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프롤로그
나는 엘프의 배신자다.
보통 엘프라 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하얀 피부.
뾰족한 귀.
오래 사는 종족.
그리고 아름다움.
하얀 피부만 제외하면, 나는 완벽한 엘프였다.
가끔 인간들은 이렇게 말한다.
엘프들은 세계수에서 태어난다고.
왜 그런 생각을 하는지는 모르겠다.
아마 숲이 우리와 함께 숨 쉬는 모습을 보고 착각한 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건 오해다.
엘프의 탄생은 결코 신비롭지 않다.
그저 흙과 피, 그리고 약간의 마법이 뒤섞여 만들어진 생명.
인간의 출산과 다를 바 없는, 차가운 현실이다.
나도 그렇게 태어났다.
검은 피부.
뾰족한 귀.
그리고, 누구에게나 아름다웠을 얼굴.
나는 그런 엘프들 중 하나로 태어났다.
아직 이름도 없던 그때, 숲의 빛이 새어 들어오고
누군가가 내 귀 옆으로 속삭였다.
“에리온.”
그것이 내가 세상에서 처음으로 들은 단어였다.
그건 ‘빛의 아이’라는 뜻이었다.
숲의 여명에 태어난 아이에게만 붙여지는 이름이라고 한다.
이 까만 피부를 보고도 어떻게 그런 이름을 지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게 내 이름이 되었다.
계절이 몇 번이나 지나고, 나는 자라났다.
결국 숲의 전사 중 한 사람이 되었다.
평생을 동족을 위해 싸워왔다.
외세의 침략으로부터 숲을 지켰고, 수많은 이들을 구했다.
그러나 지금,
그들이 지키려 했던 숲은 내 불길 속에서 타고 있다.
연기 속에서, 나는 그들의 울음과 나의 웃음이 뒤섞이는 소리를 들었다.
그때 나는 처음으로 깨달았다.
내가 무엇이 되었는지를.
그날, 나는 엘프의 배신자가 되었다.
- 작가의말
재미있게 읽어주셨다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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