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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amas48
작품등록일 :
2026.01.04 17:19
최근연재일 :
2026.01.23 19:57
연재수 :
2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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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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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86,714

작성
26.01.04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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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쪽

1 - 3

DUMMY

오늘은 나와 엔비 둘이서만 자기로 했다. 다른 날과 다름없는 밤이었는데도 유달리 더 고요하고, 쓸쓸하게만 느껴졌다. 나는 이불을 덮고, 눈을 감았다.


'······.'


잠이 오지 않는다. 도저히 잠들 수 없었다. 이런저런 일들이 겹쳐, 마음이 무척이나 심란했다. 나는 눈을 뜨고, 천장을 바라봤다.


'······.'


물방울...


(비는 여전히 세차게 내리고 있다.)


'······.'


"엔비, 자?"


'······.'


대답이 없다.


"심술궂은 고양이 같으니라고···."


나는 낮게 중얼댔다.


"고양이 아니라니깐···."


머리를 맞대고, 누운 엔비가 대답했다.


"일어나 있었던 거야?"


"그래, 뭣 때문에 그러는데?"


'······.'


"있잖아, 엔비. 난 그간 내가 뭘 하고 싶은지, 뭘 어떻게 해야만 좋을지 모른 채 망설이고만 지냈어. 그런데 이젠 내가 뭘 하고 싶은지 잘 알 것 같아. 내가 무얼 해야 하는지 말이야···."


"그게 뭔데, 그래?"


'······.'


"나, 마을 사람들이랑 붙잡혀간 친구들을 구하고 싶어... 그러니 나한테 힘을 좀 빌려주면 안 될까?"


"뭐라고!? 어쩌건 그건 결국 네 마음이지만, 인간들은 말이야, 원래 간사한 존재들이라서 별 뜻 없이 베풀고, 돕더라도 금세 더러운 속내를 드러내고, 뒤통수를 치고는 한다고! 그런데 넌 너랑 무관한 부분들을 위해 희생하겠다는 거야, 지금?"


엔비가 혀를 찼다.


"왜냐면, 그 애들은 내 친구들이니깐··· 그리고 그곳은 내 친구들이 지내는 곳이니깐··· 그러니깐 도와주고 싶어."


'······.'


"너 좋을 대로 해라···."


엔비가 한숨을 내쉬었다.


"도와준다는 거지?"


"그래, 지난번에는 네가 힘을 빌려줬으니 이번에는 이 엔비님이 선심 써서 힘을 빌려주시겠다, 이 말이야!"


"고마워, 엔비!"


"그래, 어서 자자."


'······.'


눈을 뜨자, 창문 너머로 햇살이 쨍쨍히 비췄다. 비는 이제 그친 모양이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주위를 둘러봤다. 엔비는 아직 꿈속에서 헤매고 있다. 그리고 주위가 조용한 걸로 보아 내가 가장 먼저 일어난 것 같았다.


'바람이나 좀 쐴까?'


이후 나는 집 밖으로 향했다.


'······.'


집 문을 열자, 새소리가 들렸다. 아직 이른 오전 도중이라서 그런 지 날씨가 좀 쌀쌀하긴 했지만, 그래도 견딜 만은 했다. 오히려 덕분에 공기가 시원해서 기분이 좋고, 상쾌했다. 나는 문 옆에 있는 나무통 위에 앉았다.


'이 알 수 없는 장소에 온 지도 벌써 꽤 됐구나···.'


나는 그간 있었던 일들을 쭉 되돌아봤다. 그러던 중 치마 밑으로 찬바람이 불어 들어왔다. 그래서 나는 휘날리는 치맛자락을 붙잡았다. 인제 그만 집 안으로 들어가야 할 것 같다.


'······.'


나는 주방으로 향했다.


"잘 잤니?"


자리에 앉아있는 할아버지가 내게 인사했다.


"안녕히 주무셨어요? 할아버지..."


"왜 그러느냐?"


"저 오늘 엔비랑 함께 그곳으로 향하려고 해요."


"그곳이라니?"


"친구들과 마을 사람들을 붙잡아간 사내들이 있는 곳이요. 저 그동안 망설이고 지냈어요. 하지만 이제 제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잘 알 것 같아요. 꿈속의 사내가 말했던 제 역할이요."


