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현실화 아포칼립스에서 무도가로 살아남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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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운95
작품등록일 :
2025.12.02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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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1.16 0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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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12.13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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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쉬템

DUMMY

드래곤이 모아두었던 거대한 에너지 덩어리가 허공에서 서서히 흩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조각들 사이로-

드래곤의 거대한 시체가 아래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축 늘어진 두 개의 머리,

그리고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린 나머지 두 머리와 복부의 자국까지 선명했다.


"해.. 해치웠어??"

"근데 저게 떨어지면 어떡해? 막아야 하는 거 아니야?"


수십 톤은 족히 될 그 거대한 몸체가 수백 미터 상공에서 지상으로 추락하는 것-

그 자체가 또 하나의 재앙이었다.


모두가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채,

다시 스킬을 장전하기 시작했다.


그때-


띠링


[퀘스트 클리어를 축하드립니다.]

[안전지대가 활성화 됩니다.]


하늘에서 추락하던 드래곤의 시체는 갑자기 빛덩어리로 부서지더니,

도시 전체를 감싸는 거대한 보호막으로 흩어지며 재구성되었다.


그제야 플레이어들은 굳었던 숨을 토해냈다.


"후우.. 드디어.."

"살... 살았다."


도시 외곽,

홀로 떨어진 강시온 앞에 특별한 보상 상태창이 떠올랐다.


[4 속성 혼종 드래곤을 처치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게임의 몇몇 시스템을 추가로 개방합니다.]

[캐쉬템 보관함을 활성화할 수 있습니다.]

[친구 기능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캐쉬템이란, 말 그대로 현질을 해야만 얻을 수 있는 아이템과 기능.

강시온도 역시 적지 않게 '현실을 넣어버린' 유저였다.


처음엔 단순했다.

만렙을 숨기고 초보들 사이에 끼기 위해 '개인정보 숨기기' 기능을 사면서 시작했다.


하지만 초반부터 현질하는 유저들은 대부분 이상한 아이템이나 장식템을 주렁주렁 달고 다녔다.

시온도 역시 그런 사람처럼 보이기 위해 용돈을 털어 수상한 아이템을 왕창 샀다.


아이스크림 모양의 단도,

주부 오븐장갑처럼 생긴 권갑,

우산 형태의 대도-


정신 나간 것 같은 외형 변경템들이었지만,

한번 빠지니 묘하게 중독적이었다.


그래서 캐쉬템 창고를 열어보자

역시나 온갖 괴상한 외형템들이 한가득 들어 있었다.


시온은 그 아이템들을 바라보며 잠시 추억에 잠겼다.


잠시 후, 그는 친구 기능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게임에서는 동시간대에 플레이하는 유저들 중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친구 등록을 해 함께 놀았다.

친구창을 열면 그들이 온라인인지, 어떤 맵에 있는지 확인할 수 있었고 어디서든 귓속말로 대화도 가능했다.


친구 등록 제한은 50명.


강시온은 워낙 오래된 고인물이다 보니 친구창이 이미 꽉 차 있었다.


그는 천천히 스크롤을 내려 한 명 한 명-

예전에 함께 웃고, 싸우고, 달렸던 유저들의 닉네임을 바라봤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시온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닉네임 옆에 떠 있어야 할


[온라인] / [오프라인]


그 대신 적혀 있는 단어는-


[생존] 그리고... [사망]


50명의 친구 목록.


그 중 대부분의 닉네임 옆에는 차갑게-


[사망]


단 10명만이 [생존중]이었다.


시온은 급히 친구 목록을 아래로 스크롤했다.

덜덜 떨리는 손끝이 멈춘 순간-

그가 찾던 이름이 눈에 들어왔다.


[빛의전사]


그리고 그 옆에 선명하게 떠 있는 두 글자.


[생존]


그제야 시온의 떨림이 멈췄고,

거의 무너질 듯한 숨을 길게 토해냈다.


인터넷 속에서만 알던 사람들,

현실에서는 얼굴조차 본 적 없는 사람들과의 친구 목록.


하지만 '빛의전사'만큼은 달랐다.


그 닉네임의 정체는-


강시우.


시온의 친동생이었다.


시온은 지방에서 혼자 적적하게 살고 있었고,

부모님과 시우는 서울에서 지내고 있었다.


떨리는 마음으로 시우의 프로필을 열었다.


