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버불렛(Silver Bull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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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탄(銀彈)
작품등록일 :
2025.12.03 21:56
최근연재일 :
2025.12.03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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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12.03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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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1-Ugly love] 가스라이팅 하는 사랑(3)

DUMMY

다음날 밤, 커뮤니티와 각종 채널에는 기묘한 소문이 떠돌았다.

걸그룹 오디션 탑12 출신이자 솔로 여가수 유재영이 신당에서 굿을 했다는 소문이다.


소문은 불씨처럼 번졌고, 연예부 기자들은 앞다투어 소속사로 확인 전화를 걸었다.

대표는 그 소식을 듣자마자 분노로 얼굴이 굳어졌다.

그는 재영을 불러 세우고, 전태성 실장을 발로 밀쳐 쓰러뜨리더니 곧장 골프 클럽을 휘둘렀다.


“야 이 개자식아! 넌 네 가수가 낮에 어디서 뭘 하고 다니는지 확인도 안 하고, 밤에만 데리고 다니더니 이런 꼴을 만들어? 그리고 기자들 전화 오기 전에 진작 막았어야지! 네가 관리 못 해서 소문이 난 거잖아!”

“죄송합니다! 기, 김현진 기자 통해서 언론에는 한 줄도 안 나가게 하겠습니다!”

“닥쳐!”


대표는 골프채를 내리쳤다.

둔탁한 소리와 함께 전태성의 이마가 터졌다.

대표는 전태성의 어깨를 발끝으로 툭 차 밀치더니, 곧 재영 앞에 섰다.


“재영아, 내가 널 어찌하면 좋을까? 그나마 요즘은 자잘하게 콜이 많아서 돈을 벌어오니 참고 넘어갔지. 근데 굿이라니.”


재영은 고개를 푹 숙였다. 목소리는 갈라져 겨우 흘러나왔다.


“죄송해요. 전 그저, 회사에 제가 더 보탬이 될 수 있는 게 있을까 해서···.”


대표의 입꼬리가 비웃듯 일그러졌다.


“하지 마. 아무 것도 하지 마. 넌 그냥 시키는 대로만 해. 알았어?”


재영은 눈물이 고인 채 고개를 끄덕였다.


“네, 다시는 그런 일 없을 거예요. 죄송합니다.”


대표는 골프 클럽을 바닥에 내던졌다.

그는 곧 손을 내저으며 두 사람을 내보냈다.


재영은 간신히 다리를 움직였다.

전태성은 피범벅이 된 채 무릎을 짚으며 비틀거리다 문밖으로 기어나왔다.

사무실을 나온 재영은 먼저 전태성을 살폈다.

자기 때문에 맞은 것 같아 미안했지만, 의외로 전태성은 화를 내지 않았다.

오히려 낮에 챙기지 못한 게 자기 잘못이라고 했다.


“실장님, 정말 잘못했어요. 다시는 얘기 없이 안 돌아다닐 게요.”

“됐어. 나도 낮에 다른 일 때문에 너 못 챙긴 거니까.”

“그래도 제가 말도 안 하고 갔다가···. 어쨌든 빨리 병원 가요. 실장님 지금도 피가 안 멈추는 것 같아요.”

“신경 쓰지 마. 하루 이틀도 아니고. 그런데 넌 왜 굿을 하러 간 거야? 정말 회사를 위해서 간 거야?”


재영은 잠시 머뭇였다.

귀접 때문이라고는 차마 말 못 하고, 실력을 키우고 싶어 간 거라고 둘러댔다.

전태성은 대꾸하지 않고 한동안 생각에 잠기더니 말했다.


“잠깐 나 좀 따라와 봐. 녹음실로 가자.”

“지금요? 병원부터 가셔야 하는데요.”

“괜찮아. 따라와.”


그는 재영을 회사 녹음실로 데려갔다.

회전의자에 앉힌 뒤 헤드폰을 씌우고 저장된 음악을 틀었다.


“잘 들어봐. 내가 만든 곡이야.”

“실장님이 곡도 쓰세요?”


과거 전태성은 앨범 속 구색 맞추기용 곡을 주로 만들던 작곡가였다.

기억에 남지 않는 음악이라 타이틀곡이 될 일은 없었고, 트랙의 10번 정도에 들어갈 수준이었다.

그러다 최근에는 싱글음원이 주류가 되면서 설 자리가 사라졌다.

생활고 끝에 매니저까지 겸하게 된 것이다.

