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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차누화
작품등록일 :
2025.12.12 18:49
최근연재일 :
2026.01.18 21:20
연재수 :
2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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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25
글자수 :
129,745

작성
25.12.28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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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04화. 폐가의 비밀 (하).

DUMMY



(상편에 이어 계속)


빛이 들어오게 방문과 창문을 모두 연 상태였지만, 흐린 날씨로 인해서인지 문 안쪽까지 선명하진 않았다.


아지트로 가지고 왔었던 성냥과 초로 불을 밝히자, 문 안쪽에는 지하로 내려가는 듯한 길이 나타났다.


민지는 이젠 더 이상 탐험을 원하지 않았는지 애원하듯 얘기했다


“이젠 진짜 그만둬야 할 것 같아. 그냥 우리 나가서 어른들에게 알리자.”

“민지야, 혹시 보물이라도 있을지 모르잖아. 우리끼리 먼저 들어가 보자.”


로운은 아직 이 둘만의 비밀 공간을 다른 이들에게 알리고 싶지 않았다.


보물이라는 말이 그녀에게 크게 끌리는 얘기는 아니었지만, 요즘 계속 돈타령하는 엄마와 구박받는 아빠가 생각나 잠시 고민을 했다.


“그럼... 조금만이야, 만약 위험할 것 같으면 바로 나오는 거다.”

"그래, 알았어."


그렇게 두 사람은, 보리를 앞세워 비밀 공간으로 조금씩 조심스럽게 내려갔다.


"월월~ 끄으응... (궁금한데~ 무섭기도...)"


보리는 가다 서다를 반복하며 천천히 앞장서서 내려갔다.


두 사람도 생각보다 용감했다.


물론 보리가 앞장서고 로운과 민지는 뒤를 따를 뿐이었지만, 서로 꽉 붙든 채로 촛불을 밝혀가며 조심스럽게 내려갔다.


"설마 뭐가 덤벼들진 않겠지?"

"크아~앙!"

"월~ 월월~ (아니, 이 미친 수컷 놈이~)"

"으악, 깜짝이야! 로운이 너 또 장난치면, 나 안 갈거야."


민지는 캄캄한 어둠보다는, 쥐나 박쥐같은 생명체가 갑자기 튀어나오는 것이 더 걱정스러웠다.


로운은 본인 팔에 찰싹 매달린 민지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물컹~


생각보다 그녀가 겁이 없어 놀랐고, 생각보다 그녀가 더 성숙해진 것 같아서 더욱 놀랐다.


어둠 속이라 본인의 얼굴이 빨개진 걸 들키지 않게 되어 로운은 정말 다행이라 생각했다.


“로운아, 너도 나만큼 많이 무서운가 봐. 네 심장이 쿵쾅쿵쾅하는 게 팔에 느껴져.”

"월~ 월월~ (수컷 놈 음흉하다~)"


물컹~ 물컹~


그가 무서워서 심장이 빨리 뛰는 걸로 민지가 오해를 해서, 로운은 또 한번 다행이라 생각했다.


그렇게 연속된 천만다행 때문이었을까?


어둠 속에서 벌레나 동물이 튀어나오거나, 예상치 못한 귀신이나 도깨비가 나타나지는 않았다.


내부 공기가 좀 순환되길 기다렸다가 들어와서였는지, 습하거나 퀴퀴한 냄새가 나지도 않았다.


어둠 속에서 공기의 흐름은 없는 듯, 촛불은 거의 흔들림이 없었다.


"안 쪽에서 바람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는데, 실제로는 고요하네."

"그럼 우리 괜히 들어온 거야?"

"월월~ 끄으응... (나가자~ 좀 더 가볼까...)"


보리는 여전히 우리와 어둠 사이를 반복하며 갈팡질팡 하는 중이었다.


천천히 내려오다 보니 한참 걸렸지만, 실제로는 겨우 십 미터도 안 내려온 것 같았다.



이윽고...


좁은 길은 끝이 났고, 그 안쪽 끝엔 생각보다 넒은 공간이 자리 잡고 있었다.


"이런 공간이 있을 거라곤 상상도 못했는데..."

"잘 안 보이는데, 촛불 좀 잘 비춰봐, 로운아."


그는 민지의 요청대로 촛불을 든 팔을 앞으로 뻗어 이 공간의 모습을 확인하려 했다.