시우의 정보가 떴다.


직업: 사제

2차 전직: 비숍

레벨 81


상태창의 '위치보기' 버튼은 '상태보기'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바뀌어 있었다.


그는 조심스레 버튼을 눌렀다.


... 번쩍...!


순간, 시온의 시야가 완전히 바뀌었다.


그가 눈을 뜬 곳은...

폐허가 되어버린 어떤 도시였다.


운석이라도 떨어진 듯,

혹은 거대한 지진이라도 휩쓴 듯,

도시 전체가 처참하게 망가져 있었다.


모든 도시가 안전지대 형성 퀘스트를 성공한 것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시온은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어디선가 인기척이 느껴졌다.

그는 조심스레 발걸음을 옮겼다.

그곳에는 시우가 서 있었고,

그의 양옆에는 아버지와 어머니가 와락 그를 끌어안고 있었다.


"아빠... 엄마..."


시온은 가까이 다가가 조심스레 불러봤다.


하지만 부모님은 시온을 보지도, 듣지도 못했다.

마치 다른 차원에 있는 사람처럼.


시온은 시우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눈동자에는 '의식'이 없었다.

온기가 없었다.

마치 껍데기만 남은 것 같았다.


그때-


띠링.


시우의 머리 위에 숫자가 떠올랐다.


[15:35]


띠링


[15:34]


또 한 번.


[15:33]


숫자는 계속 줄어들고 있었다.


문득, 시온의 뇌리에 하나의 스킬이 번쩍 떠올랐다.


비숍의 궁극기 - [부활]


죽은 유저를 부활시키는 스킬.


하지만 게임 내에서는 그다지 인기 있는 스킬이 아니었다.


왜냐하면-


보통 사냥터에서 죽으면 그냥 마을에서 부활하면 그만이었기 때문이다.

하루 정도의 패널티만 받으면 다시 사냥이 가능했다.


오직 '마을 귀한 불가 레이드' 처럼 특수한 상황에서만 빛을 발하는 스킬이었다.


그런데 지금,

폐허가 된 이 도시 한가운데에서 살아 있는 존재는-


부모님과, 돌처럼 굳어버린 시우 뿐이었다.


정답은 너무도 명확했다.


"...그래. 네 방식대로... 가족을 지킨 거구나."


하지만, 이상했다.


게임 속 부활 스킬은 마나만 있으면 언제든지 사용 가능한 스킬이었다.

그러나 지금 눈앞에서 숫자는 마치 '쿨타임'처럼 흘러내리고 있다.


"이런 패널티... 게임에서는 본 적이 없는데."


시온은 깊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게임이 현실이 되는 과정에서 모든 시스템이 '그대로' 적용된 것은 아니었다.


'부활'은 현실에서 존재할 수 없는 기적.

그 기적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


게임 속에는 없던 새로운 패널티가 부가된 것일까?


또 하나의 의문이 피어올랐다.


쿨타임이 끝나면,

시우는 죽는 걸까?

아니면 살아나는 걸까?


부모님을 살펴보니 아직 플레이어가 되지 못한 듯했다.

시우가 없으면 부모님도 오래 생존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들었다.


시우를 살릴 방법이 필요했다.


하지만 지금의 시온은 '상태보기' 를 통해 관찰만 가능할 뿐,

직접 개입은 전혀 불가능했다.


그때였다-


시온의 캐쉬템 보관함이 번쩍이며 흔들렸다.

여러 캐쉬 아이템 중 하나가 묘하게 빛을 흘리기 시작했다.


띠링


아이템 정보창이 떠올랐다.


[현자의 기도]

대상의 마나와 스킬 쿨타임을 즉시 복구시킵니다.


게임 내에서는 단 한 번도 사용할 일이 없었던 쓸모 없는 아이템 중 하나였다.


하지만 지금만큼은-

물불 가릴 상황이 아니었다.


"사용한다"


띠링.


[대상을 지정하십시오.]

[사용 가능한 대상: 빛의전사]


선택지는 단 한.

망설일 이유도 없었다.


시온은 조용히 손가락을 눌렀다.


띠링.


번쩍-!


시우의 몸 주변을 부드러운 빛이 감싸기 시작했다.

비숍이 특유의 신성력으로 마나가 변환되며 그 몸을 채워갔다.


