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여친이 결혼식 청첩장을 보냈다

무료웹소설 > 자유연재 > 로맨스, 드라마

완결

환상호철
작품등록일 :
2025.12.13 00:57
최근연재일 :
2025.12.20 22:00
연재수 :
15 회
조회수 :
155
추천수 :
0
글자수 :
69,045

작성
25.12.15 00:38
조회
14
추천
0
글자
15쪽

연락하지 않기로 한 날

DUMMY

아침에 눈을 뜨자 휴대폰 알람이 먼저 울렸다.

손을 뻗어 끄고 나서 한동안 그대로 누워 있었다.

오늘은 굳이 서두를 이유가 없었다.


몸을 일으키며 가장 먼저 확인한 건 시간이었다.

평소보다 조금 이른 시각이었다.

일찍 일어났다는 사실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부엌으로 가 물을 마셨다.

컵을 비우고 나서야 정신이 또렷해졌다.

머릿속에는 특별한 생각이 없었다.


그게 오히려 이상했다.

며칠 동안 계속 따라붙던 감정이 잠잠했다.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었다.


출근 준비를 하면서도 휴대폰을 거의 보지 않았다.

알림이 몇 개 왔지만 확인하지 않았다.

지금은 그 정도 거리감이 필요했다.


가방을 챙기며 책장 쪽을 봤다.

봉투는 없었다.

어제 가방에 넣어둔 상태였다.


그 사실이 마음을 조금 가볍게 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도.

선택을 미뤄둔 느낌이었다.


현관을 나서며 가방 끈을 조정했다.

안쪽에서 종이가 움직이는 소리가 났다.

굳이 신경 쓰지 않으려 했다.


엘리베이터 안은 조용했다.

거울 속 얼굴을 잠깐 봤다.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회사로 가는 길은 늘 같았다.

사람들 사이를 지나며 자연스럽게 섞였다.

특별히 눈에 들어오는 건 없었다.


지하철 안에서 자리에 앉았다.

휴대폰을 꺼냈다가 다시 주머니에 넣었다.

오늘은 굳이 볼 필요가 없었다.


회사에 도착하자 평소처럼 하루가 시작됐다.

인사하고 자리에 앉고 컴퓨터를 켰다.

모든 게 익숙했다.


업무를 시작하자 생각이 줄어들었다.

해야 할 일은 명확했다.

집중하기 어렵지 않았다.


오전이 빠르게 지나갔다.

회의 하나, 전화 몇 통.

시간이 잘게 쪼개졌다.


점심시간이 되자 동료가 말을 걸었다.

주말에 뭐 할 거냐는 질문이었다.

나는 잠깐 생각하다가 모르겠다고 답했다.


그 대답이 솔직했다.

아직 아무 계획도 없었다.

굳이 만들고 싶지도 않았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는 길에 휴대폰을 확인했다.

알림이 몇 개 쌓여 있었다.

업무 메일과 단체 채팅방 메시지였다.


개인 메시지는 없었다.

그 사실이 특별하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예상한 결과였다.


오후 업무도 무난하게 흘러갔다.

문서 하나를 마무리하고 나니 시간이 꽤 지났다.

집중하고 있다는 걸 그때서야 알았다.


퇴근 시간이 가까워질수록 생각이 다시 돌아왔다.

오늘은 집에 가면 뭘 할지.

가방 안에 든 봉투를 다시 꺼낼지.


아직은 정해두지 않았다.

오늘은 연락하지 않기로 한 날이었다.

그 선택만은 분명했다.


퇴근 준비를 하며 휴대폰을 한 번 더 확인했다.

여전히 아무 변화는 없었다.

괜히 안심이 됐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며 생각했다.

연락하지 않기로 한 선택이

무언가를 포기하는 일은 아니라는 걸.


지금은 그냥,

조금 떨어져 있어도 괜찮은 상태를 유지하는 쪽이었다.


집으로 가는 길에 편의점에 들렀다.

뭘 살 생각은 없었는데 발이 그쪽으로 향했다.

밝은 조명 아래 서 있으니 머리가 조금 비워졌다.


냉장고 문을 열었다가 닫았다.

