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협 속 무림인이 환생 능력을 얻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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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세바퀴
작품등록일 :
2026.01.04 20:29
최근연재일 :
2026.01.20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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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1.04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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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DUMMY


빈말로도 좋은 상태라고는 할 수 없는 몸상태였다.


제대로 된 음식을 먹은게 언제였는지 조차 모르겠을 정도로 온 몸에는 힘이 들어가지 않았고


몸은 너무 말라 뱃가죽이 등과 붙을 지경이었다.


“하...”


강진의 입에서 헛웃음이 새어 나왔다.


명문가 소가주에서, 하루하루 밥을 먹는 것 조차 사치로 느껴질 듯한 거지 소년의 몸으로.


이 삶이 시스템이 말한 최하급 인생인가.


“100포인트짜리 인생이란게 이런거였군. 완벽하네.”


강진의 자조 섞인 중얼거림에, 닭다리를 뜯던 거구의 사내가 인상을 찌푸렸다. 가장 큰 고기를 차지하고있는 것으로 보아 이 무리의 우두머리, ‘왕초’인 듯했다.


“뭐라고 씨부리냐? 야, 똥개! 너 오늘치 상납금 못 채웠지?”


왕초가 먹던 닭뼈를 강진에게 던졌다. 툭. 뼈다귀가 강진의 이마를 맞고 떨어졌다.


“밥 없다고 했잖아, 이 새끼야. 어디서 눈을 똥그랗게 뜨고 쳐다봐?”


왕초의 눈짓에 옆에 있던 부하가 킬킬거리며 일어났다. 그는 강진에게 다가오더니, 익숙하다는 듯 손을 들어 올렸다.


“형님이 말씀하시면 대답을 해야 할 거 아냐! 콱 씨!”


부하의 손바닥이 강진의 머리통을 향해 날아들었다.


전생의 강진이었다면 무의식적으로 기를 몸에 두르거나,


몸에 공력을 실어 한 손가락 만으로도 상대를 무력화시킬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소년의 단전은 텅 비어있었다. 내공은커녕, 걷기조차 힘든 몸뚱이.


그러나.


‘보인다.’


강진의 눈동자가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몸은 바뀌었어도, 영혼에 새겨진 '감각'은 그대로였다.


일류 고수였던 그의 눈에, 시정잡배의 손찌검은 하품이 나올 정도로 느렸다.


탁.


“어?”


부하의 눈이 커졌다. 자신의 손목이 허공에서 멈췄다. 앙상한 뼈밖에 없는 강진의 손이, 부하의 손목 관절을 정확하게 쥐고 있었다.


“이게... 미쳤냐?”


부하가 강진의 손을 힘으로 뿌리치려 했다. 곳 굶어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영양실조 소년의 몸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성인 남성의 완력.


하지만 강진은 그 힘을 역이용했다. 상대가 당기는 방향으로 몸을 살짝 틀며, 손목을 반대 방향으로 비틀었다.


지렛대의 원리. 그리고 인체의 구조를 꿰뚫는 무인의 기술.


우드득!


“아아악!!”


섬뜩한 파열음과 함께 부하의 비명이 폐가에 울려 퍼졌다. 손목이 기괴한 각도로 꺾였다.


부하가 고통에 몸부림치며 허리를 숙이자, 강진의 팔꿈치가 정확하게 놈의 명치를 파고들었다.


퍽!


“컥...!”


단 한 번의 타격. 부하는 눈을 까뒤집으며 거품을 물고 쓰러졌다.


정적. 닭다리를 뜯던 왕초와 나머지 거지 둘이 입을 떡 벌린 채 굳어버렸다.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가. 매일 맞고 살던 비실이 ‘똥개’가, 덩치 큰 부하를 순식간에 기절시켰다.


“이... 이 새끼가...?”


왕초가 당황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가 옆에 있던 몽둥이를 집어 들었다.


“죽고 싶어서 환장했구나! 얘들아, 밟아!”


나머지 둘도 욕설을 퍼부으며 달려들었다. 삼 대 일. 상대는 성인 남성 셋, 강진은 병든 소년 하나. 누가 봐도 승패가 뻔한 싸움이었다.


하지만 강진은 침착했다. 그는 바닥에 굴러다니던, 땔감으로나 쓸법한 부러진 나무 막대기 하나를 집어 들었다.


손에 잡히는 감각이 형편없었다. 무게 중심도 맞지 않고, 썩어서 금방이라도 부러질 것 같았다.


‘뭐, 이 정도면 충분해.’


강진의 눈빛이 변했다. 살기(殺氣). 수십, 수백 번의 실전에서 다져진 진짜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


기껏해야 같은 거지들이나 협박하며 살아왔을 단순한 왈패들은 평생 겪어보지 못한 서늘한 기운에 왕초가 흠칫했다.