나는 할아버지께 어젯밤, 엔비와 한 대화는 제외하고 마음에 둔 얘기를 전했다.


"그랬구나..."


할아버지는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하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방으로 향했다.


'······.'


"이건 여비로 쓰도록 하고 이 지도를 참고해서 가도록 해라. 그 녀석들이 있는 장소란다."


할아버지가 내게 종이랑 작은 주머니를 건네줬다.


"감사합니다."


나는 그것들을 받은 뒤, 거실로 향했다. 이후 나는 엔비를 깨운 뒤, 그와 함께 집 밖으로 나갔다.


......


"결국 그러기로 정한 거야? 피곤하네···."


엔비가 하품을 한 뒤, 기지개를 켰다.


"잘 부탁해, 엔비."


"잭, 이걸 타고 가거라!"


할아버지가 안장이 채워진 흰색 말 한 마리를 데려왔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생겼다.


'나는 말을 몰 줄 모르는데···.'


"출발 안 해? 멀뚱멀뚱 서서, 뭐 하는 거야? 혹시 배고파서 그래?"


"그게 아니라, 내가 말을 타 본 적이 없어서···."


"뭐야, 고작 그런 것 때문에 그러고 있었던 거야? 걱정하지 마라, 이 형님이 알아서 해 줄 테니깐···."


이후 엔비는 말에 탄 뒤, 내게 손짓했다. 마치 본인 뒤에 타라는 듯이 말이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뭔가 감탄스럽기도, 귀엽기도, 신기하기도 했다.


'말을 타는 고양이라니···.'


나는 콧방귀를 뀌었다.


"얼른 안 타면 두고 간다?"


'성질 급하긴···.'


"알겠어!"


이후 난 부랴부랴 말에 탔다. 그리고 우린 출발했다.


'······.'


우린 현재 구름 한 점 없는 푸른 하늘 아래에서 말을 몰고 달리고 있다. 빠른 속도로 나아가고 있지만, 산길이 완만해서 불편함은 거의 없었다.


'기분 좋다···.'


서늘한 바람이 내 뺨을 스쳐 지나갔다. 나는 눈을 감고, 이 자유로움을··· 그리고 이 여유로운 순간을 한껏 만끽했다. 뭔가 좋을 일이 생길 것만 같은 예감이 든다.


'······.'


"어느 쪽이야?"


엔비가 고개를 좌우로 두리번거리며 물었다.


'왼쪽은 시장이니깐···.'


"오른쪽."


나는 지도를 보며 대답했다. 그렇게 길을 따라 어느 정도 나아가자, 내리막길이 끝났다. 이후 주위를 둘러보자, 이런저런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


논밭... 도로... 상점...


'······.'


우린 배가 고파서 도로 근처에 있는 상점에 잠시 들리기로 했다.


'······.'


간판... 의자... 문... 종... 말...


(간판은 파란색이다. 의자는 나무 소재이며, 가로로 길쭉하고, 그늘이 져 있다. 미닫이문 바로 옆에 하나 배치되어 있다. 문은 흰색 천과 나무로 되어있다. 작은 쇠 종에는 하늘색 종이가 붙어있다. 갈색 말 한 마리가 상점 근처 부근에 묶여있다. 우린 타고 온 말을 그 근처에 묶었다.)


'······.'


이곳은 작고, 아담한 상점이다. 마치 구멍가게처럼 말이다. 우린 상점 내부로 향했다.


'······.'


나는 할머니를 보며 가볍게 목 인사를 했다. 그러자 할머니는 날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뭐 먹을까나?"


엔비가 신난 듯 중얼거리며, 앞으로 나아갔다. 할머니는 그 모습을 보며 흠칫했다. 그런지 얼마 안 돼, 할머니는 평안을 되찾은 뒤, 앞에 놓인 녹색 청자 컵 속에 담긴 녹차를 마셨다. 아마 녹색이니 녹차가 맞을 것이다.


'······.'


할머니... 상품... 바닥...


(할머니는 현재 계산대 쪽에 앉아있다. 먹거리... 군것질거리... 장부... 공책... 필기구... 생활용품... 잡화 등 다양했다. 열린 문 너머로는 마룻바닥이 보였다.)


'······.'


나는 호기심에 고개를 빼꼼히 내밀고, 내부를 들여다봤다. 그러자 방이 하나 보였다.


