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역전의 기회 -2-
“잠깐··· 일단 진정부터 하자···”
심장이 미칠 듯이 뛰기 시작했다.
허겁지겁 냉장고로 달려가 냉수를 벌컥벌컥 마셨다.
나와 같은 상황에 처한다면 누군들 당황하지 않을까?
‘지금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
나는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키기 위해 일단 상황을 정리하기로 했다.
수리해서 중고마켓에 되팔 목적으로 어느 부잣집 사모님에게 외장하드 10개를 개당 1만 원에 샀다.
근데 집에 와서 외장하드를 열어보니, 그중 한 개에 비트코인 2만 개가 들어있었다?
이런 거짓말 같은 현실이 내게 벌어졌다고?
“가만, 지금 비트코인이 한 개에 얼마지···?”
나는 곧장 전자화폐 사이트에 접속해서 현재 비트코인 가격을 확인했다.
“비트코인 한 개에 현재 가격이 1억 원이 넘어···?”
계산하기 편하게 비트코인 한 개 가격을 1억 원 어치라 치면.
2만 개의 비트코인 가격은 2조 원.
평생 쉽게 들어본 적도 없는 천문학적인 단위의 액수.
나는 그만 정신이 멍해지고 말았다.
어제까지만 해도 전파상 알바나 중고마켓 되팔이나 하고 있었는데.
하루아침만에 2조 원이라는 잘 가늠도 안 되는 자산을 손에 넣었다.
2조 원이면 그냥 부자가 아니라 재벌이라 불릴만한 재산 아냐?
낮에 만났던 그 부잣집 사모님보다 지금 내가 더 부유해져 버린 게 아닐까?
‘지금 내가 꿈을 꾸고 있나?’
나는 꿈인지 생시인지 알아보는 아주 고전적인 방법을 썼다.
다행히도 꼬집힌 뺨에 강한 고통이 느껴지며 이것이 현실임을 알려주었다.
“2조 원··· 세상에··· 2조원이라니···!”
대부분의 보통 사람들은 2조 원이라는 액수를 인터넷 게임의 사이버 머니로밖에 못 만져보지 않을까?
‘그 아줌마도 설마 남편의 외장하드에 이런 게 들어있을 줄은 몰랐겠지.’
설마 현금 2조 원가량의 가치가 있는 비트코인이 들었다는 걸 알면서도 외장하드를 고작 1만 원에 팔았을 리는 없었다.
뭐, 애초에 그러니까 남의 물건을 허락도 안 받고 팔면 안 되는 거지.
나는 나름 적절한 인과응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그러고 보니, 오늘 거래가 있었으니까 구매후기를 써야 하는데···’
나는 구매 후기를 작성하기 위해 중고거래 사이트에 접속했다.
혹시나, 오늘 외장하드를 판매한 사모님으로부터 뭔가 메시지가 오지 않았나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tnwjdrhdwn72 님으로부터 메시지가 없습니다.
<확인하지 않은 메시지 : 총 0 건>
“뭐야? 아직 한 통도 안 보냈네?”
외장하드를 사고 나서 시간이 꽤 많이 지났는데.
아직도 메시지를 단 한 통도 보내지지 않다니.
비트코인이 든 외장하드를 실수로 팔아버렸다는 사실을 사모님은 알지도 못하는 모양이었다.
재산을 잃어버렸다는 사실도 모르면, 도난 신고조차 하지 않겠지?
외장하드에 비트코인이 들어있다는 사실을 알려줄 사모님의 남편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나는 점점 긴장이 되기 시작했다.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나는 당장 행동을 실행했다.
tnwjdrhdwn72 님을 차단하시겠습니까?
(예) / 아니오
“아니야. 차단으로는 부족해. 좀 더 확실한 방법을···!”
나는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서, 개인정보와 주소 등이 남아있는 내 계정을 완전히 삭제해 버렸다.
어차피 중고마켓 되팔이 노릇을 해오며 이런저런 꼼수를 이용해 아이디는 여러 개 만들어 놨으니까.
하나 버린다고 해서 크게 아까울 것도 없었다.
“2조 원··· 2조원이라···”
연신 스스로 되뇌어 보았지만 여전히 실감이 안 나는 액수였다.
돈의 액수가 너무 커서 덜컥 겁이 나기도 했고.
아마도 보통 사람이라면 너무 겁이 나는 나머지 얌전히 돈을 원래 주인에게 돌려줄 수도 있을 만한 액수였다.
이런 큰돈을 부당하게 취득했다가 나중에 무슨 끔찍한 일을 겪을지 모른다는 걱정 때문에.
‘돈을 돌려준다고? 2조 원인데? 200만 원도 아니고 2조 원인데?’