그리고 서서히-

시우의 눈에 빛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머리 위에서 붉은 숫자의 흐름이 멈추더니 거미줄처럼 금이 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시우가 완전히 정신을 되찾아 호흡을 내쉬는 순간-


챙그랑!!


붉은 숫자는 산산조각 나며 흩어져 사라졌다.


그 숫자는,

시우의 '사망 카운트다운'이었다.


갑자기 정신을 되찾은 시우를 보자,

부모님은 거의 반사적으로 그를 끌어안았다.

두 사람의 얼굴에는 안도와 기쁨, 두려움이 뒤섞인 눈물이 흘러내렸다.


시우는 부모님에게 꽉 끌어안긴 채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며 주변 상황을 파악하기 시작했다.


그 순간-


띠링.


눈앞에 차갑고 잔혹한 상태창이 떠올랐다.


[퀘스트 실패: 도시 멸망]


서울에서도 동일한 퀘스트가 진행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스킬을 해방한 사람은 극 소수.

대부분 7레벨 나무 목검을 든 유저들이었다.

그들의 공격은 드래곤에게 닿지 않았다.

딜량은 턱없이 부족했고, 결국 드래곤은 브레스를 발사했다.


죽음의 문턱.


그 절망적 순간에 부모님을 지키고 싶다는 마음이 시우의 스킬을 강제로 깨웠다.


그리고 그는 곧바로 궁극기를 사용했다.


[부활]

죽은 자를 부활시킵니다.

살아있는 대상에게 사용시 - 스킬 적용 후 1분 안에 사망할 경우 자동 부활합니다.]


하지만-


띠링.


[신성력 잔량이 부족합니다.]

[마나가 부족합니다.]

[생명력을 사용하시겠습니까?]


모든 직업에서 장비는 정말 중요한 요소였다.

특히 마법사와 사제에게는 마나 회복 장비와 마나량 증가 아이템이 생명줄이나 다름없었다.


레이드에서 부활 스킬을 연속으로 쓸 수 있었던 이유도 이런 장비의 보조 덕분이었다.


그러나...


이제 막 각성한 시우는 그런 아이템을 착용할 레벨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사제에게는 '비장의 수'가 있었다.


마나가 고갈되면,

체력을 신성력으로 전환해 스킬을 사용하는 것.


그리고 그 체력이 현실에서는 생명력이었던 것이다.


시우는 이해하고 있었다.


스킬을 사용하면 자신이 죽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부모님만은 살릴 수 있다.


그 선택 앞에서,

시우는 단 1초도 망설이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생명력을 불태워, 부모님께 '부활'을 걸었다.


그 결과-


돌처럼 굳어 죽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죽어 있어야 정상이었다.


그런데 지금, 그는 살아있다.


시우: "....?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띠링 -


어리둥절한 시우의 눈앞 새로운 상태창이 떠올랐다.


['한방만'님이 귓속말을 신청하였습니다.

수락하시겠습니까? Y/N]


시우의 눈이 크게 흔들렸다.


시우: "형..?"


그 입에서 흘러나온 단 한 마디 '형'에

부모님의 눈동자가 동시에 커졌다.


시우는 망설임 없이 귓속말을 수락했다.


그 순간-


시온: "잘했다. 시우. ...정말 고생했어."


그 짧은 문장 하나에 시우의 감정이 한꺼번에 무너져 올라왔다.


터져나오는 울음, 벅차오르는 안도,

그리고 살아 있다는 현실에 대한 충격까지.


잠시 후 두 번째 귓속말이 이어졌다.


시온: "부모님께 안부 전해줘.

여기는 퀘스트 클리어했어. 그래서 안전지대가 활성화됐어.


부모님 모시고 내려와.

나도 마중 갈게.


그 때까지...

부모님은 너가 지켜.

할 수 있지?"


시우는 바로 답장을 보내려 했지만,


"...어?"


그의 화면에는 '답장' 버튼이 없었다.


시우: "답장... 버튼이 없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귓속말 기능'은 시온이 혼종 드래곤을 쓰러뜨린 보상으로 독립적으로 개방한 시스템.

모든 플레이어에게 있는 기능이 아니었다.


시우는 귓속말 창을 바라보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아주 작게, 그러나 단단히 말했다.


시우: "알았어."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시온은 그 말을 듣고 혼잣말로 대답했다.


시온: "그래. 그거면 됐어."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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