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버불렛(Silver Bull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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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탄(銀彈)
작품등록일 :
2025.12.03 21:56
최근연재일 :
2025.12.03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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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12.03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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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 한강대교서 투신 대신 다이빙을

DUMMY

네온사인과 어둠이 뒤엉켜 빛과 그림자가 공존하는 한강 다리 위.

거센 꽃샘추위는 뼛속을 후려쳤고, 매서운 바람은 귓불을 찢듯 스쳐 고막을 울렸다. 울림은 목으로 번져 숨길을 막았고, 막힌 숨은 곧 가슴을 조여왔다.


은탄은 양화대교 아치교 꼭대기, 스무 미터 높이 위에서 차가운 강물을 멍하니 굽어보았다.

물살이 곧 눈앞까지 치밀어 오를 듯 환영이 일었고, 다리는 휘청, 심장은 덜컥, 온몸은 공포에 잠겨 덜덜 떨렸다.


몸을 지탱하지 못한 채 그는 바람에 쓸려 추락할 듯, 위태롭게 흔들렸다.

은탄은 발가락 마디마다 힘을 모아 꾹 움켜쥐듯 버텼다.


차라리 장렬하게 몸을 던지는 편이 낫지, 바람에 휩쓸려 허망하게 굴러떨어지는 꼴은 남김없이 치욕일 뿐이었다.

가까스로 균형을 되찾은 그는 거친 숨을 고르며, 왜 이곳까지 올라왔는지를 다시 곱씹었다.


살기 싫어서 왔다.

세상의 전부, 삶의 버팀목, 단 한 사람이던 어머니 김민정이 눈앞에서 피를 철철 흘리며 죽었기 때문이다.

복부에 깊은 상처를 입은 채 단칸방 바닥에 쓰러진 어머니는 마지막 순간까지 미소를 잃지 않았다.

건강히 잘 지내라는 거친 숨결 속에 남긴 유언 같은 한마디가 지금도 귀에 생생하다.


그날의 아련함은 은탄의 가슴을 거세게 후벼팠다.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려 턱 끝에서 힘없이 떨어졌다.

견딜 수가 없었다. 매일의 고통에 시달리느니, 차라리 한순간의 극한 고통으로 끝내는 편이 낫다고 믿었다.


죽음 뒤에는 무엇이 있을까.

보통 인간은 알지 못한다.


하지만 은탄은 알았다.

그는 애초에 평범한 인간이 아니었으니까.

얼마 전, 어떤 중년 사내가 전해준 말이 있었다.


“뱀파이어의 반쪽 피를 지닌 담피르인 넌, 죽어도 죽지 못하는 존재다. 산 것도 아니고 죽은 것도 아닌, 흐느적거리는 껍데기로 떠돌게 되지.”


그 말은 저주 같았다. 생각 없는 존재, 고통조차 느끼지 못하는 인형.

그런데도 은탄은 그 말이 묘하게 달콤하다고 느꼈다.

생각이 너무 많아 스스로 무너져가는 지금, 차라리 아무 생각 없는 껍데기가 된다면 그게 더 나은 선택일지도 몰랐다.


죽자.


결심은 그렇게 굳어졌다. 은탄의 발끝이 강 쪽으로 미끄러지듯 내딛었다.

그 순간이었다.

한 발이 허공을 스치는 찰나, 머릿속이 번쩍 맑아졌다.


근데 내가 왜 죽어야 하나, 그 의문이 번개처럼 스며들자 심장이 불현듯 살아 있음을 외쳤다.

죽기를 거부하는 박동이 가슴을 두드렸고, 흔들리던 발은 저절로 뒤로 물러났다.


감겨 있던 눈동자가 힘 있게 번쩍 뜨였고, 뭔가 문득 떠올랐다.

경영학과 학과장 양경일 교수가 지식경영론 강의 시간에 던졌던 질문이다. 열정적인 강의로 학생들의 귀를 단숨에 잡아끌던 순간이었다.


