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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건물 내부에 들어섰다. 빛이 위쪽에서부터 비췄다.
'······.'
천장... 바닥... 계단...
(천장은 하얀색이다. 바닥은 회색 대리석으로 되어있다. 계단은 나선형 모양이다. 그것은 쇠로 되어 있다. 너비는 꽤 넓었다.)
'······.'
우린 시끌벅적한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향했다.
'······.'
손님들...
(누군가는 뭔가를 먹고 있다. 누군가는 뭔가를 마시고 있다. 누군가는 수다를 떨고 있다. 그렇게 손님들은 저마다 자리를 한가득 메우고 있다.)
'······.'
"배고프니깐 우리도 어서 아무거나 시켜서 먹자···."
엔비가 내 옷깃을 당기며, 재촉했다.
"알겠어, 저기요!"
난 멀찌감치 떨어진 곳에 서 있는 여성을 불렀다.
"네!"
그녀가 뒤돌아서며, 대답했다.
'······.'
붉고 긴 머리카락... 갈색 반소매 원피스...
(머리카락은 현재 땋고 있다. 원피스 밑단은 무릎 아래로 조금 내려갔다. 그리고 목 부분과 소매 부분과 치마 밑단 끄트머리 부분에 하얀색 장식이 매달려있다.)
'······.'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그녀가 내 앞으로 다가와서 물었다.
'······.'
연두색 눈동자...
뭔가 낯이 익었다. 그것도 아주 많이···.
'······.'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것 같은데?'
난 고개를 갸우뚱했다.
'······.'
'혹시?'
"아까 주황색 팬···."
"예쁜 종업원 아가씨, 여기 머나먼 여행길에 굶주리고, 지친 행인 둘에게 자리 하나랑 먹을 것 좀 내어 줄 수 있겠어?"
엔비가 그녀에게 자연스럽게 주문했다.
"고양이가 서 있잖아? 게다가 사람처럼 말도 하네?"
그녀의 눈이 커지고, 당황스러운 반응을 했다.
"고양이? 아가씨··· 혹시 서 있는 동물은 처음 보시나? 그리고 난 고양이가 아니라고! 알겠어?"
엔비가 그녀에게 성질을 냈다. 그러자 그녀는 잠시 눈치를 보더니 이내 크게 한숨을 한 번 내쉬었다.
"잠시 실례를 범했군요. 혹시라도 기분이 상하셨다면 죄송합니다... 자리는 저쪽에 한자리 남아 있으니 그곳에 앉으시면 되고, 먹을 건 이제 곧 따로 내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밖에 말도 한 마리 있는데, 걔도 좀 부탁할게요! 그 애는 평범하니깐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알겠습니다."
그녀가 웃으며 대답했다.
'······.'
우린 아까 그 종업원이 지목해 준 자리에 착석했다. 그곳은 오른쪽 끄트머리 2번째 줄이다. 나는 식사가 나오기 전 딱히 할 일도 없어서 홀 내부나 잠깐 둘러보기로 했다.
'······.'
홀... 천장... 조명... 바닥... 주방... 계산대... 테이블... 의자... 손님들... 종업원들...
(홀은 널찍하다. 천장은 하얀색이다. 조명은 큰 샹들리에 3개가 나란히 매달려 있다. 바닥은 노란색이다. 주방은 개방돼 있다. 계산대는 입구 바로 옆에 있다. 테이블은 가로 5 x 세로 3. 다 은색으로 빛났고, 동그랗고, 깔끔하다. 중앙엔 전구 문양이 새겨져 있다. 의자는 자리마다 3 ~ 5개씩 배치되어 있다. 종업원은 아까 그 사람 말고도 1명 더 있다.)
'······.'
"여기서도 저기서도 다들 고양이 취급이라니··· 이 지긋지긋한 저주를 어서 하루빨리 풀어 버리든지 해야지···."
엔비가 무표정한 채 중얼거렸다. 난 그런 엔비를 보며 콧방귀를 뀌었다.
'······.'
음식들...
(고기와 채소가 잘게 잘려 들어간 따뜻한 수프... 살짝 익혀져 소스 칠이 된 고기... 촉촉한 식빵... 콘치즈... 살짝 데워진 우유...)
'······.'
이런저런 음식들이 서빙 카트에 실려, 상 위에 올라왔다. 엔비는 음식들을 보며 환호했다. 이후 그는 상 위에 놓인 음식들을 게걸스럽게 먹어 치우기 시작했다.
"필요하면 또 불러 주세요."
그녀는 다른 볼일을 보러 갔다.
'분명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것 같은데···.'
나는 빵 한 조각을 들어, 우물우물 거리며 그녀를 바라봤다.
'······.'
식사가 끝난 뒤, 우린 4층으로 갔다.
'······.'
천장... 벽... 바닥... 전구... 복도... 방... 문... 간판...
(천장과 벽은 하얀색이다. 바닥은 회색 대리석으로 되어있다. 전구는 깔때기 안에 담겨있다. 복도는 넓고, 꽤 길었다. 방은 양쪽에 6개씩, 지그재그 방향으로 배치돼 있다. 문은 회색 쇠문이다. 간판은 검은색이다. 그곳엔 하얀색 글씨로 뭐라고 적혀 있다.)
