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로 산 외장하드에 비트코인 2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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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얼룩말
작품등록일 :
2025.12.02 19:19
최근연재일 :
2025.12.11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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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12.04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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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까오랏 꽁 응우옌 -1-

DUMMY

“다행이다. 아직 내 아이디가 살아있네.”


나는 어렵지 않게 구인구직사이트에서 사용하던 계정에 접속했다.

취준생 시절에는 하루가 멀다 하고 접속하던 사이트였다.

사방에 넣어 놓은 이력서의 결과를 확인해야 했으니까.

대기업에 취직한 이후에는 완전히 관심을 끊고 살았는데.

나는 원래 계정들마다 같은 비밀번호를 썼다.

그래서 오랜만에 접속하는 것임에도 어렵지 않게 접속할 수 있었다.


‘이 사이트를 지금껏 수도 없이 사용했는 데도, 고용인 입장으로 접속하는 건 처음이네.’


실로 그랬다.

지금까지 일할 회사에 취직하기 위해 피고용인 입장으로 접속했을 뿐.

다른 누군가를 고용하기 위해 접속해 본 적은 없었다.

아직 그 누구도 고용하기 전이었지만, 벌써 뭔가 사장님이 된 것 같은 기쁨이 느껴졌다.


‘어디 보자··· 원하는 채용 조건을 세세하게 전부 적어야 하네?’


줄 수 있는 연봉과 급여.

근무시간과 일수.

주말 출근 여부.

사대보험가입여부.

기타 등등 신경 쓸 것이 많았다.

이것들만 기입해 넣는 데에만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 같았다.

하지만 내가 누구인가?

한때 대기업에 근무했던 베테랑 회사원.

나는 이런 양식을 힘들이지 않고 간단히 채워 넣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나는 모든 빈 양식에 같은 문장을 복사 붙여 넣기 했다.


[추후 합의]


아, 이 얼마나 멋진 문장이던가?

상황에 따라서 고용주에게 유리하게 요리조리 마구 바꿔버릴 수 있는 마법의 단어.

내가 비고용인 입장일 때는 이 단어가 그렇게나 좆같을 수가 없었는데.

막상 내가 고용주 입장이 되니 이렇게나 편할 수가 없었다.

물론 나도 알고 있다.

‘멀쩡한’ 직원을 고용하기 위해서는 채용공고를 이렇게 적으면 안 된다는 걸.

안내 사항에 온통 추후 협의라고만 적혀있는 채용공고.

나름 스펙도 쌓고 크게 성공할 꿈도 가진, 정상적인 구직자라면 거들떠도 보지 않을 것이다.

글자만 봐도 가좆같은 회사의 기분이 물씬 풍길 테니까.

하지만, 나는 지금 ‘멀쩡한’ 직원을 원하는 게 아니었다.

내가 지금 진행하려는 일은 명목상으로만 리테일샵의 형태를 띠고 있을 뿐.

일의 원래 목적은 물론 돈세탁이었다.

금감원의 감시를 피해 2조 원 상당의 비트코인을 원화로 바꾸기 위해.

다시 말해서, 합법과 불법을 아슬아슬하게 선 타기 하는 일이라는 뜻이다.

그런 애매하고 뒤가 구린 일을 같이 할 직원을 뽑으려 하는 거다.

그러니까 나는 지금 ‘멀쩡한’ 직원을 뽑아서는 안된다.

오히려 그 반대.

온통 추후 협의라고 찍힌 채용공고를 보고도 지원서를 보낼만한 사람.

가좆같은 회사임을 뻔히 알면서도 지원할 수밖에 없는 그런 절박한 사람이 필요했다.

본인도 뒤가 구린 점이 있어서, 정상적인 일거리는 구하지 못하는 그런 사람들 말이다.

경찰이 개입하면 본인도 좋을 게 없는 그런 사람들을 고용할 생각이었다.

채용공고를 등록하고 나서, 나는 컴퓨터 앞에서 기지개를 켰다.


“이제 기다리기만 하면 되나?”


홈페이지에 채용공고를 올린 뒤 며칠 뒤.

한 명의 지원자에게서 연락이 왔다.

그는 내가 묻지도 않았는데 열렬히 자기 어필을 하기 시작했다.

마침 내가 사들인 쇼핑몰 근처에 살고 있어서 지각할 염려가 없다느니.

고용만 해주면 보수의 절반만 받고도 일할 수 있다느니.

뭔가 수상할 만큼 열의에 가득 찬 지원자였다.

나도 통화 한통만으로 일할 직원을 고용할 생각은 없었다.

나는 지원자와 쇼핑몰 근처 커피숍에서 간단히 만날 약속을 잡았다.

일종의 간이 면접인 셈이었다.


‘그 귀신의 집 같은 형상의 쇼핑몰에서 면접을 했다간, 지원자가 기겁하고 달아나버릴 수도 있으니까···’


고용계약서에 사인하기 전까지는 아직 안심할 수 없었다.

그나저나, 전화상으로 들었던 지원자의 목소리가 조금 마음에 걸렸다.

