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했는데 취미생활로 너무 유명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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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민
작품등록일 :
2025.11.06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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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11.1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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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작곡

DUMMY

한바탕 소란 뒤, 상주 보육사분께 부탁해 꽃다발을 들고 동생들과 함께 사진을 찍었다.


이어서 같이 저녁을 먹고 동생들을 각자 방으로 보낸 다음, 건물 3층으로 올라갔다.


똑똑.


“원장님 저예요.”


“도운이구나.”


“일단 건물 청소를 하려는데 또 할 일이 있을까요?”


“당장은 크게 없구나. 오늘은 이만 쉬고, 내일부터 누리방 아이들의 공부를 도와주겠니?”


“네. 그럴게요.”


도운은 원장님께 인사드리고 나온 뒤 건물 복도를 빗자루로 쓸었다.

오늘은 쉬라 하셨지만 이래야 마음이 편했다.


퇴근 후 고시원으로 돌아온 나는 침대와 포개져있는 수준의 작은 책상에 노트북을 켜고 앉았다.


[음악치료 체험 프로그램]

[아동복지시설 노후시설 개보수사업]


제안서 작성은 진작 끝났다.


그러나 바로 보내기 뭣해서 며칠 뒤로 예약메일을 걸어놓았다.

거 하루만에 작성했다고 하면 너무 수상하니까.


‘자 그럼······.’


두근두근.


뭐부터 해볼까?


나는 애매한 재능이 많은 만큼 하고 싶은 것들도 참 많았다.


물론 전부 다 해볼 거지만.

역시 제일 먼저 할 건.


‘작곡.’


마침 예전 생에 구상해 놓은 곡이 있었다.


나는 가사를 떠올리다가 피식 웃었다.


‘날 것 그대로의 가사구만.’


정갈하지도 않았고 꽤나 투박했다.


서른 여덟살의 하도운에게 써보라고 하면 절대 나오지 않을, 이십대의 패기와 고뇌가 느껴지는.


좀 낯간지럽기도 했다.


인공지능보고 수정해달라고 할까?


‘아니다.’


나는 그 시절의 나를 존중하기로 했다.


대학 졸업을 앞뒀을 즈음이었다.

내 버거운 삶을 음악으로 표현하고 싶은 충동에 휩싸였다.


그렇게 탄생한 따뜻하면서도 어딘가 씁쓸한 곡.


기왕이면 완벽하게 만들어 앨범으로 내고 싶었지만.


코드와 악기 구성 정도는 알았으나 미디 프로그램을 능숙하게 다루지 못해 포기했더랬다.


도운은 멜로디를 흥얼거렸다.


“장마가 끝나면 언젠가-”


그렇게 한 소절이 막 끝났을까.


벽 쪽에서 고함이 들려왔다.


“시끄러워!!”


“······.”


방음이 안될 건 예상했지만 이 정도였나.


도운은 입을 다문 뒤 조용히 작곡 AI를 켰다.


이윽고 멜로디를 기입하는 와중에 자신도 모르게 다시 흥얼거리고 말았다.


“야! 할 거면 잘 부르던가!”


아무래도 옆 방 사람은 화가 많은 듯했다.


이어서도 뭐라 뭐라 소리쳤지만 도운은 조용히 이어폰으로 귀를 막았다.


‘혹시 몰라 깔아 뒀었지.’


2030년, 누구나 작곡을 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했었다.


나 또한 사용법을 배워두었으나······.


제약회사 연구원에게 워라밸이란 존재하지 않았다.

나중으로 계속 미루다보니 결국 시작하지 못했더랬다.


'해보자!'


일단 간단히 드럼, 베이스, 현악기, 그리고 그 외 미디 소리를 대강의 박자로 입력한 뒤 AI에게 다듬어달라 시켰다.


그렇게 몇 번을 수정하던 중.


‘좋아! 백그라운드는 대강 만들어졌다.’


아무래도 예전에 구상한 곡이었기에 틀이 잡혀 있어 편곡이 금방 끝났다.


‘탑 라인은 최대한 그대로 가고 곡 초반부만 고치자.’


그렇게 멜로디가 완성되었으며.


‘이제 믹싱과 마스터링을 여러 번 돌리면 된다.’


그렇게.


[장마같은 나날들]


나의 첫 곡이 완성되었다.



***



다음 날 점심식사 후 새빛보육원.


나는 원장님의 말씀대로 동생들의 공부를 돌아가면서 봐주기로 했다.


“지유야.”


“응 오빠.”


마당 벤치에 앉아 폰을 만지작거리는 지유를 부르자 지유는 반가운 표정을 지었지만.


“공부하러 가자.”


말 끝나기 무섭게 시금치 씹은 얼굴로 변했다.