탄산수 하나를 집어 들었다.

손에 들고도 한참을 서 있었다.


계산대에 올려두고 카드로 결제했다.

점원이 영수증을 내밀었지만 받지 않았다.

그게 뭐라고 손을 내밀지 않았다.


밖으로 나오자 공기가 더 차가웠다.

탄산수 병이 손바닥에 차게 붙었다.

지금은 그 차가움이 싫지 않았다.


집 앞에 도착했을 때 엘리베이터가 바로 내려와 있었다.

버튼을 누를 틈도 없이 문이 열렸다.

내가 먼저 들어갔다.


문이 닫히고 층수가 올라가는 동안 가방이 한 번 더 움직였다.

안쪽에서 얇은 종이가 스치는 느낌이 났다.

소리까지 들리지는 않았는데, 기척이 분명했다.


집에 들어오자 불을 켜지 않았다.

현관에서 신발을 가지런히 놓고 그대로 걸었다.

익숙한 어둠이었다.


가방을 소파 옆에 내려놓았다.

오늘은 바로 샤워하지 않았다.

잠깐만 앉아 있으려 했다.


탄산수를 열었다.

뚜껑이 돌아가며 작은 소리를 냈다.

첫 모금은 시원했고, 그 다음부터는 그냥 물이었다.


거실 한쪽에 두었던 가방을 다시 봤다.

지퍼를 열지 않았다.

손이 가는 걸 억지로 막지는 않았다.


손을 뻗어 가방 끈을 잡았다가 놓았다.

그 정도면 충분했다.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지 알고 있었다.


불을 켜고 싶지 않았다.

밝아지면 모든 게 또렷해질 것 같았다.

지금은 어두운 채로도 충분히 또렷했다.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냈다.

화면을 켜자 잠금 화면의 알림이 몇 개 떠 있었다.

업무 채팅방과 택배 알림이었다.


택배는 내일 도착 예정이었다.

별것 아닌 정보인데도 확인하고 나니 마음이 조금 가라앉았다.

이런 것들로 하루가 이어지고 있었다.


메시지 앱을 열었다.

최근 대화 목록이 나열됐다.

유나의 이름은 없었다.


그 사실을 확인하려고 연 건 아니었다.

그런데도 가장 먼저 그쪽을 찾고 있었다.

손가락이 화면을 한 번 위로 올렸다.


더 아래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삭제된 대화는 흔적도 남지 않았다.

말끔했다.


연락처 앱을 열까 하다가 멈췄다.

화면을 잠갔다.

그 동작이 짧았지만 확실했다.


소파에서 일어나 부엌으로 갔다.

탄산수 병을 싱크대에 놓고 물로 입을 헹궜다.

이런 움직임이 생각을 끊어줬다.


저녁을 먹을지 말지 고민했다.

배는 고픈 것 같기도 했고 아닌 것 같기도 했다.

결국 냉장고를 열었다.


남아 있던 반찬 몇 개를 꺼냈다.

밥은 데우지 않았다.

대신 토스트를 하나 굽고 계란을 프라이로 했다.


음식은 금방 완성됐다.

맛은 있었다.

그런데 먹는 속도가 느렸다.


씹는 동안 생각이 끼어들 틈이 생겼다.

오늘 하루는 괜찮았다는 판단이 들었다.

특별히 무너지지 않았다.


그러면 이 정도면 됐다고 생각해도 될까.

그 질문이 입 밖으로 나오지는 않았다.

대답이 아직 없었다.


식탁 위에 봉투를 올려둘까 하는 생각이 스쳤다.

그 생각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꺼내는 순간, 오늘의 균형이 무너질 것 같았다.


설거지를 끝내고 손을 닦았다.

거실로 돌아오자 가방이 다시 눈에 들어왔다.

이번에는 피하지 않았다.


지퍼를 열었다.

천천히, 소리가 나지 않게.

봉투가 바로 손에 잡혔다.


꺼내서 테이블 위에 올려뒀다.

불빛 아래 종이의 흰색이 더 선명해졌다.

나는 그 앞에 앉았다.


봉투를 열지는 않았다.

이미 내용은 알고 있었다.

