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혼혈, 실험체에서 군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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꼰룡
작품등록일 :
2025.12.09 14:03
최근연재일 :
2025.12.20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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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12.09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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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실험체 W-17

DUMMY

숨이 턱 막힐 정도로 축축한 어둠이 방을 채우고 있었다.


쇠창살 너머로 스멀대는 소독약 냄새, 그리고 금속이 긁히는 소리.


강현은 천장에 매달린 형광등이 깜빡이는 리듬에 맞춰 천천히 눈을 떴다.


“···또, 여기군.”


온몸은 묶여 있었고 주삿자국이 몇 개나 추가된 건지 이미 셀 수 없었다.


몸은 쇠파이프처럼 무겁고 감각은 흐릿하다.


시간 감각은 일찌감치 잃은 지 오래.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오늘은 유난히 조용했다.


실험실 특유의 기계음조차 들리지 않는다.


이곳에 수감된 후 단 한 번도 없었던 정적.


강현은 직감했다.


뭔가 이상하다.


철컥—


문이 열리며 흰 가운을 걸친 과학자 둘이 들어왔다.


그 뒤를 커다란 그림자가 따라붙었다.


“W-17 상태는?”


“생체 반응 안정적입니다. 이제 투여만 하면—”


강현의 시선은 그들 뒤에 선 거대한 우리에 꽂혔다.


그리고 그 안에서 꿈틀거리는 것.


붉은 눈, 철을 문드러뜨릴 만큼 날카로운 이빨.


사람이 아니었다.


야수.


그것도 보통 야수가 아니다.


뼈가 튀어나올 듯한 전신, 칼날처럼 갈라진 발톱, 인간과 짐승의 중간에 걸친 사체 같은 형체.


과학자가 말했다.


“오늘부로 실험은 최종 단계에 들어간다. 혈청을 이식한다.”


강현의 심장이 멎었다.


혈청 이식.


이 연구소에서 하는 연구 중 가장 많은 사망자를 기록한

실험.


투여된 피는 대부분의 실험체를 미쳐 죽게 만들었고, 살아남은 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기다려··· 그건—”


말은 잘렸고, 굵은 주사가 강현의 목에 박혔다.


차갑고 끈적한 액체가 혈관을 타고 심장으로 흘러 들어왔다.


그 순간, 세상이 뒤집혔다.


쾅—!


심장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피가 솟구치고, 뼛속이 끓었다.


몸의 모든 세포가 비명을 지른다.


죽는다.


거짓이 아니라 직감이었다.


몸이 버티지 못하고 터져나갈 것 같다.


“심박수 상승! 더 들어간다—”


또다른 약물이 주입되자 시야가 하얗게 번졌다.


눈앞에 번개가 치는 것처럼 별이 튀었다.


강현은 비명조차 내지르지 못했다.


숨이 막히고 근육이 찢어지며 뼈가 뒤틀렸다.


그러다—


갑자기.


모든 것이 정지했다.


심장 소리도, 고통도, 실험실의 전자음도.


마치 주변 공기가 얼어붙은 것처럼.


그리고, 들렸다.


—살아남아라.


—네 피는 이미 인간의 것이 아니다.


누군가 속삭였다.


목소리는 사람의 것 같으면서도, 짐승의 울음 같기도 했다.


눈을 뜨자 시야는 붉게 물들어 있었다.


강현은 손을 보았다.


손등 위로 거미줄 같은 핏줄이 검붉게 떠올라 있고, 손톱은 길게 변해 있었다.


가늘고 단단한, 짐승의 발톱.


부분 수인화.


그는 이제 인간이 아니었다.


“실험체 반응이 비정상적으로 빠릅니다!”


“수치가 너무 높아! 바로 억제제를—”


그러나 억제제도, 주사도, 아무것도 닿지 않았다.


투둑—!


가죽끈이 끊어졌다.


쇠사슬도, 철제 구속구도 의미가 없었다.


강현이 손목을 비틀자 그대로 찢겨나갔다.


“뭐야··· 지금 방금 그걸 맨손으로!?”


연구원들이 도망치기 시작했다.


알람이 울리고 붉은 비상등이 켜졌다.


그러나 강현은 그들을 보지 않았다.


본능이 외쳤다.


