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
집에 돌아와 티비를 틀어보니 공략 등급에 대해 나오고 있었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EX급 최초 공략자가 나타났다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관리국 관계자는 상황을···.]
물론 나 역시 랭킹 갱신에 놀란 건 사실이지만, 공략한 지 1시간 만에 뉴스에서 보도가 되고 있을 줄은 몰랐다.
아직 1층인데 왜 이리 호들갑이야···.
티비뿐만 아니라 헌터 게시판도 난리였다.
[제목 : 와 EX급 뭐임?]
ㅅㅂ 누구는 며칠간 분석해서 공략해도 B급이 최선이던데 EX는 도대체 뭐임? 뭐 어떻게 해야 1층부터 EX급이 나옴? 그냥 탑이 나은 자식인 거 아님?
└ 오류임ㅋㅋ
└ 나도 개억울함. 공략 존나 빨리 해도 등급 별로 안 높던데. 네 말대로 그냥 탑 마음에 들어야 하는 듯.
└ 예전부터 그러긴 했음. 그래서 급하게 공략할 필요 없다는 거임. 그냥 최대한 안전하게 공략하는 편이 등급 제일 잘 받는다고 생각해라.
EX급을 받은 나 역시 어떤 방법으로 등급을 받았는지 알 수 없었다.
급하게 공략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특별하거나 아주 압도적으로 공략한 것도 아니었다.
굳이 알아낼 생각은 없었다. 좋은 성적이 나와야 보상과 경험치가 올라가는 건 맞지만 성적 신경 쓰다가 뒤질지도 모르지 않는가.
다만 공략 점수는 나도 이해가 안 되지만 내 능력 자체는 S급 이상이 분명했다.
클래스 이름도 그냥 마법사가 아니다.
진화하는 마법사.
만약 게임이었다면 후반 포텐션일 기대되는 클래스임이 분명하다.
“확실히 데미지도 너무 잘 오르는 것 같단 말이지···.”
나는 상태창을 열어 능력치를 확인했다.
【상태창】
[이름] : 최호연
[레벨] : 3
[직업] : 진화의 마법사
[등반] : 1층
[체력] : 104/104
[마나] : 100/100
[지구력] : 13/13
[근력] : 9
[민첩] : 7
[마력] : 22
[방어] : 2
[행운] : 0
[체력 재생(초)] : 1.4
[마나 재생(초)] : 2.3
『보유 효과』
없음.
클래스가 마법사인 만큼 마력 능력치가 빠르게 상승했다.
마법 피해는 마력의 영향을 받았는데, 마력 투사의 경우 마력 수치 1당 피해 10이 상승했다.
마력 구체는 1당 8의 데미지가 오른다.
사실 마법의 진화 없이 레벨만으로도 피해는 충분히 잘 오르는 것 같았다.
탑 등반도 레벨이 생명인 셈.
더불어 마나랑 마나 재생도 조금씩 올랐는데, 레벨을 올리고 마법의 시전 시간을 극한으로 줄인다면 마력 투사를 기관총처럼 사용하게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 외 수치는 마법사답게 높지는 않았다.
돈 좀 모으면 방어 아이템은 하나 구비 해야겠네···.
상태창을 보며 계획을 머릿속으로 구상하는 동안 배가 허기짐을 알려왔다.
“배는 채워줘야지···.”
나는 습관적으로 가스레인지에 냄비를 올리고 라면을 꺼냈다.
그렇게 대충 때우려 했지만···.
맞다. 오늘도 돈 좀 벌지 않았나?
곧장 핸드폰으로 잔액부터 확인.
[잔액 : 40,444,804원]
“나도 돈 좀 많았지?”
분명 어제까지만 해도 통장에 1,804원밖에 없었던지라 순간 내가 거지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장 좀 보고 와야겠네.
장을 보는 건 간단했다.
그야 먹고 싶은 게 있으면 가격 신경 쓰지 않고 담았기 때문이다.
냉동 만두? 담아.
스팸? 담아.
고추 참치? 담아.
항정살? 담아.
그렇게 두 봉지를 식료품으로 가득 채웠으나, 통장에는 여전히 4천만 원 상당의 돈이 남아있다.
본래라면 두 달 치에 가까운 식비를 계산했음에도 내 마음은 여유로웠다.
오늘은 쫄깃한 항정살 파티.
고기를 굽는 동안 문득 동생이 떠올라 치킨 기프티콘을 두 개 선물로 보냈다.
“거의 6만 원이네···.”
5분 정도가 지나자 전화가 걸려 온다. 나는 받을까 말까 고민하다 끈질긴 시도에 결국 받았다.
- 이런데 돈 쓰지 말고 제발 좀 아껴라.
“나도 이제 부자라고.”
- 부자는 무슨. 통장에 한 푼도 없을 사람이. 안 먹을 거니까 환불해.
“환불할 줄 모르는데? 팔 떨어지기 전에 빨리 받아.”
- 팔이 왜 떨어지냐? 기프티콘으로 보내놓고서는. 됐어, 나 다이···.
나는 빠르게 전화를 끊어버렸다. 괜히 말싸움만 하다가 통화 시간만 길어질 게 뻔했다.
