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로 산 외장하드에 비트코인 2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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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얼룩말
작품등록일 :
2025.12.02 19:19
최근연재일 :
2025.12.11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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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12.02 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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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인생의 역전 기회 -1-

DUMMY

“남자는 기술을 배워야 햐! 그래야 사람 구실 하는 겨!”


어린 시절부터 할머니한테 지겹도록 듣던 소리.

그래서 나는 기술을 배웠다.

공고, 공대, 군대(공병) 테크를 거치자, 나는 한 사람의 당당한 엔지니어가 되어있었다.

그 과정에서 자격증도 많이 따놓았다.

그러다 보니, 대기업도 생산직으로 별 어렵지 않게 들어갈 수 있었다.

인생의 모든 일이 잘 풀리던 시기였다.

그래서 나는 조금 인생을 얕보고 있었다.

내가 다니던 대기업에 정리해고 바람이 몰아치기 전까지···


‘기술만 배워두면 어디 가서 굶어 죽지는 않는다면서요. 할머니···’


대기업 생산직 직원이었다가, 하루아침에 백수가 되었다.

하필이면 노조를 만들 수 없는 회사에 다녔기에, 부당한 해고에 머리띠 두르고 시위도 못 해봤다.

그렇게 나는 마흔을 앞둔 나이에 직장을 잃고 말았다.

직장을 그만두는 건 더 늙어서의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연금수급을 받을 나이도 아닌데 직장이 사라지자 앞날이 막막했다.

그나마 결혼을 안 해서 애가 없는 게 다행이라고 여겨야 할지···


‘그래도, 세상에 죽으라는 법은 없는 모양이야···’


하루아침에 직장이 없어진 절박한 상황.

그 상황에서도 나를 먹여 살리는 것 역시 기술이었다.

나는 부랴부랴 다급하게 동네 전파사에서 알바 자리를 구했다.

나 정도 스펙과 경력을 가진 사람이 알바하러 오는 경우는 없었다.

나도 나름 대기업 출신이었으니까.

그래서 알바자리는 쉽게 구할 수 있었다.

문제는 워낙 규모도 작고 손님도 뜸한 전파사라는 사실이었다.

전파사에서 아르바이트하는 것 가지고는 벌이가 턱없이 부족했다.

그래서 나는 인터넷 중고마트를 통해 새로운 부업을 시작했다.

쉽게 말해서, 일종의 개인 리퍼비시 사업 같은 거랄까?

일단은 중고마켓에서 헐값에 판매하는 중고 전자제품들을 사들인다.

중고로 헐값에 나오는 물건들은 대부분 상태가 안 좋았다.

겨우 작동이 되거나, 아예 망가진 걸 파는 경우도 있었다.

물론 이 경우에는 거의 고철값만 받고 살 수 있었다.

그렇게 고철값만 받고 헐값에 사들인 중고 전자제품들이 늘어났을 무렵.

내가 가진 엔지니어로서의 경력과 실력을 총동원해서 어떻게든 그 고철들을 고쳐본다.

물론 그중에는 처음부터 상태가 너무 안 좋아서 결국 고치지 못하는 것들도 있었다.

하지만 애초에 그런 것들은 워낙 싸게 산 것들이라 별로 아깝지는 않았다.

대기업에서 생산라인과 고객서비스팀을 오가며 경력을 쌓았던 짬이 어디 가는 게 아니었다.

나는 내가 중고로 사들인 고물들을 거의 대부분 고칠 수 있었다.

그렇게 수리를 마치고 외부 수리까지 싹 마친 물건을 한데 모은다.

그리고 그 수리한 물건들을 중고 마켓에 다시 파는 것이다.

물품 설명에 ‘딱 한번 사용한 제품.’ 같은 걸 적어두고서.

좀 심각하다 싶은 물건은 ‘생활 흠집 살짝 있어요’라고 적어두었다.

그래, 솔직히 도덕적으로 올바른 행동은 아니다.

쓰레기통에 버려진 거나 다름없는 고철들을 주워다 파는 거니까.

