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화: 하숙생 권태룡 씨의 이웃 관리
매달 400만 원.
권태룡 씨가 내는 월세 40만 원을 더하면, 나는 저 축축하고 음산한 옥탑방 하나로 월 440만 원의 순수익을 올리게 된 것이다. 내 4억 5천만 원짜리 대출 이자를 갚고도 남는 금액. 한 달에 440만 원이라니! 나는 이제 더 이상 비루한 건물주가 아니었다. 나는 자본주의가 낳은 승리자였다.
나는 흠뻑 젖은 5만 원권 다발을 드라이기 '냉풍'으로 정성껏 말리며 생각했다. '그래, 어쩌면 권태룡 씨는 신이 내린 축복일지도 몰라. 4억 5천만 원의 빚을 갚아줄...' 그 갯비린내 나는 돈다발을 통장에 입금하고 난 뒤, 세상이 달라 보였다. 모든 것이 다르게 해석되기 시작했다.
옥탑방에서 들려오는 "크툴루... 프타근... 요그 소토스..." 하는 저음의 속삭임은 더 이상 소음이 아니었다. 그것은... 그래, '백색 소음'이었다. 심신의 안정을 주는 ASMR. 깊은 바닷속의 신비로운 소리. 심지어 나는 유튜브에 '심해 ASMR'을 검색해 본 적도 없는 사람이었다.
복도에 흥건한 갯벌 펄? '천연 미네랄 각질 제거제'였다. 맨발로 걸으면 피부가 매끄러워지는 기분이었다. 가끔 꿈틀거리는 해초? '자연 친화적인 인테리어 소품'이었다.
멸치가 비명을 좀 지르면 어떤가. 활어회도 먹는데, 활어 멸치라고 못 먹을 건 없지. 오히려 신선하다는 증거 아닌가. 살아있는 자아를 가진 멸치라니! 유니크함이 남달랐다.
"하하하... 인생 뭐 있나. 역시 돈이 최고야. 돈이야말로 진정한 구원이지."
내가 통장 잔고를 보며 자본주의의 단맛에 흠뻑 취해있을 때였다.
쾅! 쾅! 쾅!
현관문이 부서져라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내 빌라의 낡은 문이 금방이라도 떨어져 나갈 것 같았다.
"총각! 301호 총각! 문 열어봐! 당장!"
...아, 젠장. 202호 아줌마다. 2층에서 제일 시끄럽고 오지랖 넓은 아줌마였다. 나는 440만 원의 행복에 잠시 잊고 있었다. 이 빌라에는 나 말고도 '필멸자'들이 살고 있다는 것을.
나는 최대한 '선량하고 인자한 집주인'의 미소를 장착하고 문을 열었다. 아니나 다를까, 아줌마는 파마롤을 만 채로 두 손을 허리에 얹고 잔뜩 뿔이 나 있었다. 그녀의 얼굴은 화산 폭발 직전의 활화산 같았다.
"아이고, 사모님! 무슨 일로 이렇게 아침부터... 하하. 안색이 안 좋으신데요?"
"웃음이 나와? 지금 옥탑방! 도대체 뭐 하는 거야! 어젯밤에도 그 '꾸르륵'거리는 소리! '흐느껴... 뭐시기...' 하는 소리! 무슨 제사 지내? 아니면 보일러가 터졌어? 대체 내 아까운 잠을 왜 방해하는 건데!"
아줌마의 얼굴은 시뻘갰고, 목에는 핏줄이 섰다.
"아~ 그거요!"
나는 침착하게 준비해둔 멘트를 날렸다. 이제 권태룡 씨는 내 삶의 일부이자, 내 지갑의 수호자. 무슨 일이 있어도 그를 지켜내야 했다.
"그게, 저희 태룡 씨가... 그... '투바' 전통 음악가세요."
"투바?"
"네. 그, 몽골 쪽... 목으로 막 '흐어어어' 소리 내는 거요. '목청 수련' 중이시라... 하하. 일종의 명상입니다. 심신의 안정을... 하아... 태룡 씨 덕분에 저도 요즘 잠이 얼마나 잘 오는지 몰라요."
나는 눈을 감고 마치 권태룡 씨의 ASMR을 듣는 듯 평화로운 표정을 지었다.
