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찾아오는 추적자들
도시 상층 어딘가.
낡은 빌딩 옥상에 정체 모를 차량이 한 대 착륙했다.
검은 슈트를 두른 인물 셋이 차에서 내렸다.
헬멧 옆면에는 작게 새겨진 문양 하나.
쥐 머리 모양을 딴, 12지신 하부 기관의 비공식 포획조 표시였다.
“하층까지 내려와야 하는 일은 웬만해선 없는데 말야.”
가장 앞선 자가 중얼거렸다.
“쥐신님이 직접 명령 하셨다잖아. 지신석이 안 먹히는 변종 수인 포획."
옆에 서 있던 자가 팔목 장치를 건드렸다.
지면 지도 위로 붉은 원이 하나 떠올랐다.
“이 근처야. 연구소 아래 폐쇄 라인에서 이쪽으로 빠져나간 흔적이 있대. 지신석 반응이 깨끗한 구역인데 수인 파장이 하나 떠 있지.”
“얌전히 잡히면 좋겠는데.”
셋은 아무 말 없이 하층을 향해 내려가기 시작했다.
철제 계단을 밟는 발소리가 텅텅 울렸다.
“······멈춰.”
강현은 발을 딱 멈췄다.
훈련을 반복하던 중이었다.
컨테이너 위를 뛰어다니다가 갑자기 등골이 서늘해졌다.
바람이 바뀌었다.
냄새, 소리, 공기의 밀도.
‘이건··· 쥐신 쪽 냄새랑 비슷한데.’
연구소에서 느꼈던 특유의 금속성 냄새와 솜털이 거꾸로 서는 위압감.
다만, 쥐신만큼 압도적이지는 않았다.
“추적자인가.”
혼잣말이 새어 나왔다.
변종 수인이 나타났다는 보고가 올라갔다면 이 정도 수고는 감수할 만한 사냥감이라고 생각했겠지.
‘찾아낸 건가, 벌써.’
심장이 조금 빨리 뛰었다.
그건 두려움이 아니라, 싸움 직전의 긴장에 가까운 반응이었다.
“······웃기지 마.”
그는 입술을 다물었다.
지금 도망쳐도 언젠가는 또 찾아올 것이다.
연구소로 끌려가기 싫다면, 지금부터라도 ‘쉽게 잡히는 놈’이 아니라는 걸 보여줘야 했다.
화물창고 입구 쪽 철제 문이 천천히 열렸다.
끼이익—
낡은 금속이 버티는 소리와 함께 세 사람의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졌다.
“열 신호 일치. 연구소에서 도망친 실험체 W-17일 확률, 다수.”
팔목 장치에서 기계 음성이 흘러나왔다.
가장 앞에 선 자가 말했다.
“안녕하십니까, 피험자님. 도망치느라 수고했네요.”
목소리 속엔 진심으로 지루해하는 기색이 담겨 있었다.
“하지만 이젠 돌아갈 시간입니다.”
그 뒤에 선 자가 장치를 꺼내 바닥에 내려놓았다.
직육면체 형태의 장치에서 푸른 빛이 퍼져 나왔다.
붉은 선이 빙글 돌더니 곧 눈에 보이지 않는 파동으로 바뀌어 주변 공간을 물들였다.
“억제 필드 전개. 반경 삼십 미터 수인 전원 이동 불능 상태 유도.”
기계 음성이 말했다.
강현은 조용히 숨을 들이켰다.
피부 위로, 바닥을 타고 올라오는 떨림이 느껴졌다.
지신석.
연구소에서 그를 짓눌렀던 바로 그 힘.
하지만—
“······.”
몸은 무겁지 않았다.
오히려 심장이 더 크게 뛰기 시작했다.
혈관을 타고 돌던 열기가 더욱 거칠게 요동쳤다.
‘역시, 안 먹히는 건가.’
강현은 입가를 굳게 다물었다.
앞쪽에 선 포획조 셋은 그 사실을 아직 알아채지 못한 듯했다.
“저항은 비추천합니다. 이 필드 안에선 수인들은 움직이기조차 힘들 테니.”
“그럼, 한 번 시험해볼까.”
강현은 낮게 말했다.
포획조의 헬멧 안에서 잠깐 정적이 흘렀다.
