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아침 햇살이 전각 창문을 뚫고 들어왔다.
한동안 한밤중 같은 어둠에서만 지내던 아이들은
낯선 밝음에 눈살을 찌푸렸다.
먼저 은강이 손으로 햇빛을 가리려다
멈칫했다.
“···어?”
손이 올랐다.
떨지도 않고, 허물어지지도 않고, 자연스럽게.
"사형. 내··· 몸이··· 움직여요.”
은백이 벌떡 일어났다.
“허어? 어!! 저두요!!”
은호가 침상에서 발을 구르듯 외쳤다.
“다리! 다리 힘 들어가요! 와!”
그리고 은연까지 가느다란 비명을 질렀다.
“꺄악!! 나 일어났어!! 이거 꿈 아녜요???”
전각이 떠나갈 듯 시끌시끌해질 무렵
문이 벌컥 열렸다.
철컥.
젊은 사내 하나가 팔짱을 끼고 삐딱하게서서 그들을 바라봤다.
기세는 완전히 다른 사람.
하지만 입이 열리는 순간,
전각 전체의 분위기가 깨졌다.
“일어들 났냐?”
아이들 모두 동시에 굳었다.
“···누구세요?”
승룡이 그 말에 어이없다는 듯 입을 열었다.
“누구우세요오···?”
잠시 침묵.
그리고 폭발.
“야! 이 노무 자슥들아!!!
삼 년 동안 지들 맥이고 씻기고
죽다 살아난 몸 고쳐놨더니
태사조가 와도 인사를 안 해???
아! 진짜! 자식새끼 키워봐야 소용없다더니!!!”
은강, 은백, 은재, 은호, 은연.
다섯 아이가 동시에 움찔했다.
은재가 조용히 말했다.
"사형, 정신 나간 사람인 것 같습니다.”
은연이 작은 손가락으로 승룡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 사람은 머 해먹을께 있다고 올라 왔대요?"
은백이 조용히 말했다.
“목소리는 다소 태사조님과 유사합니다."
은호는 주먹을 움켜쥐었다.
“어디서 미친놈이 태사조님을 사칭해!”
그때 은강이 침착하게 말했다.
“증거를 대시죠?”
승룡은 눈을 부릅떴다.
“아··· 미치겠네, 진짜?
아무리 얼굴이 젊어졌다고 너무한다?”
그러더니 은강을 턱으로 가르켯다.
“너, 은강.”
“예?”
“너 이 자식!
내가 모산 떠나기 전에 포목점집 여식한테 고백했다가
대차게 차였지?”
은강의 눈이 동그래졌다.
“그, 그건···
태사조님과 저만 아는 비밀인데···?”
"그리고 너"
그다음 은연을 가리켰다.
“그때 제사용 술 훔쳐먹다 걸렸지?
머리에 피도 안말랏던것이..쯧”
“헉!! 그건 완전 비밀이잖아요!!!”
은연이 얼굴을 감싸며 비명을 질렀다.
은백이 의심스러운듯 턱을 매만졌다.
“···정말 태사조님···?”
은연이 승룡쪽으로 다가오며 말했다.
“이 사람이 태사조님이라면,
분명 그때, 그 기관진식 만들다 실패해서 생긴 상처!
여기쯤 있었어요! 제가 기억해요!”
하고선
그 조그만 손으로 옷을 들추려 했다.
승룡이 급히 막으려 했다.
“야야야야야!! 그게 있겠...”
그러나 이미 은연이 옷을 들춘다.
“···있네?”
승룡의 표정이 굳었다.
“어? 이게··· 있으면 안 되는··· 아니, 있어야 되나?”
은연이 소리쳤다.
“그리고!!
강시 만드는 약품 만들때 솥 엎어서 생긴 화상도!!!”
은호가 따라 외쳤다.
“맞아요 종아리였어요! 종아리!!”
승룡이 슬쩍 옷을 걷어올렸다.
흉터를 본 은백이 말했다
"있는데..?
'그러게, 있네···
이거 진짜 있으면 안되는데···?'
다섯 아이는 동시에 외쳤다.
“진짜 태사조님 맞다!!!”
다섯 명이 동시에 덤벼들었다.
“태사조니이임!!!!”
“우와아아아아아!!!”
승룡은 아이들이 매달리건 말건 정신이 반쯤 나갔다.
아 이것들아 좀 나와봐.. 나 지금 진지해.
