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산이거나 대박이거나
“제발······.”
나는 침을 꼴깍 삼키며 휴대전화 화면을 응시했다.
미국 연준 의장의 기자회견 생중계. 그의 말에 온 신경을 집중했다.
[의장: 인플레이션 지표는 여전히 우려스러운 수준입니다.]
차트가 미세하게 요동쳤다. 나스닥 차트가 위아래로 꼬리를 그리며 춤을 췄다.
“아직······! 제발 실수······!”
현재 내 포지션은 숏이다. 그것도 풀 레버리지를 끌어다 쓴.
즉, 떨어져야 돈을 번다.
반대로 지금 상황에서 조금이라도 더 오르면?
증거금 75만 원은 순식간에 공중분해 되고 나는 강제 청산 당한다.
강제 청산이란 말은, 곧 빈털털이가 된다는 뜻.
그때였다. 차트가 갑자기 위로 솟구쳤다.
[나스닥 100: 12,080 (+0.25%)]
“어어어?”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뭐야, 분명히 떨어진다고 했잖아. 말실수한다고!
양 다리를 덜덜 떨며 손톱을 물어뜯었다.
평가 손익란에 시퍼런 [-520,000원]이 보였다.
벌써 증거금의 70%가 날아갔다.
마진비율도 얼마 남지 않았다. 이제 여기서 0.1%만 더 올라도 청산이다.
“역시······ 사기 프로그램이었나······ 하, 걍 하지 말걸.”
등골에 식은땀이 흘렀다.
손가락이 청산 버튼 위에서 바들바들 떨렸다.
지금이라도 손절해? 20만 원이라도 건져야 하지 않을까? 조금만 더 기다려볼까?
그렇게 불안해하고 있던 순간.
내 생각을 읽는 걸까.
돌연 [Money Copy]앱의 알림이 울렸다.
[System: 세력 휩쏘(Fake) 주의]
[예상 휩쏘 지점: 최대 (+0.35%)]
하, 주의 사항이 있으면 미리 알려줬어야지.
0.35%면 내 청산가와 딱 0.1% 차이가 나는 구간이다.
나는 입술을 깨물어 피를 냈다.
‘그래, 어차피 미친 짓 한 거 끝까지 제대로 가보자. 0.1%면 괜찮을지도 몰라. 75만 원. 그래, 한동안 좀 절약 좀 하고 그러면 되지 뭐.’
그렇게 초조해하던 순간.
화면 속 연준 의장의 입이 열렸다.
[의장: 따라서, 시장의 기대와 달리 금리 인하는 시기상조이며, 더 강력한 긴축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조금 전까지 솟구칠 것만 같았던 시장이 얼어붙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기자들의 표정이 굳어지고, 이를 중계해 주던 실시간 너튜브 영상의 댓글창이 폭주하기 시작했다.
[뱉었다 따잇!!!!!!!!!!!!!!!!!!!!]
[숏ㅅㅅㅅㅅㅅㅅ]
[롱충이 다 죽는 중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지금 롱치는 롱충이 없제?]
[숏 달달합니데이]
[우리 의장 행님이 시그널 줬다 안 캅니꺼]
[캬, 숏 맛있다!]
[의장 넥타이 색깔 보면 딱 모름? 오늘은 닥치고 숏이었음ㅋㅋㅋㅋㅋㅋ]
[꺼억, 한국인들 유동성 잘 먹고 갑니다!]
차트가 순식간에 아래로 내리꽂았다.
마치 절벽이 무너지는 것처럼, 조금 전까지 깐족대며 12,080까지 오르던 차트가 수직으로 낙하했다.
12,000 붕괴.
11,800 붕괴,
11,500 붕괴.
[나스닥 100: -1.5%]
[나스닥 100: -3.8%]
[나스닥 100: -5.8%]
휴대폰 속 차트는 온통 시퍼런 음봉으로 도배됐다. 전 세계 개미들과 기관들의 곡소리가 여기까지 들려오는 듯했다.
물론 그들관 달리.
내 스마트폰 화면만은 달랐다.
[평가 손익: 4,350,000KRW(+580%)]
헛웃음이 나왔다. 75만 원이었던 돈이 눈 깜짝할 새 500만 원가량이 되어 있었다.
레버리지 100배라는 모험을 시도했는데, 그게 성공한 덕분이었다.
띠링-!
그사이, 앱에서 알림이 울렸다.
[Target Price 도달.]
[포지션 청산 추천.]
그 문구를 보자마자 난 망설이지 않고 매도 버튼을 클릭했다. 찰나라도 놓치면 큰일날 거 같아서.
