 달리 하고 싶은 것 마음껏 누리면서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




“오빠 일어나!”


몸이 흔들리는 느낌과 함께 여자아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힘겹게 눈을 뜨자, 나를 보며 배시시 웃는 보육원 동생 최지유가 보였다.


환각인가.


내 기억 속 지유의 마지막 모습이기 때문일까, 그녀가 풋풋한 학생인 앳된 소녀 시절의 모습으로 내 앞에 그려졌다.


이런. 힘들게 만든 신약 후보 물질이 임상 1상에서 탈락하겠군.

절망하는 팀원들의 얼굴이 눈에 훤했다.


‘그래도······. 나쁘지 않네. 이런 마지막도.’


많이 보고 싶었으니까.


나는 상체를 일으켜 지유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마지막 선물처럼 찾아온 이 순간을 기억하겠다는 듯이 가만히 앉아 미소를 지었다.


그러자 지유가 황당한 얼굴을 하더니 내 팔을 꽉 쥐고 침대에서 끌어내려고 낑낑댔다.


“이러다 대학 입학식에 늦겠어. 같이 가야지.”


“아야야! 잠시만, 어······?”


원래 지유는 아귀힘이 세기로 고아원에서 유명했다.

그런데 왜 이리 생생하게 느껴지는 것일까?


“계속 당겨봐.”


“뭐어?”


지유는 황당해하면서도 순순히 손아귀에 힘을 주었다.

나는 욱신거리는 고통을 느끼며 이제 그만해도 된다고 손사래를 쳤다.


‘환각이나 꿈이 아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


‘나 설마······ 과거로 회귀한 건가?’


그 때, 지유가 내 옆을 힐끔 쳐다보더니 짓궂게 웃었다.


“뭐야. 명문대 학생이라고 벌써 노트북을 산 거야? 완전 좋아 보이는 노트북이잖아!”


뭐?


옆을 보니 내가 죽기 전 사용했던 노트북이 있었다.

이게 왜 여기에 있는 걸까.


내가 당황하며 아무 말 못 하자, 지유가 피식 웃더니 나를 토닥여주었다.


“잘했어.”


“응?”


“잘 샀다고. 맨날 우리 떡볶이 사주느라 돈 다 썼잖아. 오빠를 위해서도 돈 좀 썼으면 했는데······ 정말 잘했어.”


나는 씁쓸하게 웃었다.

그래, 이런 동생들이었지.


“그런 생각하지 말랬지.”


“나도 어엿한 고등학생이야.”


“그럼 이제 내가 사주는 떡볶이 안 먹을거야?”


“그건 아니고······.”


“하하하.”


참으로 기적 같은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내가 죽기 전 가장 보고 싶었던 이들이 있는 곳이자······ 가장 되돌리고 싶은 시점으로 회귀하다니.


“이제 준비할 테니 잠시 나가 있어.”


“알겠어. 나도 옷 갈아입고 올게 조금만 기다려.”


“너는 학교 가야지.”


“이런 경사스러운 날에 학교가 대수라고. 나도 입학식에 같이 갈래.”


“고등학교는 빠지면 안 돼.”


“어차피 다른 동생들도 같이 가려고 기다리고 있어. 그리고······. 오늘이 지나면 오빠는 나갈 거잖아······.”


지유는 약간 울먹였다.


‘그랬었지······.’


훗날에 아동복지법이 바뀌기는 하나, 이 시점에서는 아동복지시설의 퇴소 연령이 만 18세였다.

법이 그랬다.


빨리 어른이 되고 싶지 않았건만, 시간은 야속하게 흘러 금세 고등학교 3학년이 된 뒤 생일을 맞이했다.

생일이 속한 달의 마지막 날, 즉 7월 말까지가 내가 이곳에 머물 수 있는 기간이었다.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마음으로 몰래 짐을 싸고 있었는데, 그 모습을 동생들에게 들켜버렸더랬다.


‘안돼! 형이 나가면 나도 나갈 거야!’


함께 누리방에서 지내던 다섯 명의 동생들이 일제히 시위하기 시작했다.


어디서 주워 본 것이 있었는지, 모두 자그마한 머리에 흰 천을 두른 채 떼를 썼다.


그 모습을 본 원장님이 아이들을 불러놓고 말했다.


‘정말 밥 안 먹을 테야?’


‘안 먹어요!’


‘어쩐다. 도운이가 더 머무를 수 있도록 허가받아 왔는데, 너희들이 말을 안 들으면 취소될지도 몰라.’


‘어······?’


원장님이 사유서를 제출해 성북구청장의 승인을 받아온 것이었다. 제한적 연장이었다.

재량껏 굴러가는 법안이었기에 승인되는 일이 드물었지만 운이 좋았던 듯했다.


‘정, 정말이에요?’


‘그럼. 자 이제 다 같이 밥 먹으러 갈까?’


