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지.
Dodge 코인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궁금해져서 검색하자,
SNS에 올라온 유명인의 메시지가 보였다.
[Elion Mask : Dodge to the moon!] 22:00
[Elion Mask : That's not me. hacking] 22:10
해킹 이슈였단다.
이 짧은 시간에 발생한 일을, 저 앱이 미리 알아채고 알려줬던 거다.
어안이 벙벙했다.
그 순간.
“야, 백승원! 교대 안 해? 이 새끼가 빠져 가지고 흡연장에서 농땡이를 펴?”
선배의 고함이 귓가에 꽂혔다. 나는 퍼뜩 정신을 차렸다. 스마트폰 화면 속 숫자 325만 원. 단 10분 만에 벌어들인 기적 같은 돈 때문에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다.
고개를 드니 나를 향해 삿대질하는 선배의 일그러진 얼굴이 보였다.
“······죄송합니다, 바로 가겠습니다.”
나는 스마트폰을 주머니 깊숙이 소중하게 찔러넣었다.
300만 원. 큰돈이다. 적어도 지금의 나에게는.
하지만 이 돈이 있다고 해서 현실이 바뀌진 않는다.
여전히 나는 발렛파킹 요원이고, 어머니의 병원비 때문에 허덕이는 사람이며, 쫓겨난 재벌 3세일 뿐이다.
당장은 해야 할 일에 집중하는 수밖에 없었다.
***
새벽 3시.
비가 잦아들 즈음, 호텔 로비의 자동문이 열렸다.
“아, 형님! 오늘 진짜 즐거웠습니다.”
“한빈이 너도 조심해서 가라. 다음에 골프 한번 같이 치자고.”
익숙한 목소리. 정한빈이었다.
술에 거나하게 취했는지 녀석의 얼굴은 시뻘겠다.
비틀거리며 대리기사가 열어둔 차로 향하던 녀석이, 대리기사에게 키를 넘기던 나를 발견했다.
“어, 백승원! 마이 프렌드!”
정한빈이 비틀거리며 내 쪽으로 다가왔다.
한 걸음 한 걸음 다가올 때마다 역한 알코올 냄새가 펴졌다.
“너 아직도 퇴근 못 했냐? 딸꾹.”
“······곧 할 예정입니다.”
“그래, 그래. 열심히 살아야지. 열심히! 처망했으면 말이야! 어! 아까 내가 준 팁으론 뭐 할 거냐? 퇴근하고 국밥에 소주 먹냐? 소시민처럼? 엉? 흐흐흐.”
녀석이 내 어깨를 툭툭 치며 낄낄거렸다.
“입도 막혔냐? 벙어리 됐어? 아! 내가 너무 높은 사람이라 조심히 대해야 하는 거구나! 흐흐 콧대 높던 백승원이 다 죽었네. 자존심은 괜찮냐!?”
역시나 알코올이 좀 들어가니 철저히 본성이 드러난다. 예전에도 이런 놈이었다.
지금 자신과 신분 격차가 있다고 생각하니 더더욱 지랄맞게 굴고 싶겠지.
옆에 있던 여자도 한껏 취해선 나에게 시비를 걸어왔다.
“오빠, 급 떨어지게. 냄새난다. 빨리 서울로 올라가자.”
“그래그래, 우리 승원이가 자존심이 졸라게 센데. 이렇게 공손한 걸 보니 그냥 갈 수 있겠냐고. 후우 야, 형 간다. 너 보니까 기분이 다 좋네. 또 올게! 너 때문에라도 무조건 또 온다! 다음엔 친구들 데리고 올게!”
녀석은 내 구두 옆쪽 바닥에 침을 퉤 뱉고는 차 뒷좌석에 구겨져 탔다.
부우우우웅!
슈퍼카가 요란한 배기음을 내뿜으며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나는 멀어지는 불빛을 보며 주머니 속을 만지작거렸다.
아까였으면 화가 났을 테지만, 지금은 전혀 화가 나지 않았다. 오히려 피식 헛웃음이 났다.
‘오히려 고맙지.’
녀석이 던져준 10만 원 덕분에 300만 원가량 벌 수 있었다. 저놈이 던져줬던 돈이 아니라면 쉬이 버릴 마음으로 어플리케이션의 말을 따르진 못했을 거다.
‘그나저나 더 안 오나.’
괜히 새로운 메시지가 오지 않을까 싶어 계속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렸지만.
더 이상의 메시지는 없었다.
그리고 퇴근 시간이 다가왔다.
***
퇴근 후 고시원.
한 평 남짓한 방에 들어오자마자 눅눅한 곰팡이 냄새가 반겼다.