나는 지유를 끌고 누리방 건물 2층에 위치한 공부방으로 들어갔다.


의자에 털썩 앉은 지유는 책상에 엎드린 채 입을 열었다.


“오빠. 나 공부하기 싫어. 꼭 해야 돼?”


입을 비죽 내밀며 말하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약해질 법도 했지만.

노쇠한 아저씨 영혼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다다음주에 모의고사잖아.”


“히잉.”


나는 피식 웃으며 내가 2년 전에 정리해 놨던 자료들을 건네주었다.

동생들에게 유용하게 쓰일까 싶어 버리지 않고 공부방 책장에 모아두었더랬다.


그러자 지유는 잠시 종이를 뒤적거리더니, 불과 5분 만에 백기를 들었다.


“재미없어······.”


“어떤 과목이?”


“수학!”


“그럼 오늘은 국어 공부를 하자.”


“으.”


나는 교재에 나와있는 소설을 가리켰다.


“여기에 나오는 화자의 심정을 말해봐.”


그러자 지유가 쫑알거렸다.


“화자는 오늘 공부 안하고 놀고 싶다고 하네요.”


나는 엉뚱한 소리를 무시하고 다시 질문했다.


“소설 마지막 부분에서 꽃을 꺾는 행동은 뭘 의미할까?”


“오늘은 토요일인데 재밌는 일들이 얼마나 많은데 공부를? 현실을 부정하고자 꽃을 꺾은 것 같습니다 하쌤.”


“음.”


지유는 활달하고 끼가 많은 아이였다.


그런데 앉아서 공부만 하려니 답답한 심정을 이해했다.


나는 책을 덮었다.


과외 선생짓만 하려고 동생들 곁에 붙어 있는 것이 아니었으니까.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만으로도 때로는 충분했다.


“재밌는 일이 많다고?”


“응! 하다못해 머리 만지는 것도 재밌고, 화장도 재밌고.”


“그럼 뭐라도 해 봐. 괜찮으니까.”


“오 그럼 공부 안 해도 돼?”


“아니.”


“쳇.”


“나중에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공부도 조금 하되, 남는 시간에 이것저것 해보라는 거지.”


“남는 시간이 어디 있어.”


그러자 도운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야자도 안 하고, 주말도 있잖아.”


“주말에는 아르바이트 할 거야.”


그러자 도운이 한숨을 쉬었다.


“알바 하지 마. 내가 있는데 왜 해.”


“그치만 오빠도 고등학생 때 알바 했잖아.”


그야 나는 나를 챙겨줄 형누나들이 다 떠났으니까 그랬지만.

물론 내가 기대고 싶어하는 성격도 아니었고.


나는 내로남불이라며 항의하는 지유를 달랬다.


“내가 돈 벌어올게. 딱 1년 만 알바하지마.”


“치 알겠어.”


“약속해줘.”


“약속.”


내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자, 지유가 불길함을 감지하고 물었다.


“그럼 내년에는 해도 되는거지?”


“내년은 고3이니까 안되지.”


“이 사기꾼!”


“하하.”


지유가 나를 노려보다가 이윽고 한숨을 쉬었다.


“오빠 힘들잖아. 뭘로 돈 벌려고?”


“내가 하고 싶었던 것들로.”


그러자 지유가 짓궂은 표정을 지으며 자세히 캐물었다.


“오빠 얘기나 해줘. 작곡한댔지. 어떤 노래를 만들 거야?”


“으음.”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휴대폰에 이어폰을 연결한 뒤 지유에게 건넸다.


가사도 화면에 띄운 채 함께 보여주었다.


“오 벌써 만든 거야? 역시 도운 오빠!”


지유는 이어폰을 귀에 꽂고 노래를 들었다.


처음에는 해맑게 웃더니 점차 표정이 진지해지며 두 눈으로 화면 속 가사를 뚫어져라 응시했다.


잠시 후 지유가 이어폰을 뺐다.


“어때?”


물어봐놓고도 대답을 듣기 머쓱했다.


얌전히 평가를 기다리는데 지유가 한참이나 대답이 없었다.


“지유야?”


“어······ 이게 진짜 오빠가 만든 거라고?”


“응.”


인공지능이 다소 도와주긴 했지만 말이다.


“거짓말! 어색한 부분도 없고 퀄리티가 너무 좋잖아.”


“진짜야.”


“말도 안 돼······.”


지유는 눈을 휘둥그레 떴다.


“오빠 혹시 천재야······?”


“절대 아니지.”


절대 아니었다.


“천재 맞는 거 같은데. 전자음 멜로디가 보컬 라인인 거지?”


“응. 아직 녹음 못했어.”


“왜? 아 역시 직접 녹음은 안 하기로 한 거야?”