분명 성인일 텐데도 한국어가 조금 많이 어눌하게 느껴졌다.

뭐, 이런 일터에 지원하는 사람이니까 각자 저마다의 복잡한 사정이 있겠지.

일단은 고용하는데 필요한 서류 일체는 챙겨 오라고 했으니, 알아서 하겠지.

나는 나의 첫 고용인이 될 사람과 만날 날이 오기를 기다렸다.


“싸장님! 요기예요!”


마침내 돌아온 면접의 날.

나는 쇼핑몰 근처 카페에서 ‘그 남자’를 만나자마자, 그의 한국어가 왜 어눌했는지 이해했다.

그는 한국인이 아니었다.

피부는 까무잡잡했고 마른 체형이었다.

그는 내가 오자마자 내게 머리를 조아리며 굽실대기 시작했다.


“싸장님. 오시기 전에 마실 거 미리 시켜놨어요.”


“어, 아. 얻어마실 생각은 없었는데··· 이왕 이렇게 된 거 잘 마실게요.”


사실 이렇게까지 내게 굽신거릴 필요는 없는데 말이지.

솔직히 좋다기보다는 많이 부담스러운 친절이었다.

대체 얼마나 엄청난 결격사항을 가지고 있길래 나한테 이렇게까지 굽실대는 거야?

그가 내게 친절하게 굴 수록, 나는 오히려 점점 더 두려워졌다.


“싸장님. 요기 이력서!”


“아, 고마워요. 한번 읽어볼게요.”


“천천히 읽어보세요. 싸장님.”


대기업에 다닐 때 면접관 자격으로 면접장에 들어간 적도 있었다.

그래서 새로운 직원을 심사하는 일은 제법 익숙했다.

나는 빠르게 이력서에 수기로 적힌 정보들을 읽어 내려갔다.

그리고는 초롱초롱한 눈으로 나만 쳐다보고 있던 동남아시아인 남자에게 물었다.


“이름이 ‘까오랏 꽁 응우엔’ 씨 맞나요?”


“네, 싸장님. 제 이름 맞아요.”


“그럼, 어··· 까오랏 씨라고 부르면 될까요?”


“싸장님이 편한 대로 아무렇게나 불러주시면 돼요. 싸장님.”


이름의 어디를 잘라도 편하게 부르기 힘드니까 물어본 거잖아···

나는 짧은 헛기침으로 고용주의 위엄을 지키려 노력하며 말했다.


“그럼 앞으로 까오랏 씨라고 부르도록 할게요.”


“네. 싸장님.”


“까오랏 씨. 이력서는 잘 준비해 오셨는데요. 주민등록사본이 필요하다고 얘기해 드렸는데, 보이지 않네요? 혹시 제가 찾지 못하는 걸까요?”


“아, 아아. 등본··· 싸장님. 그게···”


카오랏은 크게 당황하며 안절부절못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나는 의아한 눈으로 까오랏을 쳐다보았다.

내가 무슨 굉장히 어려운 요구를 한 것도 아니었다.

단순히 구청에 가서 몇백 원만 주면 뗄 수 있는 등본을 떼오라 했을 뿐인데?

왜 서류가 없다는 사실을 지적하자마자 저렇게 당황하는 거지?

한참 동안이나 내 눈치를 보며 우물쭈물하던 까오랏은 어렵사리 털어놓았다.


“싸장님. 사실 까오랏은 등본 못 뽑아요.”


“등본 뽑는 거 잊어버렸어요? 괜찮아요. 이따가 같이 구청에 가서···”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설명을 하려다가, 나는 뒤늦게 깨달았다.

까오랏이 등본을 뽑아오지 않은 건, 그가 외국인이라 서류 신청하는 법을 몰라서가 아니라는 걸.

왜 진작에 더 일찍 눈치채지 못했던 걸까?

까오랏의 국적과 지나치게 굽신거리는 태도에서 이미 눈치챘어야 했던 건데.


‘이 사람, 불법체류자구나!’


갑자기 등골이 오싹해지는 기분이었다.

하아, 이거 완전 똥 밟았네?

물론 내가 처음부터 일부러 본인에게 하자가 좀 있는 ‘멀쩡하지 않은’ 직원을 의도적으로 고용하려 한 건 사실이었다.

본인에게 하자가 있어야 나를 경찰에 고발할 가능성이 줄어드니까.

그래서 내가 예상했던 건 주로 전과가 있는 사람들이었다.

기록에 빨간 줄이 그어진 그들은 정상적인 일자리를 구하기 힘드니까.

전과자가 아니라 해도, 그에 비할 하자가 있는 사람들을 예상했다.

하지만 불법채류자는 완전히 결이 달랐다.

전과자나 불법체류자나 둘 다 켕기는 구석이 있는 사람 아니냐고 하겠지만.

근본적인 차이점이 있었다.

전과자는 이미 감옥에서 죗값을 치르고 나와서 더 이상 법적으로 문제 될 게 없다.

