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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차누화
작품등록일 :
2025.12.12 18:49
최근연재일 :
2026.01.18 21:20
연재수 :
2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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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
추천수 :
25
글자수 :
129,745

작성
25.12.27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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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03화. 폐가의 비밀 (상).

DUMMY



처~얼썩... 쏴~아...


여름이 끝나가는 어느 저녁 노을이 붉게 물든 바닷가.


고등학생인 '로운'과 '민지'는 나란히 해변을 걸으며 파도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파도 소리가 참 좋다."

"그렇긴 한데... 민지야, 좀 추운 것 같은데 괜찮아?"


파도가 조용히 부서지는 순간, 로운은 가디건을 그녀에게 벗어주며 바라보았다.


민지의 밝은 미소와 반짝이는 눈동자가, 그저 친구라고만 생각했던 그의 감정을 흔들었다.


하지만 그 감정을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그로서는 아직 알 수 없었다.


로운은 파도의 소리에 목소리가 묻힐 것 같아 좀 크게 말했다.


"민지야, 파도 소리가 참 좋지?"

"뭐야? 내가 방금 전에 너한테 물었잖아."

"그...그랬나? 잠깐 딴 생각을 하느라고..."


그녀의 핀잔에 그는 머쓱해 하며 머리를 긁적였다.


그런 로운을 바라보며, 민지는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맞아, 참 좋아. 듣고 있으면 왠지 마음이 편해져."

"그래? 나는 니 얘길 들을 때 그런 마음인데..."


그의 갑작스러운 플러팅에, 그녀는 당황하여 얼굴이 붉어졌다.


"뭐...뭐야~ 그런 얘기 할 거면, 나 먼저 갈래."

"민지야, 같이 가~"


토라진 듯 먼저 가버리는 그녀를, 로운은 따라가기 급급했다.


* * *


로운과 민지가 처음 만난 건 초등학교 시절이었다.


그날 방과 후, 그녀는 운동장에서 작은 강아지를 품에 안고 있었다.


"끄응... 낑낑..."


추위 때문인지 두려움 때문인지 강아지는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로운은 호기심 가득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 강아지 이름이 뭐야?"

"나도 몰라! 하지만 얘는 내 제일 친한 친구가 될 거야."

"월~ 월월~"


민지는 환히 웃으며 대답했고, 강아지는 화답하듯 짖었다.


나중에 수소문했으나 강아지의 주인을 찾을 수는 없었고, 이에 그녀는 ‘보리’라는 이름을 지어 주었다.



그날 이후로 둘은 친구가 되었다.


물론, 여기서 둘은 보리가 아닌, 민지와 로운의 얘기였다.


한 동네에 살았던 덕분에 학교가 끝난 후에도 그들은 항상 함께 시간을 보냈다.


같이 떠들고 놀러 다니고 보리를 데리고 산책하는 등 서로의 일상을 공유하며 특별한 우정을 쌓아갔다.


"민지야, 우리만의 비밀 장소를 만들면 어때?"

"그럴까? 그럼 재밌을 것 같아."

"월~ 월월~"


로운이 제안하자, 민지도 보리도 같은 마음인 것 같았다.


그렇게 며칠을 돌아다니며 장소를 물색했는데, 최종 선택한 그들의 아지트는 학교 뒤 작은 숲 속의 한 폐가였다.


그 곳은 6.25 전쟁 이후로 귀신이 나올 것처럼 을씨년스럽다며 사람들이 기피하는 장소였다.


낡고 크진 않았지만, 둘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장소가 되었다.


"아무도 없어서 좋긴 한데... 좀 무서운 것 같아, 로운아."

"민지야, 무서우니까 아무도 없는 거야."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얘기겠네."

"월~ 월월~ (닭고기 맛있다~)"


서당개 3년처럼 같이 보낸 시간 탓인지, 보리도 그들의 얘기를 알아듣는 것처럼 짖었다.


폐가라는 특수성 때문에, 그들은 밤이나 흐린 날은 제외하고 맑고 화창한 낮에만 찾아가곤 했다.



시간이 흘러, 중학교 시절에도 그들은 변함없이 항상 붙어 다녔고 친구로서 의지했다.