재영은 반신반의하며 귀를 기울였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전주는 긴 호흡으로 감정을 쌓아 올렸다.

‘나나나’로 흘러나오는 멜로디는 실제 가사가 들리는 듯 상상력을 자극했다.


눈을 감고 있던 재영은 이내 놀란 표정으로 전태성을 바라봤다.

그가 뿌듯하게 웃는 모습이 어색하지 않았다.

클라이맥스 구간에 들어서자 직선으로 뻗어 오르는 고음이 터졌고, 재영은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노래···. 너무 좋아요.”


홀린 듯 감상을 전하자 전태성은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들을 만해?”

“들을 만한 정도가 아니에요. 제가 평가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에요.”


전태성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럼 이제 이거 네 거야. 네가 불러야 완성되는 노래야.”


재영은 화들짝 놀랐다.

그리고 이내 주저했다.


“제가 감히 받아도 될까요?”

“예전부터 생각했어. 대표가 네게 이상한 콘셉트만 강요하니까 포기했을 뿐이지. 넌 네 모습일 때 가장 빛나. 그래서 들려주고 싶었어.”


너는 네 모습일 때 가장 너답다. 그 말이 가슴에 박혔다.

재영은 눈물을 뚝 흘렸다.

억지로 바꾸려는 모습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를 인정받은 것 같았다.

잠시 후, 전태성은 진지하게 말을 이었다.


“나 지금 따로 회사 차릴 준비 하고 있어. 너 포함해서 몇 명 데리고 나오려고 작업하고 있어. 계약 해지는 아니고 변경 방식으로 하면 문제없이 데리고 나올 수 있어. 그때까지만 참아. 지금은 술자리만 갈 수밖에 없지만, 나중에는 네가 하고 싶은 음악만 하게 해줄게.”

“왜 저한테 그렇게까지 해주세요?”

“남들이 네 가치를 몰라 보니 답답해서 그렇지. 난 절대 널 술자리 안 돌릴 거야. 대신 그때까지는 틈틈이 연습해.”


재영은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 곡을 자기 것으로 만들 수만 있다면, 밤낮으로 연습해도 지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렇게 마음을 다잡은 재영이 방긋 웃으며 전태성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전태성은 환하게 빛나는 재영의 눈동자를 오래 응시했다.

영롱하게 반짝이는 사슴 같은 눈망울로 이 험한 연예계를 버텨왔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그간 더 강해지길 바란다며 퍼부었던 호통이 순간 괜스레 미안해졌다.

그는 무심코 재영의 볼을 쓰다듬었다.

그러다 눈을 감고 입술을 가까이 가져갔다.

하지만 닿기도 전에 재영이 본능적으로 몸을 빼냈다.

놀란 전태성은 얼굴이 화끈 달아올라 고개를 푹 숙였다.


“아··· 미안. 그런 의도는 아니었는데, 내가 잠깐 미쳤나 봐. 그냥 잊어. 먼저 나갈게.”


서둘러 자리를 뜨려는 그의 뒷모습에 재영이 작은 목소리로 붙잡듯 말했다.


“죄송해요, 실장님. 저도 모르게 놀라서 피했을 뿐이에요. 실장님이 싫어서 그런 건 아니에요.”


걸음을 멈춘 전태성이 고개만 돌려 그녀를 바라봤다.

그 순간, 재영은 조심스레 시선을 내리깔며 말을 이었다.


“저··· 실장님에게 미움받고 싶지 않아요. 그러니까··· 천천히, 천천히 다가와 줄 수 있어요?”


청순의 대명사다운 고백은 기도라도 올리는 듯 맑고 담담했다.

순간 전태성의 눈빛은 은혜라도 내린 듯 변했다.

이런 여인에게 목숨 하나 못 던지랴.

그에게 남은 건 단 하나, 재영을 위해 최고의 음악을 짜내는 것뿐이었다.

재영의 삶이 조금 달라졌다.

여전히 무대나 방송이 아닌 술자리를 전전했지만, 전태성 실장으로부터 자신감과 자존감을 얻고서는 예전처럼 기죽지 않았다.

가끔 스폰서랍시고 접근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재영은 유연하게 대응했다.

나는 내 힘으로 큰다. 좋은 가수가 되겠다.

그렇게 선언하며 더는 흔들리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다시 일이 터졌다.

김현진이 또 불러냈다.

향구보살 신당에서 굿을 했다는 소문을 막아준 대가라며 만남을 요구했던 것이다.


