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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amas48
작품등록일 :
2026.01.04 17:19
최근연재일 :
2026.01.23 19:57
연재수 :
2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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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6,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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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1.04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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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쪽

1 - 2

DUMMY

우린 (토마스 - 세나 - 나 - 프랭키 - 아이라) 현재 일렬로 나란히 서서, 서로의 어깨에 한 손을 얹은 채 조심조심 앞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서로 부딪히거나, 밟거나, 다치지 않도록···.


'······.'


발소리... 어둠... 적막함... 옅은 숨소리... 심장이 뛰는 소리...


'······.'


주변이 캄캄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이곳은 모든 게 죽어있는 것 같았다··· 시간이 멈춰있는 것 같았다··· 마치 모든 게 끝나버린 순간처럼 말이다.


'······.'


발에 뭔가가 걸렸다. 그래서 난 앞으로 넘어졌다. 이후 난 한 손을 앞으로 뻗었다. 그러자 뭔가가 손에 잡혔다.


'이게 뭐지?'


난 그것을 주물렀다. 부드럽고, 물렁물렁했다.


"지금 어딜 만지는 거야!"


세나가 갑자기 비명을 내질렀다. 이후 찰싹거리는 소리가 났다. 그리고 프랭키가 소리 냈다.


"왜 그래?"


토마스가 물었다.


"프랭키가! 프랭키가!"


세나가 데시벨을 높였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앞으로 가자!"


토마스가 그녀를 진정시켰다.


'······.'


눈앞에 기이한 광경이 드러났다. 그러면서 나도 모르게 어느샌가 다른 세계에 들어선 것만 같은 그런 기분이 들었다.


'······.'


내부...


(내부는 둥근 모양이다. 이곳은 그리 넓지도, 크지도 않았고, 천장만 조금 높다. 주변은 온통 에메랄드 색깔로 빛났다. 그런데 이곳은 스스로 빛을 내고 있는 것 같았다. 마치 반딧불이처럼··· 또는 태양처럼···.)


'······.'


나는 주변을 둘러보며 중앙 쪽으로 향했다.


'······.'


연못... 물... 생물들...


(연못은 작고, 동그랗다. 물은 무척 투명하고, 깨끗해서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였다. 그 안에선 거품이 올라왔다. 생물은 물고기... 올챙이... 개구리... 가오리... 지렁이... 산호... 조개... 불가사리... 거북이 등이 저마다 연못 내부에서 헤엄을 치며 조화를 이뤘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저마다 덜 진하거나, 더 진할 뿐 전부 다 에메랄드 색이었다.)


'······.'


"잭, 어때? 이곳이 우리 비밀기지야!"


토마스가 내 옆에서 말했다.


"아름다워···."


나는 주변 풍경에 매료되어 넋이 나간 채 대답했다. 그도 그럴 게 이곳의 풍경은 실로 장관이었다. 하나의 단색만으로도 이렇게까지 아름다울 줄이야··· 사실 색깔이라는 것은 많아 봤자, 조잡할 뿐인 것이 아닌가 싶었다.


"그렇지? 이곳은 예전에 나랑 프랭키가 이 근방을 탐험하다가 우연히 발견한 장소야. 잭, 너도 이제 우리랑 함께 이곳에 자주 놀러 오자!"


토마스가 웃으며 말했다. 이후 우린 친구들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


"내가 섹시한 건 알아줘야지···."


세나가 팔짱을 끼고,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볼 것도 없는 게!"


프랭키가 그녀에게 성질냈다.


"얘들아, 왜 그래?"


"토마스··· 프랭키가 그만 넘치는 욕구를 억누르지 못하고 발정 나서 어둡고, 은밀한 순간을 틈타 내 탐스럽고, 탱탱한 엉덩이에 손을···."


"나 아니라니까! 내가 그런 걸 왜 만져!?"


얼굴이 벌게진 프랭키가 씩씩거렸다.


"그런 거라니!?"


"둘 다 진정해. 프랭키가 어두워서 실수로 그랬나 보지···."


토마스가 이 둘을 중재했다. 그렇게 이유는 모르겠지만, 싸우던 이들의 싸움이 멈췄다.


'······.'