딸깍-!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청산 완료]
[손익: 5,100,000KRW]
계좌에 뜬 숫자 510만 원.
불과 20분 전 눈물을 머금고 결제했던 승급 비용 300만 원, 그 본전을 회수하고도 200만 원이 더 남았다.
긴장이 풀리며 온몸에 힘이 빠졌다. 엄청난 탈력감이 느껴졌다.
“하아아아······.”
난 그대로 침대에 벌러덩 드러누웠다.
“심장 터져 죽는 줄 알았네.”
더 했다가는 심장이 못 이겨낼 것 같았다. 75만 원으로 500만 원을 만들었으니 이 정도면 기적이다.
하지만 고개를 돌려 스마트폰을 본 순간, 나는 다시 몸을 일으킬 수밖에 없었다.
“잠깐만.”
[Silver 남은 횟수: 2 / 3]
[타임 리밋: 3시간 40분] (매일 오전 9시에 초기화 됩니다.)
“횟수 제한?”
그랬다. 실버 등급이라고 무제한이 아니었다. 하루에 딱 3번 사용이 가능했다.
아까 구매할 땐 이런 제한이 있는 걸 못 봤는데.
어쨌든.
방금 나스닥을 매도하는 데 1번을 사용했으니, 이제 나에게 남은 기회는 오늘 밤 딱 2번뿐이다. 2번, 그냥 버리기엔 너무나도 아까웠다.
“이걸 날리면 병X이지.”
하루 3번뿐인 기회다. 500만 원으로 만족하고 잠을 자면 남은 2번의 기회는 허공으로 날아간다. 난 무조건 이 남은 기회를 뼈까지 싹싹 발라 먹어야 했다.
나는 곧바로 앱을 켰다.
앱을 켜자마자 떠오르는 알람.
[System: 2번째 정보를 수신합니다.]
[Target: 나스닥 100]
[속보: 과매도 구간 진입. 기술적 반등(Dead Cat Bounce) 예상.]
[Position: Long]
[타임 리밋: 30초]
지옥 같은 폭락장이 오면, 반드시 한번은 튀어오르는 구간이 있다.
남들이 공포에 질려 던질 때 주워 담아서 파는 것. 데드 캣 바운스.
앱은 그 상황이 올 거라고 예측하고 있었다.
나는 주저 없이 예수금 510만 원을 이용해 매수 포지션을 열었다.
“가자······!”
***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 모르겠다. 나는 그동안 휴대전화 속으로 빨려 들어갈 듯 몰입했다. 앱이 알려주는 정보는 소름 돋을 정도로 정확했다.
새벽 4시.
피 흘리는 것처럼 뚝뚝 떨어지던 차트가, 11,300포인트에서 돌연 튀어오르기 시작했다.
빨리 떨어진 만큼 빨리 튀어오른다는 격언처럼, 지수는 11,800까지 상승했다.
“돼, 됐다!”
11.800에 도달하자,
앱은 또 한 번 알림을 줬다.
[Target Price 도달.]
[포지션 청산 추천.]
포지션을 청산하자마자 또 한 번 급격하게 캔들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후. 미친.”
계좌를 본 내 손이 벌벌 떨렸다.
2,800만 원. 단 510만 원으로 딸깍 두 번 해서 하루 만에 만들어낸 돈이었다. 손끝이 저릿해졌다.
이 돈이면 빚의 절반을 갚을 수 있었다.
이제 멈출 수 없었다. 이 앱이 주는 정보가 확실하단 사실을 알았으니까. 나는 앱을 또 한 번 켰다.
[System: 3번째 정보를 수신합니다.]
[Target: 나스닥 100]
[속보: 장 마감 직전 숏 스퀴즈 발생.]
[Position: Long]
[남은 횟수: 0 / 3]
[타임 리밋: 2시간]
숏 스퀴즈를 일으킨다고?
다소 커진 액수를 투자하려니 주저함이 들긴 했지만, 나는 2,800만 원을 모조리 밀어 넣었다.
할 땐 해야지.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근데. 막상 넣고 나니.
-두근.
심장이 초조함에 두방망이질을 쳤다.
*
어느덧 아침 6시 54분.
-달달달달
내 다리가 계속 떨렸다.
돈이 크면 클수록 그 긴장과 초조는 배가 됐다.
옛날 한창 잘 살 땐 이 정도 돈은 그냥 잃어도 되는 수준의 돈이었지만,
지금 전재산이 되고 보니 엄청나게 큰돈이었다.
“왜, 횡보만 하는 거야.”
장 마감까지 6분.
