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생의 업보
세상에서 가장 쪽팔린 죽음이 무엇일까?
의견이 분분하겠지만.
적어도 나는 정답을 알 것 같다.
바로 술에 취해 바지 벗은 상태로 화장실에서 변사체로 발견되는 거다.
“씨발.”
빌어먹을 김 부장만 아니었어도.
회식 때 고주망태가 된 그놈 시다바리를 들다가 그만 만취해 버린 탓에.
자취방 화장실에서 소변을 보다 넘어져서 죽었다.
“다시 생각해도 어이가 없네.”
야근, 강제 회식, 과로 등에 시달리다가.
겨우 30대에 내 인생이 끝이 났다.
마무리조차도 매우 쪽팔리게.
“하.”
아마 며칠이 지나 내 죽음이 알려지면.
저승탈출 넘버원 따위에 내 사례가 소개되겠지.
‘회사원 이모씨, 술 취해 바지 벗은 채로 넘어져 사망’ 따위로 말이다.
그래도 사람들 기억엔 오래 남겠네.
‘아니지, 아니야.’
나는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어쨌든 지나간 건 지나간 거고.
중요한 건 지금 당장인 현재다.
“그래서 여긴 도대체 어디야.”
사방에 펼쳐진 순백의 공간.
정신을 차려 보니, 나 말고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이곳에 있었다.
혹시 이게 말로만 듣던 천국인가?
아니면 그냥 죽기 전 주마등?
그렇게 점점 궁금증이 커져만 가던 그때.
어디선가 갑자기 목소리가 들렸다.
[미안. 내가 너무 늦게 왔다. 전산 시스템에 착오가 있어서.]
“누··· 누구세요?”
깜짝 놀란 나는 흠칫 몸을 떨었다.
그러자 나이도, 성별도 가늠할 수 없는 모호한 존재가 대답했다.
[내 소개를 하기엔 너무 길고, 그냥 너한테 보상을 주러 온 신이라고 생각해.]
엥. 갑자기 웬 보상?
“보상이요? 전 아무것도 한 게 없는데요.”
[기억 못 하겠지만 전생에서 넌 수백만 명의 드워프를 살린 군주이자 영웅이었어. 그에 적합한 보상을 줘야 했는데, 좀 늦었네.]
“네? 그게 무슨···.”
전생, 드워프, 군주, 영웅.
도저히 알 수 없는 말들 때문에 고개를 갸웃거리자, 자칭 신이 재촉하는 투로 말했다.
[됐고. 원하는 소원이나 말해 봐. 네 업적에 걸맞은 수준으로 들어 줄게.]
뭔진 모르겠지만 소원을 들어준단다.
어차피 현실인지 꿈인지 환상인지 분간도 안 가는 마당이니, 난 홧김에 질러 버렸다.
“그럼 저도 각성해서 돈 좀 많이 벌게 해 주세요. 이왕이면 편하고, 안전하게.”
오래전 나타난 게이트와 각성자.
사람들은 게이트의 몬스터가 밖으로 쏟아져 나올까 걱정했지만.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그런 일은 없었다.
위험성이 사라진 게이트는, 석유를 대체할 고효율 자원인 마정석을 캐는 광산으로 인식됐다.
광부는 당연히 각성자, 즉, 헌터고.
그리하여 펼쳐진 대 헌터의 시대.
이제 헌터는 마정석을 캐는 직업군의 하나로 자리 잡았다.
장래 희망 직업 1순위도 이제 헌터였다.
물론 사상률도 매우 높은 만큼 위험했지만.
리스크를 감수할 만큼 많은 돈을 벌었으니까.
[음. 각성, 돈, 편하고 안전하게···.]
내 말을 듣고 고민하던 신이 무언가 생각난 듯 경쾌하게 소리쳤다.
[아! 그러면 되겠네. 마침 드워프랑 인연도 있으니. 좋아, 뭐로 할지 정했다.]
“그래요? 뭔데요?”
[내가 지금 바빠서 설명은 못 해줘. 돌아가면 자연스레 알게 될 거야. 잘 가라.]
“예? 이게 끝이라고요? 아니 뭐라도 말해 주셔야···!”
급발진 전개에 당황해 급히 외쳐 봤지만.
눈앞이 흐릿해지며 의식이 점점 꺼져갔다.
***
“···헉!”
눈을 뜨니 자취방의 화장실이었다.
깨진 머리도 말끔히 다 나았고.
“그게 진짜 현실이었다고?”