지하 공간은 허리를 똑바로 펴기 힘들 정도로 높이는 좀 낮았지만 많이 좁지는 않았다.


이 공간은 정돈된 상태였는데, 낡은 이부자리와 작은 밥상, 촛대 등이 보였다.


민지는 놀라며 말했다.


"세상에... 여기 사람이 살았었나 봐?"

"그러게, 마치 누가 숨어 있었던 공간 같다."


로운도 공간에 대한 첫인상을 말했다.


밥상 위에는 책으로 보이는 물건이 있었고 그 옆에 연필이 있었다.


로운은 들고 있던 촛불로 촛대 위의 초에 불을 붙였다.


"와~ 훨씬 밝아졌어!"

"월~ 월월~ (진작 좀 하지~)"


한층 밝아진 덕분이었을까?


그들은 이 지하 공간을 좀 더 자세히 볼 수 있었다.


밥상 위 책으로 보이는 물건을 펼치니 살짝 부서지는 느낌이 들어 조심스러웠다.


그 책은, 날짜와 글이 쓰여 있는 것으로 보아 일기장으로 추정되었다.


일기장은 오래 전 이곳을 사용했던 사람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듯 했다.


민지에게 일기장을 건네며 로운이 말했다.


"우리가 도대체 뭘 발견한 거지?"

"월~ 월월~ (수컷 놈아, 일기장도 모르냐~)"

"음... 내가 한번 읽어볼게."


이것은 말이 일기장이지, 간단한 기록에 불과했다.


그녀는 두려움과 호기심에 떨리는 목소리로 읽기 시작했다.



[ 50년 10월 상순,


나는 평양에서 이곳으로 내려왔지만, 동료들과 떨어져 여기 홀로 남았다.

나는 다리에 부상을 입고, 동료들과 떨어져 여기 홀로 남았다.

이 집 가장은 국군에 차출되어 없었고, 아주머니와 그녀의 딸만 있었다.

처음엔 나를 두려워했으나, 이 집의 지하실에 나를 숨겨주고 먹을 것도 주었다. ]


[ 50년 10월 중순,


부상은 좋아지는 듯 했지만, 밖에는 사람들이 다녀 나갈 수 없었다.

이 집 소녀는 내가 북에서 선생님이었다는 걸 알고 나에게 경계를 풀었다.

자기도 먹을 게 부족할 텐데, 찐 감자를 숨겨 와서 같이 먹었다. ]


[ 50년 10월 하순?,


답답한 마음에 그녀는 위로가 된다.

어느 날, 아주머니와 그녀는 펑펑 울고 있었다.

나에게 말은 안 했지만, 아저씨가 전쟁에서 죽었다는 것 같았다. ]


[ 50년 11월...


이젠 시간도 잘 모르겠다.

전쟁이 끝나면 그녀와 함께 할 수 있을까?

그녀에게 어머니 유품을 주고 싶다...

갑자기 밖이 많이 시끄러웠다.

그녀의 우는 소리가 들리는데, 내가 한 번 나가봐야겠다.

다음 글을 이어서 쓸 수 있을까... ]



일기장 같은 짧은 기록은 여기서 끝이 났다.


로운과 민지는 한참동안 침묵했다.


그러다 그가 먼저 그녀에게 물었다.


“여기가 폐가가 된 게 6.25 전쟁 이후라고 했지?”

“응, 그 때 이후로 버려지고 귀신 나오는 집이라는 소문이 퍼졌어.”


민지도 곰곰이 기억을 떠올려 대답했다.


일기장의 주인과 이 집의 딸은 서로 호감이 있는 사이가 되었지만 맺어지지는 못한 것 같았다.


그는 잡혀갔거나 도망쳤을 거고, 그녀의 행방도 알 수는 없었다.


하지만 슬픈 결말일 거라는 예감이 들어, 로운과 민지는 이 공간에 더 이상 있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밖으로 나가려던 그 때.


문득 스쳐가는 생각에 민지가 물었다.


“남자가 어머니의 유품을 주고 싶어하는 글이 마지막이었잖아?”

“그래, 왠지 그 유품을 여자에게 건네줄 시간이 없었을 것 같은데?”


로운도 맞장구를 치며 의문을 품었다.


“남자가 이곳을 떠나며 가져갔을 수도 있겠지만, 혹시 모르니 우리가 찾아볼래?”