반로환동 된 거 진짜 맞아? 이게 이러믄 안되는데?'
그 와중에 등 뒤로 은연이 매달린다.
“태사조님!!!”
승룡이 외쳤다.
“야!!!!
일단 떨어져!!!
이놈들아! 태사조 질식한다!!!”
오랜만에 모산파에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다섯 아이가 진지하게 물었다.
“태사조님··· 대체 어떻게 젊어지신 겁니까?”
승룡은 잠시 입술을 달싹이다가,
손가락을 ‘탁’ 튕겼다.
“좋다. 내가 젊어진것을 설명하기위해선,
내..너희에게 모산파에 전해 내려오는 비화부터 설명해야겠구나.”
아이들은 숨을 삼켰다.
승룡은 괜히 목을 가다듬고 말했다.
“너희 혹시 금도끼 은도끼 이야기 아느냐?”
은강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 당연히 알죠!”
승룡은 갑자기 표정을 비장하게 굳혔다.
"그건 그냥 동화가 아니란다..우리사문의 비화를 각색한것이지"
"..."
“금도끼 은도끼에 나오는 신선은 구역이 넓었단다.
산 중턱의 계곡도 그의 구역이었지.
"아니무슨 신선이,동네 건달도 아니고.."
은백의 말을 무시하곤 승룡이 말을 이었다.
그 신선의 구역 한곳에, 늘 선녀들이
목욕을 하러 내려오는 계곡이있었단다.
아주 청아하고 고~운 선녀들이었다.”
은연이 손을 들고말했다.
“어? 저요저요”
"왜?"
"그건 선녀와 나무꾼인데요?"
“쉿!.”
승룡은 슬픈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그 신선은 운명적으로··· 한 선녀를 사랑하게 됬다."
은강이 말했다
“···신선은 해탈의 경지 아닙니까?”
승룡이 버럭대답했다.
“야 임마! 해탈했으면 등선했겠지
거기남아서 계곡지키고 있으셧겠냐?
수행이...그..아주 조금! 부족하셧던게지”
“···”
“그런데 말이다···
신선은 너무 늙었어!
수백 년 산 백발 노인이라
고백할 엄두를 낼 수 없었지!”
"그래서요 그래서요?"
승룡이 갑자기 목소리에 힘을주며 말했다.
“그래서! 그 신선이··· 밤낮으로 연구해서
비급 하나를 완성했다!
바로! 반로환동의 서였지!
"오오오!"
제자들이 흥분해 말했다
"젊어진 신선은 자신 있게 선녀에게 고백했단다."
"그래서요 그래서요?"
은연이 조바심을 내며 물었다.
"아주 대차게 차이셧지"
"아니 왜요???"
제자들의 물음에 승룡이 말을 이었다.
"젊어진다고...다 잘생겨지는건 아니였던게지."
"아...!"
승룡이 진중한투로 말했다.
"더한 비극은 거기서 시작됫단다!"
"끝난거 아니에요?"
"얼마후 선녀가 금도끼 은도끼를 팔아 부자가 된 나무꾼이랑 눈이맞아버린거야!"
"헛! 그럼, 이 신선이 도끼를 준 그 나무꾼?"
"그렇지!! 이 얼마나 슬픈비극이란 말이냐..
선녀도 젊고 잘생기고 돈많은 남자가 좋았던거지."
승룡의 얼굴에 비통함이 담겻다.
"나뭇꾼에게 뒷통수를 맞은 신선은 끝내 홧병으로 등선하셧단다."
승룡이 침통한 표정으로 말했다."
"하...역시 남자는 얼굴인가..?
은강이말했다.
"아니죠 사형! 그건 기본이고 역시 돈이죠 돈!
은연이 말을 받았다.
"근대요...? 그일이랑 태사조님이 젊어지신거랑 어떤 관계가?"
은백이 핵심을 찔러왔다.
잠시 말을 멈춘 승룡이 비장하게 말했다.
"그 신선의 세번째 제자가 바로 우리모산파의 시조(始祖)시란다.
"..."
"모산파에는 대대로 그 비급이 전해져 내려왔지만,
그 비급의 뒷부분은 신선이 흘린 눈물때문에 알아볼 수 없었단다.
이 태사조가 복원하기까지는!!
"그렇다면??!!"
"그렇지 그래서 내가 반로환동을 하게된것이지!"
"오오오!"
"아 그래서 젊어지신거였군요!"
은강이 말했다.