하지만 나는 달랐다.
내가 죽기 전에 2조 원이라는 돈을 두 번 다시 만져볼 기회가 있을까?
물론 도덕적이라고 볼 수는 없었다.
사모님도 내게 2조 원짜리 비트코인을 고작 1만 원에 팔 생각은 없었으니까.
내가 비트코인을 돌려주지 않으면 그건 사실상 법적으로 횡령이었다.
‘하지만 내가 과연 횡령죄로 처벌을 받을까? 나에게는 2조 원이 있는데?’
무전유죄 유전무죄.
법은 절대로 공평하지 않다.
부유한 자들은 언제나 당당히 범죄를 저지르고도 온갖 방법으로 빠져나간다.
심지어 최고의 금기로 일컬어지는 살인을 저지르고도.
돈이 2조 원이나 있다면, 횡령죄 정도는 손쉽게 무마하고도 남을 만한 금액이 아닐까?
솔직히 도덕적 거부감과 공포심 때문에 조금 고민하긴 했다.
하지만 마침내 나는 결정을 내렸다.
내 수중에 들어온 이상, 이 돈은 이미 내 돈이다.
절대로 돌려주지 않겠다.
설사 이 돈 때문에 지옥에 떨어지는 일이 일어난다 해도!
이 돈을 버리느니, 차라리 돈과 함께 웃으며 지옥으로 떨어질 것이다.
그렇게 마음속으로 결심을 세우자, 갑자기 지금까지 들었던 걱정과 공포심이 눈 녹듯 사라졌다.
나는 흥겨운 마음에 휘파람을 불며, 앞으로의 계획을 세웠다.
‘일단 비트코인 2만 개를 전부 팔아서 2조 원을 내 통장에 입금 시킬까?’
별생각 없이 생각했다가, 나는 갑자기 온몸에 소름이 돋는 게 느껴졌다.
아무 생각 없이 터무니없는 짓을 하려 했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지금 무슨 미친 짓을 하려고 한 거지?’
2조 원이나 되는 돈을 하루아침에 내 통장으로 송금한다고?
그렇게 고액의 돈을 한꺼번에 입금해 버리면, 금융감독원이나 국세청의 관심을 끌게 되잖아?
단순히 엄청난 액수의 세금을 떼이는 것뿐만 아니었다.
나는 2조 원이나 되는 이 엄청난 자금의 출처를 명확히 댈 수가 없었다.
애초에 횡령한 돈이었으니까.
상황이 그 단계까지 흘러갔다면, 이미 비트코인의 원래 주인에게까지 연락이 닿았겠지.
그렇게 되면 그냥 게임 오버다.
죽도 밥도 안 된다.
2조 원으로 뭔가 해보기는커녕, 그 많은 돈에서 단 10원 한 장 써보지 못하고 끝나버린다.
‘그래선 안돼. 그냥 2조 원 만져본 사람이 되잖아.’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훨씬 더 상황을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때였다.
실수 한 번에 천당과 지옥을 오갈 수 있었으니까.
출처가 불분명한 돈이라 해도, 어지간한 소액은 금감원이나 국세청에서도 그냥 넘어가 주는 편이었다.
문제는 그 ‘어지간한’의 기준이 정확이 얼마인지 명확히 모른다는 점이었다.
게다가 운 좋게 봐주는 것도 하루이틀이었다.
꼬리가 길면 언젠가는 잡히기 마련이었다.
‘이 방법은 너무 위험해. 다른 방법은 없나?’
머리를 싸매주고 고민하던 나는 문득 새로운 생각이 들었다.
그것은 비트코인을 꼭 원화로 환전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비트코인도 엄연히 전자’화폐’이지 않은가?
환전할 필요 없이, 비트코인 자체를 화폐로서 거래에 이용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 생각보다 나쁘지 않은 아이디어인 것 같은데?’
무심코 떠오른 생각이었지만, 곰곰이 생각하면 할수록 그럴싸한 아이디어였다.
비트코인을 그대로 사용하면 일단 환전한 것이 아니니 환전수수료도 들지 않는다.
게다가 비트코인은 거래를 추적하기 어렵기 때문에, 금감원과 국세청의 감시도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좋은 생각인 것 같던 작전도 곧 한계에 부딪쳤다.
‘근데, 그건 누가 비트코인을 받고 물건을 팔아줘야 가능한 이야기지. 해외에서는 달러 대신 비트코인으로 거래하는 가게도 많다고 하지만, 한국에는 그런 업소가 없잖아.’
내가 2만 개의 비트코인과 함께 해외 도피 생활을 시작할 거라면 모를까.