겉모습만 멀쩡하게 만들어서 거의 새 물건인 척 파는 거니까.

하지만 고철로 샀을 때보다 되팔 때 10배가 넘는 가격으로 되사는 사람들을 보면, 이 일을 끊기가 힘들다.

돈 벌기가 이렇게 쉬운데, 왜 사람들은 돈 벌기 힘들다고 하는지.

반대로 오히려 내가 그 사람들을 도와주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사람들은 중고 물건을 싸게 사서 좋고, 나는 그 과정에서 폭리를 취해서 좋고.

서로 윈윈인 것 아닌가?


“어휴 추워··· 왜 이렇게 안 와?”


중고거래를 위해서 직접 발품을 팔아야 한다는 점만 빼면, 꽤 짭짤한 개인사업이었다.

그날도 나는 고쳐서 팔 고물들을 사기 위해 도로 옆 벤치에 앉아 기다리고 있었다.

중고마켓에서 만난 상대방은 10여 개의 외장하드를 팔겠다고 했다.

각각 1 테라짜리 중고 외장하드.

개장 1만 원에 다 합쳐서 10만 원.

개당 2만 원을 달라는 걸 후려쳐서 1만 원에 합의를 보았다.

하드디스크 복원은 대기업에 있을 당시 내 전문 분야이기도 했다.

그래서 이번 매입도 자신 있게 받아들였다.

정말 웬만큼 상태가 나쁘지 않은 이상, 다시 쓸 수 있게 만들 수 있었다.

겉보기에도 너무 나빠서 수리할 각이 안 나오면, 거래를 취소하면 그만이고.

그렇게 약속했던 시간에 벤치에 나와 패딩 한 벌로 추위를 이기며 기다리던 무렵···

갑자기 검은색 고급 세단형 승용차가 내 근처에 멈춰 섰다.

운전석에는 제복을 입은 운전수도 앉아 있었다.

고급 자동차를 물끄러미 쳐다보며 나는 생각했다.

이런 기사 딸린 고급 차를 모는 사람들은 중고거래 같은 건 안 하겠지.

중고로 팔지 않아도 아깝지 않을 만큼 돈이 썩어 넘 칠 테니까.

고급 승용차를 멈춰 세운 운전수는 황급히 차에서 내려 자동차의 뒷좌석으로 향했다.

운전수가 공손하게 고개를 조아리며 차 뒷 문을 열었다.

뒷문에서는 온몸으로 재벌집 귀수임을 뽐내는 복장의 중년 여성이 내렸다.

마치 옷이 아니라 돈을 둘둘 말고 있는 듯한 형상이었다.

아마 목에 맨 스카프 하나 가격이 내 10년 연봉보다 비싸겠지.

어차피 저런 사람과 내가 엮일 일은 없겠지.

그렇게 나는 남일처럼 신기하게 구경하고 있었다.

그런데 차에서 내린 중년의 사모님은 주변을 두리번거리더니, 곧 나를 발견했다.

그리고는 곧장 내게 다가와 물었다.


“혹시, 오늘 중고거래 하러 나오신 분?”

“네? 아, 아! 네, 네! 접니다.”


설마 외장하드 10개 판다는 게 이 사모님이었어?

부자들도 중고거래 사이트 같은 걸 이용하는구나···?

내 입장에서는 너무도 의외의 상황이었기에, 나는 조금 얼을 타고 말았다.

근데 그 사모님 입장에서도 내가 나온 것이 조금 의외였던 모양이었다.


“실물로 보니까 훨씬 젊네? 이 악물고 가격을 깎을 때는 늙다리인 줄 알았는데.”

“네? 아, 네. 감사합··· 니다?”


나는 아직도 어안이 벙벙한 상태였기 때문에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다.

하지만 오히려 의외라는 말은 내야 하고 싶은 상황이었다.

설마 저런 고급 차를 타는 부잣집 사모님이!

어떻게든 한 개 2만원에 팔아먹으려고!

