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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차누화
작품등록일 :
2025.12.12 18:49
최근연재일 :
2026.01.18 21:20
연재수 :
25 회
조회수 :
96
추천수 :
25
글자수 :
129,745

작성
25.12.26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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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02화. 커피의 온도 (하).

DUMMY



(상편에 이어 계속)


많은 시간이 흘러서였을까...


나영에게 건우 이후로 더 이상의 사랑은 없었지만, 이제 그의 존재도 그녀에게는 희미한 추억일 뿐이었다.


그녀의 주요 업무는, 연구실에서 커피의 품질, 맛, 향, 그리고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연구였다.


그 외에는, 크게 알려지지 않은 로컬 카페를 방문하여 인터뷰 및 카운셀링하는 외근 업무도 병행하고 있었다.


연구실 내근 업무만 할 수도 있었으나, 커피에 진심이었던 그녀는 자진하여 외근 업무까지 하는 중이었는데, 일은 힘들었지만 여기에서 삶의 보람을 느끼고 있었다.


방문할 로컬 카페의 선정은, 전적으로 나영의 선택에 의해서였다.


유명하거나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는 아니면서도, 블로그나 유튜브 등에서 개인들의 평이 좋았던 카페를 주로 선정하곤 했다.


거기에 추가로, 그녀의 여행 관심도나 맛집 욕구가 곁들여져 최종 결정이 이루어졌다.


“이번에는 물회가 맛있... 아니, 동해안의 한적한 카페를 탐방하기로 했습니다.”


나영은 출장계획서를 제출하면서 팀장에게 말했다.


“사내 잡지인 ‘남북 매거진’에, 카페 탐방 코너가 반응이 좋아 보내주는 거야.”

"그럼요, 팀장님 이름도 기사 맨 밑에 넣어드리잖아요~"


팀장의 생색에 나영은 두 손으로 공손히 출장비를 건네받았다.



이번에 방문할 목적지 카페는, 강원도의 해안가에 위치한 작은 카페였다.


블로그에서, 외관은 초라한데 커피 향이 너무 매력적인 카페라고 강추되었다.


원두를 직접 볶아서 사용하는 카페라 더욱 좋았다고 했다.


곧 출산을 앞둔 카페 주인 부부가 아주 친절했고, 마당에 강아지도 아주 귀여웠다는 평이었다.


다만 해안가라고 해도 서울에서 다시 방문하기에는 너무 멀다는 게 블로그에서 언급한 유일한 단점이었다.


"새벽에 일찍 출발해도 당일치기로는 빠듯하겠는데... 하루 자고 올까?”


새벽 5시에 집에서 출발하며 나영은 중얼거렸다.


대중교통으로 가기 힘든 곳이라, 운전해서 5시간은 이동해야 할 것으로 예상됐다.


원래는 죽이 잘 맞는 후배 여직원을 사진기사로 핑계 대고 같이 다녔었다.


"언니, 미안해요~ 시골에서 아빠가 올라오셔서 같이 못 갈 것 같아요."

"어? 며칠 전에 부모님 베트남 여행 가셨다고 했잖아."

"그...그랬나?"


최근 연애를 시작했는지 후배에게 자주 거절당하여, 현재는 혼자 다니고 있는 중이었다.


고속도로에서 하품 나면 커피 마시고 쉬다가 가다가를 반복했고, 그렇게 목적지였던 동해안의 카페에 겨우 도착했다.


* * *


카페 이름은 ‘커피의 온도’


나영은 이 이름이 왠지 마음에 들었다.


카페 이름도 이름이었지만, 바닷가를 마주한 작은 카페는 세상에서 벗어난 듯한 고요 속에서 발길이 뜸한 바닷가에 딱 맞게 소박하면서도 특별한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


신기하게도 카페 입구 앞 마당에는, 블로그에서 소개한 듯이 임신한 카페 여주인이 귀여운 강아지와 놀아주고 있었다.


블로그 속 사진과 똑같은 카페의 전경에, 재밌다는 듯이 웃으며 나영은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안녕하세요. 저는 '남북 매거진' 기자인데 취재 가능할까요?”


나영은 여러 번 인터뷰 거절을 당한 것에 지쳐 나름 취재 노하우가 있었다.


- 기자라면 거절은 안 당하지... 뭐, 사내 잡지도 잡지는 잡지니까.


젊은 부인은 작은 오해와 함께 친절하게 응답해주었다.


“아하~ ‘북한 소식’ 잡지 기자님이시구나. 먼 길까지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아... 네... 여기가 북한이랑 좀 가까우니까요, 하하."

“저는 화분에 물주고, 우리 ‘나건’이 밥 줘야 해서... 카페 안으로 들어가 보세요.”