그래도 봉투를 열지 않는 행위가 아직 남아 있었다.


봉투를 손끝으로 한 번 밀어냈다가 다시 끌어왔다.

그 움직임이 웃기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멈추지 않았다.


휴대폰을 옆에 두고 화면을 켰다.

이번에는 웨딩홀 검색이 아니었다.

유나의 이름을 검색창에 입력했다.


검색 결과는 여러 개였다.

동명이인, 연예인, 다른 사람들.

그 사이에서 딱히 찾고 싶은 건 없었다.


입력을 지웠다.

다시 입력하지 않았다.

그 행동이 나에게는 조금 중요했다.


봉투를 들고 가방에 다시 넣었다.

지퍼를 닫기 전 손이 잠시 멈췄다.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만져보는 느낌이었다.


가방을 소파 옆에 다시 내려놓았다.

오늘은 여기까지라고 정했다.

정한 건 작았지만 분명했다.


샤워를 하고 나와 침대에 누웠다.

불을 끄자 다시 어둠이 내려앉았다.

이번에는 어둠이 덜 무거웠다.


눈을 감고 한참을 가만히 있었다.

연락하지 않기로 한 날이 끝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선택이 내일도 이어질지, 아직은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눈을 떴을 때 알람이 울리기 전이었다.

창밖에서 차 소리가 들렸다.

아침이 시작되고 있었다.


몸을 일으켜 앉아 한동안 가만히 있었다.

어제 내린 결정이 아직 남아 있는지 확인하듯.

크게 달라진 건 없었다.


부엌으로 가 커피를 내렸다.

향이 퍼지자 머리가 조금 맑아졌다.

컵을 들고 창가에 섰다.


아래로 사람들이 지나갔다.

출근길의 얼굴들이었다.

각자의 속도로 움직이고 있었다.


가방을 챙기다 봉투가 다시 눈에 들어왔다.

오늘도 꺼내지 않았다.

대신 가방 안에서 위치만 다시 잡아줬다.


회사로 가는 길은 평소보다 붐볐다.

지하철 안에서 몸이 조금 밀렸다.

그럴수록 생각은 단순해졌다.


회사에 도착해 자리에 앉았다.

메일을 정리하고 일정표를 훑었다.

특별한 일은 없었다.


오전 업무를 하던 중 전화가 왔다.

모르는 번호였다.

잠시 망설이다 받았다.


회사 관련 문의였다.

짧게 대답하고 전화를 끊었다.

괜히 긴장했던 자신이 우스웠다.


점심시간이 가까워질 즈음 메신저 알림이 울렸다.

단체 채팅방이었다.

주말 약속 이야기가 오가고 있었다.


이번에는 빠지겠다고 하지 않았다.

아직 답을 하지 않았다.

선택지를 남겨두는 쪽을 택했다.


점심은 근처 식당에서 해결했다.

혼자였다.

음식이 나오기까지 시간이 조금 걸렸다.


그 사이 휴대폰을 꺼냈다.

연락처 앱을 열지 않았다.

대신 메모 앱을 열었다.


빈 화면에 한 문장을 적었다.

가지 않을 이유는 충분하다.

그 문장을 읽고 바로 지웠다.


그 다음 문장을 적지 않았다.

결론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

지금은 질문만 있으면 됐다.


오후 업무는 예상보다 길어졌다.

집중하느라 시간이 잘 갔다.

봉투 생각은 잠시 사라졌다.


퇴근 무렵이 되자 다시 떠올랐다.

오늘도 연락하지 않았다는 사실.

그게 하루의 기준점이 되어 있었다.


사무실을 나서며 휴대폰을 확인했다.

여전히 변화는 없었다.

그 안정감이 나쁘지 않았다.


집으로 곧장 가지 않았다.

어제와 같은 선택이었다.

이번에는 망설임이 덜했다.


동네를 한 바퀴 돌았다.

목적 없이 걷는 시간이 필요했다.

생각은 발걸음에 맞춰 흩어졌다.


길가의 불빛들이 하나씩 켜졌다.

하루가 마무리되고 있었다.

나도 그 흐름에 섞여 있었다.


집에 도착했을 때 피로가 몰려왔다.