각성했다는 사실은 조만간 직접 전해야지.
***
오늘은 2층 공략 예정.
「현재 층수 : 2층.」
「완료 목표 : 코볼트 42마리 절멸.」
「제한 시간 : 10시간.」
코볼트는 크게 어려운 상대가 아니라고 한다.
1층 거미보다 약하다는 말도 많았다.
다만 문제는 장소라고.
2층의 배경은 동굴이었다.
답답한 느낌의 좁은 동굴은 아니었고 판타지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넓은 크기의 굴이었다.
마법을 쓰는데 문제는 전혀 없지만 공간이 너무 어두웠다.
딸깍.
고민하다가 구매한 50만 원짜리 탑 등반용 손전등을 켰다.
손전등으로 몬스터의 머리를 후려쳐도 안 부서진다고 광고하여 충동적으로 구매했다.
밝기도 최대 5000루멘 정도로 밝다고 한다.
아무튼 손전등을 통해 시야 확보는 가능했다.
“뭔가 으스스하네···.”
슬라임이 있던 들판과 거미가 있던 숲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다.
마치 누군가 오랫동안 살던 곳처럼 느껴졌으며 급하게 달아난 듯한 흔적도 있었다.
그렇게 주변을 둘러보며 이동하던 도중 멀리서 움직이는 작은 그림자가 보였다.
녀석들은 손전등 빛에 당황한 듯 부리나케 움직였다.
나는 코볼트가 있는 쪽을 향해 마력 구체를 만들어 날렸다.
콰앙!
마력 구체가 폭발하자 동굴 내부가 미세하게 흔들리는 것처럼 느껴졌다.
“께에엑!”
코볼트들이 분주해졌다. 마력 구체로 녀석들을 맞춘 것 같지는 않지만 놀라게 하는 데는 성공했다.
몸을 숨기며 다가오던 코볼트들이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코볼트는 덩치가 큰 종족은 아니었다. 흉측하게 생긴 초등학생 정도랄까.
조금 전 폭발을 보았음에도 전혀 주눅 들지 않고 달려들었다.
먼저 막무가내로 달려드는 놈들에게 마력 구체를 날렸다.
퍼어엉!!!
가장 앞쪽에서 달리던 코볼트 3마리가 산산조각 났다.
다시 멈추지 않고 마력 구체를 날렸다.
이번에는 2마리의 코볼트가 구체 폭발에 휘말렸다.
폭발 충격으로 생겨난 뼛조각 파편이 뒤에 있던 2마리의 코볼트의 목숨을 앗아갔다.
아직 폭발 범위는 작았지만 데미지는 꽤나 강력했다.
마나가 좀 많이 들긴 하네···.
현재 눈앞에 보이는 코볼트 숫자는 10마리 정도.
나는 뒤로 물러나며 마력 투사를 사용했다. 마력 덩어리는 빠르게 날아가 코볼트를 쓰러트렸다.
일단 내게 달려들던 코볼트는 전부 처리한 후 주변을 둘러보던 순간이었다.
“끼엑!”
언제 거리를 좁힌 것인지 코볼트가 튀어나왔다.
퍼억!
나는 놀란 나머지 들고 있던 손전등을 휘둘렀다. 코볼트는 그대로 바닥에 고꾸라져 몸을 떨었다.
마력 투사를 이용해 고꾸라진 코볼트를 처리했다.
“오···. 단단하긴 하네.”
딱딱한 머리를 후렸음에도 손전등은 멀쩡했다.
이제 남은 코볼트는 절반 정도.
녀석들이 머리를 굴리긴 했지만 신체적 능력이 떨어졌다. 키가 작아 달리기도 느렸고, 힘도 약한 것 같았다.
나는 좀 더 안쪽으로 이동했다. 주변을 경계하며 이동하던 끝에 나머지 절반 코볼트의 기척이 느껴졌다.
이번에도 놈들은 어둠 속에 숨어있었다. 녀석들을 찾기 위해 손전등을 이리저리 움직였다.
마나 상태도 양호.
다시 마력 구체를 만들어 코볼트가 숨어있을 만한 곳으로 날렸다.
아직 범위는 좁지만 적의 위치가 어딘지는 모를 때 포격만큼 좋은 게 없다.
콰앙!
이번에도 강한 폭발이 일어나자 코볼트는 바퀴벌레처럼 사사삭 움직이기 시작했다.
녀석들의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다시 한번 발사.
커다란 폭발 소리와 함께 코볼트의 비명도 들려왔다.
먼저 죽은 코볼트들과 마찬가지로 습격은 불가능하다고 느꼈는지 내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정면으로 코볼트 녀석이 뚜벅뚜벅 위풍당당한 모습으로 걸어왔다.
다른 코볼트와는 크기가 다른 녀석이었다.
초등학교 고학년 수준의 몸집.
먹는 걸 좋아해서 살이 좀 오른 정도의 크기였다.
녀석의 무기는 다른 코볼트와 달랐다. 단검 또는 작은 칼을 들고 있던 반면 녀석은 망치를 들고 있었다.
“저런 놈이 나온다고 했나?”
