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로 산 외장하드에 비트코인 2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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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얼룩말
작품등록일 :
2025.12.02 19:19
최근연재일 :
2025.12.11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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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12.03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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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고를 대여하려다 실수로 사버린 쇼핑몰

DUMMY

나는 오랜만에 차를 타고 외출을 했다.

정말 오랜만에 수도권을 벗어나 지방으로 향하는 차 안.

하지만 교외로 나들이를 나가는 듯한 설렘이나 즐거움은 없었다.

운전대를 잡은 내가 느낄 수 있는 건 오직 초조함 뿐이었다.


‘제발 아직 팔리지 않았기를!’


인터넷에서 강원도 어딘가에 있는 대형 쇼핑몰 매물을 본 이후.

나는 곧장 날이 밝자마자 차를 몰고 강원도로 향했다.

사실 처음에는 대형 쇼핑몰 같은 걸 살 생각이 없었다.

애초에 고작 내 퇴직금 정도로 복층으로 된 대형 쇼핑몰 건물을 살 수 있을 리도 없었고.

처음 계획은 그저 내가 작업할만한 공간이 있는 대형 창고 정도를 임대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쇼핑몰 매물에 쓰여있는 글자 덕분에 나는 단숨에 쇼핑몰 건물을 매입하기로 마음먹었다.


[비트코인 거래 가능합니다]


설마 한국땅에서 이런 문구를 보게 될 줄은 몰랐다.

비트코인으로 뭔가를 직접 사고팔 수 있는 건 해외에서나 가능한 일 아니었나?

제법 낯선 느낌이 들었지만, 어쨌든 내게는 행운이었다.

부동산을 사는 데 필요한 것이 현금이 아닌 비트코인이라면, 돈을 절약하거나 아낄 필요가 없었다.

내게는 2조 원 상당의 비트코인이 있었으니까.

내가 가진 현금으로는 지방에 있는 창고 몇 개를 빌리는 데 그치겠지만.

비트코인으로 살 수 있다면 전국에 거대한 건물을 몇 개나 세워 올릴 수 있지 않을까?

물론, 누군가 비트코인을 받고 건물을 팔아줘야 가능한 일이지만.


‘그라나저나, 조금 흔치 않은 일이기는 하네. 한두 푼 하는 싸구려 물건도 아니고, 수십억 원은 족히 할만한 건물을 비트코인을 받고 팔려는 놈은 과연 누굴까?’


내 궁금증은 곧 풀리게 되었다.

쇼핑몰이 있는 곳 근처에 있는 부동산에서 나는 미팅을 가졌다.

그곳에서 나는 땅딸만 한 키에 새빨간 실크 양복을 입은 중년 남자와 만났다.

이빨은 금이빨에 금목걸이에 손가락마다 금가락지.

만화에 자주 나오는 중국 졸부 같은 모습의 아재였다.

그리고 그는 실제로 중국인이었다.


“여기 있는 웨이팡 씨가 당신에게 건물을 팔고 싶어 합니다.”


중국어를 전혀 못하는 나를 위해서, 부동산 중개업자가 대신 통역을 해주었다.

나는 일단 쇼핑몰의 매물이 다른 누군가에게 팔리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안도했다.

그리고는 이 거래를 확실하게 하기 위해 신중한 말투로 물었다.


“저는 분명 비트코인으로 건물을 거래할 수 있다고 알고 왔는데요. 그건 확실한 건가요?”


나의 물음에 중계업자는 웨이팡에게 중국어라고 뭐라고 말했다.

아마도 내 말을 중국어로 번역해서 전달해 주는 것 같았다.

이에 웨이팡은 중국어로 대답하지 않고 곧장 나를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따로 중국어를 해석해 줄 필요도 없는 긍정의 표현이었다.

좋아, 비트코인으로 결재할 수 있다는 건 사실이었군.

일단 비트코인으로 결재할 수 있다는 사실만 확실하다면, 나머지는 별 중요한 게 아니었다.

솔직히 바가지 써도 알바 아니었다.

나에게는 2조 원 상당의 비트코인이 있는데.

그까짓 자잘한 돈 얼마 손해 보는 것 때문에 신경 쓰는 것 자체가 낭비였다.

나는 웨이팡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럼 건물 가격으로 비트코인을 얼마나 원하십니까?”


중계업자는 또다시 내 말을 중국어로 웨이팡에게 번역해 주었다.

이번에는 정확한 수치를 말해야 하기에, 웨이팡도 중국어로 뭐라 뭐라 대답했다.


“웨이팡 씨가 건물의 가격으로 비트코인 50개면 괜찮지 않겠냐고 물으시는군요?”


비트코인 50개?

그럼 한화로 약 50억 원?

비트코인 50개라는 소리를 듣자마자 내 표정은 절로 일그러졌다.