나랑 온라인 채팅으로 말싸움을 2시간 넘게 했단 말이야?

2만 원이 아니라, 공짜로 줘도 생활에 아무런 지장도 없는 사람이?

이래서 있는 놈들이 더 하다더니!


“저, 일단 물건 상태 좀 확인해도 될까요?”

“그러던지.”


사모님은 흔쾌히 하드디스크들이 담긴 비닐백을 내게 건넸다.

근데 왜 아까부터 당연하다는 듯이 반말이지?

내 정도 나이면 그래도 어디 가서 함부로 반말 듣고 다닐 나이는 아닌데.

물론 내가 전에 일하던 고객센터에서는 반말 듣는 게 일상이었다.

그래서 나는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다.

나는 업계인의 눈으로 빠르게 외장하드들을 살폈다.

만원에 팔겠다고 나온 물건 치고는 상태가 상당히 양호했다.

오래된 구형 모델이긴 했지만 관리를 잘했는지 상한 곳 없이 깔끔했다.

망가져서 고철로 팔러 나온 게 아니라, 더 이상 쓸모가 없어져서 중고로 팔러 온 것 같았다.


“제품 상태는 전부 양호하네요. 모두 하드디스크로써 사용 가능하고요.”

“그럴 테지. 망가진 물건을 가지고 나오진 않았으니까. 몇달 전에도 남편이 사용하는 걸 봤거든.”


뭐라고?

무심코 흘려들으려다가, 나는 정신이 퍼뜩 들었다.

며칠 전에도 남편이 사용하는 걸 봤다고?

그럼 이거 남편 물건이라는 거야?

나는 왠지 찝찝해져서 사모님께 물었다.


“혹시나 해서 여쭤보는 건데요. 이거 팔러 나온 거 남편분께 허락은 맡으셨나요?”

“내 집에 있는 물건이면 내 물건이기도 한데, 그걸 왜 허락을 맡아야 해?”


사모님은 사나운 눈길로 나를 노려보며 그렇게 되물었다.

아, 틀렸다 이건.

전형적인 대화가 안 통하는 타입이다 이거.

이 세상에서 옳은 건 오로지 나뿐이라 생각하는 타입.

내가 무슨 잘못을 저질러도 용서받을 수 있다, 용서받아야 한다고 여기는 타입.

보통 젊었을 때 한 미모 좀 뽐내던 여자들이 다 늙어서 쭈그렁 할망구가 되어서도 그때의 버릇을 못 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고객센터에서 일할 때 이런 타입의 진상들을 한두 번 만나본 게 아니었다.

그에 따른 가장 좋은 대처법은 그냥 원하는 걸 들어주는 것뿐이었다.

다만, 사모님도 곧 자신이 처음 보는 나한테 좀 까칠하게 대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은 모양이었다.


“미안해. 괜히 사정도 잘 모르는 사람한테 신경질적으로 굴었네. 나도 이상하게 보인다는 거 알아. 요즘 남편이 죽기 전까지 내게 좀 소홀해서 화가 났었거든.”


“남편분이요? 아, 사별하셨군요.”


“매일 밤마다 일 핑계 대면서 집에 늦게 들어왔었지. 밖에서 어느 딴년을 만나고 돌아다니는지는 몰라도···”


사모님은 주절주절 남편에 대한 한탄을 내게 늘어놓기 시작했다.

나는 언제까지 의부증 걸린 아줌마의 한탄을 듣고 있어야 하는 거지?

나는 그저 중고 외장하드를 싼 값에 사러 왔을 뿐인데···

아무튼 이 부잣집 사모님은 죽은 남편과 관계가 별로인 모양이었다.

저승에 간 남편에게 복수하기 위해 남편의 유품을 잘 알아보지도 않고 함부로 중고마켓에 팔아버릴 만큼.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나는 이 상황을 내게 이롭게 이용할 방법이 떠올랐다.


“저기. 사모님. 혹시 집에 플레이스테이션은 없으신가요? 그거 가져오시면 한대당 10만 원은 쳐드릴 수 있는데.”