“가긴 가되, 무슨 일 있으면 바로 뛰쳐나와. 절대 혼자 감당하지 마.”


청담 R&V룸 앞에서 전태성이 이전과는 다르게 다정하게 재영을 격려했다.


*


재영은 결국 그 자리에 앉았다.

오늘도 별다른 요구는 없었다.

김현진은 술잔도 기울이지 않은 채 그녀를 마주 앉히고 훈계처럼 말을 시작했다.


“넌 왜 이런 자리만 나오고, 정작 스스로 해낸 게 하나도 없나. 이런 데 나올 시간에 연습이나 하지.”

“그건··· 기자님이 계속 부르니까요.”


김현진은 차갑게 웃으며 손가락을 천천히 테이블 위에 두드렸다.


“네가 정말 자신 있으면, 안 나온다고 버티면 돼. 그런데 넌 못 버티지. 스스로 자신이 없으니까 이런 자리라도 붙들고 있는 거야. 그러면 너 절대 못 커. 아무도 믿지 마. 네 건 네가 해야 해.”


말끝을 흐리던 그는 눈을 가늘게 뜨며 재영의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봤다.


“밤마다 잠은 잘 오니? 요새는 꿈속에서도 누가 널 붙드는 것 같지 않아? 누가 귓속에 속삭이는 소리도 들리고. 눈 감아도 잔상이 남지?”


재영은 숨이 턱 막혔다.

가슴 깊숙이 감춰둔 공포를, 말 한마디 없이 들킨 기분이었다.

얼굴빛이 순식간에 창백해졌다.


“그··· 그걸 어떻게 아세요?”


김현진은 비웃듯 입꼬리를 올렸다.


“그건 환각이지. 넌 지금 환각에 시달리고 있어. 네가 약해서, 네가 스스로 깨우치지 못 해서 그런 거야.”


재영의 손이 떨리며 테이블 위 물잔을 건드렸다.

‘환각’이라는 단어가 귓속에서 맴돌며 피가 차갑게 식어 내려갔다.

바로 그 순간, 휴대폰이 진동했다.

발신자는 향구보살이었다.

떨리는 손끝으로 전화를 받자 다급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송곳니의 정체를 알아냈네. 어서 지금 당장 와야 하네.

자네를 덮친 건 단순한 영이 아니야. 몸을 가진 존재지.

구한말부터 내려온 흡혈귀 무리, 그들이 퍼뜨린 역병 뱀파이어들일세.

그들이 쓰는 힘이 바로 최면이야.

귀접이 아니었네. 자네가 본 얼굴, 실제로 그 얼굴을 가진 자일 수도 있네.”


재영의 시선이 천천히 맞은편으로 옮겨 김현진에게 꽂혔다.

이어 꿈속에서 송곳니를 드러내던 얼굴이 겹쳐졌다.

환각이라 믿었던 형상이, 눈앞 현실과 일치하는 순간 등골이 서늘하게 굳었다.

김현진은 천천히 씨익 웃었다. 그 미소는 명백한 자백과도 같았다.


“사, 살려주세요!”


재영의 목소리가 방 안을 찢듯 터져 나왔다.

그녀는 소파에서 몸을 튕기듯 일어나더니, 비틀거리며 앞으로 쏟아졌다.

심장은 귀를 찢을 듯 요동쳤고, 호흡은 가쁘게 끊어졌다.마치 공기가 목구멍에서 끊겨나가는 것 같았다.

뒤에서 김현진의 낮게 비릿한 웃음이 스멀거리듯 따라붙었지만, 재영은 고개조차 돌리지 않았다.

돌아보는 순간 그 웃음에 삼켜질 것만 같았다.

구두 굽이 바닥을 미끄러지듯 긁어대며, 그녀는 거의 달리다시피 출구를 향해 내달렸다.

복도의 불빛이 어지럽게 흔들렸고, 계단 난간을 잡은 손끝은 땀으로 미끄러졌다.


“실장님!”


주차장 문이 눈앞에 나타나자, 재영은 절규에 가까운 목소리로 소리쳤다.

그곳에서 대기 중이던 전태성이 고개를 번쩍 들었다.

재영은 곧장 달려가 차문을 벌컥 열고 몸을 밀어 넣었다.

헐떡이는 숨과 함께 온몸이 떨렸고, 차문이 닫히자마자 비로소 살아 있다는 실감이 밀려왔다.


“실장님, 지금 당장 향구보살 신당으로 가요. 청담에서 압구정이면 금방이야!”


