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켜야 할 것.
바람 한 점 불지 않는 맑은 날이었습니다.
기운 넘치는 태양은 남는 힘으로 지상을 한껏 달굽니다.
오늘도 란체스트 왕국 훈련장은 병사들이 모여 훈련을 하고 있습니다.
“으아아아아악!!!”
“어어어어억!!!”
힘겨운 고통 소리와 흙 먼지가 날립니다.
언데드를 연상시키는 비명인지 함성인지 모를 소리의 주인들은 바로 병사들입니다.
현재 그들은 훈련장에서 절찬리 고통 아니, 훈련을 받고 있습니다.
거친 갑옷 이음새가 부딪히며 불쾌한 연주를 합니다.
거친 숨소리가 절박함을 높이며 연주의 빈 공간을 메꿉니다.
듣다 보면 이곳이 훈련장인지 지옥의 연주회 인지 헷갈릴 지경입니다.
“아, 이제 무리.”
짧은 단말마 외침과 함께 누군가 바닥에 쓰러집니다.
지옥의 연주를 하던 누군가 체력이 다한 겁니다.
말이 필요한가, 쓰러진 연주자의 정체는 동화였습니다.
“고작 이 정도로 쓰러지다니. 한심스럽군. 정신 차려라 꼬맹이. 전장이었다면 몸이 아니라 목이 나자빠졌을 거다.”
다시 말하지만 여긴 지옥입니다.
지옥에서 편안히 쉰다? 사치스럽고 상상만 가능한 이야기입니다.
지옥의 간수장이 지친 동화 앞에 나타납니다.
그녀는 그를 쉽게 놓아줄 마음이 없는 모양입니다.
동화는 반박 대신 거친 숨만 돌려줍니다.
“하아하아...”
손가락 하나 어쩌지 못하는 동화는 반박할 기력도 없었습니다.
반발하지 못하는 동화 옆으로 간수장이 다가왔습니다.
겨우 눈을 뜬 동화는 떨리는 눈동자로 간신히 하늘을 가린 그녀를 올려다봅니다.
어깨까지 내려오는 짙은 짧은 금발, 빛을 잃은 주홍 눈의 여기사가 반대로 내려다봅니다.
요새 지옥은 간수장도 미모 패치를 받는 모양입니다.
아름다움이 동화가 만난 여성 중 손에 꼽는 아름다움이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동화 눈에 흑심이 차거나 하진 않습니다.
그 뿐만 아닙니다. 여기에서 훈련을 받는 기사들은 모두 비슷합니다.
그녀의 미모가 숨긴 가시가 얼마나 위험한지 뼈저리게 잘 알고 있습니다.
“그나마 눈빛 만은 살아있나.”
“......”
그녀를 모르는 왕국 국민은 없을 겁니다.
개인의 한계를 극복한 살아있는 재앙.
나오는 전쟁마다 패배를 모르는 기사.
승리의 여신.
란체스트 왕국 최강의 기사 오베로니아 기사 단장입니다.
“문제는 눈빛만 살아있고 나머지는 불합격이란 사실이군.”
오베로니아 단장은 아름다운 외모로도 공포를 줄 수 있다는 사실을 말하고 싶나 봅니다.
그녀의 눈꼬리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켜올라가 있습니다.
이마저도 그녀의 기준선에서는 불합격인가 봅니다.
단장은 한 손으로 동화를 들어 올립니다.
동화는 단장 팔에 나무에 매달린 열매 꼴로 잔소리를 듣습니다.
“일어서라 전장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잠시.”
“음?”
“잠시 쉬면...안될까요?”
동화는 거친 숨만 내쉬다 약간은 돌아온 힘으로 입만 간신히 놀립니다.
문제는 목에는 설득력을 발휘할 힘이 없었습니다.
어쩔 수 없습니다. 지지대인 입술은 갈라지고, 목은 가뭄에 메말랐습니다.
최악의 환경임에도 동화가 간절히 바란 것은 휴식이었습니다.
원초적 본능조차 이길 정도로 피곤이 쌓여있습니다.