우린 한참 동안 정신없이 뛰어놀았다. 그러다가 다들 지쳐서 출구 바닥 쪽에 서로 머리를 맞대고, 드러누웠다. 그리고 현재는 잠든 프랭키가 코를 골았다.


"얘는 이런 곳에서도 잘 자? 만사가 태평한가 봐..."


"아마 프랭키는 누가 업어가도 그냥 잘걸?"


토마스가 웃으며 세나의 말에 맞장구쳤다. 그러자 아이라가 수줍게 웃었다. 나는 천장을 바라본 뒤, 눈을 감았다.


'······.'


눈을 뜨자, 주변이 온통 새하얗게 변해 있었다.


'여긴?'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건?'


저 너머에서 낯익은 무언가가 내 쪽을 향해 서서히 다가왔다.


'······.'


"반갑다, 잭. 이게 도대체 얼마 만이지?"


지난번에 한 번 봤던 그 사내가 내 앞에서 씩 하고 웃었다.


"글쎄요? 그건 저도 잘 모르겠어요. 그런데 그간 제게 잠깐 무슨 일이 있었던 것 같기는 한데, 그것들에 관한 기억은 나요."


"그래? 그럼 한 번 얘기해 보렴···."


......


나는 그에게 그간 있었던 일들에 관해 말했다.


"그간 이런저런 일들이 있었구나. 아직은 뭐가 뭔지 모르고 낯설 테지만, 그래도 이것 하나 만은 기억하도록 해라. 그것들은 실재하는 일이고, 앞으로 네가 스스로 마주하여, 풀어나가야 할 일들이라는 것을 말이다."


"제가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그런데 여긴 어디죠?"


나는 고개를 두리번거리며, 궁금한 것을 물었다.


"그래, 네가 궁금해하는 것들을 좀 알려 주도록 하마. 일단 여긴 형태가 없는... 말하자면, 존재하지 않는 장소란다."


"존재하지 않는 장소요?"


"그렇단다. 이곳은 의식과 무의식의 틈에서 너와 나만이 유일하게 마주할 수 있는 일종에 교차로 같은 장소지."


"그렇군요···."


나는 고개를 끄덕했다.


"그리고 네가 이런저런 일들을 겪었던 그곳은 실제 하면서도 감춰져 있고, 숨겨진 장소이기도 하단다. 우린 그곳을 이면의 세계 메스커레이드(Masquerade) 라고 부르지. 또 네가 말하던 그들은 그 세계의 구성원들이기도 하고 말이다. 그런데 잭, 넌 원래 그곳의 주민이 아니야···."


"제가 원래 있던 곳은 어딘가요?"


"네가 원래 있었던 장소는 그곳과는 정반대로, 보이면서 드러나 있는 세상이란다. 그런데 그곳은 지금 너무나도 오염되고, 썩어있어... 이 두 세상은 알게 모르게 서로 밀집이 되어 상호작용을 이루고 있는데, 밑 세계가 현재 그런 모습이 된 건 위 세계의 영향을 받아서 그런 것이란다. 그리고 잭, 넌 이런 밑 세계를 구하고, 정화하고, 지켜내기 위해 그곳으로 이끌려 들어가게 된 거야."


"전 자신이 없어요···."


"지금은 그런 생각이 들지 몰라도 넌 할 수 있을 거란다. 왜냐면, 너는 강하고, 순수하고, 깨끗하고, 투명한 어린아이니깐 말이다. 그리고 난 잭 네가 반드시 해낼 거라고 믿는다. 그러니 밑 세계를 구하고, 지켜내고, 정화해 주렴..."


그는 허리를 살짝 굽히고 나서 내 머리에 손을 얹었다.


"힘내라, 잭. 우린 언젠가 다시 만나게 될 거야···."


"제가 앞으로 뭘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그건 네가 알아서 해야지!"


그의 모습이 점점 흐릿해져 갔다. 그러면서 그의 웃음소리도 같이 아늑해져 갔다.


......


'잭...'


'······.'


'잭...'


'······.'


"잭!"


나는 눈을 떴다. 눈앞에 토마스가 보였다.


"깜박 잠들었나 봐···."


나는 눈을 껌벅이며, 자리에 앉았다.


"피곤했나 보네? 이제 집으로 돌아가자."