하지만 민지가 첫사랑 중학교 체육 선생님에게 고백 후 거절로 울고 있었을 때.


"민지야, 니가 울지 않았으면 좋겠어. 넌 웃는 얼굴이 더 예쁘니까."


로운은 곁에서 그녀의 손을 잡아주었다.


그의 칭찬이 섞인 위로에, 민지는 눈물 사이로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그들의 친구로서의 마음은 점차 다른 형태로 변하고 있었다.



그렇게 고등학생이 된 로운은, 그녀의 작은 행동 하나에도 가슴이 뛰는 자신을 발견했다.


- 사춘기라서 그런가... 이 불안한 기분은 뭐지?


민지의 웃음이 더 이상 친구의 웃음이 아니라는 걸 깨달은 순간, 로운은 자신의 감정을 더 이상 부정할 수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마침내 용기를 내어 그녀에게 말했다.


"민지야, 혹시 내가 싫지 않으면... "

"???"

"나랑 진지하게 사귀지 않을래?"


갑작스러운 로운의 고백에, 그녀는 놀람과 수줍음이 뒤섞여 어찌할 바를 몰랐다.


“아...알았어. 일단 생각해볼게...”

"월~ 월월~ (난, 반댈세~)"


민지는 처음엔 깜짝 놀랐지만, 로운의 진심이 담긴 눈빛이 평소와는 다르단 걸 깨달았다.


결국 그녀도 그에게 마음을 열었다.


"로운아, 생각해 봤는데... 나도 널 그냥 친구보다는 더 좋아하는 것 같아."

"정말? 그럼, 우리 오늘부터 1일이다! 자, 그럼 뽀뽀..."

"월~ 월월~ (저 수컷, 발정난 게 분명해~)"


보리와 같은 마음이었는지, 민지는 로운을 살짝 밀어내며 말했다.


"됐어, 넌 가족 같아서 아빠랑 뽀뽀하는 기분이 들 거 같아."

"좋아, 그래도 오늘을 기념해서 악수라도 하자!"


그렇게 두 사람은 휴전 협정이라도 맺는 지도자들처럼 악수를 나누며, 친구에서 연인이 되었다.


하지만 연인 관계는 친구와는 다른 무게를 가졌고, 둘 사이에는 새로운 문제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일단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는데, 벌써 학교에는 소문이 쫙 퍼져버렸다.


"여~ 로지 커플~ 아님, 민운 커플인가?"

"야, 너희들 우리 사귀는 거 어떻게 알았어?"

"저기 나무 뒤에 '민지, 로운 하트 그림' 있던데?"


로운은 귀신이 곡할 표정으로 말했다.


"진짜 귀신이 우리 모습을 보고 나무에 새겼을까?"

"저기, 로운아... 그 귀신이 아마 나인 것 같아."

"아니... 애도 아니고..."


그 이후로 학교 친구들에게 놀림 받기 일쑤였고 부모님들도 걱정하기 시작했다.


"로운아, 대학 가려면 민지랑은 그냥 친구로 지내고 공부에 전념하는 게 좋지 않겠니?"

"엄마, 공부 잘 하는 민지가 문제지, 전 이미 글렀어요."

"그럼 니가 민지한테 더 달라붙어서 공부의 기라도 나눠 받아야겠구나."

"놀부가 엄마한테 큰절이라도 하겠네요."


이러다간 좋은 친구 관계마저 끝나 버릴 것 같은 걱정에, 둘이서 상의하기 위해 보리를 데리고 아지트인 폐가를 찾았다.


* * *


어느 맑은 날의 오후 두 시, 햇살은 환했지만 폐가의 적막은 오히 스산한 기운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결국 점차 흐려지더니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위~잉 윙~~


로운은 그동안 폐가에서 느끼지 못했던 이상한 느낌에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다.


"오늘 예감이 안 좋은데?"

"월월~ 으르릉... (불길해...)"


보리도 이상함을 느꼈는지 평소와는 다르게 경계하는 모습이었다.


“너랑 보리는, 야생성이 비슷한 수준인가 봐.”

"월~ 월월~ (이 수컷과 비교는 불쾌하다~)"


긴장한 로운과 강아지의 모습에, 민지는 웃으며 말했다.