'······.'


장판... 창문... 벽지... 옷장... 할아버지... 멍멍이...


(장판은 노란색이다. 창문은 네모나다. 벽지는 하얀색이다. 옷장은 갈색이며, 세로로 길쭉하고, 3칸짜리 여닫이 식이다. 할아버지는 옆으로 누워 계신다. 할아버지는 현재 앞에 놓인 장기판에 홀로 장기를 두며 부채질을 하고 있다. 주황색 작은 멍멍이는 반대편 자리에 가만히 엎드려 있다.)


'······.'


멍멍이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후 날 보고 짖으며,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었다.


"초롱아, 손님 보고 짖으면 못 써!"


할아버지가 개를 꾸짖었다.


"귀엽네요···"


'······.'


우린 먹거리를 고르고 나서 상점 밖으로 나갔다. 이후 우린 나무 의자에 앉아, 경단을 먹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곳엔 우리 말고도 다른 누군가가 한 명 더 있었다.


'······.'


붉은색 머리카락... 밀짚모자... 전구 모양의 띠... 노란색 원피스...


(머리카락은 현재 땋고 있다. 머리띠는 머리카락 끝에 매달려 있다. 원피스 밑단은 무릎 위까지 조금 올라갔고, 끄트머리가 하늘댔다.)


'······.'


난 그녀를 잠시 바라보다가 느긋이 주변을 구경했다.


......


한 노부부가 수레 차를 이끌고 가다가 반대편에서 걷던 사내 셋 중 뒷걸음질을 치며 걷던 한 사내와 충돌했다.


"죄송합니다···."


입을 먼저 연 것은 노부부였다.


"지저분하게··· 눈을 얻다 두고 다니는 거야? 옷이 더러워졌잖아! 이거 이제 어쩔 거야!?"


뒷걸음질 치며 걷던 사내가 성질냈다.


"자기가 뒤로 걸어가다가 부딪혔으면서··· 하여간 인간들은 하나같이 제멋대로에, 지네들밖에 모른다니깐···."


엔비가 그 장면을 보며 비아냥거렸다.


"그만두세요!"


옆에 서 있던 여성이 그 현장에 개입했다.


"넌 또 뭐야!?"


뒷걸음질 치며 걷던 사내가 그녀에게 다가가며 손찌검했다.

그녀는 그의 손을 빠르게 피하더니 이내 잡고, 넘어뜨리고, 꺾어 버렸다.

이후 그는 비명을 내질렀다. 그리고 그 시점... 저 너머에서 바람이 강하게 불어왔다. 그 때문에 그녀의 머리 위에 쓰인 모자가 날아갔다.


'······.'


연두색 눈동자... 뽀얀 피부...


'······.'


내 또래처럼 보였지만, 나보다는 키가 조금 더 컸다.


"아가씨, 그 손 순순히 놓아주는 게 좋을걸? 난 지금 당한 녀석처럼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으니깐 말이야···."


다른 사내가 그녀에게 말했다.


"얘 예쁘게 생겼는데? 만약 말만 잘 듣는다면, 이 오빠가 예뻐해 줄 수도 있는데 말이지?"


또 다른 사내가 기분 나쁘게 쪼갰다.


"싫습니다!"


그녀가 단호한 어조로 거절했다.


"그렇게 대답한 것을 후회하게 해 주지!"


기분 나쁘게 쪼개던 사내가 정색했다. 이후 그녀에게 달려들었다.


......


그녀는 그를 빠르게 피한 뒤, 뒤통수를 쳤다. 그러자 그는 맥없이 쓰러졌다.


"여자면 여자답게 집안일이나 하면서 지내라고!"


다른 사내가 그녀에게 달려들었다. 그러자 그녀는 자세를 잡더니 공중으로 뛰어올랐다. 그러고는 몸을 냅다 틀어, 달려드는 상대를 향해 돌려차기를 먹였다. 그리고 그건 그의 얼굴에 정확히 명중했다. 이후 그는 저 멀리 날아갔다.


'······.'


"싫습니다."


그 대답을 끝으로, 이 상황은 졸지에 마무리됐다.


'100 점!'


나는 물개처럼 손뼉을 쳤다.


'······.'


주황색...


'······.'


"끝내주는데?"