나는 젖은 유니폼을 대충 빨랫대에 던져 놓은 뒤 좁은 침대에 걸터앉았다.
“후우······.”
스마트폰을 꺼냈다.
액정이 깨진 낡은 폰. 하지만 지금 이 폰은 천금을 가져다준대도 바꿀 생각이 없었다.
요술 램프나 진배없으니까.
[보유 자산: 3,250,000KRW]
봐도 봐도 질리지 않는 숫자였다. 통장에 있던 전 재산 50만 원을 합치면 375만 원. 당장 밀린 병원비를 낼 수 있었다. 다음 달 월세 걱정도 덜 수 있었고.
하지만 그게 끝이었다.
병원비를 내고 나면? 다시 원점이었다.
내일 또 발렛을 해야 하고, 정한빈 같은 놈들에게 머리를 조아려야만 했다.
“나한텐 행운이 왔으니, 이젠.”
나는 고개를 저었다. 이제 나에게는 요술 램프가 하나 있잖은가.
조심스럽게 휴대전화 화면을 켠 나는, [Money copy] 앱을 실행했다.
[접속 중······]
검은 화면이 뜨고, 새로운 메시지가 타이핑되듯 나타났다.
[System: 수익 실현을 축하합니다.]
[유저 등급 재설정 심사 중······]
[심사 완료.]
[등급: Bronze (개미)]
등급이 뭔가 싶어, [등급?] 화면을 터치하자 잠겨 있는 상위 등급의 아이콘들이 리스트처럼 촤라락 펼쳐졌다.
[Bronze: (비정기) 무작위 뉴스 알림 (정확도 99%)]
[Silver (잠김): Bronze 기본 혜택 + (데일리) 선물 시장 데이터 해금] (선택 가능)
[Gold (잠김): Bronze/Silver 기본 혜택 + [타겟 서치] - (상시) 원하는 기업/종목의 미래 검색 가능] (선택 가능)[Platinum (잠김): Bronze/Silver/Gold 기본 혜택 + [가짜 뉴스 생성] - 시장 조작 가능] (선택 가능)
[Diamond (잠김): [?????]]
타겟 서치?
내 시선이 Gold 등급에 꽂혔다.
원하는 기업의 미래를 검색할 수 있다고?
저 말인즉슨 오성그룹, 그리고 날 비웃던 HJ그룹의 악재가 발생했을 때 그걸 미리 알고 털어먹을 수 있다는 얘기다.
거기다 Platinum 등급.
가짜 뉴스를 생성해서 시장을 조작할 수 있댄다. 그니까, 오성그룹을 잃은 나는 돈만 있으면 저 기능으로 회사의 주식을 조금씩 빼앗아 되찾을 수 있다는 거다.
Diamond 등급은 뭔지 모르지만 분명 플래티넘 등급보다 뛰어날 게 뻔했다.
그 사실을 깨달은 순간,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이건 단순히 돈을 벌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었다.
무기였다. 복수를 위한 완벽한 핵무기.
나는 떨리는 손으로 화면을 터치했다. 당장 골드 등급부터 열고 싶었으니까.
하지만.
[권한이 부족합니다.]
[Silver 등급부터 순차적으로 해금이 가능합니다.]
권한 부족 알람이 뜨며 홈 화면으로 창이 초기화됐다.
“실버 등급? 해금 어떻게 하는 건데.”
가벼운 마음으로 Silver 등급 버튼을 눌렀다.
하지만 화면에 뜬 팝업을 본 순간, 나는 숨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Silver 등급(30일) 월 구독료]
[30,000,000KRW]
“뭐, 사, 삼천?”
30만 원이 아니라 3000만 원?
내 통장에 있는 돈의 10배였다. 사고 싶어도 살 수가 없었다. 그림의 떡이나 다름없었다.
“······역시나 내 인생. 하나도 안 풀리네. 젠장. 집안도 쫄딱 망하고, 세상도 날 안 도와주고. 뭐 같구만. 하!”
나는 체념하며 뒤로 가기 버튼을 누르려 했다. 지금 이 앱을 본다고 달라지는 건 없으니까.
그런데 그 순간.
[신규 유저 첫 결제 한정 프로모션]
[할인율: 90% OFF]
[Silver 등급(30일) 승급 비용: 3,000,000KRW]
[남은 시간: 05분 00초]
[결제하시겠습니까?]
마치 기다렸다는 듯 할인 프로모션이 떴다.
“······뭐?”
육성으로 말이 튀어 나왔다. 5분 동안만 300만 원? 지금 내 수중에 있는 수익금과 딱 맞아떨어지는 금액이었다.
머리가 복잡해졌다.
“그냥 브론즈로 살아?”