예상했던 것보다 건물값이 비싸서가 아니었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50억 원이면, 같은 평수의 이 근방 토지 가격보다도 더 싼데?’


이렇게 큰돈이 오가는 일인데, 나는 이 일을 허투루 준비하지 않았다.

미리 이 근방 땅값을 상세히 알아보며 건물의 예상 가격 정도는 알아본 상태였다.

근데, 웨이팡이 제시한 금액은 아무것도 건설되지 않은 맨땅보다도 저렴했다.

건물을 이렇게 싸게 사도 되는 건가?

나는 도무지 믿기지가 않아서 재차 물었다.


“정말로 비트코인 50개 맞습니까? 혹시 500개인데 잘못 토역하신 거 아니죠? 죄송한데 다시 한번만 물어봐주실래요?”


중계인은 별달리 불쾌한 기색 없이 다시 중국어로 웨이팡에게 물었다.

그러자 웨이팡은 뭐가 웃기는지 혼자서 허허 웃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손을 뻗어 미팅장소에 근처에 있던 메모지 하나를 가져왔다.

웨이팡은 펜을 잡고 메모지에 뭐라고 끄적여 적었다.

그는 메모지에 적힌 것을 내게 보여주었다.


50 BTC


통역오류나 번역오류의 여지없이 확실했다.

확실한 비트코인 50개.

이 중국인은 정말로 50억 원에 그 거대한 쇼핑몰을 통째로 넘길 생각인 모양이었다.


‘그렇다고 ‘여기서 아이고 감사합니다!’ 하면서 넙쭉 받아들이는 건 하수지···’


저렴한 물건에는 다 저렴한 이유가 있는 법이었다.

사람들은 결코 아무런 이유 없이 다른 사람에게 이득을 넘겨주지 않는다.

싸다고 넙쭉 받아먹는 사람은 사기당하기 딱 좋은 바보.

내가 회사생활 짬밥이 몇 년인데, 설마 그 정도도 모를까?

50억 원은 터무니없이 저렴한 액수였고, 나는 그것이 저렴한 이유를 꼭 알아야 했다.

싸다는 이유로 좋다고 넘어갔다간, 나중에 더 크게 덤터기를 쓸 수도 있었으니까.


“해당 가격은 현재 시세에 비해 터무니없이 저렴합니다. 제게 그런 가격에 건물을 넘기려 하는 이유가 있습니까? 저는 꼭 그걸 알아야겠습니다.”


나는 결의에 찬 눈으로 웨이팡을 쳐다보며 물었다.

대충 만만하게 보고 사기 칠만한 호구가 아니라는 사실을 어필하고 싶었다.

이래 봬도 인상이 강하기로는 어디 가서 빠지는 얼굴이 아니었다.

중계인은 내가 한 말을 웨이팡에게 대신 번역해 주었다.

그러자 웨이팡은 나를 쳐다보며 웃었다.

그것이 비웃음인지, 아니면 단순한 호감인지 잘 판단이 서질 않았다.

잠시 후, 웨이팡은 중국어로 뭐라 말했다.

중계인은 내게 그걸 번역해 주었다.


“오랫동안 팔리지 않아서 골머리를 앓던 악성 매물이었는데, 이제 한국에서의 사업을 접고 고국으로 돌아가야 해서. 어쩔 수 없이 급처할 수밖에 없었다고 하시는군요.”


중계인의 말이 끝나자, 웨이팡도 이 정도면 납득할만한 연유가 아니겠냐는 듯,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하, 급처하는 물건이라서 싸게 내놓을 수밖에 없었다?

그럼 나는 정말 ‘우연히도’ 운 좋게 급처 매물을 발견한 행운의 사나이인 거고?

그런 식으로 나를 설득하려 한다는 말이지?

나는 예의상 웨이팡에게 미소를 지었을 뿐, 그를 신뢰하지는 않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건물을 싸게 내놓은 진짜 이유를 숨기고 있다는 예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추궁한다고 해서 순순히 말해줄 리가 없지.’

순순히 알아서 말해주지 않는다면, 이쪽에서 직접 알아내야지.

나는 조금 심사숙고하는 척하다가, 중계인에게 물었다.


“거래하기 전에 건물 상태를 확인해도 될까요?”


“아, 그럼요! 물론이죠. 제가 안내하겠습니다.”


나는 중계인의 차를 타고 웨이팡과 함께 쇼핑몰 부지로 향했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쇼핑몰을 발견한 내 감상은 경악이었다.


‘귀신 나오겠네···’


건물이 엄청나게 크긴 했다.

외부에서 어림잡는다면 3,4층은 족히 되어 보이는 높이.

건물에 한눈에 다 안 들어올 만큼 건물이 넓기도 하고.

문제는 건물의 상태였다.

이건 뭐, 귀신의 집이 따로 없었다.

