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룡연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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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han0303
작품등록일 :
2025.11.12 0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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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1.17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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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11.13 0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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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DUMMY

콰직—


하늘이 울리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승룡은 차잔을 내려놓았다.


“이번엔 또 뭐야···”


문밖으로 나서자, 담벼락에 반쯤 처박힌 은호가 눈에 들어왔다.

벽돌이 산산조각 나 있었다.


은호는 벽을 짚고 살살 뒤로 빠져나왔다.

우르르릉—

그가 빠져나온 담벼락이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뭐 하냐.”


“신법에 뢰(雷)의 기운을 심어봤는데요··· 눈 뜨니까 벽이더라고요.”


승룡은 한동안 은호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얜 누워 있을 땐 몰랐는데, 참 맑다···

머리가 너무 맑아서 문제야.’


그때 뒤쪽에서 은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태사조님! 솥에 구멍 났어요!”


은연이 거무튀튀한 솥을 들고 뛰어왔다.


“아니 멀쩡한 솥이 왜 구멍이 나?!”


“그게··· 불붙이기 귀찮아서 손에 리(火)의 기운을 불어넣었는데,

손바닥 모양으로 구멍이 났어요!”


은연이 솥을 번쩍 들며 해맑게 방긋 웃었다.


“이것 보세요! 신기하죠?!”


승룡은 입을 다물었다.

솥뚜껑은 이미 녹아내려 있었고, 손바닥 자국이 선명히 찍혀 있었다.


승룡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이것들을 하루 날 잡고 개패듯 패야 하나···’


그때였다.

어디선가 날아온 무쇠날이 승룡의 눈앞을 스쳐가

전각 옆 기둥에 ‘콰앙!’ 하고 박혔다.


옆에서 장작을 패고있던 은강이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아, 죄송해요 태사조님!

이거 영··· 힘 조절이 안 되네요?!”


승룡은 눈을 감았다.

‘이 사단이 벌어진 지, 고작 일주일이다···’


이 모든 건, 제자들의 몸이 회복되자

“가볍게 운기나 돌려보라”며 팔괘심법을 전수한 데서 시작됐다.


그런데 이 무도한 놈들이,

호기심이 많은 건지 무식한 건지,

온갖 곳에 팔괘의 기운을 갖다 붙이기 시작한 것이다.


팔괘심법은 자연의 이치를 따르는 법.

하늘과 땅, 불과 물, 번개와 바람까지···

그 어떤 무공에도 응용 가능한 잠재력을 가진 심법이었다.


하지만


없는 살림에 이놈들이 기운을 ‘시험’할 때마다,

솥이 깨지고, 담벼락이 무너지고, 전각이 흔들렸다.

이러다간 문파가 거덜날 날이 머지않았다.


그 와중에 유일하게 사고를 치지 않는 놈이 있었다.

넷째, 은재.


그런데 사실,

그놈이 제일 정상이 아니었다.


어느 날 아침,

승룡이 볼일이 있어 모산을 내려가다가 연무장에 서 있는 은재를 봤다.

하루 종일 일이 있어 돌아오니, 이미 깊은 밤.


연무장엔

아침 그대로의 자세로 서 있는 은재가 있었다.


승룡이 다가가 물었다.

“야, 뭐 하냐?”


번쩍 눈을 뜬 은재가 대답했다.

“간(艮)은 산, 간은 멈춤입니다.”


그리고 다시 스르륵 눈을 감았다.


승룡은 몸서리를 쳤다.

'아··· 나 진짜 얘 좀 무서워···'


‘아주 팔검결이라도 가르치면,

모산이 무너지는 것도 무리가 아니겠는데···’


승룡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걸 가르쳐 말어?’


다음 날 새벽.


승룡은 구멍난 솥을 지긋이 바라봤다.

기둥은 부러지고, 담벼락은 무너졌고,

하루에 쌀 세 되씩이 사라지고 있었다.


“이놈들이 내공은 늘었는데 살림은 줄었구나.”


그는 허공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촉에서도···쌀걱정을 했는데, 지금도 쌀값을 걱정하고 있네."