내내 한국에서 살 건데, 비트코인을 화폐처럼 활용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다.
한국에서 살려면 원화가 필요했다.
그것도 자금 출처를 확실하게 밝힐 수 있는 깨끗한 돈으로.
‘끄응··· 뭔가 좋은 방법이 없을까?’
나는 혼자 끙끙거리며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래봐야 별 달리 좋은 수는 떠오르지 않았다.
‘좋은 방법이 떠오르지 않을 때는 역시 웹서핑이지.’
나는 이리저리 인터넷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뭔가 멍하니 쉬고 싶을 때, 나는 주로 인터넷 마켓에 들어가 물건들을 구경하는 편이었다.
돈이 없어서 못 사는 물건들을 아이쇼핑하면서 대리만족 하려는 목적도 있고.
무슨 물건이 요새 잘 팔리는지 파악해서, 다음 중고마켓에서 무슨 중고 제품을 헐값에 사들일지 결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뭐, 대부분은 그저 멍하니 시간을 보내는 취미였다.
자주 방문하던 한국 사이트를 넘어서 영어로 된 해외 사이트까지 뒤적이다, 나는 재미난 사실을 발견했다.
“오. 직구로 사는 물건들은 배송비까지 전부 달러화 대신 비트코인으로 결재할 수도 있구나?”
역시 해외는 선택할 수 있는 가짓수가 많아서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후로 몇 초가 흘렀을까···
나는 머릿속에 번갯불이 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거다!”
지금이 고대 그리스였다면 유레카! 라고 외쳤을 것이다.
나는 내가 새로이 떠올린 방법에 스스로 감탄해서 잠시 방안을 굴러다녔다.
내가 떠올린 계획은 이러했다.
지금 내 목적은 내가 가진 막대한 양의 비트코인은 어떻게든 법의 눈을 피해 원화로 전부 환전하는 것.
비트코인은 국내에서는 쓸모가 없지만, 해외에서는 화폐대신 사용이 가능하다.
그래서 일단은 해외 직구 사이트를 사용해서 비트코인을 이용해 물건을 잔뜩 배송시킨다.
그래서 사들인 물건을 국내에서 원화를 받고 되판다.
그러면 물건을 사들인 비트코인 액수만큼 원화가 생긴다.
‘현재로서는 괜찮은 계획인 것 같은데. 이 경우에는 세관 직원만 매수하면 계획은 모두 완벽해.’
물론 처음에는 작은 창고 따위를 하나 빌려서 할 테니 원화로 바꾸는 속도가 늦겠지만.
점차 인력도 고용하고 창고 규모도 늘려가다 보면, 언젠가는 안전하게 2만 개의 비트코인을 전부 원화로 바꿀 수 있지 않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현재 내 머리로 떠올릴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인 것 같았다.
“그나저나, 기껏 떠올린 계획이라는 게 해외 물건 되팔이라니···”
대기업에서 해고당하자마자 시작했던 일이 중고 물건 되팔이였는데.
2조 원 넘는 가치를 지닌 비트코인을 가지고도 여전히 되팔이 짓을 해야 하다니.
나는 아무래도 평생 되팔이짓만 해야 하는 팔자인 걸까?
그래도 생계를 위해서 어쩔 수 없이 푼돈을 벌기 위해 되팔이짓을 하던 과거와는 달랐다.
지금은 내가 이미 가진 어마어마한 자산을 원화로 바꾸는 데에만 집중하면 되니까.
‘어디 보자. 본격적으로 작업을 시작하려면 아무래도 일할 공간이 필요하겠지?’
지금 내가 사는 곳은 너무 비좁은 자취방.
이곳에서 해외에서 물건을 배송받고, 다시 배송하기 위해 재포장하는 건 불가능했다.
택배로 보낼 물건을 집 앞에 잔뜩 쌓아놓았다가는 다른 주민들에게 항의를 받을 테고.
일단은 아주 작고 허름한 창고라도 좋으니까, 작업공간을 마련해야 했다.
‘일단 인터넷으로 부동산 매물을 좀 알아볼까?’
나는 인터넷 검색을 하기 시작했다.
지방으로 눈을 돌리면 보증금 2000만에 월 200만짜리 창고도 구할 수 있었으니까.
물론 이건 비트코인이 아닌, 내가 가진 예금과 퇴직금을 털어야 했다.
울며 겨자 먹기였지만 어쩔 수 없었다.
1조 원이나 되는 비트코인을 원화로 바꾸려면, 내가 가진 돈도 어느 정도는 투자해야지.
그러던 그때, 나는 부동산 사이트에서 놀라운 글 하나를 발견했다.
[No.532645 : 강원도 대형상가건물 / 비트코인 거래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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