아마 계기만 있다면 바로 골아 떨어질 것입니다.
어떤 의미로는 본능에 가장 충실한 노예가 된 아이였습니다.
“벌써 8시간째 갑옷 입고 훈련 중 입니다. 한계에요. 기절할 것 같아요.”
평범한 훈련이었다면 동화도 이 정도로 까지 가진 않습니다.
용사라는 직함의 무거움을 알기에 그도 약한 소리를 하고 싶지도 않고요.
그렇기에 참고 참았지만 동화도 이제는 한계입니다.
훈련.훈련!훈련!!훈련!!!후려언!!!!!
아침부터 저녁까지 갑옷을 입고 훈련합니다.
밥 먹으면서도 훈련하고요.
심지어 쉬다 가도 기습적으로 훈련에 들어갑니다.
오직 훈련이 없는 시간은 하나.
일하는 시간이 끝난 순간 뿐이었습니다.
그야말로 무식함의 연속.
동화가 불만이 터지는 것은 당연한 결과입니다.
단장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의아함을 나타냅니다.
“그런가. 나름 왕족 직속 병사들에게 훈련을 받았다 들었는데. 이건 고작 왕궁 기사들 훈련이다. 이 정도도 따라오기 힘드나.”
“제 고향에 있을 땐 평생 훈련하고는 거리가 먼 인생을 살았거든요. 단장님한테 훈련 받기 전 3개월만 가볍게 기초만 훈련 받았죠.
그러고 이 정도면 나름 따라온 거면 대단하지 않나요?”
단장은 장갑 낀 손으로 턱을 어루만지며 평가합니다.
“확실히 대단하기는 하지. 근데 널 보면 더 잘할 수 있겠단 생각이 든단 말이지.”
“네?”
“재능인 보인단 말이지. 네 말한 대로라면 말이다. 아무튼 알겠다. 나름 잘 따라왔다.”
“그럼 쉬어도 되죠?”
“적당히 쉴 줄도 알아야 잘 단련되는 법이지.
단, 기억해 두 거라. 용사라는 직급을 단 이상 빠른 시일 내에 최소 저들은 따라가야 한단 사실을.”
기사 단장이 가리킨 장소의 기사들을 보았습니다.
지금도 악을 짜내어 지옥의 찬송가를 부르고 있는 연주자들입니다.
햇빛에 달궈진 갑옷이 비명을 짜냅니다.
신기한 점은 그러면서도 훈련을 유지하며 앞으로 나아간단 사실입니다.
대단한 집념과 광기가 느껴집니다.
당연한 현상일지도 모릅니다.
왕궁의 수도는 평안해 보이나 저 바깥은 전란의 시대.
죽음이 턱밑까지 쫒아 왔으니 발버둥은 당연합니다.
일종의 살기 위한 생존의 몸부림이라 볼 수 있습니다.
그들의 기백에 압도되었는지 동화는 말을 아낍니다.
단장은 당연하다는 얼굴입니다.
직접 키운 녀석들인 바 불만은 많을지언정 실력은 확실합니다.
“잊지 마라. 저들은 지위 따위에 억 매이지 않고 지옥에 들어오길 자처한 기사들이다.
용사라는 직위에 있으면서 저들에게 밀려 서야 되겠나. 너가 설 전장은 저들보다 더 치열할 것이다.
이것도 못 버텨 서야 전장에 의미 없는 시체 하나 더 쌓이는 꼴이겠지.
일단 뛰어넘어라. 그게 네가 도달해야 할 첫 번째 목표다.”
“무엇이 저들을 저렇게까지 절박하게 만들었을까요.”
단장은 동화의 질문에 고민합니다.
어느새 그들은 이동해 그늘에 도달했습니다.
정확히 동화는 도달 당했다가 맞겠습니다.
그는 여기까지 들려왔으니까요.
그의 물음에 고민하던 단장은 눈을 돌립니다.
“소중한 사람을 지키고 싶다는 집착? 삶에 대한 간절함? 내 생각으로는 그 정도 밖에 무르겠군.
자네도 그런 쯤은 하나 있지 않나?”