"그러자."


이후 나는 토마스의 손을 지렛대 삼아 잡고, 일어났다.


'······.'


동굴 밖으로 나가자, 어느새 저녁이 돼 있었다. 우린 숲을 벗어나, 마을로 향한 뒤, 친구들과 작별하고 시장을 지나, 산속에 있는 오두막집으로 향했다.


'······.'


난 집에 도착하고 나서 씻기 위해 바로 목욕탕으로 향했다.


'······.'


통...


(밀짚으로 된 동그란 통이 입구 옆에 있다.)


'······.'


나는 입고 있던 것들을 벗은 뒤, 통 안에 넣고 목욕탕 안으로 들어갔다.


'······.'


통... 천장... 조명... 바닥... 거울... 샤워기... 의자... 바가지... 비누... 샴푸... 때밀이... 물컵...


(통은 나무로 돼 있다. 커다랗고, 동그랗다. 그 안에는 물이 한가득 담겨있다. 그리고 수증기가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천장은 하얀색이다. 바닥은 옅은 회색의 네모난 타일로 되어있다. 거울은 직사각형 모양이다. 의자는 작고, 바가지는 동그랗다. 둘 다 나무 소재이다.)


'······.'


뭔가 아날로그답다.


'일부로 이렇게 꾸민 건가?'


'······.'


나는 간단히 씻고 나서 나무 통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물이 조금 넘쳐흘렀다.


'좋다···.'


간만의 여유를 되찾은 느낌이었다.


"잭, 갈아입을 옷은 여기 두고 갈 게!"


토마스가 문밖에서 말했다.


"알겠어!"


'······.'


'100, 99, 98, 97, 96···.'


'······.'


'5, 4, 3, 2, 1...'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통 밖으로 나갔다. 그러고 나서 간단히 샤워한 뒤, 목욕탕 밖으로 향했다.


'······.'


수건... 의상...


(둘 다 하얗다.)


'······.'


나는 수건으로 몸과 머리카락을 간단히 말린 뒤, 바닥에 놓인 의상을 집어 들었다.


'······.'


원피스...


(민소매다.)


'······.'


'옷이 없나? 어쩔 수 없지···.'


나는 일단 그것을 입었다.


'······.'


치마 밑단은 무릎 밑으로 조금 내려갔다. 옷은 부드럽고 가벼웠다. 그런데 밑 도리가 좀 허전했다. 나는 찜찜한 기분을 느끼며, 거실로 향했다.


'······.'


장작불이 주변을 밝게 비췄다. 그리고 토마스는 현재 엔비랑 놀고 있다.


"잭!"


"방금 씻고 나왔어!"


"뭐야, 그게? 깜찍한데?"


엔비가 날 보며 웃다가 사레들렸다.


'깜찍하다고?'


"잭, 미안해. 여자 옷은 엄마가 어릴 적에 입던 것밖에 없어서···."


"괜찮아···."


'그런데 왜 하필 엄마?'


"난 아빠 것도 딱히 상관은 없는데···."


나는 낮게 중얼거렸다. 그러자 토마스가 고개를 살짝 갸우뚱했다.


"아무것도 아니야···."


나는 씩 하고 웃었다. 이후 토마스는 목욕탕으로 향했다. 나는 수건으로 머리카락을 마저 말렸다.


'······.'


우린 현재 잠자려고 거실에 누워 있다. 장작불이 꺼져서 주변은 어두웠다. 그리고 천장 창문 너머로, 구름이 잔뜩 낀 우중충한 하늘이 보였다.


"토마스."


"왜 그래?"


"화장실에 내 칫솔이 없어서···."


"그래? 그러면 내일 하나 새로 사야겠네!"


"그런데···."


"또 필요한 거 있어?"


"그게 아니라, 씻을 거면 같이 씻지 왜 따로 씻은 거야?"


"그게..."


'······.'


"여자애랑 같이 씻으면 쑥스럽잖아···."


토마스가 말 그대로 쑥스러워했다.


"나, 남자인데···."


나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고했다.


"정말!? 난 여태껏 잭이 머리카락이 길어서 여자 애인 줄 알았어!"


'정말!? 난 여태껏 여자애 취급을 당하고 있는 줄도 몰랐어!'


