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서울의 어느 허름한 고깃집.
손님도 없는 가게에 머리가 희끗희끗한 중년의 남자 둘이 술잔을 기울이고 있다.
이미 테이블에 제법 쌓인 소주병들.
약간 풀린 눈으로 서로를 응시하는 두 사내.
술에 취해서 인지 아니면 심각한 이야기 중인지 제법 분위기가 묵직하다.
이내 소주잔을 입에 털어 넣고 한 사내가 말한다.
“형님! 이제 민성이는 그만 잊어요.”
“길수야, 너도 자식이 있는 놈이 그걸 말이라고···.”
“하지만 형님 벌써 3년이에요.”
“글쎄, 3년이고 30년이고 먼저 보낸 자식을 어떻게 잊어, 너 또 그딴 소리하면 진짜 다신 안 봐.”
“형님···.”
김길수의 말을 단칼에 자르는 사내.
곧바로 소주를 입에 거침없이 털어 넣으며 단호히 말한다.
“길수야, 이미 마력장비는 완성됐으니 넌 수술 잘하는 전문의만 추천해줘.”
“형님, 아니 태식이형! 정말 내 말 안들을 거요?”
“아 글쎄, 이미 끝난 일이라니까!”
“형님!”
“이미 헌터협회도 이야기 끝나서 소용없어!”
둘의 언성이 점점 높아진다.
어느 한쪽도 물러설 생각이 전혀 없어 보인다.
다시 강하게 말하는 김길수.
“형님, 이건 너무 비인간적 실험이에요, 형님은 마력개발자 이전에 의사라고요.”
“비인도적이라고?”
“네, 당연히 비인도적이죠.”
“아니, 어차피 죽은 시체로 하는 실험인데 왜 비인도적이야, 오히려 인류를 위한 일이지.”
“형님 이게 생체실험하고 뭐가 달라요, 이건 아니죠.”
“아- 그만해! 이미 끝난 얘기야.”
김길수의 말을 전혀 들을 생각이 없는 이태식.
다시 원점으로 이야기가 돌아왔다.
이미 같은 이야기가 몇 번 반복된 상황.
둘은 한참을 아무 말없이 애꿎은 술잔만 기울인다.
잠시 후 체념한듯 조용히 말하는 김길수.
“형님, 그래서 장비 성능은 확실한 거요?”
“그래 확실해, 인간 심장은 못 버티지만 몬스터의 심장 충분히 버텼어.”
“그래서 사람 몸에 몬스터의 심장을 이식한다고요?”
“맞아, 그리고 내가 만든 장비로 마력을 주입하면···.”
“정말 확실하죠?”
“확실해, 이미 내가 직접 확인해봤어.”
“확인했다고요?”
“응, 내가 수술 실력이 없어서 실패했지만 실력 좋은 심장 전문의만 있으면 가능해.”
“하···. 일단 수술 잘하는 사람은 찾아볼 게요.”
“고맙다 길수야, 너도 알지만 난 이미 의사생활 때려 친지 너무 오래돼서···.”
“알았어요. 확실한 사람으로 소개해줄 게요.”
“그래, 부탁한다.”
둘은 기분이 약간 풀린 듯 소주잔을 맞댄다.
짠-
시원하게 소주를 들이켠 이태식의 표정이 조금 밝아졌다.
하지만 여전히 떨떠름한 표정의 김길수.
김길수는 꺼져버린 불판 위에 말라 비틀어진 삼겹살 조각을 입에 넣고 질겅질겅 씹는다.
그리고 이내 퉁명스럽게 말한다.
“형님, 만약에 정말로 실험이 성공해서 사람이 깨어나면 그 사람이 민성이가 맞는 거요?”
순간 젓가락을 든 이태식의 손이 멈칫한다.
마치 정지한 마네킹처럼.
그리고 이내 낮은 목소리로 답한다.
“솔직히 확실치 않아, 아니 확률은 낮겠지, 다만 [마력뇌파충격기]가 내 설계대로 작동하면 장치로 옮겼던 민성이의 기억이 전달되겠지.”
“장치에 민성이의 기억을 옮겼다고요?”
“그래, 마력으로 민성이의 뇌를 스캔해서 장치에 저장했지.”
“정말 형님은···. 하지만 만약 실패하면···.”
“실패하면 기억을 완전히 잃거나, 죽었던 시신의 기억을 가지고 깨어나겠지···.”
“깨어나지 못할 수도 있죠?”
“당연히 못 깨어날 확률이 훨씬 높지.”
“하···. 조금 무섭네요.”
“솔직히 나도 그 부분이 조금 두렵다.”
“아무튼 형님이 3년을 그렇게 매달렸는데 꼭 성공했으면 좋겠네요.”
“그래, 나도 그러면 좋겠다.”
“그럼 민성이 시신은 어떻게 했어요?”
“이번에 장치개발 완료하고 조용히 화장해서 납골당에 안치했다.”
“잘 하셨네요.”
“못난 애비 만나서 죽어서도 이 고생을 했으니 이제라도 편히 보내줘야지···.”
“그러게요, 벌써 3년이라니···.”
“그래, 3년간 죽은 자식 시신을 보관하다니···. 나도 진짜 미친놈이다.”
“그건 맞죠, 형님은 정말 미쳤어요.”
“그래, 그건 나도 인정해···.”
둘은 조용히 술잔을 들고 부딪힌다.
짠-
김길수가 한껏 인상을 쓴다.
소주가 제법 쓴지 굵은 눈썹이 송충이처럼 꿈틀댄다.
이태식도 어느덧 꽤 취해 보인다.
잠시 후 김길수가 할말이 있는듯 이태식을 바라본다.
그리고 조용히 입을 연다.
“형님, 윤희는 아무것도 모르죠?”
“···.”
아무런 말도 못하는 이태식.
“역시···.”
잠시 후 무언가 다짐한 듯한 이태식의 표정.
그리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한다.
“윤희에게는 죽을 때까지 비밀이야, 절대로···.”
김길수이 살짝 미소 지으며 말한다.
“그래요, 그 비밀 제가 지켜드리죠.”
“고맙다 길수야.”
“허허허- 고마우면 술이나 자주 사요.”
“그래, 얼마든지···.”
둘 사이에 느껴지는 서로에 대한 믿음.
대학 선후배로 만나 30년을 넘게 둘도 없는 사이로 지내왔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서로가 이해하지 못한다 또 이해하고 싶지도 않다.
그렇게 둘의 술자리는 점점 깊어만 간다.
-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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