엔비가 소시지를 우물우물 거리면서 감탄했다.


'······.'


그들은 노부부에게 사과한 뒤, 부랴부랴 도망쳤다. 노부부는 그녀에게 감사의 인사를 한 뒤 떠났다. 그녀 역시 갈색 말을 타고 떠났다. 나와 엔비도 묵묵히 갈 길을 나아갔다.


'······.'


"얼마나 더 걸릴 것 같아?"


나는 엔비에게 물었다.


"글쎄다? 앞으로 얼마나 더 걸리려나... 적어도 오늘 안에 도착하기는 그른 것 같다."


"그럼 어디서 자야 하지?"


"가다가 그냥 적당한데 골라서 노숙해야지..."


'······.'


주변에서 까마귀 울음소리가 들린다. 날은 점점 저물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우린 어딘가에 도착하게 됐는데···.


'······.'


입구... 벽... 간판...


(입구는 ∩ 이런 모양이다. 현재 열려있다. 그 위에는 나무 된 창살이 보였다. 벽은 검은색 돌로 되어있고, 주변을 둘러싸고 있다. 간판은 커다랗고, 입구 쪽에 하나 세워져 있다. 그것에선 전구 모양의 표시, 알록달록한 글자들이 비췄다.)


'······.'


"엔비, 저기 뭐라고 적혀있는 거야?"


나는 간판을 가리키며 물었다.


"라이팅 시티···."


"오늘은 여기서 머물면 되겠네?"


"그래, 어서 아무 데나 한 군데 잡고 쉬자... 피곤해서 돌아가시겠다."


엔비가 배를 붙잡으며 재촉했다. 그런데 그럴 만도 했다. 왜냐면, 우린 아까 낮에 먹은 경단과 소시지 이외엔 여태껏 아무것도 먹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시지도 못했다. 쉬지도 못했다. 그건 말도 마찬가지다. 말이 지친 듯 울음소리를 냈다.


"알겠어. 말아 너도 수고했어, 이제 좀 쉬어도 돼..."


이후 우린 말위에서 내린 뒤, 라이팅 시티를 향해 걸어나갔다.


'······.'


우린 라이팅 시티 안에 들어섰다. 주변은 어느새 캄캄해졌다.


'······.'


주변... 행인들...


(주위는 빛으로 한가득했고, 건물의 안과 밖 할 것 없이 밝게 빛났다. 그래서 눈이 부셨다. 행인들은 이리저리 정신없이 활보하며 다녔다.)


'······.'


"여기 이름값하는 장소네!"


엔비가 눈에서 불빛을 반짝였다.


"그러게···."


나는 주위를 둘러보며 대답했다. 이후 우린 앞으로 걸어나갔다.


'······.'


엔비가 졸린 지 하품했다.


"피곤해?"


나는 그를 보며 물었다.


"좀 피곤하네..."


엔비가 나를 보며 대답했다.


"그러면 말위에 올라가서 좀 쉬어. 괜찮은 곳 발견하면 깨울게···."


"그래, 내가 고생을 좀 했으니 그러도록 하마···."


이후 엔비는 말위로 올라갔다.


'······.'


나는 말과 그 위에 탄 (지금은 잠이 든) 엔비를 이끌고, 숙박업소를 찾아다녔다. 그러면서 여기저기를 둘러보게 됐는데···.


'······.'


길... 바닥... 가로등... 화분들... 꽃들...


(길은 일자로 되어있다. 바닥은 돌로 돼 있다. 너비가 꽤 됐다. 가로등은 길 양옆에 나란히 세워져 있다. 화분은 가로등 옆이나, 코너 부근에 배치되어 있다. 모양은 직사각형... 둥근 모양... 항아리 등이다. 종류는 도자기... 유리... 나무 등이다. 꽃들은 색상이 알록달록하고, 화분 안에 심어져 있다. 빨강... 파랑... 노랑... 하양... 분홍 등 색깔별로 배치되어 있다.)


'······.'


상점들...


(첫 번째, 두 번째 코너는 주로 의류... 윗도리... 바지... 드레스... 모피... 모자... 신발... 가방... 속옷... 양말 등... 세 번째 코너는 보석상... 금... 은... 동... 다이아몬드 등...)


'······.'