“지금··· 뭐라고 했나?”
“움직이는지, 안 움직이는지. 직접 봐.”
그는 바닥을 박차며 뛰어올랐다.
순간 시야가 위로 열렸다.
가장 가까이에 서 있던 포획조의 어깨, 팔, 목 위치가 한 번에 들어왔다.
‘먼저, 한놈.’
강현의 몸이 자연스럽게 회전하며 팔꿈치가 포획조의 헬멧 옆을 후려쳤다.
쾅!
금속과 금속이 부딪치는 소리.
헬멧의 강화 유리가 산산이 갈라졌다.
“큭—!”
첫 번째가 비틀거리며 넘어졌다.
“필드 내에서 어떻게—”
두 번째가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강현의 무릎이 그의 복부를 파고들었다.
숨이 빠져나가는 소리와 함께 그가 뒤로 나자빠졌다.
세 번째는 반응이 빨랐다.
바로 뒤로 물러나며 팔목 장치를 급히 조작했다.
“수준이 다르네, 이건. 실험체 코드 W-17, 전투 패턴 비정상—”
“시끄러.”
강현이 손을 뻗었다.
그 순간, 눈앞으로 작은 금속 탄환이 날아들었다.
총성이 났다는 걸 인식하기도 전에 몸이 먼저 움직였다.
손목을 튕겨 탄환을 비켜 내고, 몸을 비틀어 다음 탄환 궤적을 피했다.
귀 옆을 스치는 바람, 금속이 벽을 파고드는 소리가 슬로우 모션처럼 또렷했다.
‘보인다.’
총구가 움직이는 방향, 손가락이 방아쇠를 당기기 전의 미세한 떨림.
그 모든 게 느리게 보였다.
“미쳤네···.”
포획조가 욕을 내뱉었다.
그 사이, 넘어졌던 두 사람이 겨우 몸을 일으켰다.
“억제장치가 안 먹혀! 이거 정보랑 다르잖아!”
“제압 우선이다! 죽이지 말고 팔다리만—”
말은 그렇게 했지만, 그들의 움직임은 이미 흔들리고 있었다.
지금 이 순간, 억제장치는 그들 편이 아니었다.
강현에겐 억제 대신 자극과 촉발로 작용하고 있었고, 그는 그 위를 마음대로 뛰어다니고 있었다.
—더 세게
—더 빠르게
—사냥해
본능의 목소리가 점점 더 또렷해졌다.
눈앞의 움직이는 것들을 모두 찢어발기라고, 피를 마시라고 부추겼다.
손끝에 힘이 들어갔다.
만약 그대로 주먹을 휘둘렀다면 지금 이들 셋은 그대로 콘크리트와 함께 으깨졌을 것이다.
그러나—
‘안 돼.’
강현은 이를 악물었다.
“죽이진 않는다.”
스스로에게 중얼거리듯 말했다.
대신 그는 방향을 바꾸었다.
목도, 심장도 아닌, 관절과 복부, 목숨이 아닌 의식을 잠시 끊을 수 있는 부위를 골랐다.
팔꿈치, 무릎, 어깨.
세 차례 충돌음이 이어졌다.
쿵, 쿵, 쾅—!
포획조 셋이 동시에 바닥에 쓰러졌다.
헬멧이 굴러가고, 장비들이 여기저기 나뒹굴었다.
억제 장치도 충격을 이기지 못했는지 삑삑거리며 꺼졌다.
푸른 빛이 사라지자 공기 중 압박감이 조금 옅어졌다.
“···하아.”
강현은 숨을 몰아쉬었다.
몸 안의 열기가 아직 완전히 가라앉지 않았다.
손을 떨자 손등 위로 핏줄이 또렷하게 드러났다 사라졌다.
‘지금··· 조금만 더 했으면, 진짜로 죽여 버렸을 거다.’
그 생각에 등줄기가 서늘해졌다.
그는 일부러 더 거칠게 숨을 내쉬었다.
“살아있지?”
쓰러진 포획조 중 하나의 가슴팍을 발로 톡 찼다.
작게 신음이 새어 나왔다.
“좋아. 그럼 됐어.”
죽이지 않았다.