'······.'
우린 오른쪽 끄트머리 방으로 향했다. 숙소 문을 열자, 내부는 어두컴컴했다. 그래서 나는 바로 왼쪽에 있는 하얀색 똑딱이를 눌렀다. 그러자 방의 불이 들어왔다.
'······.'
천장... 벽... 바닥... 창문... 커튼... 탁자... 카펫... 조명... 소파... 옷장... 침대... 베게... 이불...
(바닥은 나무 소재로 되어있다. 천장과 벽은 그것보다 색이 좀 옅다. 창문은 미닫이 식이다. 커튼은 연한 노란색이다. 탁자는 나무 소재고, 둥글다. 카펫은 탁자 밑에 깔렸고, 초록색이고, 네모난 모양이다. 조명은 깔때기 안에 담겨있다. 소파는 가죽으로 되어 있다. 옷장은 나무 소재다. 양쪽 여닫이 식이다. 침대는 작다. 베개는 하얀색이다. 총 2개다. 이불은 하얀색이다.)
이곳은 전체적으로 아늑하면서도 깔끔했다.
'······.'
나는 방문을 닫았다. 이후 짐은 탁자 위에 올려놨다. 그러고 나서 엔비와 함께 침대에 누웠다. 그러자 피로가 금세 몰려왔다.
"엔비, 저 종업원 왠지 낯익지 않아?"
나는 천장을 보며 말했다.
"그게 무슨 말이야?"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것 같아서···."
"언제?"
"그게···."
'······.'
나는 아까 오전 일을 거론하며 설명했다.
"나중에 물어보면 알게 되겠지..."
엔비는 별 신경 쓰지 않는 듯했다.
'······.'
눈을 뜨자, 밝게 빛나는 조명이 보였다. 엔비는 현재 내 옆에서 자고 있다. 아무래도 졸려서 깜빡 잠이 든 모양이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불을 끈 뒤, 커튼을 젖히고, 창문을 살짝 열었다. 그러자 주변에 있는 숙박업소들이 보였다. 여기도 특이하게 생겼지만, 다른 곳도 특이하게 생긴 건 매한가지였다. 그리고 꽤 늦은 시간대인 것 같음에도 불구 주변을 배회하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잠이나 더 잘까?'
피곤했다. 그런데 다른 한편으로는 씻지를 않았더니 이게 좀 불편했다. 그래서 나는 씻기로 했다.
'······.'
1 층으로 내려가자, 홀 쪽에 불이 켜져 있었다. 그런데 아까와는 달리 조용했다. 다들 자러 간 모양이다.
'어디서 씻어야 하지?'
나는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러던 도중 어딘가가 눈에 띄었다. 그곳은 지하로 통하는 길이었다. 이곳은 내가 방금 타고 내려온 계단과 이어져 있다. 나는 호기심에 그곳으로 향했다.
'······.'
좀 어두웠다. 내려가는 동안에는 좀 어두웠지만, 그래도 막상 지하에 도착하고 나니 위에서 조명이 밝게 빛나고 있었다.
'······.'
천장... 바닥... 조명... 길...
(천장은 하얀색이다. 바닥은 회색 대리석이다. 조명은 깔때기 안에 담겨있다. 길은 양 갈래로 되어있다. 왼쪽은 분홍색, 오른쪽은 초록색, ㅁ l ㅁ 이런 구도이다.)
'······.'
저마다 위쪽에 뭐라고 적혀 있었는데, 난 읽을 줄 모르니 왼쪽으로 향했다. 그렇게 ㄴ 이런 식으로 길을 타고 쭉 들어가자, 어떤 현장이 보였다.
'······.'
천장... 장판... 조명... 사물함... 문... 테이블... 수건... 통...
(천장은 하얀색이다. 장판은 노란색이다. 조명은 동그랗다. 사물함은 쇠로 되어있고, 문은 유리고, 밀고 당기는 식이다. 테이블은 직사각형 모양이고, 검은색이다. 그 위에는 빨간색 수건들이 가득 올라가 있다. 통은 문 옆에 있고, 하얀색이고, 동그랗다.)
'······.'
이곳은 아무래도 목욕탕 같다. 나는 그런 확신과 함께 오른쪽 아래 첫 번째 칸에 내 옷을 벗어 넣은 뒤, 목욕탕 내부로 향했다.
'······.'
이곳은 꽤 신기하게 생긴 목욕탕이었다.
'······.'
천장... 바닥... 벽... 기둥들... 공간... 탕... 샤워기... 거울... 의자... 바가지...
(천장은 분홍색이다. 그곳엔 여인이 아이를 안고 있는 그림... 하트... 어린 에로스 등이 그려져 있다. 바닥과 벽은 연분홍색 타일로 돼 있다. 기둥은 검은색이다. 가로 3 x 세로 3. 누워서 쉴 수 있는 공간이 끄트머리에 있다. 그것은 직사각형이고, 돌로 된 소재이며, 거의 6인 이상 수용이 가능할 것 같다. 탕은 하나뿐이고, 모양은 타원형으로 널찍하고, 테두리는 검은색이다. 목욕물은 붉은빛을 띠었고, 그 위에는 뭔가 둥둥 떠다녔다. 의자는 작고, 플라스틱으로 되어 있으며 빨갛다. 바가지도 마찬가지...)