부인은 강아지를 사랑스럽게 바라보며 말했다.


그런 그녀에게 가볍게 목례한 후, 나영은 아담한 카페 안으로 들어갔다.


띠링 띠링~


블로그 소개처럼, 카페는 익숙한 커피 향으로 가득했고 아늑하고 따뜻한 조명과 함께 잔잔한 클래식 음악이 커피 향과 함께 퍼지고 있었다.


커피 잔을 정리하고 있는 낯익은 뒷모습을 뒤로 하고 내부를 둘러보았다.


손님이 들어온 걸 인식했는지, 카페 주인이 서서히 뒤로 돌아섰다.


그녀도 웃으며 인사를 하려했으나, 순간 그녀의 시간은 잠시 멈추었다.


“거...건우씨?”


카페 주인도 놀란 듯이 잠시 아무 말이 없다가 그녀에게 대답했다.


“나...영씨? 오랜만이네요...”


두 사람은 서로를 바로 알아보았지만, 대화가 재개되기까지 둘 사이엔 긴 시간의 침묵이 흘렀다.


나영이 덤덤히 먼저 말을 꺼냈다.


“건...우씨가 카페를 하고 있을 줄은 몰랐네요...”

“나영씨가 커피 회사에 다닌다는 얘기는, 예전 카페 매니저한테 들어서 알고 있었어요.”

"그럼..."


그럼 왜 연락하지 않았냐고 물으려다, 나영은 입을 굳게 닫았다.


다시 긴 침묵이 흘렀고...


이번에도 나영이 먼저 말했다.


“‘커피의 온도’라는 카페를 취재하려고 왔는데 불편할 테니 그냥 가야겠어요.”

"회사는..."


회사 그만 두고 왜 기자로 전직한 거냐고 물으려다, 건우도 입을 굳게 닫았다.


또 다시 긴 침묵이 지나갔고...


성격이 급한 나영이 자리를 박차며 일어나 말했다.


“간다는데 안 붙잡네... 하아, 진짜 불편한가 보네. 나 진짜 가요!”


문 쪽으로 향하는 나영에게, 건우는 나지막이 말했다.


“여기까지 왔는데 내가 탄 커피라도 한잔 마시고 가요.”


그러면서 그는 그녀를 위해 말없이 커피를 추출하고 있었다.


나영은 할 수 없이 다시 자리로 돌아와 앉으며 한숨을 쉬었다.


이윽고, 건우가 그녀에게 커피를 건네주었는데...


그에게서 받은 커피의 향은, 나영으로 하여금 예전 그와의 추억을 주마등처럼 떠올리기에 충분했다.


그와 티격태격 싸웠던 시절...

뜨겁게 사랑했던 시절...

다혜 문제로 싸우며 헤어졌던 시절...


나영은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아 커피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행복해 보여요, 부인도 예쁘고... 곧 태어날 아이도 건강하길 바래요.”

"아...아니..."


띠링 띠링~


그녀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치듯이 카페 밖으로 나왔다.


나영의 뒤로, 그녀를 향해 손을 뻗으며 안타까운 표정을 하고 있는 건우를 보지 못한 채...



그렇게 카페를 나온 후.


"흐읍... 후~~"


심호흡을 하고 바다 쪽을 바라보며 당당한 걸음으로 마당을 통과하려던 순간, 마당에서 화분에 물을 주던 부인이 나영에게 말을 걸었다.


“기자님, 벌써 나오셨어요? 저희 카페가 귀순한 간첩도 반할 만하지 않나요?”

"네? 아..."


-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말을 거는 부인을 미워할 필요는 없겠지...


나영은 억지웃음을 지으며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김정은도 반할 만한 카페네요. 아, 갑자기 급한 연락이 와서... 다음에 또 올게요.”


- 다음에 당신들을 또 볼 일은 없겠지...


하지만 급하게 자리를 뜨려는 나영 쪽으로 다가와, 부인은 그녀를 붙잡으며 말을 이었다.


“기자님~ 제가 기사에 올리면 재미 있을만한 얘기를 해드릴 테니, 한번 들어나 보실래요?”


오지랖 넓은 부인은, 나영의 속도 모르고 계속 친숙하게 말을 걸었다.


"아니... 돼...됐어요."

"그러지 말고, 잠깐 이리로 와보세요."


털썩!


부인의 손에 이끌려, 나영은 마당 안 흔들의자에 반강제로 앉혀졌다.


그리고는, 부인의 길고 긴 얘기를 끊김없이 들을 수밖에 없었다.


“기자님, 저희 카페 이름이 왜 ‘커피의 온도’인지 아세요? 글쎄, '오빠'가 전에 일하던 직장에서..."

"오빠요?"