죽다 살아났다는 사실에 안도감을 느끼던 것도 잠시.
‘윽.’
순간 머리가 아파오며 각성한 능력에 대한 정보가 물밀듯이 들어왔다.
“···.”
곧바로 방으로 돌아와 방금 깨달은 정보들을 정리했다.
잠시간의 상념 후 얻은 결론은.
“···이거 대박인데?”
각성자는 각성 때 직업과 마나 등급이 정해진다.
직업에 따라 스킬이, 마나 등급에 따라 능력치가 정해지는 셈.
그렇기에 결국 핵심은 마나 등급이었다.
스킬이 좋아도 마나 등급이 낮으면 한계가 명확했으니까.
그러나 아쉽게도 등급은 변하지 않고 처음 정해진 그대로였다.
“오죽하면 마나 수저론까지 탄생했으니.”
기껏 희귀한 확률을 뚫고 각성했는데.
흙수저 등급인 E, F급이 나온 헌터들의 곡소리를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내 스킬은 이 당연한 법칙을 깨부쉈다.
“시스템 입장.”
[ 시스템에 입장합니다. ]
[ 권한을 획득했습니다. ]
[ 이름 : 이강준 ]
[ 직업 : 태초의 대장장이 ]
[ 마나 등급 : F ]
[ 스킬 : 대장간 소환 ]
“···하필 마나 등급은 F네.”
뭐, F급이든 뭐든 상관없었다.
내게 중요한 건 마나 등급 따위가 아니라 스킬이니까.
‘스킬, 대장간 소환.’
장비를 제작할 수 있는 대장간을 소환하는 스킬.
여기서 제작된 장비는 등급에 따라 다양한 효과를 부여했다.
기본적으로는 마나 등급을 올려 주고, 고등급으로 가면 전용 스킬까지 여러 개 생기는 등.
“아무리 봐도 사기란 말이지.”
애초에 헌터 세계에 ‘장비’라는 개념이 없었다.
경매장에 올라오는 것도 마정석이 대부분.
가끔 포션이나 스크롤 같은 게 나타나고.
이런 상황에서 불변인 줄 알았던 마나 등급을 올려 주는 장비가 나타난다?
그야말로 세상이 뒤집힐 것이다.
모두가 장비를 구하고 싶어 안달이 나겠지.
“흐흐.”
이제 떼돈을 버는 것도 시간문제.
드디어 지긋지긋한 회사 와도 작별이었다.
생기다 만 독두꺼비를 닮은 김 부장의 얼굴에 사표를 던지면서 말이지.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네.”
행복한 상상에 빠져 있던 것도 잠시.
문득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근데 대장간을 어떻게 소환하지?”
게이트 밖에서는 헌터들의 능력 발현이 불가능했다.
당연히 내 스킬도 사용이 안 될 터.
머릿속에 들어온 정보도 여기까지였기에 알 방법이 없었다.
“일단 뭐라도 해 보면 되겠지.”
백문이 불여일행.
가만히 있기보다는 뭐든 시도해 보는 게 나았다.
그래서 스킬을 써 봤는데.
“대장간 소환.”
팟.
소리와 함께 허공에 작은 보랏빛 원형 포탈이 생겨났다.
“이게 되네?”
포탈에 손을 넣자, 순식간에 주변 풍경이 바뀌었다.
“···여긴?”
넓은 공간에 화덕, 모루, 풀무 등 대장간에서 볼 법한 기구들이 놓여 있었다.
다만 현실보다는 소설 속 판타지스러운 느낌.
그 경이로운 광경에 주변을 이리저리 둘러보던 도중.
누군가 내게 다가와 머리를 숙였다.
“오셨습니까, 주군이시여. 저는 군주님의 대장간을 담당하는 총책임자, 군드림입니다.”
자신을 군드림이라고 소개한 남자.
그를 본 나는 자연스레 한 종족을 떠올렸다.
‘드워프···?’
짜리몽땅한 키.
근육질의 굵은 몸.
한껏 기른 수염까지.
평소 미디어에서 접하던 드워프의 표본인 외모였다.
그 모습이 신기해 뚫어지게 쳐다보니, 군드림이 멋쩍은 듯 수염을 긁었다.
“주군, 제 수염에 뭐가 묻었습니까? 왜 그리 빤히 보시는지···.”
“아니, 그냥 좀 신기해서요. 드워프는 살면서 처음 봐서.”
“그렇습니까. 역시 저희를 못 알아보시는군요.”