문을 열고 들어가 불을 켰다.

익숙한 공간이 나를 맞았다.


가방을 내려놓고 잠시 서 있었다.

오늘은 봉투를 꺼내지 않았다.

그 선택이 자연스러웠다.


샤워를 하고 나와 침대에 누웠다.

몸이 먼저 반응했다.

눈이 천천히 감겼다.


잠들기 직전 생각했다.

연락하지 않는 날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

그 변화가 어디로 이어질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


잠에서 깼을 때 방 안이 아직 어두웠다.

눈을 뜨자마자 시간을 확인했다.

다시 잠들기엔 애매한 시각이었다.


이불을 걷고 천천히 일어났다.

몸이 무겁지는 않았다.

어제보다 훨씬 덜 피곤했다.


부엌으로 가 물을 마셨다.

컵을 내려놓으며 숨을 한 번 고쳤다.

아침 공기가 차분하게 느껴졌다.


가방을 챙기다 손이 잠깐 멈췄다.

봉투가 안에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오늘도 꺼내지 않았다.


그 사실을 의식하지 않으려 해도 알고 있었다.

의식하지 않겠다는 생각 자체가 의식이었다.

그래도 그대로 두었다.


출근길에 이어폰을 꽂았다.

음악을 틀지는 않았다.

소음만 줄이고 싶었다.


지하철 안에서 사람들의 얼굴을 훑었다.

대부분 비슷한 표정이었다.

아침의 공통된 얼굴이었다.


회사에 도착하자 일정이 바뀌어 있었다.

오후에 외부 미팅이 하나 추가됐다.

이름을 보는 순간 시선이 멈췄다.


유나의 회사 이름이었다.

정확히 같은 지점은 아니었다.

그래도 무시하기 어려운 이름이었다.


한 번 더 확인했다.

착각은 아니었다.

이상하게도 놀랍지는 않았다.


미팅을 피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업무상 필요한 자리였다.

그 사실이 오히려 마음을 정리해줬다.


준비할 자료를 정리했다.

집중하려 애쓰지 않아도 손이 움직였다.

해야 할 일이 명확했다.


점심을 먹으면서도 생각은 거기까지였다.

더 앞서 가지 않았다.

앞서 가면 감당해야 할 게 많아질 것 같았다.


미팅 장소로 이동하는 길이 가까워질수록

몸이 먼저 반응했다.

걸음이 조금 느려졌다.


건물 앞에 도착해 잠시 멈췄다.

유리문 너머로 사람들이 오가고 있었다.

평범한 오후였다.


휴대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했다.

아직 여유가 있었다.

그 여유가 오히려 불편했다.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로비의 냄새가 익숙했다.

비슷한 미팅을 여러 번 했던 장소였다.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

문이 닫히는 순간 심장이 한 박자 늦게 뛰었다.

그걸 느끼고 말았다.


거울에 비친 얼굴을 봤다.

특별히 달라진 건 없었다.

그 사실이 마음을 조금 가라앉혔다.


층에 도착하자 문이 열렸다.

사람들이 먼저 내렸다.

나는 마지막에 발을 옮겼다.


회의실 앞에서 잠시 서 있었다.

손잡이를 잡기 전 숨을 들이켰다.

문을 열 준비는 되어 있었다.


안으로 들어갔을 때

아직 모두 모이진 않은 상태였다.

빈 자리가 몇 개 보였다.


의자에 앉아 자료를 테이블 위에 올려뒀다.

봉투는 가방 안에 있었다.

그게 지금의 전부였다.


회의실 문이 다시 열리며 사람들이 들어왔다.

익숙한 얼굴들과 처음 보는 얼굴들이 섞였다.

나는 고개를 들어 인사만 했다.


유나는 그들 사이에 없었다.

그 사실을 확인하고 나서야 시선이 테이블로 내려갔다.

괜히 먼저 찾고 있었다는 걸 뒤늦게 알았다.


회의가 시작됐다.

자료 설명이 이어졌고 질문이 오갔다.

나는 준비해 온 말만 했다.


말을 하는 동안은 생각이 끼어들 틈이 없었다.

목소리는 평소와 같았다.

손도 떨리지 않았다.