지유야 그게 무슨 뜻이니.


나는 빠르게 고개를 저었다.


“아니.”


어제 내친김에 녹음까지 마치고 싶었지만 장소가 마땅치 않았다.


고시원에서 불렀다가는 옆방에서 욕하는 소리도 함께 녹음될 터.


“나중에 하려고.”


“흐응 그렇구나.”


지유는 나를 더 놀리지 않고, 손을 쭉 내밀었다.


“이거 나한테도 보내줘!”


“아직 미완성이야.”


“가사도 같이 보내주면 되지.”


“다음 주에 녹음하면 보내줄게.”


“아니 지금 버전이 더 좋을 것 같아.”


2030년의 과학기술을 모르는 지유는 내가 노래를 망칠까 봐 크게 우려되는 듯했다.


나는 별 생각이 없었으나, 지유는 잠시 내 눈치를 보더니 말을 이었다.


“에이 물론 오빠가 녹음한 버전도 기대 돼. 이것도 보내주고 나중에 녹음한 것도 보내줘.”


“왜 그렇게까지?”


그렇게 노래가 좋았냐고 묻자, 지유는 당황하더니.


“그 정도는 아니다 뭐.”


이윽고 들어줄 만은 했다며 어깨를 으쓱하며 고개를 젓고는, 내 첫 곡을 강제로 받아갔다.


그러나 틱틱거리는 말과 달리 지유는 그날 밤 침대에 누워 이어폰으로 오래도록 도운의 노래를 들었다.



***



월요일 아침.


“원장님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그래 우리 아가들.”


보육원 정문에 새빛보육원 원장이 푸근한 얼굴로 미소를 띄고 서있었다.


나이들면 어떻게 살아왔는지 얼굴에 비친다고 했던가.

원장은 주름도 곱게 진 선한 인상이었다.


올해 65세인 그녀는 아무리 바빠도 매일 아침마다 꼭 하는 일이 있었다.


그것은 아침 식사를 마치고 등교하는 보육원 아이들을 안아주는 것이었다.


체리반 아이들이 차례로 등교한 뒤 잠시 후 멀리서 재잘대며 걸어오는 누리방 아이들이 보였다.


“누나 잠 못잤어? 어제부터 퀭하네.”


“나 폐인이야? 으아아 망했네. 새학기인데.”


지유가 유현의 말에 울상을 지었다.


그러자 제혁이 질세라 끼어들었다.


“누님 잠을 충분히 자지 않으면 학교에서 졸다가 선생님께 혼날 수 있고 그러면 수행평가에 악영향을······.”


그리고 맨 뒤에서는 도운이와 세희가 대화를 나누며 걸어오고 있었다.


“지유가 너한테도 내 음악을 들려줬다고?”


“······응.”


세희는 모기만한 목소리로 작게 대답했다.


막내 지민이는 도운의 팔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원장님! 다녀오겠습니다.”


“다녀오겠습니다.”


그렇게 모두 등교를 마쳤다.


원장님은 동생들을 마중나온 뒤 홀로 남은 도운이를 바라보았다.


“도운아 밥은 잘 먹었니?”


“네 원장님.”


“그래. 그거면 됐다.”


원장님은 웃으며 도운의 등을 토닥여 준 뒤 발걸음을 옮겼다.


실로 섬세한 분이시기에 도운이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 일부로 제안서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


사회 경험 없는 갓 스무살 된 아이가 단시간에 쓸 수 있을 리가 없었으니.


뭐라도 해보려 하는 마음이 기특해 자료를 주었을 뿐, 아이가 부담을 갖지 않았으면 했다.


그러나 도운이 먼저 그 얘기를 꺼냈다.


“원장님. 제안서 메일로 전송했어요.”


원장님은 놀랐지만 부드럽게 웃었다.


“벌써? 대단하구나.”


원장님은 도와줘서 고맙다고 말한 뒤 원장실로 향해 메일을 열었다.


참고하겠다고는 말했지만 사실 기대하지 않았다.

그저 주말 내내 힘들게 작성했을 모습이 그려졌기에 기특하고 고마울 뿐이었다.


이윽고 돋보기 안경을 끼고 파일을 훑었다.


그리고 잠시 후.


평소 크게 놀라는 일이 없던 원장님의 눈이 커다랗게 떠졌다.


“도운아 이게 대체······.”


문체가 일관되고 격조 있어 공문서로서의 완성도가 매우 높았으며, 첨부된 데이터와 참고 자료는 가독성 있게 정제되어 있었다.


무엇보다 사유 부분이 진정성이 느껴지면서도 논리정연했다.


"······."


딸깍.


원장님은 도운이가 보낸 제안서를 그대로 제출했다.


그리고 두 사업 모두 선정되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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