장이 마감되면 다시 장이 열릴 때까지, 1시간 동안 불안에 떨며 손톱만 물어뜯고 있어야 한다.
물론 그 1시간 뒤엔 갑자기 갭상승을 일으킬 수도, 갭하락을 일으킬 수도 있다.
갭하락이 발생하면······
내 2800만 원은 사라지는 거고.
불안감이 도사려서일까.
온갖 생각들이 떠올랐다.
6시 55분.
-달달달달달
6시 56분.
-달달달달달
6시 57분.
“어?”
차트가 꿈틀대더니 돌연 하늘로 솟았다.
12,000 위아래로 20~30포인트씩 찔끔거리던 차트가 미친 듯이 말아올리기 시작한 것.
공매도 세력들이 추가 손실을 막기 위해 급하게 주식을 사들이는 숏 스퀴즈가 시작된 듯했다.
지수가 순식간에 3.6%나 급등했다.
내 수익률은 360%.
2,800만 원이 4.6배가 튀겨졌다.
원금 2,800만 원에 수익 1억 80만 원.
숫자를 보니 고양감에 찰 수밖에 없었다.
그때.
[Target Price 도달.]
[포지션 청산 추천.]
기다렸던 알람이 울렸다.
나는 곧바로 일괄 매도 버튼을 눌렀다.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7시.
장이 종료됐다.
“······후.”
밤을 새는 내내 긴장했던 탓일까.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었다.
몸은 탈진할 거 같았지만 정신은 맑다 못해 각성 상태였다.
왜냐고?
[금일 실현 손익: +100,800,000KRW]
[최종 자산: 128,800,000KRW]
새벽 동안 번 돈, 1억 2,880만 원.
어제 정한빈에게 10만 원을 받을 때만 해도 상상조차 못 했던 돈이다.
단 하룻밤. 3번의 기회. 고작 75만 원으로 다시는 닿을 수 없을 거라 생각했던 돈을 벌었다.
“대체 뭘까, 이 앱은.”
앱을 다시 클릭하자, 자물쇠 표시가 뜨며 접근이 제한됐다.
[오늘의 정보 열람 횟수를 초과했습니다.]
“······맺고 끊음이 확실하네.”
-띠리리링!
때맞춰 알람이 울렸다.
출근을 위해 맞춰 놓은 알람이었다.
“흠······.”
출근을 앞두니 생각이 많아진다.
하루에 단 3번. 이 제한된 기회로 더 큰돈을 벌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투자 회사 취업? 전업 트레이딩? 코인 너튜버?
여러 가지 방안들이 떠올랐다.
아무래도,
돈 1억을 굴리는 것과 10억을 굴리는 건 차원이 다르다. 만약 10억을 굴릴 수 있었다면 오늘 내가 만들어낼 수익은 그 이상이었을 거다.
고민이 됐다. 현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지.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적어도 이 유니폼을 벗어도 된다는 거겠지.”
퀘퀘한 옷장 속 유니폼을 보던 나는, 아껴뒀던 흰 셔츠와 양복을 걸쳤다.
이제 저 유니폼은 입지 않아도 될 것 같았으니까.
“가볼까.”
고시원 문을 열고 나서는 발걸음이 가벼웠다.
“아, 우선 엄마 병원비랑 빚부터 갚고 가자.”
-띠링!
[병원비: -1,500,000만 원]
[대출: -50,000,000만 원]
[잔액: 77,300,000만 원]
[오전 11:00]
[병원비 입금 완료했습니다.]
[대출금이 완납되었습니다. 항상 저희를 이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에도 언제든 저희를 찾아주세요.
- 감와 머니 임직원 일동]
“다음은 개뿔, 두 번 다시 너네 같은 쓰레기 업체에서 돈 안 빌린다.”
후, 순간적으로 감정이 끓어올랐다.
무지막지한 이자 때문에 고생했던 게 생각나서 말이다.
“아!”
두 건을 동시에 처리하고 출발하다 탔어야 할 지하철을 놓쳤다.
하지만······
“뭐, 어때. 그만두면 되지.”
그 어느 때보다 발걸음은 가벼웠다.
***
호텔 라커룸에 도착하자.
“너 왜 늦었어, 이 새끼가 빠져 가지고. 하? 유니폼도 안 입고 왔네? 미치셨어요? 일자리 잘리고 싶으세요?”
박 대리가 넥타이를 잡고 푸는 시늉을 하며 나에게 다가왔다. 마치 벼르고 있었던 것처럼.
그런 비장한 모습의 그에게, 나는 웃어 보였다.
“응.”
- 작가의말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Comment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