"심신? 내 심신이 지금 불안정해 죽겠구만! 누가 밤마다 괴물 울음소리를 명상이라고 듣냐고!"
아줌마가 내 말을 잘랐다. 그녀는 내게 손가락질을 하며 비난했다.
"소리만 나면 내가 말을 안 해! 복도! 3층 복도는 왜 맨날 물바다야! 비도 안 오는데! 어디서 갯비린내가 진동을 한다고! 내 빨래에 갯비린내 배면 책임질 거야?"
"아! 그건 가습기입니다, 사모님!"
"가습기?"
아줌마의 표정이 잠시 풀리는가 싶었다.
"네! '대용량' 산업용 가습기! 태룡 씨가 기관지가 약하셔서... 제가 특별히 '해양 심층수'를 공수해다 넣어 드렸거든요! 피부 미용에도 그만입니다! 저도 요즘 태룡 씨 덕분에 피부가 얼마나 촉촉해졌는지 몰라요!"
나는 팔을 걷어붙이며 촉촉해진 내 피부(착각)를 자랑하듯 보여줬다.
"이 총각이 지금 장난하나! 해양 심층수고 뭐고... 당장 조용히 시켜! 안 그러면 관리사무소에... 아니, 구청에 민원 넣을 거야! 건물주한테도 말해서 당장 내보내라고 할 거야!"
아줌마가 악을 쓰며 계단을 향해 소리치려는 순간이었다.
...끼이익.
3층 옥탑방 문이 아주 천천히 열렸다. 마치 심연의 입구가 열리는 듯한 소리였다.
나와 아줌마의 시선이 동시에 그곳으로 향했다.
어두운 문틈 사이로, 권태룡 씨의 검은 후드 모자가 빼꼼히 드러났다. 복도 센서등이 '지지직!' 소리를 내며 미친 듯이 깜빡이기 시작했다. 센서등은 마치 공포에 질린 사람의 심장 박동처럼 격렬하게 명멸했다.
그리고...
문틈 사이 어둠 속에서, 축축하고 검은... '무언가'가 스르륵 기어 나왔다. 그것은 밧줄 굵기의 촉수였고, 끝에는 섬뜩할 정도로 완벽한 붉은 눈알이 하나 달려 있었다. 그 눈알은 아줌마를 빤히 쳐다봤다.
촉수는 아줌마를 향해 쓱 다가오더니, 그녀의 코앞, 공중에서 멈칫했다. 그리고... 촉수 끝의 눈알이 '깜빡', 하고 윙크를 날렸다. 마치 '네가 감히 내 주인을 귀찮게 해?'라고 말하는 듯했다.
"...."
아줌마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그녀의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그때, 옥탑방 안에서 권태룡 씨의 심해 같은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박진수 군." "...네, 네! 태룡 씨!"
"...'멸치'. ...다 먹었다. '살아있는' 걸로... 다시 주문해 줘."
아줌마는 "허억" 하고 숨을 삼키더니, 방금 전의 기세는 온데간데없이 뒷걸음질 쳤다. 얼굴은 백지장처럼 창백해졌고, 파마롤이 풀리는 것도 모르는 듯했다.
"...저... 총각."
"네, 사모님! 무슨 문제라도 있으신가요? 말씀만 하세요! 제가 태룡 씨한테 다 말씀..."
"...보일러... 꼭 고치고..."
아줌마는 그 말을 끝으로, 거의 구르다시피 1층으로 도망쳤다. 그녀의 비명 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그녀의 뒷모습에서는 필사적인 도주 의지가 느껴졌다.
나는 땀을 닦으며 옥탑방을 향해 소리쳤다.
"형님! 아, 아니, 태룡 씨! 걱정 마세요! 금방 '싱싱한' 멸치로 주문해 드릴게요! 오늘은 어떤 '자아'를 가진 멸치를 원하세요?"
나는 스마트폰을 켜고 '활어 멸치'를 검색했다. 월 440만 원. 이 정도면 멸치 정도가 아니라 고래라도 상납해야지.
암, 그렇고말고. 4억 5천만 원의 대출금을 갚기 위해, 나는 기꺼이 멸치의 자아를 희생시키고, 이웃의 안녕을 방해하고, 내 영혼을 저당 잡힐 준비가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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