하지만 상대가 고작 소년 하나임을 상기했는지, 왕초는 이내 표정을 구기며 외쳤다.


“쳐라!!”


왕초가 몽둥이를 휘둘렀다. 붕-! 허공을 가르는 소리만 요란할 뿐, 강진이 보기엔 빈틈투성이인 공격.


강진은 몸을 낮춰 몽둥이를 피했다. 동시에 그의 손에 들린 나무 막대기가 뱀처럼 휘어졌다.


근력은 약하고, 몸을 감싸는 내공도 없다. 하지만 '초식(招式)'은 여전히 강진의 기억에 선명히 남아있었다.


청풍검 제1식, 미풍부(微風拂).


탁! 타닥!


“윽!”


“악!”


강진의 막대기가 정확하게 거지들의 급소를 타격했다. 인중, 목울대, 정강이뼈. 치명적이진 않지만, 당장 전투 불능 상태로 만들기엔 충분한 부위들.


10초. 그들이 바닥을 기는 데 걸린 시간이었다.


“으으으...”


왕초는 자신의 목울대를 부여잡고 켁켁거렸다. 숨이 쉬어지지 않아 얼굴이 보라색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강진은 천천히 왕초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그의 머리채를 잡아 억지로 고개를 들어올렸다.


“커헉... 사, 살려...”


왕초의 눈에 공포가 서렸다. 이건 똥개가 아니었다. 악귀다. 눈빛이 사람의 것이 아니었다.


강진은 나뭇가지처럼 마른 손가락으로 왕초의 뺨을 톡톡 쳤다.


“묻는 말에만 대답해.”


“네, 네! 뭐든지...!”


“지금이 몇 년도지?”


왕초는 뜬금없는 질문에 당황했지만, 살기 위해 헐떡이며 대답했다.


“화, 황력... 황력 312년... 312년입니다요!”


“......!”


강진의 손이 멈췄다. 황력 312년. 그의 기억 속에 멈춰있던 시간은 황력 302년이었다.


가문이 멸망하고, 자신이 흑사련의 칼에 목이 베였던 그날 밤.


‘10년...’


강산이 변한다는 세월이 흘렀다. 강진은 멍하니 허공을 응시했다. 10년 동안 세상은 어떻게 변했을까. 흑사련은 여전히 암약하고 있을까.


아니면 이미 이 창운도를 집어삼켰을까.


‘오히려 좋아.’


강진의 입꼬리가 비틀렸다. 10년이면, 죽은 사람은 잊히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흑사련 놈들도 강씨세가의 생존자 따위는 신경 쓰지 않을 것이다.


그들의 기억속에 강씨세가는 이미 지워진지 오래일 것이고, 자신은 어둠 속에서 힘을 키울 수 있다.


철그럭.


강진은 왕초의 품을 뒤져 숨겨둔 은자 주머니를 찾아냈다. 묵직했다. 거지 주제에 제법 많이도 모았다.


“이건 치료비로 챙겨가도록 하지.”


강진은 은자를 품에 넣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바닥에 널브러진 거지들은 감히 그를 쳐다보지도 못했다.


폐가 밖으로 나오자, 붉은 노을이 하늘을 물들이고 있었다. 10년 전, 그날 밤의 불길처럼 붉은 하늘.


강진은 앙상한 주먹을 꽉 쥐었다.


몸은 비루했고, 가진 것은 쥐뿔도 없었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소중한 새로운 삶을 얻었다.


“기다려라.”


바람에 실린 그의 목소리는 작았지만, 그 안에 담긴 독기는 10년의 세월을 넘어 더욱 진해져 있었다.


“지옥 끝까지 쫓아가서, 이 빚은 반드시 받아낼 테니.”



***



짤그랑.


주머니 속에서 은자가 부딪치는 소리가 경쾌했다. 강진은 불쾌한 냄새가 진동하는 폐가를 뒤로하고 거리로 나섰다.


섞여가며 혼란스러웠던 기억은 어느새 정리되어 강진은 거지 소년의 비루했던 과거를 하나하나 떠올릴 수 있었다.


기억도 못할 어린 시절에 버려져, 여러 거지 소굴을 전전하며 하루하루 목숨을 연명하던 삶.


흘러흘러 서쪽 주요 도시 중 하나인 낙성현(落星縣)에 자리를 잡았지만,


도시의 뒷골목에서 살아가는 어린 소년에게 폭력은 일상과도 같았고


소년은 무언가라도 먹을것을 얻어먹기 위해 수많은 굴욕과 위험을 감수해야했다.