재영의 목소리는 갈라져 있었지만, 눈빛만큼은 살아남으려는 결기로 번뜩였다.


“뭐야, 무슨 일이야?”

“일단 빨리 가요!”


차는 급히 골목을 벗어나 큰길로 치달았다.

신호등 불빛이 앞유리에 어지럽게 번지고, 재영은 창가에 고개를 기댄 채 숨을 몰아쉬었다.

얼굴은 종이처럼 하얗게 질려 있었고, 입술은 핏기가 사라져 파르라니 떨렸다.

마치 방금 전까지 악몽 속에 갇혀 있다가 간신히 빠져나온 사람 같았다.


“그러니까 네 말은··· 김현진이 너한테 최면을 걸어서 귀접을 했다는 거지?”


전태성이 조심스레 묻자 재영이 세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눈동자는 아직도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듯 흔들리고 있었다.


“네! 믿기 힘드시겠지만, 귀접인지 환각인지 최면인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그 사람이 몇 번이나 저를 정신적으로 짓밟았어요.”


목소리가 끝내 떨려 끊어졌다.

두 손을 무릎 위에 꼭 모아 쥐었지만, 손가락 마디가 파르르 떨려 멈추질 않았다.


“믿어. 믿어, 재영아.”


전태성은 단호히 말했다.


“당연히 난 네 말을 믿지. 걱정 마. 이제 내가 지켜줄게.”


신호 대기 중, 전태성은 잠시 핸들을 놓고 옆자리에 앉은 재영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따뜻한 손길이 내려앉자, 재영의 거친 호흡이 한 박자 늦춰졌다.


“김현진 그놈은 내가 어떻게든 막아낼 거야.

그리고 언젠가 꼭 네게 좋은 곡을 줘서 널 최고의 가수로 만들 거다.”


말을 잇는 동안, 전태성은 재영의 떨리는 손을 잡았다.

그녀가 거부하지 않자, 그는 조심스레 손가락을 얽어 깍지를 꼈다.

놀랍게도 재영은 그 손을 뿌리치지 않았다.

오히려 힘없이 기댄 채 그대로 받아들였다.


*


어느새 향구보살 신당에 도착했다.

문지방을 넘는 순간, 재영의 발걸음이 멈췄다.

초점 잃은 눈빛이 허공을 떠돌더니, 그대로 무릎이 풀려 자리에 주저앉았다.

저고리 고름이 헐겁게 풀린 향구보살은 흰 종이처럼 창백하게 굳어 있었다.

주변에 날카로운 흉기나 둔탁한 도구의 흔적은 없었다.

피로 얼룩진 물건 하나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목덜미가 모든 것을 설명하고 있었다.

살을 뚫고 들어간 두 개의 구멍, 그 주위로 굳어붙은 검붉은 피.

마치 음료에 빨대를 꽂듯 깔끔하게 파고든 송곳니 자국이었다.

뜯긴 흔적은 없었다.

오직 정밀하고 의도적인 ‘꽂힘’만이 남아 있었다.

재영의 눈이 커다랗게 흔들렸다.

심장이 두근거리며 식은땀이 등을 타고 흘렀다.

이제 확신할 수 있었다.

이건 뱀파이어 뱀파이어의 짓이었다. 그

리고 그 흡혈귀의 얼굴은 김현진이라는 사실에 단 한 치의 의심도 남지 않았다.


“잔인해···.”


입술 사이로 터져 나온 목소리는 떨림으로 얼룩졌다.

김현진은 사람의 피를 이렇게 간단히 빼앗을 수 있으면서도, 굳이 정신까지 유린하며 희롱했다.

단순한 본능 때문일까, 아니면 기괴한 욕망 때문일까.

이해할 수 없는 변태적 폭력 앞에서 재영의 머릿속은 핑 돌며 어질어질해졌다.

재영은 눈앞이 아득해지며 그대로 쓰러질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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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시즌1-Ugly love] 가스라이팅 하는 사랑(4) 25.12.03 4 0 15쪽
» [시즌1-Ugly love] 가스라이팅 하는 사랑(3) 25.12.03 3 0 14쪽
3 [시즌1-Ugly love] 가스라이팅 하는 사랑(2) 25.12.03 2 0 14쪽
2 [시즌1-Ugly love] 가스라이팅 하는 사랑(1) 25.12.03 6 0 11쪽
1 프롤로그 : 한강대교서 투신 대신 다이빙을 25.12.03 5 0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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