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조앙의 스승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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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진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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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12.05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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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중군장에 선 하후광

DUMMY

정욱은 연주의 명사였다.

그 이름 하나만으로도 범현의 성문은 어렵지 않게 열렸다.

범현 현령 근윤은

자신의 모친과 처자식을 보는 순간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렸다.

“불효자식이옵니다··· 불효자식이옵니다···”

정욱이 그를 일으켜 세우며

상황을 수습하려던 바로 그때—

현성 안이 소란스러워졌다.


“병졸이다!”

“병졸들이 몰려온다!”

백여 명에 가까운 병졸들이

골목 너머에서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나는 정욱을 향해

익숙한 미소를 지었다.


“정욱 선생.

이번에도 저는,

상대가 아군이 아니라는 쪽에 걸겠습니다.”

정욱은 잠시 하늘을 올려다보다가

작게 웃었다.

“휴— 하후 공자의 행운을

이번에도 믿어보겠네.”


“쳐라!”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전위가 가병들을 이끌고 뛰쳐나갔다.

이번 전투는

넓은 평원이 아니라

좁은 현성의 시가지였다.

개인의 실력 차이가

여실히 드러나는 공간.


전위가 선두에서 길을 열자

가병들은 맹수의 등 뒤를 따르듯

거침없이 돌격했다.

병졸들은 얼마 버티지 못하고

무기를 버리고 항복했다.


그리고—

전위가 문사 한 명을

목덜미를 움켜쥔 채 끌고 왔다.

“백휴야, 이놈이 우두머리인 것 같아.”


나는 시선을 돌려

현령 근윤을 바라봤다.

“이 사람이 맞습니까?”

“맞네.”

근윤이 고개를 끄덕였다.

“진궁 태수가

나를 설득하려고 보낸 범의라는 자일세.”

나는 범의 앞으로 다가갔다.


“지금부터 묻는다.”

“고분고분 대답하면 살려주고,

헛소리하면 죽인다.”

범의는 코웃음을 쳤다.

“연주가 이미 다 넘어갔는데

네놈들이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으냐?”


“쓸데없는 말 말고.”

나는 귀찮다는 듯 말을 끊었다.

“뒤에 병마가 있냐, 없냐.”

“왜 없겠느냐!”

범의가 기세등등하게 소리쳤다.

“천군만마가 오고 있다!

죽을 준비나 해라!”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여포가 그렇게 대단해?”


드르르륵—

쇠방망이가 바닥을 긁는 소리가

현성에 울려 퍼졌다.

말라붙은 핏자국과

고깃살이 엉겨 붙은 방망이를

나는 천천히 들어 올렸다.


“상갓집 개노릇하는

삼성가노 주제에.”

“어디—

한번 죽어봐라!”


쾅—!

굉음과 함께

사람들이 본능적으로 눈을 질끈 감았다.

전위만이

팔짱을 낀 채 미소를 짓고 있었다.


“으아아아—!”

비명은 끊이지 않았다.

“하··· 하후 공자?”

정욱이 놀란 얼굴로 물었다.


나는 웃으며 방망이를 내려놓았다.

“아이들 보는 앞에서

제가 진짜 죽이겠습니까?”

“오줌까지 쌌으니

물어보고 싶은 건

선생이 직접 물으시지요.”

정욱은 헛웃음을 흘렸다.


“방금 질문에 대한 대답만 들으면 되네.”

“빨리 말해.”

범의는 온몸을 떨며 입을 열었다.


“진궁 대인이···

이천 명가량 되는 병마를 거느리고

이쪽으로 오고 있습니다···”

나는 정욱을 바라봤고

정욱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전위를 향해 말했다.

“형님,

이놈 살려보내면

우리 신분을 떠벌릴까요?”

“영웅루 말이냐?”

전위가 웃었다.

“하후은이 한 층 더 올리자고 하던데.

허물어주면 우리야 고맙지.”


“그럼 죽일 필요도 없겠네요.”

나는 가볍게 손짓했다.

가병들이 범의를 놓아주자

그는 그대로 주저앉았다.

“가서 진궁에게 전해라.”

나는 범의를 발로 툭 차며 말했다.


“언제쩍 여포냐고.”

“우리 백부님보단 잘생겼으니

얼굴마담으로는 쓸 만하다고.”

정욱의 눈이

크게 휘둥그레졌다.

나는 장난끼 섞인 표정으로 정욱을 향해

혀를 홀랑 내밀어 보이고는

범의를 현성 밖으로 몰아냈다.


“허허허~.”

정욱이 느긋하게 웃었다.

“도박과 술을 즐기는 인물이라고 들었는데···

소문이 조금 잘못 퍼진 모양이군.”

나는 가볍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소문은 소문 그대로입니다.”

“다만, 소문으로는 다 전해지지 않는 것들이

조금 있을 뿐이지요.”

정욱의 눈빛이 미묘하게 빛났다.

“기대가 되는군.”

그는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속으로는 이미 나를

단순한 상인도, 무력가도 아닌

‘판을 읽는 인물’로 다시 평가하고 있을 터였다.