“우웨에에에!!!”
코볼트 대장은 나를 향해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화가 잔뜩 났는지 망치로 땅을 두드리고는 다시···.
“우웨엑―!”
“시끄러워 인마.”
아무리 근육질에 덩치가 다른 코볼트보다 커도 마력 투사는 버티지 못한다.
코볼트 대장 주변에 서있던 코볼트들은 어리둥절한 모습이었다.
방금 전까지 사기를 높여주던 대장이 한순간에 머리가 사라졌으니 그럴 수밖에.
당황한 녀석들을 사냥하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았다.
[2층 라그문딘 공략에 성공하셨습니다.]
[공략 소요 시간 : 17분 45초]
[공략 목표 : 완료]
[공략 점수 : 99/100]
[RANK : EX급]
[시련의 탑 2층 랭킹 순위를 갱신합니다.]
흐음···.
딱히 특별할 것 없는 공략이었지만 역시나 EX급.
랭킹도 갱신됐다.
진짜 버그인 건 아니겠지?
물론 버그든 말든 내게는 좋은 일이었다. 등급이 높을수록 경험치와 보상이 늘어난다고 하니 말이다.
[EX급에 비례하여 경험치와 보상을 획득합니다.]
[레벨이 상승합니다.]
[마력 투사의 숙련도가 상승했습니다.]
[마력 투사의 새로운 진화 요소를 선택하세요.]
[마력 구체의 숙련도가 상승했습니다.]
[마력 구체의 새로운 진화 요소를 선택하세요.]
오우···.
오늘은 싹 다 레벨이 올랐다.
【공략 보상】
마석 5,000g
오늘은 17분 만에 5천만 원을 벌었다. 이 정도면 돈을 복사하는 셈.
사실 아직도 마석을 봐도 실감이 안 난다. 이 마석이 전부 내 거라니···.
일단 마석을 챙긴 후 마법 진화 창을 열었다.
【마력 투사 진화】
- [데미지 증가] : 피해 100이 증가합니다.
- [치명타 피해] : 치명타 피해가 50% 상승합니다.
- [시전 속도 감소] : 시전 속도가 0.5초 감소합니다.
오늘은 투사체 증가 대신 치명타 피해가 떴다.
현재 치명타 피해가 50%이니 이제 2배로 바뀐다는 말.
다만 치명타는 아직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치명타 없이도 데미지는 충분히 강력하니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데미지 증가도 크게 필요하지 않았다.
[시전 속도 감소를 선택합니다.]
본래 시전 속도는 2.5초.
0.5초 줄어 이제는 2초가 되었다.
곧바로 마력 투사를 사용해 시전 속도가 달라졌는지 확인했다.
0.5초 차이지만 체감은 꽤 빨리 줄어든 것 같다.
만약 0초까지 줄이면 내 마력 투사를 맞고 버틸 수 있는 녀석은 없을 것이다.
다음으로는 마력 구체 진화 창을 열었다.
【마력 구체 진화】
- [데미지 증가] : 피해 80이 증가합니다.
- [마나 감소] : 마나 사용량이 절반 줄어듭니다.
- [범위 증가] : 범위가 2배 늘어납니다.
범위?
[범위 증가를 선택합니다.]
고민할 필요조차 없다. 마법의 피해는 레벨 상승만으로 충분했고, 마나 역시 마찬가지.
시전 속도가 0.5초 정도로 줄어든다면 모를까.
마력 구체도 곧바로 시험했다.
콰아앙!!!
폭발하는 소리부터 다르다.
이제는 확실히 광역기라 부를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나는 좀 더 마법들을 시험하다 탑을 벗어났다.
***
“2층도 EX급이군···. 3시간 전부터 탑에 출입한 각성자들 전부 알아낼 수 있어?”
윤서재는 조금 전 새롭게 갱신된 랭킹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게 일일이 확인하고 있긴 한데···. 하필 각성자들이 많이 몰리는 시간이라 너무 많습니다.”
시련의 탑 주변에는 CCTV도 없으며 탑에 입장하는 각성자의 수도 많았다.
더불어 각성자 인권을 외치는 협회의 때문에 각성자의 정보를 파악하기도 쉽지 않았다.
관리국 요원들은 일일이 확인하고는 있었으나 하루아침에 찾아낼 수는 없었다.
“해외 움직임은?”
“어제 중국에서 반응이 있었긴 했는데···. 재해 감시국 쪽은 잠잠한 것 같습니다.”
“어느 한 곳도 움직임을 놓치면 안 돼.”
새로운 EX급의 탄생.
관리국의 운명을 바꿀 수 있는 순간이었다. 아니, 어쩌면 나라의 운명이 바뀔 수도 있는 순간이다.
하지만 지금 당장 윤서재가 할 수 있는 거라곤 지켜보는 것밖에 없었다.
“팀장님. 좀 쉬셔야 할 것 같습니다. 식사라도 하고 오시는 게···.”
“아, 식사? 그래, 잠깐 쉬고 올게. 무슨 일 생기면···.”
지이잉.
그때 전화가 걸려 왔다.
20년 지기 친구 최호연의 전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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