잠시 후, 승룡은 제자들을 불렀다.


“잠시 자리를 비운다. 다들 수련은 계속해라.

이번엔··· 부수지 말고.”


“어디 가세요, 태사조님?”


“돈 벌러.”


그 말 한마디에 제자들이 서로 눈을 마주쳤다.


산문을 벗어나는 승룡의 귀에

차가운 겨울바람결을따라

은연의 목소리가 들렸다.


"태사조님! 올때 화월주!"






남경.

옛 이름으로는 건업.


승룡은 산길을 천천히 내려가며, 저 멀리 성루를 바라보았다.

한때 손권을 만나 외교를 논하러 왔던 그곳이었다.


“그땐 위를 견제할 동맹을 논했는데···

지금은 쌀값 구하러 오는 신세라니. 인생 참.”


그는 허허 웃었다.

‘굿이라도 한 판 해야 하나.’


인생은 묘한 법이다.

승룡은 굿이 아니라, 점을 보기 위해 남경에 왔다.

정확히 말하면 누군가를 찾으러..


남경의 시전가는 오늘도 시끄러웠다.

호객꾼의 고함, 짚신 장수의 외침,

그 사이로 낡은 깃발 하나가 바람에 펄럭였다.


ㅡ와룡점집! 삼생팔자, 천기누설ㅡ


그 아래에 앉은 이는 다름 아닌 승룡이었다.

한때 천하를 논하던 제갈공명이,

지금은 시장통 한복판에서 ‘점’을 보고 있었다.


“도사님, 올해 혼처가 생길까요?”

“이번 생은 글렀네.”


“이거 돌팔이 아냐?! ”

젊은 처자가 볼을 부들거리며 홱 돌아섰다.


승룡은 그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중얼거렸다.

‘쯧, 쟨 면경도 안 보나. 그건 지나가는 개도 맞추겠다 ’


지나가던 상인들이 킥킥 웃었다.

“야, 근데 맞는 말이긴 하네!”

“저번에도 약혼자 도망갔다더만!”


하지만 이상하게도 평판은 나쁘지 않았다.

“저 양반 말 진짜 다 맞아!”

“복채는 좀 비싼데, 귀신같이 맞춘다니까?”


승룡은 그말을 듣고 흘끗 웃었다.

'내가 지금 천기까지 읽어가며 왜 이 고생을 하는데'


그날도 해가 뉘엿뉘엿 질 무렵,

승룡은 손님들 틈에서 조용히 사람들의 얼굴을 훑고 있었다.


그가 찾는 건 복채가 아니라 사람이었다.

‘왜이리 안보이냐. 그놈만 잡으면 돈걱정은 끝인데.’


그리고 그때,

남루한 옷차림의 서생 하나가 힘없이 지나갔다.


승룡의 눈이 날카롭게 번뜩였다.


“허허, 자네 걱정이 하늘에 닿았구먼···

쯧쯧. 그래서야 이번에 급제는...힘들겠구만”


승룡이 중얼거리자, 서생이 놀라 돌아봤다.


“아니, 제가 과거 준비하는 걸 어떻게 아셨습니까?”

“내가 괜히 도사 겠는가. 이리 와보게.”


승룡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찾았다. 왜이렇게 늦게 나타난거야!’


눈빛이 곧고, 손금이 길다.

귓볼이 두텁고, 이마가 훤한!

승룡이 그토록 찾던

'장원의 상'이었다!



“젊은이.”

“예.”

“자넨 글을 쓸 줄은 아는데 정리를 못 해.

공부법이 뒤죽박죽이야.”

“예?”


승룡이 품 안에서 낡은 책 한 권을 꺼냈다.

표지엔 큼지막한 글씨로 적혀 있었다.


천기누설 一일타과거비급


“과거가 한 달도 안 남았다지?

괜히 딴짓 하지 말고 이거만 봐.

장원은 따놓은 당상이야!”

“...이게 정말 도움이 됩니까?

근대 저...복채가··· 없는데요?”

“복채?”