브론즈로 돈을 좀 벌고 그때 승급해도 되는 거니까. 급할 건 없잖아. 일단 돈은 잘 보관했다가 급한 불부터 끄고······.
순간 손이 멈칫했다. 300만 원이면 급한 불을 끌 수 있는 건 맞다. 한두 달은 아등바등하지 않고 숨통이 트일 수 있었다.
불안 요소는 그거였다.
할인 혜택이 눈앞에서 사라져서, 브론즈 상태를 유지했는데 1년에 한 번 기회를 주면? 그럼 나는 그때마다 돈을 벌어서 오성그룹에 복수를 할 수 있을까?
“절대 못하지.”
아니, 실버 등급까지 가는 데도 꽤 오랜 시간이 걸릴지도 모른다. 생활비에, 병원비며 대출 이자며 갚다 보면 말이다.
그렇다고 해서 마냥 결제가 달가운 건 아니었다.
만약 결제했는데, 정보가 안 뜨거나 추가 결제를 유도해서 투자할 돈이 사라지면?
30일은 손가락 빨며 아무것도 못할 텐데.
그리고 지금 300만 원을 쓰면 남은 돈으로 빠르게 돈을 모을 수 있을까? 그런 근원적인 질문이 떠올랐다.
“아.”
문득 머릿속을 스치는 단어가 있었다. 적은 돈으로 큰돈을 굴릴 수 있는 곳.
개미들의 무덤이자, 야수의 심장을 가진 사람들의 놀이터.
[Sliver 등급 혜택: 선물 시장 데이터 해금] [레버리지 기능 반영]
선물 시장.
적은 돈으로도 레버리지를 사용해 크게 벌 수 있는 곳.
그니까, 75만 원에 100배의 레버리지를 태워 7,500만 원의 효과를 누릴 수 있는 곳이다.
“이걸 활용하면······?”
침이 꼴깍 넘어갔다.
이건 테스트였다.
이 앱은 나한테 묻고 있는 거다. 300만 원 먹고 한동안 현생에 안도할 건지, 목숨을 건 도박으로 빠르게 복수를 할 건지.
눈앞의 거울에 비친 내 얼굴을 바라봤다.
초라한 고시원 방, 젖은 머리카락, 독기만 남은 눈동자.
“······복수를 잊을 순 없지. 더 이상의 주저함은 없다.”
주저함은 아까 10만 원만 넣었을 때로 충분했다. 이젠 잴 것도 없었다.
나는 결제 버튼을 꾹 눌렀다.
[결제 진행 중······]
[결제가 완료되셨습니다.]
[잔액: 750,000KRW]
통장에서 피 같은 돈 300만 원이 순식간에 증발했다.
속이 쓰렸지만 동시에 오기가 치밀어 올랐다.
“그래, 어디 3000만 원어치 값 하나 보자.”
띠링-!
그 순간 알림이 울렸다.
[승급 완료.]
[User Level: Sliver] [잠금 해제된 미래 정보를 수신합니다.]
승급 완료 알림과 함께.
곧바로 화면에 정보가 떴다.
“어?”
[Target: 나스닥 100]
[속보: 미 연준 의장, FOMC 기자회견 중 말실수 예정.]
[기대 효과: -5.8% 하락]
[타임 리밋: 20분]
떴다!
나는 곧바로 선물 어플을 켰다.
다행히 예전 철 없던 시절 도박식으로 투자를 했던 때 만들어 뒀던 계좌가 있었다.
“오랜만에 깔았는데 계좌 살아있어서 다행이다.”
곧바로 전액을 이체한 나는, 레버리지를 한껏 끌어올린 포지션 사이즈를 잡은 채로 기다렸다.
20분 뒤에 발생하는 사건이라면, 그 전에 위로 얼마든지 더 오를 수 있다. 그렇게 되면 가진 돈을 전부 청산당할 수도 있다.
그러니 내가 노려야 하는 건 19분 55초. 그 타이밍 부근이다. 주문이 살짝 밀릴 수도 있으니깐 2번 분할로 할 생각이었다.
알람을 맞추고 기다렸다.
손가락이 떨렸다.
이 돈을 날리면 가진 전재산을 다 날리게 되는 거니까. 이번 월세는 물론이고, 어머니 병원비 미납도 더 길어지게 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눈은 이미 ‘매도(Sell)’ 버튼에 고정돼 있었다.
19분 55초.
19분 56초.
딸깍!
[주문이 완료되었습니다.]
“일단은 매도 한번 완료.”
19분 57초.
19분 58초.
19분 59초.
딸깍!
“다 됐다!”
[주문이 완료되었습니다.]
너튜브로 FOMC 기자회견을 틀어놓은 상황.
이제 내가 할 거라곤 기도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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