“이제 어찌하면 되겠습니까?”

내가 물었다.


“복양에서 이쪽으로 오려면

창정진(倉亭津)이라는 나루터를 반드시 지나야 하네.”

정욱이 지도를 짚었다.

“그곳만 끊어 놓으면

진궁의 병마가 단시간 내에 건너오지 못할 걸세.”

“그럼 제가 다녀오겠습니다.”

나는 망설임 없이 말했다.


“나루터 파괴는 제가 맡지요.

재건은 이후 현령 나리께 맡기고요.”

현령 근윤이 나를 바라보다 공손히 공수했다.

“영웅루 하후 공자의 명성은

예전부터 들었습니다.”

“오늘 보니,

저 역시 다시 보아야 할 것 같군요.”


“광은산장이 범현 경내에 있지요.”

내가 미소를 지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아니네.”

근윤이 고개를 저었다.

“내가 잘 부탁드리겠네.”

방금 전까지만 해도

피비린내 나는 일을 벌였지만,

나는 관원 앞에서는

끝까지 예를 잃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본 정욱은

속으로 다시 한 번 감탄했다.

‘이 자는···

칼보다 무서운 놈이군.’


“그럼 창정진은 하후 공자에게 맡기겠네.”

정욱이 말했다.

“나는 동아현으로 가서

민심부터 바로잡아야 하니.”

“수고하십시오.”

나는 정욱을 배웅한 뒤

전위와 함께 가병들을 이끌고

곧바로 창정진으로 향했다.

나루터는 철저히 파괴했고,

다시 범현으로 돌아와

근윤과 함께 인근 정세를 살폈다.


정탐을 나갔던 가병이 돌아와 보고했다.

“연주 각지의 현이

대부분 여포에게 항복했습니다.”

“견성, 동아현, 그리고 범현만이

아직 버티고 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조조가 서주에서 회군하여

복양성을 포위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나는 근윤과 작별하고

곧장 복양성의 조조 군영으로 향했다.


며칠 뒤,

군영에 도착한 나는

가장 먼저 하후돈과 하후연을 찾았다.

군직이 없는 몸이었기에

가병의 신분으로 합류해

영채와 전량부터 확보해야 했다.


하후연을 따라

하후돈의 군장에 들어섰을 때—

군의들이 분주히 오가고 있었고,

피로 물든 천들이

한쪽에 수북이 쌓여 있었다.

“···설마.”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하지만 막상 마주하니

속이 울렁거렸다.

군의들은

하후돈의 왼쪽 눈을

붕대로 단단히 감싸고 있었다.

지혈이 끝났는지

붕대는 새하얬다.


“괜찮으십니까, 백부님.”

며칠 전까지만 해도

조금도 이상 없던 사람이

눈 하나를 잃은 모습으로

앉아 있는 것을 보자

가슴이 답답해졌다.


“아무 일도 아니다.”

하후돈은 침착하게 말했다.

“걱정할 것 없다.”

나는 그가

자기 눈알을 삼켰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제가 복수하겠습니다.”

나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

“반드시요, 백부님.”

“네가?”

하후돈이 웃었다.

“무슨 수로?”

“기특한 녀석이구나.”

“꼭 해드리겠습니다.”

나는 고개를 깊이 숙였다.

이 싸움은

단순한 전투가 아니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다음으로 향한 곳은

조조가 머무는 중군장이었다.

조숭이 광은산장에 머무르고 있었기에

그의 안부를 보고한다는 명분으로

자연스럽게 조조를 만날 수 있었다.

조조 역시

부친을 걱정하고 있던 터라

내가 도착했다는 말을 듣자

곧바로 불러들였다.


친병의 안내를 받아

중군장 안으로 들어서자,

조조와 정욱, 순욱 세 사람이

지도 앞에 서서 무언의 논의를 이어가고 있었다.

군막 안에는

묘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었다.

불빛은 낮았고,

사람들의 시선은 날카로웠다.


“하후광, 백부님께 인사올립니다.”

“잘 왔구나.”

조조가 고개를 들었다.

“아버지가 네 산장에 있다고 들었다.

잘 계시느냐?”

“아주 안전하십니다, 백부님께서 걱정하실 일은 없습니다.”

나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할아버지께서는

마치 진류성에 계신 것처럼

편안히 지내고 계십니다.”

“음식도 영웅루에서 드시던 것 그대로 드시고 계시고요.”

나는 일부러

‘할아버지’라는 말을 또렷하게 강조했다.


“그렇다면 다행이로구나.”

조조가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고생했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정욱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마치 더 볼일이 없다는 듯한 태도였다.

순욱이 나를 향해 공수하며

밖으로 안내하려는 순간—


“주공.”

정욱이 조조를 불렀다.

“이번에 범현을 지켜낸 인물이

바로 하후 공자입니다.”

“그 공로 역시

공로부에 기록해야 할 것입니다.”

“그렇더냐?”

조조의 눈길이 다시 내게로 향했다.