“그러고 보니 학생 이름이 은탄이라 했지? 한자가 어떻게 되나?”

“온화할 은(誾), 밝을 탄(暺)인데요.”

“그래? 오늘 내가 전하려는 전략이 있는데, 마침 딱 학생 이름이네. 은탄, 영어로 실버불렛(silver bullet)이지. 미국 경영학에서는 실버불렛 전략이라고 부르고.”


죽음을 결심했던 은탄은 문득 양 교수가 말했던 ‘실버불렛 전략’을 떠올렸다.

본래 실버불렛은 서양 전설에서 늑대인간을 꿰뚫기 위해 만든 은제 탄환이다.

뚫을 수 없는 가죽을 단 한 발에 꿰뚫는 탄환은 경제학에선 ‘궁극의 해결책’을 상징했다.

인간은 본디 늑대인간을 이길 수 없었다.


그것이 상식이자 두려움이었다.

하지만 누군가 고정관념을 깨고, 또한 포기하지 않고 약점을 찾아내 은에 취약하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끝없이 부딪히고, 실험하고, 피 흘린 끝에 마침내 은 탄환은 늑대의 가죽을 꿰뚫었다.

이를 인생에 빗대어 본다.


살 이유가 없으니 죽어야 한다는 건 고정관념일 뿐이다.

살 이유가 없지만, 그렇다고 죽을 이유도 없다.

그렇다면 답은 하나다. 죽지 않고 사는 길이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는 정답이 없다.

살면, 살아지는 법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결국 무언가는 하게 된다.


무심코 한 그 일이 곧 하고 싶은 일이 되기도 한다.

그것이야말로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은빛 탄환, 실버불렛이었다.

은탄은 교수의 목소리를 다시 곱씹었다.


“이 전략을 기업에만 국한할 것이 아니네. 우리 삶에도 장전할 수 있어야 하지. 누구나 맞닥뜨릴 난관 앞에서, 여러분들의 탄환을 꺼내 쏴야 한다네. 그것이 실버불렛일세.”


뚫을 수 없다는 고정관념을 무너뜨린 순간, 불가능이 가능으로 바뀌었다.

은탄은 야경을 향해 시선을 던지며, 무의식 속 네 글자를 소리 내 되뇌었다.


실버불렛.


자살을 결심했던 은탄은 아치 위에서 입술을 질끈 깨물고 눈물을 훔쳤다.

주먹을 불끈 쥐고, 무릎를 살짝 굽혔다 폈다.

그리고 곧 껑충 뛰어올랐다.


두 팔을 귀에 붙이고 로켓처럼 손을 아래로 뻗어 차가운 강물을 향해 몸을 던졌다.

첨벙 물보라가 일었고, 잠시 보글보글 잠겼던 몸이 이내 수면 위로 솟구쳐 올랐다.

은탄은 결국 강물에 빠졌다.

그러나 그것은 투신이 아니었다.


의미 없이 떨어지면 투신이지만, 의지로 뛰어내리면 그것은 다이빙이다.

그 다이빙은 더러운 세상에 맞서 싸우겠다는 선언이었다.

세상의 썩은 것들을 직접 상대하리라.


거리마다 어슬렁대며 인간의 피를 탐닉하는 악귀들과 정면으로 맞붙으리라.

이것이 은탄이 쏘아올린 첫 번째 은빛 포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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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시즌1-Ugly love] 가스라이팅 하는 사랑(5)-끝 25.12.03 1 0 9쪽
5 [시즌1-Ugly love] 가스라이팅 하는 사랑(4) 25.12.03 7 0 15쪽
4 [시즌1-Ugly love] 가스라이팅 하는 사랑(3) 25.12.03 4 0 14쪽
3 [시즌1-Ugly love] 가스라이팅 하는 사랑(2) 25.12.03 4 0 14쪽
2 [시즌1-Ugly love] 가스라이팅 하는 사랑(1) 25.12.03 7 0 11쪽
» 프롤로그 : 한강대교서 투신 대신 다이빙을 25.12.03 9 0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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