회의 중반쯤 문이 한 번 더 열렸다.

지각한 사람 하나가 들어왔다.

그게 유나는 아니었다.


그 순간 느슨해졌던 긴장이 다시 풀렸다.

이 상황이 나에게 의미를 갖지 않는다는 걸

스스로에게 확인시키는 느낌이었다.


회의는 예상보다 길어졌다.

중간에 휴식 시간이 짧게 주어졌다.

사람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는 그대로 앉아 있었다.

컵에 남은 물을 한 모금 마셨다.

입안이 조금 말라 있었다.


휴대폰을 확인했다.

알림은 없었다.

괜히 확인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회의가 이어졌다.

결론은 다음으로 미뤄졌다.

늘 있던 방식이었다.


회의가 끝나자 사람들이 하나둘 정리했다.

명함을 주고받고 짧은 대화가 오갔다.

나는 필요한 말만 했다.


회의실을 나서며 문득 돌아봤다.

혹시라도 마주칠까 봐서였다.

아무도 없었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동안

유리 벽에 비친 나를 다시 봤다.

생각보다 차분해 보였다.


문이 열리고 안으로 들어섰다.

버튼을 누르고 나서야 숨이 길게 나왔다.

그제야 몸이 반응했다.


건물 밖으로 나왔을 때

해가 조금 기울어 있었다.

오후가 저물고 있었다.


회사로 돌아오는 길에

가방 끈을 한 번 더 조정했다.

봉투가 안에서 움직였다.


그 움직임이 전보다 덜 부담스러웠다.

확인할 필요는 없었다.

이미 알고 있었다.


사무실에 돌아와 남은 일을 마쳤다.

생각보다 집중이 잘됐다.

오늘 하루는 여기까지였다.


퇴근 시간에 맞춰 자리를 정리했다.

엘리베이터를 타며 문득 떠올랐다.

오늘은 유나를 보지 않았다는 사실.


그게 아쉬운지, 다행인지는

아직 판단하지 않기로 했다.

판단을 미루는 게 익숙해지고 있었다.


집으로 가는 길이 어제보다 짧게 느껴졌다.

몸이 먼저 집을 향하고 있었다.

오늘은 더 돌아다닐 생각이 없었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자

집 안이 조용했다.

그 조용함이 반겼다.


가방을 내려놓고 신발을 벗었다.

이번에는 곧장 봉투를 꺼냈다.

테이블 위에 올려두었다.


봉투를 바라보며 잠시 서 있었다.

오늘은 열지 않았다.

열지 않는 선택이 자연스러웠다.


그대로 봉투를 다시 가방에 넣었다.

지퍼를 닫으며 생각했다.

이건 회피가 아니라는 걸.


지금은 마주치지 않는 쪽을

내가 선택하고 있다는 것.

그 차이가 분명해지고 있었다.


샤워를 마치고 침대에 누웠다.

몸이 빠르게 가라앉았다.

눈을 감자 하루가 정리됐다.


잠들기 전 마지막으로 떠올랐다.

오늘 하루는 흔들렸지만 무너지진 않았다는 것.

그 정도면 충분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전 여친이 결혼식 청첩장을 보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5 다음날의 속도(완결) 25.12.20 8 0 13쪽
14 돌아온 밤 25.12.18 7 0 9쪽
13 당일의 공기 25.12.17 5 0 7쪽
12 준비라는 말 25.12.16 2 0 11쪽
11 가까워지는 날짜 25.12.15 2 0 7쪽
10 겹치지 않는 시간 25.12.15 3 0 9쪽
9 닿지 않는 선택 25.12.15 3 0 11쪽
8 누군가의 안부 25.12.15 6 0 10쪽
7 겹치는 이름 하나 25.12.15 7 0 12쪽
6 선택이 남긴 자리 25.12.15 7 0 12쪽
5 겹치지 않는 동선 25.12.15 12 0 11쪽
» 연락하지 않기로 한 날 25.12.15 15 0 15쪽
3 봉투를 여는 순서 25.12.15 15 0 16쪽
2 거리의 온도 25.12.13 28 0 6쪽
1 청첩장 25.12.13 36 0 5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