좀비게임 같은 데서 자주 나오던 쇼핑몰이 꼭 이렇게 생겼던데.

어느 곳 하나 멀쩡해 보이는 곳이 없었다.

2019년이라고 찍힌 찢어진 현수막과 부서진 간판이 여기저기 나뒹구는 곳.

아마도 2019년에 폐업한 이후로 계속 이렇게 방치된 모양이었다.


‘하지만, 건물의 상태가 엉망진창이라는 점을 감안하고서도 여전히 그 가격은 터무니없이 싸단 말이야.’


아무리 건물의 상태가 엉망진창이라고 해도, 아예 건물이 없는 맨땅보다는 비싸야 정상이잖아?

나는 이 쇼핑몰의 매물이 저렴한 확실한 이유를 찾기 위해 신중히 건물 안쪽을 수색했다.

내부를 걸어 다닐 때마다 깨진 유리조각이 발에 밟혀 버적버적 소리가 났다.


‘끙··· 뭔가 납득할 만한 하자가 안 보이는데···? 어쩌지···’


웨이팡도 슬슬 기다리다 지쳤는지, 지루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사실 전후관계를 따지지 않고 현실만 보자면 내게 유리한 계약이긴 했다.

이렇게 거대한 건물을 땅값만 받고 얻게 되는 거니까.

하지만···


‘싸다고 넙쭉 받아먹는 사람은 사기당하기 딱 좋은 바보라고 잘난 듯이 생각했는데, 이제 와서 그냥 제안을 받아들이면 내가 바보 같잖아···’


어쩐지 자존심이 조금 상하는 일이라고나 할까?

하지만 더 시간을 오래 끌어봐야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결국 나는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좋습니다. 거래하죠.”


액수가 거대한 것 치고, 거래 자체는 시원시원 빠르게 쿨거래로 진행되었다.

중계인이 시키는 대로 여기저기 도장 찍고 이곳저곳 사인했다.

그러고 나니, 나는 어느새 거대한 쇼핑몰 건물의 주인이 되었다.

웨이팡과 중계인이 돌아간 뒤, 나는 홀로 내 것이 된 쇼핑몰 앞에 서서 잠시 기분을 만끽했다.


‘와, 대체 오늘 하루아침에 무슨 일을 한 거지?’


하루아침에 일시불로 이 거대한 쇼핑몰을 사버리다니.

게임 속 사이버머니로 가상의 건물을 산 것도 아니고.

이게 실제로 내 삶에서 일어난 일이라니.

문제는 그런 엄청난 일을 하고도, 아직 내 전자화폐 지갑에는 19950개의 비트코인이 남아있다는 사실이었다.


‘사실 쇼핑몰을 통째로 사버릴 생각은 없었는데···’


어디까지나 그냥 지방에 창고 하나를 저렴하게 빌릴 생각이었지.

이런 건물을 살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원래 좋은 게 좋은 거 아니겠는가?

일할 공간은 넓으면 넓을수록 좋다.

그리고 한국에서 부동산은 넓게 가질수록 좋다.

거기에, 어느 동내가 재개발될 건지 미리 알 수 있다면 금상첨화지.


“오늘은 일단 돌아가서 자고, 내일부터 어떻게 할지 정해야겠다.”


그날 밤, 나는 집에 돌아와 꿀잠을 잤다.

쇼핑몰이라는 엄청난 지름을 해서인지, 굉장한 만족감이 오랫동안 지속되었다.

아, 건물을 사면 이런 느낌이 드는구나.


다음날, 나는 내가 다니던 회사에서 쓰던 장비들을 가방에 챙겨서 다시 쇼핑몰로 향했다.

나 혼자서 이 거대한 건물을 수리할 엄두는 나지 않았다.

일단은 내가 소포작업을 할 공실 하나만 치워둘 생각이었다.

겸사겸사 내 전공을 살려서 망가진 전기설비를 수리하기도 하고.


“으쌰! 으쌰!”


나는 일단 내부 공간에 어지럽게 버려져서 출입을 막는 망가진 잡기들을 바깥으로 실어 나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오랫동안 힘쓰는 일을 안 해 버릇해서 그런지 금세 온몸이 땀범벅이 되었다.

숨이 차고 움직일 수 없게 되어 결국 나는 오래지 않아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바닥에 주저앉아 찬찬히 숨을 고르던 나는 문득 내가 너무 바보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만있어봐. 재산은 2조 원씩이나 가진 사람이 이 무거운걸 직접 나르는 게 맞아?”


나는 바닥에 주저앉은 김에 곧장 배낭에서 노트북을 꺼내 구인구직 사이트에 접속했다.


“나 대신 일해줄 사람을 고용하면 되는 거잖아?”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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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고를 대여하려다 실수로 사버린 쇼핑몰 +2 25.12.03 1,257 2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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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인생의 역전 기회 -1- 25.12.02 1,564 3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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