—도망쳐야 한다.


—지금이 아니면 죽는다.


몸은 생전 처음 느끼는 가벼움과 폭발적인 힘으로 가득했다.


강현은 감방 밖으로 뛰쳐나갔다.


문을 박살내자 철판이 찌그러지며 통로가 열렸다.


험악한 경보음이 울리고, 경비병들이 몰려왔다.


“W-17 탈출! 전투 준비—”


그들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강현이 움직였다.


사람의 움직임이 아니었다.


발바닥이 바닥을 밀자 그림자처럼 미끄러져 들어갔고

순간, 시야가 넓게 열렸다.


공기의 흐름.


적의 숨소리.


총구가 나를 향하는 각도.


모든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한 가지가 확실했다.


이 힘은 미완성이다.


완벽한 야수화는 아니다.


하지만 이미 지금의 강현은 인간이 감당할 수 없는 속도와 감각을 갖고 있었다.


경비병 셋이 동시에 방아쇠를 당겼다.


탕! 탕탕!


총알이 날아오는 ‘길’이 보였다.


강현은 몸을 숙이고 벽을 타듯 옆으로 튀었다.


두 사람이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그의 발톱이 지나간 자리마다 피가 튀었다.


하지만 강현은 피를 보며 흥분하지 않았다.


본능을 억누르듯 이를 악물었다.


“나는··· 괴물이 아니다.”


스스로에게 말했다.


말하지 않으면 금방이라도 짐승의 충동에 먹혀버릴 것만 같았다.


한편, 실험실 내부에서는 난리가 났다.


폭발음과 함께 천장이 무너졌고, 바람이 휘몰아쳤다.


알 수 없는 외부 세력이 침입한 것이다.


방탄복을 입은 무장 병력이 문을 폭파하며 들어왔다.


“대상 발견. 확보하라!”


그들의 시선이 강현에게 향한다.


연구소의 괴물 사냥꾼들.


이들은 강현을 구하러 온 것도, 도우러 온 것도 아니다.


그저 또다른 ‘실험체’로 간주할 뿐.


강현의 이빨이 드러났다.


“···지옥이 따로 없네.”


그는 결심했다.


이제 더는 잡혀 살지 않는다.


오늘 여기서 벗어나지 못하면, 다음은 없다.


그러자 심장이 거칠게 뛰며 짐승의 본능이 올라왔다.


—뛰어.

—살아남아.


강현은 앞으로 내달렸다.

그리고 그의 삶을 뒤바꾸는 ‘탈출’이 시작됐다.


—지금 아니면 죽는다.


강현은 찢어진 구속구를 그대로 내던지고 문으로 뛰었다.


비상등의 붉은 빛이 깜박이며 복도를 물들이고, 바닥에서는 스프링클러의 잔수가 튀었다.


발끝이 닿는 순간, 그는 깨달았다.


몸이 가볍다.


피가 뜨겁게 도는 동시에, 시야는 비정상적으로 선명했다.


기계의 윤곽, 실험실 냄새, 먼지 하나까지 모조리 감지된다.


—뛰어.


그 한 마디에, 강현의 다리는 인간이 낼 수 없는 속도로 바닥을 박살냈다.


쾅!


한 번의 도약으로 복도의 절반이 사라졌다.


경비 둘이 총을 겨눴지만 움직임이 너무 빨랐다.


그의 시선에는 총구의 떨림, 땀방울의 방향, 방아쇠를 당기는 힘까지 모두 분해되어 보였다.


“멈춰—!”


벌컥.


강현의 손끝이 스치듯 지나가는 순간, 총이 반으로 잘렸다.


금속이 종잇장처럼 찢어졌다.


경비들은 비명을 지르지도 못했다.


“괴물···!”


그 말에 강현의 이성이 잠깐 흔들렸다.


괴물.


그가 가장 듣고 싶지 않은 단어.


하지만 생각할 시간은 없었다.


쾅—!


복도 반대편에서 중무장 병력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실험체 W-17이 탈주 중! 사살 허가한다!”


일제 사격.


강철 같은 총탄이 벽을 파고들며 불꽃을 튀겼다.


강현은 감각이 더는 인간의 것이 아님을 온몸으로 실감했다.


총알이 날아오는 궤적이 보였다.