나는 이렇게 대답하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그랬구나···."


나는 피식했다.


"그러면 다음번에는 같이 씻자!"


"그러자!"


이렇게 우리 둘은 다음번에 같이 씻기로 약속했다.


'······.'


주변에서 불길이 일어난다. 사람들이 저마다 무언가에 쫓기듯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


낯익은 장소··· 어수선하게 뛰어다니는 사람··· 어린 자식을 품에 안은 사람··· 또는 손을 움켜쥐고 있는 사람··· 오토바이... 7 명의 사내...


'······.'


새소리가 들린다. 눈을 뜨자, 주위는 좀 어두컴컴했다. 아직 동이 트기 전인 것 같다. 나는 조금 피곤했지만, 자리에서 일어난 뒤, 집 밖으로 향했다.


'······.'


문을 열자, 시원하고, 깨끗한 새벽의 바람이 내 뺨을 살포시 스쳐 지나갔다. 나는 나무통 위에 앉은 뒤, 하늘을 올려다봤다. 날씨는 좀 우중충했다. 그래도 기분은 마냥 좋았다.


'그 사내는 과연 누구일까? 나는 앞으로 이곳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 걸까?'


할아버지가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일찍 일어났구나..."


"안녕히 주무셨어요?"


"뭔가 내릴 것 같구나···."


할아버지가 하늘을 올려다봤다.


"그러게요···."


"이곳에서의 생활은 어떠니?"


할아버지가 내 옆에 앉아서 물었다.


"지내는 건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 친구들이랑 함께 어울리며 노는 것도 즐겁고요. 그런데 할아버지, 제가 어제 잠깐 이상한 꿈을 꿨어요."


"꿈?"


"네, 그게 뭐냐면, 제가 꿈속에서 어떤 하얀 공간에 있었는데, 그곳에서 어떤 사내를 만났어요."


"아는 사람이었니?"


"그건 저도 잘 모르겠어요. 그런데 그 사람이 제게 이런저런 얘기를 해 줬어요."


"어떤 얘기를 말이니?"


......


나는 그간 꿨던 꿈에 대해 말했다.

내 대답을 듣자, 할아버지는 고개를 잠시 끄덕였다.


"그런 일이 있었구나... 잭, 네가 이곳에 오게 된 것도 분명 무슨 이유가 있어서 그런 거겠지. 모든 문제에는 그러기까지의 원인이 있듯이 말이다. 그러니 오늘 너와 우리가 만난 것도 다 무슨 뜻이 있어서 그런 것일 것이다. 그리고 뭐가 뭔지 모르겠을 때는 그냥 너 자신을 믿고,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풀어나가도록 해라. 그럼 다 잘 될 거란다."


"네!"


할아버지 덕분에 심란했던 마음이 좀 안정됐다. 이후 난 할아버지와 함께 서둘러 오전 일과를 마친 뒤, 집 안으로 들어갔다.


'······.'


나는 손을 씻고 나서 물을 마시기 위해 주방으로 향했다.


'······.'


주방에 도착하자, 할머니가 요리하고 계셨다. 난 할머니께 다가가 아침 인사를 했다. 그러자 할머니는 내게 잠들어있는 둘을 깨워 달라고 말했다. 그래서 나는 알겠다고 대답한 뒤, 거실로 향했다.


'······.'


나는 우선 토마스부터 깨웠다.


"안녕, 잭. 일찍 일어났네?"


토마스가 비몽사몽한 채 인사했다. 이후 난 엔비를 깨우려고 그의 몸을 흔들었다.


"이제 더는 못 먹는다고···."


엔비가 잠꼬대했다.


"그렇게 먹을 것만 밝히다간 언젠가 돼지가 되고 말 거라고, 고양아···."


토마스가 엔비의 귀에 대고, 낮게 속삭였다.


"그러니까 난 고양이가 아니래도···."


엔비가 자면서 대답했다. 이후 우린 한참 동안 낄낄거리다가 엔비를 깨우고 나서 주방으로 향했다.


'······.'


음식들...


고기 수프 5그릇, 옥수수 식빵 10조각 10, 우유 3잔, 물 2잔...


'······.'