"난 이쪽을 찾을게, 민지 넌 저쪽으로 가 봐."

"월~ 월월~ (난 쉴란다~)"


두 사람은 유품을 찾기 위해 서둘러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 지하 공간은 흙을 파서 만든 공간이라 생각되었는데, 딱히 물건을 숨길만한 공간도 우리가 찾을만한 공간도 없었다.


이부자리, 작은 밥상, 그리고 촛대...


일단 이부자리는 너무 낡아서 적당히 뒤적거리다 만지기도 싫고 숨길 곳도 없어 포기했다.


밥상도 뒤집어 봤지만 별건 없었다.


마지막으로 촛대를 만져보다, 바닥 안쪽 홈에 촛농으로 거칠게 굳어있는 덩어리가 보였다.


"뭐야? 유품 찾았어, 로운아?"

“아니, 하지만 이게 좀 부자연스러운데...”


로운은 집 열쇠로 촛대 밑에 붙어있는 굳은 촛농 덩어리를 파기 시작했다.


그렇게 촛대에서 떨어져 나온 촛농 덩어리는, 불투명했지만 안에 무언가 들어있는 모습이었다.


두 사람은 열심히 덩어리를 분해하기 시작했고, 결국 안에서 누렇고 투박한 반지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이거였구나... 어머니의 유품.”


민지와 로운은 서로를 보며 슬픈 듯 말했다.


목적을 달성한 그들은 지하 공간을 한번 더 둘러본 후 밖으로 나왔다.


* * *


폐가 밖은 이미 어두워진 상태였다.


로운이 민지의 손을 잡으며 물었다.


“이 시간까지 우리가 아지트에 있어본 건 처음이지?”

"귀신 나온다는 집이었으니까... 근데 오늘은 유품이 나왔네."

"월~ 월월~ (팔아서 닭고기 사주라~)"


그녀의 말에 보리는 기쁜 듯 꼬리를 흔들었다.


그는 농담반 진담반으로 말했다.


“잘은 모르겠지만 이거 금반지일 것 같은데... 민지야, 니 손가락에 끼워줄까?”

“뭐, 50년 넘은 죽은 사람 물건을 나보고 끼라고?”


퍽! 퍽!


민지는 로운의 등짝을 갈기며 대답했다.


화난 표정의 그녀는, 금세 어두운 표정으로 바뀌며 말했다.


“우리, 두 사람의 못다 한 인연의 증표를 여기 다시 놓아두자.”

"그래, 그러자."

"월~ 월월~ (내 의견은 무시하냐~)"


그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로운과 민지는 폐가 앞마당에 반지를 묻고 못다 한 그들의 사랑을 추모하였다.


“우리는 표현할 수 있을 때 하고 살자. 나중에 후회를 남기지 않게...”


민지의 말에, 로운은 심각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손을 잡았다.


“나 지금 너한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 뭐야? 지금 고백 타임인 거야?


“뭐···뭔데? 한번 들어나 보자.”


민지는 옅은 달빛에 살짝 얼굴이 붉어진 채로 물었다.


“저기... 사실은...... 아까부터 배가 너무 고파서 그러는데 빨리 밥 먹으러 가자.”

"뭐라고?"


로운의 ‘헝그리'한 고백에, 민지는 그의 등짝을 다시 세게 갈겼다.


퍽! 퍽!


“아우, 아파~ 근데 맞으니까 더 배가 고파졌어.”

"월~ 월월~ (반지 팔아서 닭고기 사주라~)"

"그래... 너나 보리나 야생성이 비슷하다니까."


그 후로도 투닥투닥 다투다, 두 사람은 어느새 다정히 손을 잡고 폐가를 나와 집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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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21화. 타인의 친절 (상). 26.01.14 1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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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07화. 흑백의 남녀 (상). 25.12.31 3 1 10쪽
6 06화. 진실의 맹세 (하). 25.12.30 1 1 10쪽
5 05화. 진실의 맹세 (상). 25.12.29 4 1 10쪽
» 04화. 폐가의 비밀 (하). 25.12.28 7 1 10쪽
3 03화. 폐가의 비밀 (상). 25.12.27 7 1 10쪽
2 02화. 커피의 온도 (하). 25.12.26 10 1 10쪽
1 01화. 커피의 온도 (상). 25.12.25 18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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