여전히 괴물 같다는 자괴감이 밀려왔지만, 그래도 경계선은 넘지 않았다.
그게 지금 그에게 유일한 위안이었다.
조금 떨어진 옥상 위.
7번은 저격 소총을 쥔 손에서 천천히 힘을 뺐다.
“쐈어야 했나?”
옆에서 고양이 수인이 물었다.
그녀는 건물 옆 난간에 앉아 다리를 흔들며 밑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타이밍 자체는 많았는데.”
“단장님 지시가 있었지.”
7번이 헬멧 안쪽에서 짧은 녹음을 되짚듯 읊조렸다.
“직접 ‘선’ 넘는 걸 보고 싶다고.”
그는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포획조 셋이 쓰러져 있고, 그 옆에 선 강현이 천천히 숨을 고르고 있었다.
이미 몇 번이나 균형을 잃을 수 있는 순간이 있었다.
눈이 붉게 물들어갈 때도 있었고, 주먹이 빗나가면서 목을 스칠 뻔한 순간도 있었다.
하지만 결정적인 선은 넘지 않았다.
목숨을 앗아가는 쪽이 아니라 살려 두는 쪽으로, 의도적으로 힘을 빼는 선택.
“······그래도, 위험한 줄타기네.”
고양이 수인이 말했다.
“한 번만 삐끗하면 그때부터는 우리도 가만히 있을 수 없어요.”
“그래서 지켜보는 거고.”
7번이 말했다.
“넘어지면 손을 잡아줄지, 아니면 끊어낼지 그때 결정해야지.”
그때, 통신이 울렸다.
《보고해》
익숙한 여우의 목소리.
7번이 짧게 대답했다.
“포획조 셋, 제압 완료. 실험체— 아니, 강현의 전투 패턴 확인했습니다. 억제장치 무력화, 실시간 탄도 회피, 그리고···”
그는 잠시 말을 고르더니 덧붙였다.
“가능하면, 죽이지 않으려는 움직임.”
통신기 너머에서 잠깐 웃음 섞인 숨소리가 들렸다.
《아슬아슬하게 잘도 버티네.》
단장의 목소리가 조용히 이어졌다.
《생각보다 빨리 눈에 띄었어. 이제 위에서도, 아래에서도 저 아이를 그냥 두진 않겠지.》
“어떻게 할까요? 바로 데려올까요?”
7번이 물었다.
잠시, 공기가 아주 조금 무거워졌다.
《아직은 안 돼.》
구미호가 대답했다.
《지금 데려오면 우리가 낚싯바늘이 될지도 몰라. 12지신도, 다른 것들도 저 아이를 노리고 몸을 움직이기 시작할 테니까.》
그녀는 한 박자 쉬고 말했다.
《좋아, 7번. 계속 그림자에 있어. 다음 선택도···저 아이에게 맡겨 보자.》
통신이 끊겼다.
7번은 숨을 길게 내쉬었다.
“결국, 또 지켜보는 거네.”
고양이 수인이 어깨를 으쓱했다.
“그래도 심심하진 않겠어요. 저 정도면, 곧 더 큰놈들이 들이닥칠 테니까.”
화물창고 안.
강현은 포획조들이 떨어뜨리고 간 장비를 멀찍이서 바라봤다.
팔목 장치, 헬멧, 깨진 억제장치.
“이거··· 잘못 건드리면 다시 추적당하겠지.”
그는 장비들을 한곳에 모아 컨테이너 뒤쪽, 지신석이 가장 약하게 느껴지는 모서리로 옮겼다.
언젠가 필요해질지 모른다.
적의 무기를 이해하는 건 살아남는 가장 빠른 길이니까.
몸 속 열기가 조금씩 가라앉기 시작했다.
그는 하늘을 올려다봤다.
찢어진 지붕 너머로 희미한 네온들이 번져 있었다.
“살아남고, 강해지고···”
조용히 중얼거렸다.
“그리고, 다시 잡으러 오는 놈들 전부—”
눈동자가 차갑게 가라앉았다.
“내가 사냥할 거다.”
하층의 밤은 여전히 더럽고, 시끄럽고, 숨막히는 공기로 가득했지만.
그 속에서 한 수인의 첫 사냥은 시작되었다.








Comment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