총열의 떨림, 공기의 흐름, 방아쇠가 당겨지는 순간까지.


그리고 몸이 먼저 반응했다.


슉—


몸을 숙이자 총탄이 머리 위를 스쳐갔다.


왼쪽으로 굴러들어가 바닥을 차자 병력 둘이 그대로 허공에 뜬 채 벽에 처박혔다.


남은 병력이 뒤로 물러섰다.


“이게··· 인간이냐?”


“실험이··· 성공했다고?”


그 순간,강현의 시야가 다시 붉어졌다.


본능이 들끓었다.


잡아라.


찢어라.


도망쳐라.


하지만 그는 이성을 잃지 않았다.


이대로 본능에 삼켜지면 진짜 괴물이 된다.


강현은 이를 악문 채 몸을 틀었다.


지금은 나가는 게 먼저다.


그는 병력들을 그대로 지나쳐 실험구역 B-12로 향했다.


문이 닫히기 직전 손을 뻗자, 손끝이 문틀을 갈라버렸다.


제어 패널이 불꽃과 함께 터졌다.


쾅—!


문이 떨어져 나가며 길이 열렸다.


안쪽은 연구소의 중심부.


실험 기록, 샘플 보관실, 그리고—


무겁고 낮은 울음이 들렸다.


“크르르르르—”


그가 보았던 우리 속 괴물, 지금까지 ‘혈청’의 원료인 피를 제공했던 원형 생체가 문을 연 틈으로 머리를 내밀고 있었다.


붉은 눈이 강현을 응시한다.


굶주림도, 분노도 아닌··· 인식.


마치 같은 종이라도 보듯.


무릎이 저릿하게 떨렸지만 강현은 시선을 돌리지 않았다.


그때, 뒤쪽에서 다시 알람이 터졌다.


《실험체 W-17, 최우선 격리 대상 지정》


《전 병력, 연구소 최심부로 집결하라》


《목적: 즉시 사살》


도망칠 시간조차 없다.


강현은 이를 갈았다.


“젠장···”


그때였다.


끼기긱—


천장 위 통풍구가 흔들리며 누군가 떨어졌다.


검은 복장의 어떤 인물.


가면을 쓰고, 연구소 경비가 아닌 외부인.


그는 강현을 보자마자 말했다.


“살고 싶으면 도망쳐.”


“···누군데?”


“붙잡힌 수인들을 탈출시키러 왔다.”


정체불명의 침입자.


그리고 뒤에서 몰려오는 수십 명의 병력.


강현은 더 고민할 여유가 없었다.


“좋아··· 도망치자고.”


두 사람은 동시에 반대 방향으로 돌진했다.


폭발음.


경보.


섞여드는 총성.


실험실 깊숙한 어둠 속으로 뛰어드는 순간 강현은 본능적으로 느꼈다.


오늘이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그의 피가 변했고, 이제 세상도 그를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살아남기 위해선 싸워야 한다.


그리고 언젠가 반드시···


이 모든 걸 만든 원흉을 찾아낼 것이다.


그 첫걸음이 지금부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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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15화. 손을 놓지 않는 이유 25.12.20 2 0 8쪽
14 14화. 발을 딛는 쪽으로 25.12.17 3 0 8쪽
13 13화. 발을 딛지 못한 이유 25.12.16 6 0 8쪽
12 12화. 물 위로 떠오르는 그림자 25.12.15 5 0 7쪽
11 11화. 왕의 인자 25.12.14 5 0 7쪽
10 10화. 각성의 조짐 25.12.13 7 0 10쪽
9 9화. 흔들리는 파동 25.12.12 8 0 7쪽
8 8화. 원본과의 조우 25.12.12 5 0 10쪽
7 7화. 닫혀가는 도시 25.12.11 7 1 7쪽
6 6화. 물 위의 그림자들 25.12.11 9 1 14쪽
5 5화. 찾아오는 추적자들 25.12.10 14 1 10쪽
4 4화. 하층의 첫 밤 25.12.10 20 2 11쪽
3 3화. 레지스탕스의 첫 관심 25.12.10 23 1 11쪽
2 2화. 연구소의 비상경보 25.12.10 25 1 7쪽
» 1화. 실험체 W-17 25.12.09 34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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