나는 세 번째 코너를 지나, 네 번째 코너에 들어섰다. 이곳은 건물 같은 게 따로 보이지 않았다.


'······.'


잡상인들... 탁자... 물건들...


(상인들은 길거리 여기저기에 자리 잡고 있다. 탁자는 나무로 된 것... 네모난 것... 동그란 것... 붉은색 카펫이 깔린 것... 하얀색 천이 깔린 것 등 종류가 다양했다. 물건들은 반짝거리는 게 대부분이었는데, 도금된 목걸이... 반지... 팔찌... 귀걸이... 스테인리스 제품... 시계... 벨트 등 주로 액세서리 위주다.)


'······.'


한 상점...


(다른 곳과 차이는 거의 없다. 하지만 그곳은 확실히 눈에 띄었다. 정확하게는 그것이라고 부르는 게 더 나을 것이다.)


'······.'


나는 잠깐 눈을 감고 떴다. 그러자 그것은 어느샌가 내 눈앞에 서 있었다. 정확하게는 내가 어느샌가 그것의 앞에 서 있었다.


'내가 왜 여기 있지?'


나는 어안이 벙벙한 채로 주위를 둘러봤다. 그러고는 앞을 바라봤다.


'······.'


붉은 눈빛... 흰색 두건... 연보랏빛 베일... 하얀색 의상... 장신구들...


(두 눈동자만 보였다. 피부는 갈색이다. 가슴이 꽤 크다. 두건은 머리 위에 칭칭 감겨있다. 베일은 입과 코를 가렸다. 의상은 배꼽을 드러내고 있다. 몸 주위에는 금빛 장신구들이 매달려 있다. 마치 무희 같은 복장이었다.)


'······.'


"기이한 운명을 타고 흘러오셨군요···."


그녀가 나긋이 말했다.


"그게 무슨 말이죠?"


나는 그녀에게 물었다.


"존재는 하나, 존재하지 않는··· 이곳에 있으나, 있어서는 안 될···."


'······.'


"당신은 어쩌다가 이런 곳으로 흘러들어오게 된 것인가··· 그것은 자의지? 혹은 다른 누군가의?"


'······.'


"기이한 운명을 지닌 당신··· 그 때문에 아프고, 슬플 때가 언젠가 반드시 있을 것이고, 또 들이닥칠 테지만, 그 속에서 즐겁고, 기쁜 일 또한 반드시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 끝은 아무도 알 수 없으니... 당신이 향하게 될 그곳은 영원인가? 아니면 파멸인가? 이거 무척이나 기대되는군요. 그럼 당신의 앞길에 무운이 깃들길 바라며···."


갑자기 저 너머에서 거센 바람이 불어왔다. 그 때문에 나는 두 눈을 감았다.


'······.'


눈을 뜨자, 나는 아까 와는 다른 장소에 서 있었다. 이후 난 고개를 들어 앞쪽을 바라봤다. 그러자 웬 큰 건물 하나가 보였다.


'이게 무슨...'


실로 기이한 일이었다.


'······.'


건물... 창문...


(건물은 6층이다. 크다. 주황색이다. 외견은 층 케이크 같은 모양이다. 위로 올라갈수록 조금씩 좁아졌다. 창문은 세로로 길쭉한 타원 모양이고, 안에서 빛이 새어 나왔다.)


'······.'


뭔가 먹음직스러워 보이기도 편안해 보이기도 했다. 나는 말을 이끌고, 입구 쪽으로 향했다.


'······.'


간판... 문...


(간판은 초록색이다. 노란색 글자로 뭐라고 적혀있다. 문은 나무로 되어있고, 중앙 부근에는 분홍색 둥근 간판이 주황색 줄에 매달려있다. 그리고 노란색 글자로 뭐라고 적혀있다. 문고리는 당근같이 생겼다.)


'······.'


'희한하네···.'


비록 난 글자를 알아볼 순 없더래도 이곳이 어디고, 무엇을 하는 장소인지 대강 분간이 됐다. 그렇다. 이곳은 바로··· 나는 그러한 확신과 함께 엔비를 깨웠다.


"도착했어?"


엔비가 비몽사몽한 채 내게 물었다.


"아마···."


"샹들레?"


엔비가 간판을 보며 말했다. 이후 우린 말을 근처 부근에 묶어둔 채 그곳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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