"맨날 싸우던 여직원이 커피 원두 다 태워먹는다고 자기한테 뭐라고 한다는 얘기를 저한테 했는데..."

"(혼잣말로) 이거 내 얘기잖아?"

"울분에 차서 말은 하는데 표정은 계속 히죽히죽 웃더라고요. 원래 잘 웃는 사람도 아닌데..."

"(혼잣말로) 잘 웃었어요... 내 앞에선."

"그래서 제가 한 번에 알아채고 엄마한테 말을 했죠. 그 여자 정말 좋아하나 보다라고..."

"........."

"근데 몇 년 전엔 헤어졌는지 폐인처럼 지내다 3년 전 쯤 여기 카페를 열게 됐는데, 그 때 카페 이름을 ‘원두의 온도’라고 짓겠다는 거예요."


- 원두의 온도?


나영만은 건우의 '원두의 온도'라는 작명을 이해할 수 있었다.


이것은 그녀와 그와의 첫만남 때의 추억이 담긴 거였으니까...


부인의 길고 긴 수다는 이어졌다.


"그래서 제가 미쳤냐고 그랬죠. ‘원두의 온도’라는 카페 이름이 어디 있냐고... 오빠를 겨우 달래서 바꾼 이름이 ‘커피의 온도’였어요."

"원두의 온도라는 이름도 좋았을 것 같은데요?"

"네? 북한 소식 기자님이라 작명 센스는 별로시네요."

"아... 네..."

"아무튼, 재밌죠? 아, 저는 누구냐고요? 저는 여동생이죠."

"아...알고 있어요."

"아, 제가 왜 여기 있냐고요? 카페 차리면서 걱정된다고 엄마도 오빠랑 내려오셨는데, 저는 남편이랑 싸우고 오빠 도와준다고 핑계 대고 친정집으로 도망 온 거에요. 근데 남편 놈이 저를 이렇게 오랫동안 방치할 줄은......”


이후로도 부인, 아니 건우 여동생의 수다는 계속되었다.


그녀의 신세한탄을 듣고 있는 나영의 귀는 비록 피줄기라도 흐를 것 같았지만, 나영의 마음은 전혀 지루하지 않고 즐거웠다.


"휴~ 짧은 얘기였지만 들어주셔서 고마워요, 기자님."

"아... 네..."


그녀의 남편이 왜 그녀를 친정에 방치하는지 조금은 이해가 되는 시간이었다.


어쨌든, 카페 기사를 잘 써달라는 여동생의 부탁을 뒤로 하고 나영은 카페를 떠났다.


하지만, 나영은 왠지 다음 주에도, 또 그 다음 주에도 여기에 있을 것 같은 묘한 예지감을 느끼며 집을 향해 가볍게 핸들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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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25화. 백실의 연인 (하). 26.01.18 2 1 14쪽
24 24화. 백실의 연인 (중). 26.01.17 2 1 17쪽
23 23화. 백실의 연인 (상). 26.01.16 2 1 17쪽
22 22화. 타인의 친절 (하). 26.01.15 2 1 13쪽
21 21화. 타인의 친절 (상). 26.01.14 2 1 13쪽
20 20화. 호구의 탐정 (하). 26.01.13 2 1 14쪽
19 19화. 호구의 탐정 (상). 26.01.12 2 1 13쪽
18 18화. 고궁의 외인 (하). 26.01.11 2 1 12쪽
17 17화. 고궁의 외인 (상). 26.01.10 2 1 14쪽
16 16화. 우산의 용도 (하). 26.01.09 2 1 10쪽
15 15화. 우산의 용도 (상). 26.01.08 2 1 10쪽
14 14화. 연상의 진실 (하). 26.01.07 2 1 10쪽
13 13화. 연상의 진실 (상). 26.01.06 2 1 10쪽
12 12화. 인연의 남녀 (하). 26.01.05 2 1 10쪽
11 11화. 인연의 남녀 (상). 26.01.04 2 1 10쪽
10 10화. 재회의 사제 (하). 26.01.03 2 1 10쪽
9 09화. 재회의 사제 (상). 26.01.02 2 1 10쪽
8 08화. 흑백의 남녀 (하). 26.01.01 3 1 10쪽
7 07화. 흑백의 남녀 (상). 25.12.31 4 1 10쪽
6 06화. 진실의 맹세 (하). 25.12.30 2 1 10쪽
5 05화. 진실의 맹세 (상). 25.12.29 6 1 10쪽
4 04화. 폐가의 비밀 (하). 25.12.28 8 1 10쪽
3 03화. 폐가의 비밀 (상). 25.12.27 8 1 10쪽
» 02화. 커피의 온도 (하). 25.12.26 12 1 10쪽
1 01화. 커피의 온도 (상). 25.12.25 20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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