아침 식사가 끝난 뒤, 우린 시장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내가 쓸 칫솔을 사고, 겸사겸사 입을 옷도 좀 둘러보기 위해서 말이다. 그런데 시장 중앙에 다다르자, 지난번처럼 사람들이 어수선하게 모여 있었다. 그래서 우린 호기심에 그곳으로 향했다.


"무슨 일 있나요, 아저씨?"


토마스가 한 사내에게 물었다.


"큰일이야, 큰일!"


그가 호들갑을 떨며 대답했다.


'왜 저러지?'


"어젯밤, 마을이 어떤 무리 때문에 불타고, 어린아이들은 다 잡혀갔다고 하더구나···."


옆에 있던 다른 사내가 대답했다.


"네!?"


"도대체 누가 그런 거죠?"


나는 그에게 물었다.


"오토바이를 탄 사내들이라고 하더구나···."


'오토바이를 탄 사내들···.'


누군지 알 것 같았다.


"잭, 어떡하지? 친구들한테 무슨 일이 생겼으면···."


토마스가 울먹였다.


'······.'


"괜찮아··· 친구들은 다 무사할 거야."


나는 토마스의 어깨를 토닥였다. 그리고 그 시점... 하늘에서 비가 한, 두 방울씩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그래서 우린 칫솔만 사고, 오두막집으로 향했다.


'······.'


나는 간단히 샤워한 뒤, 주방으로 향했다. 이후 난 할아버지와 할머니께 아까 시장에서 들었던 마을에 관한 일을 설명했다. 그러자 할아버지는 담담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할머니는 고개를 좌우로 내저었다.


"잭, 너라면 어떻게 하고 싶니?"


할아버지가 내게 물었다. 그러나 나는 대답하기를 주저했다. 왜냐면, 이 모든 게 다 나 때문에··· 내가 저지른 일 때문에··· 나는 그러한 압박감 때문에 입을 꾹 다물었다.


"잭, 마을 사람들을··· 그리고 붙잡혀 간 내 친구들을 구해줘!"


토마스가 옆에서 울먹였다.


"지네가 힘이 없고, 나약해서 그간 당하고만 지냈으면서 인제 와서 힘이 좀 생겼다고 도움을 청하는 꼴이 아주 우습군... 하여간 인간들은 꼭 저래 사사건건 쓸데없는 일들에 얽매여, 정신들을 못 차리고 지낸다니깐? 얘가 어째서 너희를 도와줘야 하는 거지? 그럴 이유나 의무가 있나?"


바닥에서 실타래를 가지고 놀던 엔비가 비아냥댔다.


"엔비!"


나는 그에게 소리쳤다.


"됐다, 둘 다 그만하거라···."


할아버지가 우리를 중재했다. 이후 엔비는 혀를 잠깐 차고 나서 다시 실타래를 가지고 놀았다.


......


나는 잠시 마음을 추스른 뒤, 입을 열었다.


"저는 마을 사람들을 구하고 싶어요. 토마스의 친구들도요··· 왜냐면, 이 모든 게 다 저 때문에 생긴 일들이기도 하고··· 또 모른 체 지내면, 마을 사람들한테 미안하기도 하고···."


"아니다, 잭. 그건 네 잘못이 아니야... 그러니 너무 자책하지 말렴, 넌 아무런 잘못 없어."


"그렇지만 제가 만약 그날 시장에 나타난 폭주족을 쓰러뜨리지 않았다면,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거예요. 그냥 그 자리에서 빨리 도망쳤어야 했는데···."


난 고개를 떨궜다. 내심 후회스러웠다.


"그럴지도 모르지만, 그건 꼭 네가 아니더라도 언젠가 다른 누군가에 의해 벌어졌을지도 모르는 일이란다. 그러니 너무 자책할 필요 없어. 그건 순전히 어쩔 수 없는 사고였으니깐 말이다..."


나는 할아버지의 대답을 듣고 나서 토마스를 바라봤다. 그에는 여전히 울먹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자 왠지는 모르겠지만, 마음속 한구석이 아려왔다.


"어쩔지는 지금 당장 정하지 않아도 좋으니 오늘은 그만 들어가서 푹 쉬도록 해라. 이런저런 많은 일이 겹쳐 피곤할 테니깐···."


"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거실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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