승룡이 피식 웃으며 종이 한 장을 내밀었다.


기이일게 써진 계약서의 주된 내용은 이거였다!


을은 갑의 천기누설 일타과거비법으로

장원에 급제할 시, 돈 있는 자들에게 "이 책만 봤어요!"

라고 적극적으로 소문을 낸다.

이를 어길 시 삼대가 과거를 망한다.

뒤에는 아주 치졸하고 유치한 조항까지 달려있었다.

“서명만 하면 돼.”

“...그리 되기야 한다면야.”

서생은 두 손으로 책을 받았다.


한 달 뒤.

건업 상류층이 뒤집어졌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바람은 태풍도 폭풍도 아닌

상류 부인들의 치맛바람이었다.


“장원급제자가 나왔다는데, 그. 무슨 책으로 공부했다더라!”

“나도들었네.그으, 일타 뭐라던데?”

“일타과거비급! 그이름이였어요.강부인!”



성내의 부잣집 부인들이 일제히 소리쳤다.

“여기가 그 일타비급 판다는 곳이오?”

“천기를 누설했더니 세상이 시끄럽구먼.”


승룡은 있지도 않는 수염을 쓸며 웃었다.

‘됐다. 미끼는 제대로 던져졌다.’


그가 노리는 건 이런 피래미가 아니었다.

그보다 훨씬 큰 대어.


그때였다.

웅성거림 속을 헤치고, 단정한 옷차림의 쥐상의 사내가 앞으로 나섰다.


“대륙상단의 총관 서우대이올시다.

도사님이 그··· 일타과거비급의 저자맞소이까?”


그 순간,

승룡의 귀에 낚싯줄의 방울이 딸랑 울렸다.


‘월척 어서오고.’

승룡은 천천히 미소 지었다.




하루 전, 대륙상단 본관.


금실로 수놓은 장막 안.

비대한 덩치의 사내가 장부를 뒤적이며 앉아 있었다.

볼살이 덜렁거리고, 얼굴은 기름기로 번쩍였다.

진짜 황금이 사람으로 태어난 듯한 사내

대륙상단의 상단주, 황금란(黃金蘭) 이었다.


“총관! 지금 뭐라 했소?”

“예, 상단주님. 고관대작 부인들이 난리가 났습니다.”

“뭣 때문에?”

“남경 시전가에 점집을 차린 도사가 ‘천기누설 일타과거비급’을 팔았다 합니다.”

“그게 뭐길래 그 난리야?”

“이번 장원급제자가 그 책 하나로 장원을했다고 난립니다.”


황금란의 눈이 번쩍 빛났다.

‘과거급제자의 비법서라··· 냄새가 진하구먼.’


그는 굵은 손가락으로 무릎을 툭툭 쳤다.

계산이 돌아가기 시작한 것이다.


“과거용 비첩이라... 좋지.

관직으로 가는 길을 단축시켜 준다면,

귀족들은 천금을 내도 산다.”


총관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상단 이름으로 접촉을 시도하려합니다.

제가 직접 나가 그 도사를 구슬려보겠습니다.”


“흠.”

황금란이 두 눈을 가늘게 떴다.

“그래. 자네가 가 보게.”


그리고 지금.


“내 천기누설 일타과거비급을 팔라··· 이 말이오?”

“그렇소.”

서우대는 코를 씰룩이며 말했다.

“대륙상단에게 모든 판권을 넘기시오.

금화 천 냥이면 충분하고도남을것이오.”


“허허···”

승룡이 한숨을 쉬었다.

“도를 논하는 자에게 금붙이를 논하니, 이게 무슨 해괴한 언사요?”

“복채로는 충분하지않소.”


승룡은 피식 웃었다.

“복채? 그대가 ‘복채’의 뜻을 아는가?

그건 인연이 이어진 값이지, 거래의 값이 아니야.”


서우대의 입가가 살짝 경직됐다.

“하··· 도사님, 거래라면 이 정도 선에서”

“그만.”


승룡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점은 끝났소.

난 이길로 모! 산! 으 로 돌아가야겠군.”


"모...산?"