‘네! 원장님 사랑해요!’


‘원장님 최고!’


내심 홀로 서기 두려웠던 나는 그날 저녁을 먹으며 눈물을 참기 힘들었다.


하지만 동생들에게 약한 모습을 보여줄 수 없었으니, 그들에게 내 소시지 반찬을 입에 넣어 주며 속으로 삼켰다.


머리가 희끗한 원장님은 그런 나를 따로 불러내셨다.


‘도운아. 너는 아직 아이란다. 어른들의 일은 어른이 해결할 테니, 너는 그저 잘 먹고 잘 자기만 하면 좋겠구나.’


원장님은 참 좋은 분이셨다.


사실 스무 살 때도 더 머무를 수 있었지만, 여러 이유로 대학 입학과 동시에 퇴소하고자 한 것이었다.


상념을 하던 중, 내 방문이 벌컥 열리며 꽃다발이 들어왔다.


“형! 입학 축하해.”


“명문대생. 축하축하.”


“정유현! 박제혁!”


나는 동생들의 이름을 부르며 그들을 와락 안았다.


“어어. 꽃 뭉개진다.”


“이런이런. 우리의 정성에 감동받았군.”


“꽃 고마워······.”


“고마우면 빨리 가자 형.”


나는 벅차오르는 감정을 겨우 억누르고 입을 열었다.


“안 돼. 학교 가야지.”


이윽고 무어라 항의하려는 동생들을 진정시키고 말을 이었다.


“사진은 이따 학교 끝나고 다 같이 찍자. 만약 얌전히 등교한다면, 앞으로 누리방에 매일매일 올 것을 약속할게.”


“정말?”


“응. 정말.”


“꼭 약속 지켜야 돼······.”


세 사람은 시무룩한 얼굴을 하고 터덜터덜 나갔다.


도운은 모두를 내보낸 뒤 문을 잠그고 노트북을 열었다.


“설마 아니겠지.”


이윽고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눈을 크게 뜨더니,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이럴수가!”


죽기 전 노트북 화면과 동일했다!


2030년에 쓰던 AI 프로그램들이 바탕화면에 그대로 남아있었다.

심지어 회사에서 쓰던 것들까지.


서둘러 와이파이를 연결하고 가장 유명한 인공지능을 켜보자 익숙한 문구가 떠올랐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쿵쿵!


도운의 가슴이 설렘으로 두근거렸다.


‘지금이 2012년이니까, 제대로 된 AI가 나오려면 아직 멀었어. 그래픽 카드도 갈 길이 한참이고. 그러니까 당분간은······.’


세상에서 유일하게, 미래의 AI를 사용하는 존재가 된 것이었다.


나는 다양하고도 애매한 재능들을 가졌지만, 만약 AI가 도와준다면.


뭐든지 할 수 있다!


‘지금은 보고서에 찌든 연구원도 아니고 말이지.’


할 수 있는 게 너무 많다.


‘일단 당장 해야 할 것은······.’


이윽고 인공지능에게 어떤 글을 작성해 보라고 시켰다.

겸사겸사 성능 확인도 해볼 겸.


그리고 출력된 글을 본 도운은 활짝 웃었다.


됐다.


성능이 그대로였다.


“이따 프린트해서 가져가면 되겠다.”



***



한세대학교 앞.


그곳은 입학의 설렘으로 북적이고 있었다.

꽃을 든 신입생들이 가족들과 함께 함박웃음을 지으며 사진을 찍었다.


“좋을 때다. 나도 그렇고.”


도운은 인파를 덤덤한 표정으로 지나쳤다.


과거에는 저들과 내가 참 멀게 느껴졌더랬다.

그 때도 동생들을 억지로 떼놓고 홀로 입학식에 참여했으니 더더욱.


하지만 지금은 그들이 부럽지 않았다.


내게도 돌아갈 가족들이 있으니까.


그렇게 입학식으로 향하는 인파를 헤치고 반대방향으로 걸어갔다.


한세대학교 행정실 앞.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간 나는 직원에게 프린트한 종이 한 장을 내밀었다.


“바로 처리되나요?”


그러자 행정실 직원이 서류를 훑었다.


“원칙상으로는 가능합니다만. 사유가······.”


“거기 쓰여 있습니다.”


“네. 잠시만요.”


사유란이 빽빽한 글자로 가득 차 있었다.

뭐가 이렇게 긴 걸까.


하지만 그녀는 교직원으로 지낸 지 어연 10년, 재빨리 마지막 문장을 훑었다.


“금전 문제라고요?”


“네.”


내가 낸 것은 휴학계였다.


대학 따위 다니지 않을 것이다.


이번 생에는 하고 싶었던 거나 하면서, 새빛보육원 동생들이 돈 걱정 없이 지낼 수 있도록 뒤에서 보조하면서 살련다.




작가의말

잘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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