“그건 내가 미처 알지 못했구나. 소홀히 대했어.”

정욱이 자연스럽게

이번 전투와 나를 연결해주자

나 역시 말을 꺼내기 훨씬 수월해졌다.


“백부님.”

나는 군례를 올렸다.

“방금 정욱 대인이 말한 그 가병들을

원양 숙부님께 교대하고 오는 길입니다.”

“하지만 숙부님의 상처가

마음에 걸립니다.”

“복수할 기회를 주십시오.”

“허허허.”

조조가 웃었다.


“하후돈과 하후연이

그토록 군직을 권했건만

끝내 거절했다 들었는데?”

“이제 와서 전투에 나서겠다는 것이냐?”

“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오는 길에 들으니

고순이 복양성 동쪽에

영채를 세우고

기각지세를 이루고 있다고 하더군요.”

“백부님께서도

동채를 공격할 생각이시지요?”

조조가 다시 말을 돌리려 하자

나는 일부러

전황을 끌어냈다.


“하던 말을 끝까지 해 보아라.”

“백부님께서는

고순의 동채를

어찌 공략하실 생각이십니까?”


“병력은 오천.”

조조가 말했다.

“병마 만을 보내

정면으로 압박할 생각이다.”

“산길이 좁아

많은 병력을 써도

효율이 떨어질 것이네라.”

“부족합니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럼

얼마면 충분하겠는가?”

정욱이 수염을 쓸며 물었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오천이 지키는 영채를

팔천이나 만으로 치는 데

문제는 없습니다.”


“하지만—”

나는 지도를 짚었다.

“적군에는

여포와

병주·서량의 기병대가 있습니다.”


“복양성에서 불과 오십 리.”

“기병이 증원으로 달려온다면

어찌하시겠습니까?”


“또한 동채를 함락한 뒤

여포의 본대가 움직인다면

그 대응은 어떠하십니까?”

조조는 물론

정욱과 순욱 역시

쉽게 답하지 못했다.


“···그렇다면

얼마면 되겠느냐?”

나는 손가락 세 개를 펼쳤다.

“삼만?”

정욱이 눈을 크게 떴다.


“그건 전장에 있는 전부 병력인데?”

“전군 출전은 맞습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전부가 동채를 공격할 필요는 없습니다.”

나는 탁자 위에 놓인

주전자와 찻잔 사이에

선 하나를 그었다.

그 순간,

조조의 눈빛이 반짝였다.

설명은 더 필요 없었다.


밤이 되자

조조는 장수들을 불러 모았다.

“조인! 우금! 악진!”

“그대 셋은

일만 병마를 거느리고

고순의 영채를 공격하라!”

“명 받들겠습니다!”

세 장수는 즉시

병마를 이끌고

복양성 동쪽으로 출발했다.

“적은 반드시

기병을 증원으로 보낼 것이다.”

“넓은 관도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

“남은 장수들은

전원 병마를 이끌고

관도에 매복하라!”

“명 받들겠습니다!”

조홍, 하후연을 비롯한 장수들이

일제히 움직였다.


그리고—

전장은

조용히

덫을 완성해 가고 있었다.



작가의말

선작과 추천 부탁드립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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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그날, 원술은 돌을 선택했다. +4 26.01.14 672 20 11쪽
39 천시를 빌린 자 +7 26.01.13 863 28 11쪽
38 돌아온 하후광, 침묵하는 유비 +5 26.01.13 750 23 10쪽
37 믿음이 사라진 서주 +7 26.01.12 832 30 11쪽
36 이성을 잃은 조조군 +6 26.01.11 909 29 10쪽
35 동방이 아닌 동방 +4 26.01.10 1,022 31 11쪽
34 "너, 혼인했느냐?" +11 26.01.09 1,186 36 11쪽
33 유비 인생에서 가장 찬란한 날 +1 26.01.08 1,161 36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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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하후광의 초상화 +2 26.01.06 1,208 39 11쪽
30 진정한 인덕이란 +3 26.01.05 1,228 36 12쪽
29 유협의 결심 +2 26.01.04 1,244 44 11쪽
28 곽가와의 내기 +2 26.01.03 1,294 36 11쪽
27 곽가 봉효 +3 26.01.02 1,317 37 11쪽
26 미망인 취향 +7 26.01.01 1,375 36 11쪽
25 논공행상 +4 25.12.31 1,355 44 12쪽
24 허창으로 귀환 +2 25.12.30 1,383 38 13쪽
23 공포의 삼총사 +3 25.12.29 1,414 37 12쪽
22 채염 +5 25.12.27 1,449 37 13쪽
21 장안 입성 +6 25.12.26 1,488 39 12쪽
20 조앙의 스승 +4 25.12.24 1,604 44 12쪽
19 미가와의 거래 +4 25.12.23 1,538 34 10쪽
18 장안 계획 +4 25.12.22 1,592 42 13쪽
17 첫 만남 +5 25.12.21 1,626 49 11쪽
16 천자의 명분으로 +4 25.12.20 1,624 4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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