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저벅.
수한은 조용히 골목길을 지났다.
몸은 벽에 붙이고, 자세는 낮춰 노출을 최소화했다.
그 상태로 소음을 억제하며 조심스레 걸음을 내밀었다.
꽤 번거롭고 속도도 더뎠지만, 수한은 이를 고수했다.
당장 골목 곳곳에 괴물이 돌아다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득, 으드득.
“······.”
골목의 구석에 처박힌 괴물이 무언가를 뜯어먹고 있었다.
아까 괴물에게 쫓기던 인간의 시체였다.
‘결국에는 잡힌 건가.’
수한은 시선을 돌렸다.
그때였다.
스윽.
앙상한 나뭇가지처럼 도드라진 척추와 움직일 때마다 불룩거리는 뼈마디.
쭉 찢어진 입가와 실핏줄이 안대처럼 쌓인 안와.
골목의 모퉁이에서 괴물이 튀어나온 것이다.
-크르르륵.
수한은 곧장 모든 행동을 멈췄다.
팔을 닿으면 뻗을 거리에 괴물이 있었다.
앙상하고 길쭉한 팔다리에 기괴한 방향으로 꺾인 관절들.
사람의 형상을 억지로 뒤튼 듯한 기괴함에 본능적인 거부감이 일었다.
스윽.
괴물이 방향을 틀어 수한의 쪽으로 서서히 움직였다.
그는 입술을 씹었다.
‘침착하자.’
수한은 냉정하게 상황을 파악했다.
다행히도 괴물은 그를 앞에 두고도 바로 덮치지 않았다.
놈에게는 시각과 후각이 없기 때문이었다.
슥.
수한은 눈알을 굴려 괴물을 주시함과 동시에 발밑을 살폈다.
돌이나 유리 조각을 밟지 않도록 조심하며 거리를 벌렸다.
그리고 세 걸음 정도 멀어졌을 무렵.
투툭.
그는 쥐고 있던 돌멩이를 괴물의 등 뒤로 던졌다.
-···?
등 뒤에서 난 소리에, 괴물의 시선이 돌아갔다.
수한은 자세를 낮춰 적당한 돌을 주운 뒤, 다시 던졌다.
툭!
-크르륵.
완전히 주의가 쏠린 괴물이 소리가 난 쪽으로 향했다.
그는 놈이 비킨 틈을 타, 후다닥 지나갔다.
심장이 터질 것처럼 쿵쿵거렸다.
‘아슬아슬했어.’
수한은 뒤를 돌아보았다.
다행히 괴물은 쫓아올 기미가 없었다.
‘···계속 움직이자.’
그는 식은땀을 훔치며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수한이 죽음의 위기를 벗어났지만, 안전한 건 아니었다.
거리와 도시 곳곳에 저런 괴물이 즐비하기 때문이다.
툭, 툭.
수한은 그 이후로도 괴물을 마주치면 같은 방법으로 유도했다.
그렇게 얼마나 길을 걸었을까.
그는 저 멀리 반쯤 무너진 편의점을 발견했다.
수한의 눈이 번뜩였다.
‘찾았다.’
그동안 발견한 것 중 가장 멀쩡한 편의점이었다.
안쪽과 주변을 살핀 수한은 조심스레 안으로 들어갔다.
자각.
간판으로 막혀 있던 입구로 들어가자 텁텁한 공기가 느껴졌다.
한차례 내부를 눈으로 훑어본 수한의 눈가가 가늘어졌다.
‘안쪽에 사람은 없는 것 같네.’
편의점의 안쪽은 엉망이었다.
카운터와 진열대는 물론이고, 성한 곳이 없을 정도로 망가져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것보다 더 중요한 게 있었다.
바로 식량과 물자다.
‘역시.’
수한은 텅텅 빈 진열대와 창고를 보며 혀를 찼다.
예상했던 대로 물건이 싹 다 털려있었다.
비교적 보존 기간이 넉넉한 통조림부터 과자, 삼각김밥, 핫바, 하물며 유제품까지 전부.
드륵.
하지만 수한은 텅 빈 편의점 내부를 샅샅이 수색하기 시작했다.
‘이 정도는 어차피 짐작한 일이었어.’
지금 세상에서 어디를 가든 물자를 찾는 건 무척 힘든 일이다.
그래서 수한은 편의점을 선택했다.
그에게 가장 익숙한 장소였기 때문이다.
세상이 이렇게 되기 전, 수한은 편의점 알바생이었다.
그것도 5년 넘게 근무한 고인물.
여러 점포를 운영하는 점장님 덕분에 다른 점포의 대타 근무도 많이 섰다.
덕분에 그는 편의점 내부 구조를 자세히 알고 있었다.
특히 먹을 걸 숨겨놓을 법한 장소 같은 거 말이다.
그렇게 약 30분 뒤.
그의 손에는 라면과 감자칩, 초콜렛, 그리고 믹스커피 다섯 개가 있었다.
‘운이 좋은데. 생각보다 많이 얻었어.’
