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 중원의 공격대장
중악(中岳)이라 불리는 숭산의 언저리. 검은 무복을 입은 사내가 산 중턱을 바라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그의 주변에는 기라성 같은 무인들, 천하를 호령한다는 정파와 사파의 고수들이 삼삼오오 모여 앉아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대화는 강호의 도리와는 거리가 멀었다.
“대장님, 척후조 전갈입니다. 몹··· 아니, 적들 배치가 끝난 것 같습니다.”
적안(赤眼)의 청년, 혈마가 다가와 보고했다. 사내는 익숙하게 혈마의 어깨를 툭 쳤다.
“고생했어. 옥불대사는? 소림 방장이랑 인사 끝났대?”
“존명. 모셔오겠습니다.”
혈마가 신형을 감추자, 사내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허공을 응시했다.
남들 눈엔 비장한 고뇌처럼 보이겠지만, 그의 머릿속은 딴생각으로 가득했다.
‘하나도 안보이지만 보이는척 해야겠다..’
그는 이 세계의 유일한 **‘공격대장’**이었다.
잠시 후, 그가 뒤를 돌아 소리쳤다.
“자, 옥불 오면 바로 출발한다. 당명! 도핑 물약··· 아니, 영약 체크해 줘.”
바닥에 쭈그리고 앉아 독비수(毒匕首)를 닦던 당문의 소가주, 당명이 고개를 끄덕였다.
“대장, 매화년이랑 남궁 놈은 어제 먹은 영약이 아직 그 뭐더라, 버프가 안올라왔다 운기조식 한시진정도만 더 달라는데?
아, 그리고 천마 이 인간은 또 지각이야. 괜찮겠어?”
“당명, 내가 파티원끼리 놈, 년 하지 말라고 했지. 천마는 뭐··· 메인딜러니까 좀 봐주자.”
그때였다. 호위를 맡은 살문(殺門)의 2호가 그림자처럼 나타났다.
“대장님, 애드(Add) 났습니다! 습격입니다!”
“뭐? 2호, 어그로 관리 안 해?!”
사내가 짜증을 내기도 전에, 하늘에서 검은 형체가 혜성처럼 떨어졌다.
쾅-!!
흙먼지가 가라앉자, 칠흑 같은 무복을 입은 사내가 오만하게 서 있었다.
천마(天魔)였다. 주변의 무인들이 살기를 뿜으며 무기에 손을 올리자, 천마가 피식 웃었다.
“이거, 너를 죽이려면 천하 전체와 싸워야 한다는 말이 틀린 말은 아니군.”
일촉즉발의 상황. 하지만 대장은 한숨을 푹 쉬며 손을 저었다.
“천마, 컨셉질 그만하고 줄 서라. 너 때문에 출발 늦어졌어.”
“······본좌가 빠지면 섭섭할까 봐 좀 서둘렀거늘. 다들 무기 좀 내리지? 자꾸 그러면 본좌도 천마검을 꺼낼 수밖에···”
“아, 빨리 와서 버프나 받으라고! 저번 회식 때 실수한 거 다 까발린다?”
“흠, 흠! 알겠소 대장. 내 사과하리다.”
천하 제일의 마두가 꼬리를 내리고 대열에 합류하는 기이한 풍경. 사내는 그 모습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
‘하··· 정신없다. 집에 가고 싶다...’
사내에겐 천하보다 더 소중한것이 있었다.
다시 한번만 더, 서울 노원구 허름한 자취방에서 전기장판 틀고 눕는 것.
그게 이 사내의 유일한 바람이었다.
하지만 그가 돌아가기 위해선, 이 엉망진창인 공격대를 이끌고 저 산을 넘어야만 했다.
진황제의 퀘스트를 수행하기 위해.
-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한애리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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