군드림의 표정이 일순간 쓸쓸해졌다가 원래대로 돌아왔다.
“말씀은 편하게 해 주십쇼. 또, 혹시 도와드릴 거나 궁금한 게 있으면 언제든 불러 주시길.”
“그래. 고마워, 군드림. 안 그래도 물어볼 게 있었는데.”
“어떤 겁니까?”
“장비는 어떻게 만드는 거야? 내가 직접 만들어야 하나?”
내 질문에 군드림이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주군의 장비는 저희가 제작해 드립니다. 다만, 지금은 인력도, 시설도 변변치 않아 장비의 질이 떨어집니다.”
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눈앞에 시스템 창이 떠올랐다.
[ 조잡한 대장간 LV. 1 ]
고용 드워프 수 : 1명
시설 : 최하급
현재 수준으로는 장비 제작에 오랜 시간이 소요되며, 품질 또한 좋지 않습니다. 대장간 업그레이드 요망.
[ 조잡한 대장간 LV. 2 ]
필요 재료 : 최하급 마정석 50개 (수량 부족)
‘최하급 마정석 50개?’
현 시세로 환산하면 대략 5백만 원.
첫 업그레이드치고는 꽤 비싼 금액이었다.
‘처음부터 이러면 나중에는 얼마나 힘들어지는 거야.’
순간 조금 두려워졌지만.
금방 평정을 되찾았다.
어차피 장비 공급은 내 대장간이 독과점인 상황.
이 정도 투자 비용은 수십 배, 수백 배로 회수하고도 남았다.
‘역시 초기에는 대장간 업그레이드에 투자하는 게 맞겠지.’
앞으로의 사업 계획을 열심히 세우던 그때.
군드림이 머리를 긁적이며 내게 무언가를 내밀었다.
“주군, 부끄럽기는 하지만 아까 제가 만든 장비 한번 보시겠습니까? 사람도 저 하나고, 시설도 워낙 안 좋아 상태는 많이 별로입니다···.”
군드림이 어울리지 않게 말끝을 흐렸다.
처음 보였던 그 굳건한 기세는 어디 가고.
드워프라 그런지 확실히 장비에 대한 자부심이 큰 듯했다.
‘벌써 의기소침해지면 안 되지.’
앞으로 중요한 역할을 할 드워프 직원들이었다.
사장으로서 그들의 사기를 북돋아 주는 건 당연한 이치.
장비를 받은 나는 군드림에게 칭찬 한마디를 건넸다.
“시설도 열악한 곳에서 이 정도면 훌륭한데? 잘했어.”
내 칭찬을 들은 군드림이 황송하다는 듯 머리를 조아렸다.
“감사합니다, 주군! 제 부족한 실력을 이리 감싸 주시다니. 더 열심히 정진해 반드시 최고의 장비를 만들어 바치겠습니다!”
아니, 뭘 이렇게까지.
나는 엎드려 있는 군드림을 급히 일으켜 세웠다.
“아니야, 정말 잘했어.”
빈말이 아니었다.
실제로 장비의 등급이 예상외로 좋았으니까.
[ 말끔한 단검 ]
등급 : E
착용 제한 : 마나 등급 E
내구도 : 100/100
능력 : 마나 등급 보정( E+ ), 전용 패시브 스킬 ‘예리한 시선’ 습득.
예리한 시선( E ) : 적의 약점을 20%의 확률로 파악한다. 약점 공격 시 치명타 발생.
설명 : 단순한 재료지만 꽤 잘 만들어진 단검. 제작자의 솜씨가 제법인 듯하다.
무려 E급 장비다.
당연히 F급이라 생각했건만.
성능도 기대했던 것보다 더 좋고.
‘바로 경매장에 올려도 되겠는데?’
시작 가격은 대충 3백만 원 정도.
즉시 구매가는 2천만 원으로 설정한 후 경매장에 올렸다.
물론 2천만 원에 팔릴 거란 생각은 안 했다.
E급 헌터의 한 달 평균 수익이 천만 원이 약간 안 됐으니까.
그래도 다음 업그레이드를 위한 돈은 벌 수 있겠지.
그런 마음으로 결과를 기다렸는데.
뜻밖의 일이 벌어졌다.
***
“음?”
팔렸다.
고작 30분도 안 돼서.
그것도 즉시 구매가로.
[ 통장 잔액 : 20,000,000원 ]
“이거 꿈 아니지···?”
내 능력, 생각보다 더 사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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