“그래. 그곳에서 다시 천기를 수련해야지.”


그 한마디에 서우대의 눈이 번쩍였다.

‘금화 천냥에도 안넘어온다고?’


승룡은 태연히 짐을 챙겼다.

“점집은 닫았으니, 부디 복 많이 받으시오.”


총관 서우대는 당황한 얼굴로 상단으로 돌아왔다.

“상단주님! 그 도사, 만만치 않습니다.”

“왜?”

“금화 천 냥에도 미동이 없었습니다.

흥정할 생각도 없고 모산으로 천기를

수련하러 간다며 떠났습니다.”


황금란이 무릎을 툭툭 쳤다.

‘모산이면 모산파··· 그 봉문한 그곳이군.

최근에 봉문이 끝났던가?'

“도사놈이 흥정을 할 줄 아는군.

그 말은 곧, 흥정이 가능하다는 뜻이지.”


그의 입꼬리가 천천히 올라갔다.

“좋다.

돈냄새가 나느 곳 이라면, 장사꾼이 가야지.”


황금란이 벌떡 일어났다.

“천하의 황금란이 직접 가서 거래를 청하마.

이제야 흥미가 좀 나는구먼.”



현판도 떨어진 모산파의 산문앞


“이보시오, 여기가 모산파요?”

“...”


문 앞을 지키던 사내는 대답이 없었다.

멀뚱히 서서 지긋이 눈을감고있다.


“내가 대륙상단의 상단주 황금란이오.

여기에 남경에서 점을보던 도사가 있다기에

내 이리 직접찾아왔소”


“...”


황금란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이보게, 들리나?”


“...”


'예 눈뜨고 자나?'


한참 침묵이 이어지더니,

그제야 은재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간(艮)은 산. 산은 멈춤입니다.”


“...뭐?”


“멈춰야 할 때 멈추는 것이 도입니다.”


그리고 다시 눈을 감았다.


'미친놈인가?'


그때 멀리서 은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니, 쟤 또 저기 서 있었냐!”

은재가 달려오며 연무장을 향해 외쳤다.

“누가 얘 산문 지키게 했어? 얘는 번시키지 말라니까!”


은호가 황급히 황금란에게 인사했다.

“죄송합니다. 얘는 좀··· 사정이 있는 놈입니다.”


“무슨 사정이..?”

“음..묵언수행쯤으로 생각하십시오.”


“...”

황금란은 어이가 없었다.


은호가 그제야 고개를 숙여 객을 맞았다.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나는 대륙상단의 상단주요. 여기에 남경에있던

도사님이 계신다기에 내긴히 할얘기가있어···”


“태사조님이요? 여행가셧는데요?”


“......뭐?”


황금란은 입을 꾹 다물었다.

‘이 문파, 정상인 놈이 하나도 없구만.’




며칠 뒤,

황금란은 육중한몸을 이끌고 다시 모산을 올랐다.

'내 장사치의 오기로라도 만나고만다!'


산문을 본 황금란이 한숨을 쉬었다.

“얘 왜 또 여기서있어?”

“...”


문 앞을 지키는 은재를 보고는 황금란이

산문안을 향해외쳣다.


“나와보시오!”


“...”


그때 은강이 큰소리로 외치며 달려왔다.

“너이씨! 저거 일부러야 이제보니!”


은강이 헐레벌떡 달려와 허리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상단주님.번번히.. 애가 관심이 고픈가보네요.”


“...”

황금란은 조심히 물었다.

“오늘은 뵐수있겠지요?”


은호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게. 어제 오셨다가 오늘 아침 일찍 떠나셨어요.

조금만 일찍 오시지...”


황금란의 입꼬리가 경련했다.




조금 떨어진 산등성이.


승룡은 먼발치에서 그 장면을 내려다보며

술을 꼴꼴 마시고있었다.


“캬아··· 이게 바로 낚시형 삼고초려지.”


차를 한 모금 넘기며 씨익 웃었다.

“이젠 좀 상담을 나눌자세가 되었으려나?”




작가의말

딸이 독감이네요. 감기조심하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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