하지만 불법채류자는 지금 현재진행형으로 불법을 저지르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를 고용하는 순간 나까지 그를 도와준 공범으로 몰릴 가능성이 있었다.

내가 표정이 딱딱하게 굳자, 까오랏도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았는지 내게 매달리기 시작했다.


“제발 이렇게 부탁드릴게요. 싸장님. 일자리를 못 구하면 고향에 있는 가족들이 굶어 죽어요.”


“죄송합니다만, 저도 신원이 불분명한 사람을 고용하는 건 좀···”


다른 고용주들처럼 단순히 먹튀 가능성 따위를 걱정하는 게 아니었다.

봉급 먹튀 따위, 재산은 2조 원이나 있었으니까 그딴 푼돈은 내 알바가 아니었다.

문제는 이 사람을 고용함으로써 경찰수사를 받을 가능성이 생긴다는 점이었다.

그러면 경찰이 내 비트코인 자산의 출처를 의심하는 지경까지 이를 수도 있었다.


‘안돼, 이건 거절해야겠다.’


아무리 생각해도 리스크밖에 없는 고용 계획이었다.

비록 까오랏을 고용하지 않으면 이런 수상한 일자리에 지원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그 점은 나중에 어떻게든 해결이 되겠지.

까오랏을 고용함으로 인해서 공권력의 과도한 관심을 얻는 건 사양이었다.

표정만 보고 내 속내를 읽었는지, 까오랏은 필사적인 자세로 내게 부탁했다.


“제발 부탁합니다. 싸장님. 이 까오랏. 봉급의 절반만 받아도 됩니다! 아니, 반절의 반절만 주셔도 됩니다! 제발 고용해 주세요!”


“진정하세요. 까오랏 씨. 지금 제가 돈이 없어서 당신을 고용하지 않겠다는 게 아닙니다. 다만 까오랏 씨를 고용하면 제가 곤란해질 일이 생겨서 그래요!”


나는 진심으로 하는 말이었다.

내가 지금 가진 재산이 2조 원이나 있는데.

설마, 불체자에게 주는 최저시급이 아까워서 이러고 있는 거겠나?

하지만 까오랏은 내가 하는 말을 전혀 믿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는 무척이나 곤란한 표정을 짓더니, 내게 사정하는 듯한 말투로 말했다.


“고향이 돈을 보내려면, 한국돈을 비트코인으로 환전하기도 해야 해서··· 여기서 급료를 더 깎는 건 저도 곤란한데···”


“아니! 까오랏 씨. 지금 내가 한 말 못 들었어요? 내가 까오랏 씨한테 주는 돈이 아까워서 이러고 있는 게 아니라니까요! 진짜라고요!”


대체 지금까지 내가 한 말을 뭘로 들은 거람?

이러면 내가 어떻게든 남의 봉급을 쥐어 짜내서 돈을 아끼려는 악덕 고용주 같잖아?

나는 그럴 생각이 전혀 없었는데.

하지만 이러한 나의 설득에도 불구하고, 까오랏은 내 말을 썩 믿는 눈치가 아니었다.

나 원 참, 대체 무슨 말로 설득을 해야 하는 거람?

하긴, 내가 까오랏이라도 내 말을 신용하기는 어려울 것 같았다.

지금까지 한국에서 불법체류자로 살면서 어떻게든 자기 봉급을 줄이려는 악덕 사장들만 만나왔겠지.

나처럼 어느 날 갑자기 2조 원이 생겨서 돈을 아낄 필요가 없는 사장님은 없었을 거 아냐?

절박한 표정의 까오랏을 보며 어떻게 거절해야 하지 고민하던 그때.

내 머릿속에 뒤늦게 스쳐간 단어 몇 개가 떠올랐다.

나는 굳은 표정을 까오랏에게 물었다.


“까오랏 씨.”


“네. 싸장님.”


“방금 뭐라고 했죠?”


“네? 급료를 여기서 더 줄이면 제가 너무 곤란하다고···”


“그 이전에.”


“그 이전에요? 한국에서 받은 급료를 비트코인으로 환전해야 가족에게 보낼 수 있다고 했는데요?”


유레카!

이거다!

어떻게 이렇게 나한테만 좋은 행운이 연달아서 터질 수가 있지?

나는 까오랏을 고용하지 않겠다는 결정을 전면 철회했다.

반대로 오히려 나는 지금 까오랏을 무조건 붙잡아야 한다.

내가 갑자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자, 까오랏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나는 고용주의 위엄을 지키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까오랏 씨. 혹시 월급을 한국돈 대신, 비트코인으로 드려도 될까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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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까오랏 꽁 응우옌 -2- 25.12.05 947 30 12쪽
» 까오랏 꽁 응우옌 -1- 25.12.04 1,119 27 12쪽
3 창고를 대여하려다 실수로 사버린 쇼핑몰 +2 25.12.03 1,275 29 12쪽
2 인생 역전의 기회 -2- +7 25.12.02 1,465 37 12쪽
1 인생의 역전 기회 -1- +1 25.12.02 1,582 4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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