'······.'
나는 간단히 씻은 뒤, 목욕을 시작했다. 물 온도가 괜찮았다. 그런데 이곳에선 웬 꽃 냄새 같은 게 났다.
'장미인가?'
'······.'
누군가가 목욕탕 안으로 들어왔다.
'이 시간에 누구지?'
수증기 때문에 잘 안 보였다.
"지금 씻는 거예요?"
누군가가 내 앞으로 다가와 말했다.
'······.'
붉은색 긴 머리카락과 눈썹... 둥근 얼굴...
앞 머리카락은 길다. 기장은 허리를 덮을 정도까지 내려갔다. 눈썹은 옅다. 눈은 크다. 눈동자는 연두색이다. 코는 작다. 피부는 하얀색이다.
누군가 했더니 홀 종업원이었다. 그녀는 지금 몸을 빨간색 긴 수건으로 가리고 있다.
'······.'
"방금 일어나서 씻으러 왔어요."
"그랬군요··· 이런 곳에서 뵙다니 우연이네요!"
"그러게요···."
나는 멋쩍게 웃으며 대답했다.
'왜 여기 들어온 거지?'
의문이다.
'······.'
그녀는 목욕 전, 간단히 씻고 나서 발가벗고 탕 속으로 들어왔다. 몸을 두르고 있던 긴 수건은 현재 접어서 머리 위에 올려둔 상태다.
"혹시 여행이라도 다니시고 계신 거예요?"
'내가 지금 여행을 다니고 있는 게 맞나?'
맞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긴가민가했다.
"네···."
나는 대충 얼버무렸다.
"여행이라... 부럽네요. 그런데 어디로 향하고 계신 거예요?"
'······.'
"이곳저곳···."
"어린 나이에 여행을 다니면 힘들지 않아요?"
'······.'
"네···."
"그 말 하는 고양이는 도대체 뭐죠?"
"말하는 고양이요?"
"네, 그 사람처럼 행동하는···."
아무래도 엔비 얘기를 하는 것 같다. 그런데 난 딱히 할 만한 얘기가 없었다. 실제로 알고 있는 것도 거의 없다. 그래서 대답하지 않았다.
"초면에 너무 꼬치꼬치 캐물었나 보네요···."
"괜찮아요··· 그런데 우리 혹시 어디선가 본 적 있지 않나요?"
"언제요?"
"아까 낮에···."
"낮이요?"
"네, 그분 맞죠?"
'······.'
"글쎄요?"
"네?"
"농담이에요."
그녀가 씩 하고 웃었다.
"그런데 왜 그런 곳까지 가신 거예요?"
나는 멋쩍게 웃으며 물었다.
"단순히 산책하러 나갔던 것뿐이었는데, 정신 차려 보니깐 어느새 좀 멀리까지 나갔지 뭐예요?"
"그랬군요···."
"그나저나 제 나이대 또래를 보는 건 또 오랜만인지라 왠지 반갑네요! 저보다 나이가 어리신 거 같으니 말 놓아도 되죠?"
"편한 대로 하세요."
별 상관없었다.
"넌 이름이 뭐야?"
"잭이요."
"잭? 꼭 남자 이름 같네! 내 이름은 샹들레야. 앞으론 샹들레 언니라고 불러!"
그녀가 웃으며 말했다.
'······.'
"저기···."
"왜 그래?"
"저 남자 맞는데···."
'······.'
그녀가 화들짝 놀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남자?"
그녀가 말을 더듬었다.
"네···."
"남자애가 왜 여기 들어와 있는 거야?"
'글자를 못 읽어서? 뭐라고 대답해야 하지?'
난감했다. 그런데 그전에 더 큰 문제가 하나 있었다.
'······.'
"저기···."
난 눈치를 보며 말했다.
"왜 그래?"
그녀가 눈을 껌벅이며 대답했다. 난 그녀의 몸을 잠깐 본 뒤, 시선을 옆으로 돌렸다. 그러자 그녀가 밑을 한 번 보더니 비명을 지르며, 몸을 가리고는 자리에 주저앉았다.
"지금 어딜 보는 거야!"
"그게 아니라···."
나는 천장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딱히 보고 싶어서 본 것도 아닌데···.'
솔직히 볼 것도 없었다.
"잭···."
"네?"
"모르고 그런 것 같으니 한 번 봐줄 게···."
그녀가 낮게 말했다. 난 그녀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난 먼저 나가 볼 게···."
이후 그녀는 목욕탕 밖으로 나갔다. 그녀가 나간 뒤, 나는 차가운 물로 간단히 샤워하고 나서 목욕탕 밖으로 나갔다. 이후 나는 옷을 입고 위층으로 향했다. 그러다가 잠시 2층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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