“그게 뭔데?”

“아, 그게 게임기의 일종인데요. 시리얼상자처럼 생겨서 이렇게 TV 옆에 세워놓을 수 있는 모양인데···”

“그건 잘 모르겠는데.”


아, 이 방법은 안되나?

나름 머리를 잘 굴렸다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실패인 모양이었다.

그때, 사모님은 예리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며 물었다.


“근데, 원가는 얼마길래 10만 원을 쳐준다는 거야? 그 플뭐시기라는 거.”

“네? 아, 플레이스테이션이요? 그, 그게··· 새거 사려면 20만 원 정도 줘야 할 걸요?”


당연히 거짓말이었다.

현재 플레이스테이션을 구매하기 위해서는 최소 100만 원은 넘게 줘야 했다.

현지 출고가는 그보다 훨씬 저렴했지만, 한국 되팔이들이 국내 가격을 잔뜩 올려놓은 탓이었다.

중고로도 50만 원은 넘게 팔릴 정도.

10만 원에 사서 50만 원에 팔면 5배를 남겨먹는장사였다.

사모님은 곰곰이 생각해 보더니 내게 말했다.


“집에 가서 찾아보고, 있으면 다음에 연락 줄게.”


앗싸!

중고 플레이스테이션을 10만 원에 살 기회가 생겼다.

이후, 10개의 하드디스크 값으로 10만 원을 지불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원래 10개 다 망가진 게 아닌 쓰던 물건이었기에 수리할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이왕 돈 주고 사온 이상, 안에 뭐가 들었는지 궁금했다.


“제일 먼저 요놈부터 확인해 볼까?”


나는 손에 잡히는 대로 외장하드 하나를 꺼내 컴퓨터에 연결했다.


[Password : ******]


어라? 비밀번호가 걸려있네?

외장하드에 비밀번호가 걸려있다라···

그 사실 만으로 나는 벌써 외장하드 안에 뭐가 들어있을지 짐작하고 말았다.


“야동이군.”


회사에서 쓰는 기밀정보 같은 게 들어있을지도 모르는 거 아니냐고?

나도 나름 회사생활을 길게 한 편이었다.

그동안 집에 두는 외장하드에 비밀번호 락을 걸어두는 사람은 본 적이 없다.

남자가 혼자서 쓰는 물건인데 비밀번호가 걸려있다?

그건 100% 야동이라고 보면 된다.

돌아가신 부잣집 사장님은 어떤 야동 취향을 가지고 계시려나?

나는 곧장 키보드를 두들기며 비밀번호를 푸는 작업에 들어갔다.

대기업에 다니면서 나는 웬만한 허접한 보안을 풀어내는 일에는 도가 튼 사람이었다.

서비스센터에 제품을 가져오는 고객 중 절반은 잠금의 비밀번호르 잊어버린 사람들이었으니까.

하지만 그럼에도 외장하드의 보안을 푸는 일은 쉽지 않았다.

은행에서 쓰는 보안프로그램보다도 더 복잡하고 치밀한 보안 프로그램으로 보호되고 있었다.

아니, 야동 하나 숨기려고 이렇게까지 한단 말이야?

단순히 부잣집 사장님의 야동 취향을 확인할 수 없는 것뿐만 아니었다.

비밀번호가 걸려있다면 이 외장하드를 중고로 되팔 수도 없었다.


‘어쩌지? 일단 1만 원은 날린 셈 쳐야 하나?’


아쉬운 마음에 외장하드를 이리저리 둘러보는데.

표면에 길쭉한 스티커 하나가 붙어있는 것을 발견했다.

기다란 견출지에 매직펜으로 수기 작성한 알 수 없는 36자리 코드였다.

이게 비밀번호인가?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코드를 입력해 보았다.

비밀번호를 입력하자 화면이 바뀌었다.


“됐다!”


BTC wallet

BALANCE : 20,838.298 BTC


“헉? 비트코인이 2만 개?”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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