“글쎄요. 아직은 잘 모르겠네요. 저도 이 세계에 온 지 3달밖에 되지 않아서.”
동화는 애써 새로 사귄 시끄러운 친구는 머릿속에서 지웠습니다.
아직 그 정도 상대는 아닙니다.
머릿속에서 신나게 이름을 부르다 무시하니 삐지는 그녀를 애써 무시합니다.
동화의 머릿속 상황을 전혀 모를 단장은 멋대로 착각합니다.
“실언이었나. 다만 나중에라도 천천히 생각해 보는 편이 좋을 거다. 전장에서 살아 돌아올 동기로 이만한 것도 없으니.
지옥을 건너기 위해서는 빠져나갈 동앗줄 정도는 필요하다. 사람을 사귀기 힘들다면 삶에 대한 간절함도 나쁘지 않고.
뭐든 하나쯤 만들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추천한다.”
“훈련과 달리 무척 이나 친절하시네요.”
“당연하지. 자네도 어쨌든 이제 ‘우리 기사단 소속’ 아닌가.”
제법 친근하게 다가오는 단장에게 아이는 역으로 질문 합니다.
“단장님은 ...있으신가요?”
“나 말인가.”
단장은 아련하게 하늘을 얼려다 보며 무언가를 회상합니다.
동화가 물으려 했으나 그전 그는 단장의 팔에서 떨어집니다.
정확히는 단장이 놓아버려 땅바닥에 추락했다는 말이 맞겠군요.
다 익어 떨어진 열매 꼴이나 동화는 불만이 튀어 나올 틈은 없었습니다.
“글쎄 한때 있었다고 착각했었지.”
단장의 아련한 얼굴은 누구라도 불만이 쏙 들어갈 분위기를 풍겼습니다.
“그래, 어쩌면 나는.”
아련한 목소리로 그녀는.
“죽을 장소를 찾아 헤매는 걸지도....”
씁쓸한 최후를 말을 입에 담습니다.
“단장님.”
몸이 나름 회복했는지 용사는 비틀거리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일어섭니다.
동화는 어떤 말을 하려는 걸까요.
그녀가 어떤 과거를 가졌는지는 아이도 모릅니다.
다만 말 만을 걸어야 할 느낌을 그는 받았습니다.
그래요. 그저 그랬기에 그는 일어섰습니다.
“으응?”
심상치 않은 동화의 분위기를 보고 그제야 단장도 반응하며 깨어납니다.
그녀는 그를 조용하게 내려다봅니다.
단장은 키가 상당해서 인지 동화보다 약간 컸습니다.
“단장 죽을 장소를 헤맨다는 불길한 소리는 하지 마시죠.”
“나름 용사라고 주의를 주는 건가? 당차지만 무례하군. 네 녀석하고 상관없는 일이다.”
“아니요 상관있습니다.”
개인 문제에 멋대로 들이받다니 상당히 무례할 수 있는 일입니다.
단장은 나름 배려하려 하나 동화는 직진 밖에 모르는 남자이었습니다.
다음은 모릅니다. 당장 손을 뻗어 달라 요청하는 상대가 있는데 어찌 외면을 하겠습니까.
계산적인 성격이면 머뭇거렸을 수 있습니다.
단장이 풍기는 예리함은 누구도 들어가기 머뭇거리게 만드니까요.
다만 동화는 안타깝게도 그런 계산과 거리가 영 먼 성격입니다.
“단장이 말했잖아요. 저희는 이제부터 동료라고.”
“자네 방금 네가 한 말을 써먹는 건가.”
“네. 쓸 수 있는 건 다 써야죠. 동료를 죽게 놔두는 동료가 어디 있겠습니까?”
단장은 놀랐는지 눈을 크게 뜹니다.
동화가 이렇게 받아칠 줄은 몰랐기 때문입니다.
반응 자체는 미미했기에 동화가 눈치 채는 경우에는 도달하지 못했습니다.
허나 사실 동화에게는 사소한 이야기입니다.
알았다 해도 그가 다른 선택지를 선택할 경우는 없습니다.