그는 보리를 보며 물었다.


"보리 너 출세했다. 이 로운님과 비슷하다니 기분 좋지?"

"월월~ 으르릉... (한번 콱 물어줄까~)"


단지 바람이 부는 탓이라고 생각하면서도, 평소와는 다른 느낌에 로운은 경계하며 물었다.


"민지야, 너도 집 쪽으로부터 이상한 느낌 못 받았어?"

"아니, 난 못 느꼈어. 니가 너무 예민한 거 아닐까?"


그녀는 고개를 저었지만, 로운은 이 느낌이 우연이 아니라고 확신했다.


그래서, 그는 그녀에게 탐험을 제안했다.


"이 폐가 안으로 더 들어가서 이 느낌의 정체를 알아보자."

“뭐, 우리 아직 안쪽 깊숙이 들어간 적은 없었잖아?”

"아니야, 뭔가 우리를 부르는 듯한 기분이 들어. 같이 가보자."

"월~ 월월~ (이런 놈이 꼭 먼저 죽더라~)"


망설이던 민지는, 로운과 보리의 결심이 확고한 것을 보고 결국 따라 나섰다.


폐가를 아지트로 삼은 이후, 그동안은 보리와 함께 마루나 마당에서 노는 게 전부였었다.


하지만 지금, 그들은 평소에는 가지 않았던 폐가의 안쪽 방들을 탐색하기 시작했다.


방문을 열자 보이는 하얀 풍경에 로운은 경악했다.


“으악! 거···거미줄... 다 치워버려야지!”

"불쌍해, 방금 니가 거미들을 '홈리스'로 만든 거야."


민지도 처음엔 여유 있는 척 했지만, 이내 목소리가 떨리며 긴장을 했다.


“여...여기서 소리가 나는 것 같기는 한데... 로운아, 무서우니까 그만 가자.”

"월월~ 끄으응... (나도 개무섭다...)"


보리도 조금 긴장한 것 같았다.


로운은 빗자루로 계속 거미줄을 치우며 좀 더 방 안쪽으로 들어가 보자고 설득했다.


“아직 낮이기도 하고, 그 동안 별일이 없었으니 위험한 건 없을 거야.”

"알았어, 니가 앞장 서면 따라 갈게."


그들은 폐가의 안쪽 방 안으로 들어갔고, 조심스럽게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러다가 결국, 방 구석 벽면에 잠긴 듯한 오래된 문을 발견했다.


민지는 이번에는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는 말투로 말했다.


“이걸 여는 건 아닌 것 같아. 뭐가 튀어나올지 모르잖아?”

"월~ 월월~ (나가자, 주인님아~)"

“그래... 아쉽지만, 그럼 이만 돌아갈까?”


라며 그녀를 안심시키는 듯했던 로운은, 뒤돌아서다 말고 갑작스러운 뒷발차기로 잠긴 문을 걷어차 버렸다.


뻐~엉 콰당!


문이 활짝 열렸고, 어둠이 가득한 문 건너편은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놀라고 짜증난 민지는, 로운의 옆구리를 꼬집으며 말했다.


"깜짝이야! 너 자꾸 니 맘대로 이럴래?"

“헤헤, 미안. 근데 너도 궁금하긴 했지?”

"월~ 월월~ (이 사기꾼 같은 수컷 놈~)"


로운의 말처럼, 민지도 문 안쪽이 궁금했던 것 같았다.


그들의 눈이 어둠에 적응되기 시작하자, 문 안쪽에는 생각보다 넓은 공간이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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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09화. 재회의 사제 (상). 26.01.02 2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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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07화. 흑백의 남녀 (상). 25.12.31 4 1 10쪽
6 06화. 진실의 맹세 (하). 25.12.30 2 1 10쪽
5 05화. 진실의 맹세 (상). 25.12.29 6 1 10쪽
4 04화. 폐가의 비밀 (하). 25.12.28 8 1 10쪽
» 03화. 폐가의 비밀 (상). 25.12.27 9 1 10쪽
2 02화. 커피의 온도 (하). 25.12.26 12 1 10쪽
1 01화. 커피의 온도 (상). 25.12.25 20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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