'응?'
"역시 태사조님!
은연이 말했다.
'믿는다고?'
"너무나...슬픈얘기야!"
은백이 고개를 젖히며 슬픈듯이 말했다.
'아...쟤들 사지근맥 고쳐준거 변명하려고 혹부리영감도 각색해놨는데....'
실컷 머리굴려놓은게 안타까운 승룡이었다.
평화로운 어느날.
승룡이 제자들을 불러모았다.
"은자배 전원 집합!"
자리에 앉은 제자들에게 승룡은 열장 남짓한 한지를 나눠주며 말했다.
"자자 내가 니들을 파악하려면 꼭 필요한 것이니 꼼꼼하게 읽고 답을 적어넣거라.
배끼다 걸리면 머리통 나가니 소신껏! 풀어라 소신껏!"
승룡이 한마디 덧붙혔다
"아! 이름 꼭적고, 꼭 이름빼먹는것들이 있어요."
은자배들은 한지를 받아 내용을 살펴보았다.
ㅡ각 문항에 대한 자신의 대처를 서술하시오.ㅡ
一.마차를 대려는데 왠 중년의 여인이 자리를 가로막고 자신의 마차가 곧 온다고 한다. 당신의 대처는?
二. 방술을 펼치던중 귀신이 나타나 자신이 제갈공명이라고 말한다. 당신의 대처는?
三. 산에서 천년산삼을 발견했다. 주위엔 아무도없다. 당신의 대처는?
.
.
.
은강이 생각했다.
'이게 무슨 시험이야???'
시험하나도 평범하지않은 승룡이었다.
승룡은 책상 위에 쌓인 답안지를 한 장씩 넘겼다.
은강의 답안부터 살펴보기 시작했다.
은강의 답안.
.
.
앞부분은 전형적이고 모범적인 답안이 적혀있었다.
‘하긴 모범생형 이긴 하지.’
"응?"
한문항에서 승룡은 고개를 뗄수없었다.
九十六. 사파의 여(남)고수가 위기에 처했다며 도움을 요청한다. 당신의 대처는?
ㅡ오늘인가?!
"하..이걸 도사라고.."
ㅡ 선택적도덕형 은영이 처소 30장내 접근不.
은백의 답안
三十三. 사형이 타문의 비급을 훔치러 가자고 한다면? 당신의 대처는?
ㅡ정확한 인원의 선별하고 계략을 준비해 철저히 함정에 빠뜨린다.
목격자를 제거하고, 토사구팽을 고민한다.
승룡은 고개를 저었다.
“···이 놈은 나보다 더한 놈일세.”
붓끝으로 조용히 한 줄을 써넣었다.
ㅡ기획범죄 및 모사형 재경각및 장경각 출입 不
은영의 답안
十五. 산에서 의문의 약초를 발견했다. 당신의 대처는?
ㅡ술담근다.
승룡은 답안을 들여다보다가 눈을 감았다.
“한결같다 한결한아....”붓끝으로 쓱.
ㅡ창고 출입 不 , 자나깨나 술창고 조심
은재의 답안.
공란이 반이었다.
승룡이 고개를 갸웃했다.
“얜 왜 이렇게 공란이 많아?”
답안지 맨 아래에 적힌 단 한 줄.
ㅡ문제가 잘못되었습니다.
승룡은 잠시 멍하니 종이를 바라봤다.
“···그게 네 문제다.”
ㅡ관심주지말기.
은호의 답안
七十. 객잔에서 늦게 온 옆자리 음식이 우리보다 빨리 나온다. 당신의 대처는?
ㅡ칼뺀다.
승룡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짧고 굵다.”
고개를 돌리던 승룡의 눈에 다음 문항이 들어왔다.
七十三. 무림맹이 화의를 요청했다. 당신의 대처는?
ㅡ넌 이미 죽어있다.
ㅡ외출시 검압수 必, 애는 착함
이때 밖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아 은강사형! 전에 빌려주신 책은 제 처소에있어요.
잠시만 계시면 제가 가져다 드릴께요!"
"내가 직접가서 가져가지머.가자 사매"
승룡의 손이 멈췄다.
그의 몸이 스르륵 자리에서 사라졌다.
사매의 처소로 향하던 은강은 하늘이 어두워지는 걸 느꼈다.
고개를 들어 올린 그 순간!
쇄액!
하늘에서 무언가가 떨어졌다.
그리고 기억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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