몇 차례나 편의점을 털었지만, 이 정도로 많지는 않았다.
‘라면은 나중에 아껴서 끓여 먹자.’
수한은 남은 식량을 헤아리며 계획을 세웠다.
그가 위험을 감수하고 계속 괴물을 피해 움직이는 이유.
그건 세계가 멸망했기 때문이다.
지금으로부터 약 2주 전.
소위 말하는 아포칼립스가 전 세계에 도래했다.
그 시작은 각국의 수도에 나타난 거대한 싱크홀이었다.
주변의 땅과 건물을 빨아들인 그곳에선, 머지않아 괴물이 터져 나왔다.
괴물로 이루어진 해일.
그 재앙은 순식간에 주변의 모든 걸 휩쓸었다.
국가가 차마 대응할 시간도 없었다.
싱크홀의 발생에서 분출까지 걸린 시간은 3시간.
실질적인 대처를 하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그나마 수한이 상황을 아는 건 뉴스 속보와 난리가 난 인터넷 덕분이었다.
그렇다고 국가가 아무것도 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라디오로 괴물을 박멸하겠다며 강한 의지를 밝혔다.
실제로 초반에는 성과도 꽤 보였다.
일주일 뒤엔 거짓말처럼 뚝 끊겼지만 말이다.
‘아무래도 실패한 거겠지.’
수한은 고개를 저었다.
그런 일에 신경 쓸 정도로 상황이 녹록지 않았다.
하루하루 살아남는 게 지독할 정도로 힘들었다.
‘오늘도 이렇게 살아야 하나.’
그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때였다.
띠링.
“···!?”
갑작스러운 알림음에 눈을 뜬 수한이 벌떡 일어났다.
[축하드립니다!]
[10000번째로 편의점에 방문하셨습니다!]
‘이게 뭐지?’
마치 수한이 즐겨 플레이하던 게임에 나올법한 시스템 메시지였다.
반투명한 푸른 창을 바라보던 것도 잠시.
[각성을 시작합니다!]
투웅.
“······!”
메시지에서 터져 나온 푸른 빛이 편의점을 감쌌다.
깨끗하고 선명한 푸르름에 수한은 눈을 부릅떴다.
‘마치 물속에 들어온 것 같아.’
수한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놀랍게도 빛이 머무는 건 편의점에 국한되어 있었다.
문을 기준으로 경계를 그은 듯, 빛은 빠져나가지 않았다.
[해당 장소와 각성자의 경험적 연관성을 확인.]
[이를 바탕으로 최적의 능력이 각성됩니다.]
[‘다차원 편의점 – LV.1’을 각성하셨습니다.]
[각성 능력의 조건에 따라 지정된 편의점이 재구축됩니다.]
쿠구구구.
그 순간 편의점 전체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편의점 내부에 존재했던 무너진 잔해들이 녹아내리듯 사라졌다.
그리곤 그곳에 새로운 물건들이 홀로그램처럼 구축되었다.
진열대와 벽, 카운터, 전자레인지 망가진 담배 진열장까지.
더 놀라운 건 각종 음식과 물건이 통째로 생성됐다는 점이었다.
스와악···.
[재구축이 완료되었습니다.]
[‘다차원 편의점’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신규 점포를 위한 지원이 도착하였습니다.]
[기초 운영자금 1,000G가 지급됩니다.]
[상태창이 해금됩니다.]
푸른 빛이 사라지자, 멀쩡한 편의점이 그대로 나타났다.
수한은 메시지를 읽었다.
“···상태창?”
띠링!
[상태창을 열람합니다.]
그러자 진짜로 상태창이 열렸다.
【상태창】
이름 : 김수한
종족 : 인간
성별 : 남성
직업 : 편의점 점주
각성 스킬 : 다차원 편의점 LV.1
〈스테이터스〉
체력(5) 근력(3) 민첩(6) 지력(5) 마력(1)
“······.”
수한은 잠시 할 말을 잃었다.
게임과 매우 흡사했다.
심지어 스킬뿐만 아니라 스탯까지 있었다.
‘나중에 스탯을 올릴 수도 있는 건가.’
수한은 번뜩 정신을 차렸다.
그는 진열된 컵라면을 아무거나 꺼내 뜨거운 물을 받았다.
그리고 3분 후, 개봉하자 뜨거운 김과 함께 자극적인 향이 훅 올라왔다.
‘진짜 음식이잖아··· 가짜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수한은 정신없이 컵라면을 먹어치웠다.
정말 오랜만에 먹는 제대로 된 음식이었다.
음식이 진짜임을 깨달은 수한의 눈빛이 달라졌다.
물과 전기, 음식이 넘쳐나는 편의점.
심지어 냉난방까지 완벽했다.
‘목숨을 걸고 움직이지 않아도 돼.’
수한은 편의점을 둘러보았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 이 편의점의 가치는 추정할 수 없을 정도였다.
아포칼립스 속의 편의점.
수한은 주먹을 꽉 쥐었다.
그야말로 초대박이 터졌다.
-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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