‘이 상태였다면 며칠이나 더 버텼을까.’


빈말로도 멀쩡한 상태라고는 말하기 힘들 듯 한 몸상태.


아마 불가능했을 것이다. 아니, 어쩌면 이 몸의 원래 주인은 이미 숨을 거두었을지도 모른다.


이미 소년의 영혼이 떠난 육신에 자신의 영혼이 깃든 것이라 생각하는 편이, 윤회(輪廻)로서는 훨씬 자연스러웠으니까.


강진은 가슴 한구석을 짓누르는 묘한 감정을 느꼈다.


누군가의 인생을 통째로 가로챘다는 두려움, 그리고 그 뒤를 잇는 죄책감. 그는 애써 그 감정들을 털어내며 생각에 잠겼다.


‘어쩌면 저승에서 나를 원망하고 있을지도 모르겠구나. 너에게 큰 빚을 졌다.’


거친 손마디를 내려다보던 강진의 눈빛이 서늘하게 가라앉았다.


‘그래. 네게 진 빚을 다 갚을 수는 없겠지만······.’


입술 사이로 낮은 읊조림이 새어 나왔다.


‘간단한 복수 정도는 대신 해주마. 그리고 너의 삶을, 내가 대신 살아가겠다. 누구보다 치열하고 당당하게.’


소년에 대한 감사와 작은 다짐을 마음속에 품으며, 강진은 멈춰 섰던 발걸음을 다시 옮기기 시작했다.


답을 내릴수 없을 상념에 빠져 멈춰서기엔, 강진이 품은 분노는 너무나 거대했으니.



***



황력 312년의 창운도(蒼雲島).


그중에서도 서쪽 끝에 위치한 도시 낙성현(落星縣)의 뒷골목.


그것이 소년의 기억 속에 존재하는 지역의 이름이었다.


1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지만, 밑바닥의 풍경은 변한 게 없었다.


질척거리는 진흙길, 호객행위를 하는 상인들의 고함, 그리고 구석에 웅크린 채 행인들을 노려보는 부랑자들의 눈빛까지.


‘변한 건 나뿐인가.’


강진은 자신의 앙상한 손을 내려다보았다.


영양실조로 말라비틀어진 팔목. 조금만 힘을 줘도 부러질 것 같은 이 육체가 현재의 강진이었다.


이 상태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흑사련에게 복수? 지나가던 개가 비웃을 소리다. 당장 좀 더 센 왈패를 만나면 맞아 죽기 십상인 몸뚱이다.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


체력 회복.


무구(武具) 확보.


그리고... ‘힘’을 되찾는 것.


강진의 발걸음이 시장 어귀의 포목점으로 향했다.


“거지 새끼가 여기가 어디라고 기어들어와! 재수 없게!”


가게에 들어서자마자 주인장이 소금을 뿌릴 기세로 달려들었다. 강진은 대꾸 없이 품에서 은자 한 냥을 꺼내 계산대 위에 툭 던졌다.


“......!”


주인장의 눈이 동그라해졌다. 거지의 품에서 나왔다고는 믿기 힘든 큰돈이었다.


“제일 싼 삼베옷 한 벌. 그리고 남는 돈으로 육포와 물, 튼튼한 신발을 내놔라.”


“아, 아이고! 손님, 제가 눈이 삐었나 봅니다. 잠시만 기다리십쇼!”


주인장의 태도가 손바닥 뒤집듯 바뀌었다. 역시 예나 지금이나, 금전의 논리는 무공보다 빠르고 정확했다.


잠시 후. 누더기를 벗어 던지고 깨끗한 삼베옷으로 갈아입은 강진이 가게를 나섰다.


여전히 마른 몸이었지만, 눈빛만은 형형하여 더 이상 거지로 보는 사람은 없었다.


그는 곧장 대장간으로 가서 가장 싼 철검(鐵劍) 한 자루를 샀다. 날이 무디고 균형도 엉망인 싸구려였지만, 그래도 나뭇가지보다는 나았다.


‘준비는 끝났다.’


강진은 육포를 씹으며 빈민가 외곽으로 방향을 틀었다.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지만, 그의 발걸음은 거침이 없었다.


목적지는 사람들이 발길을 끊은 지 오래된, 숲속의 버려진 사당(廢寺)이었다.


스산한 바람이 잡초 무성한 마당을 훑고 지나갔다. 지붕이 반쯤 무너져 내린 사당은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풍겼다.


강진은 사당의 본전(本殿)을 지나쳐 곧장 뒤뜰로 향했다. 그곳에는 말라버린 우물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여기군.’


마침내 원하는 것을 찾아냈다는 듯, 강진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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