단장이 어떻든 이런 모습을 본 그가 나아갈 길은 처음부터 하나 입니다.
동화는 솔직하고도 정직하게 돌진하여 부딪힙니다.
“아니면 방금 저한테 했던 말은 거짓입니까?”
“핫! 하하하하하하!!!!!”
단장의 굳은 표정이 풀렸습니다.
거기에서 멈추지 않고 단단하던 표정을 깨부수며 시원하게 웃습니다.
얼마나 웃었는지 눈가에 눈물이 맺혔을 정도죠.
단장은 눈가의 눈물을 쓸어내며 감상을 표합니다.
“한방 먹었구만. 설마하니 나를 걱정하는 녀석이 있을 줄이야.”
“그런 소리를 하는데 걱정하지 않습니까. 당연한 겁니다.”
“이런 고민을 표해도 다들 장난으로 넘기니까 말이야.
나를 이런 사소한 고민 따위 신경 쓰지 않을 녀석으로 보지.
혹은 고민해도 언젠가 스스로 타파할 거라 믿거나.”
“다들 대단한 착각에 빠졌군요. 무력이 강하다고 마음이 강한 것도 아닌데.”
“재미있는 추측이군. 여태까지 그런 방식으로 생각해준 날 걱정해준 녀석은 없었다. 나쁘지 않은 기분이야.
어쩌면 너가 그런 건 나하고 알고 지낸지 얼마 되지 얼마 되지 않아서 그럴지도 모르지.
부디 그 생각이 끝까지 갈 수 있다면 좋겠다.”
“제 생각은 바뀌지 않을 것입니다.
만약 못 믿겠다면 제 소중한 사람에 단장님을 넣겠습니다.”
“잠,잠깐!! 갑자기 이야기가 왜 그쪽으로 튀는 거지?”
단장이 얼굴을 붉히며 당황합니다.
이야기의 흐름이 파고 들더니 너무 멀리 튀었습니다.
단장은 그늘임에도 바깥의 태양을 쬘 때보다 뜨거운 더위를 느낍니다.
단장의 반응이 맛있는지 동화도 멈추지 않습니다.
“이런 건 부담감을 가득 줘야 하는 법이거든요.
참고로 단장님이 멋대로 죽어버리면 전 엉엉 울어버릴 겁니다.”
“이상한 녀석. 나하고 만난 지도 얼마 되지도 않았으면서. 좋은 기억을 없을 텐데 그런 소리를 태연하게 한다니.”
“이제 아는 사이잖아요. 아는 사람을 살리는데 이유가 필요 합니까.”
“그런가. 어쩐지 너가 용사로 소환된 이유를 알 것 같군.
그럼 나도 더는 묻지 않겠다. 대신 하나 공평하게 사적으로 하나 물어봐도 되겠나?”
“상관없습니다. 제가 먼저 시작했으니 물어보시죠.”
동화의 말을 듣고 기사 단장은 여태까지의 엄격한 표정과 정반대의 표정을 지어 보입니다.
한순간 그 빛에 홀려 눈이 따라갑니다.
미모에 어울리는 장난기 넘치는 미소입니다.
동시에 미끼에 걸렸다는 회심의 미소이기도 했습니다.
“방금 내 말을 듣고 한 가지 확신했다. 너도 소중한 사람 생긴 모양이구나.
숨기지 말고 털어 놔 바라. 내 말대로 동료니까.
그래서 내 말을 듣고 생각난 소중한 이는 누구지?”
“무,무슨 소리실까요?”
“이래 보여도 눈치는 좋다. 말하던 순간 누군가를 떠올리는 눈이더군.
내가 부하들에게 이 질문을 한 게 몇 번째인데. 모를 거라고 생각했나.”
“...한 명 비슷한 사람이 있기는 합니다.”
“있긴 하군. 알려줘 바라.”
말은 짧았지만 흥분했는지 단장은 콧김을 뿜습니다.
단장님 캐릭터가 살짝 바뀐 느낌입니다.
"소녀의 마음을 놀린 대가이니."
단장님 이런 캐릭터 였던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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