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협 속 무림인이 환생 능력을 얻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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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세바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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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1.04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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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1.20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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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1.06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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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DUMMY


“괴, 괴물이다... 똥개가 아니라 괴물이야!”


강진이 녹슨 검을 어깨에 걸치며 천천히 다가가자 왕초는 뒷걸음질을 치다 돌부리에 걸려 엉덩방아를 찧었다.


“사, 살려주세요! 제가 잘못했습니다요! 제발!”


왕초는 제빨리 바닥에 엎드려 싹싹 빌기 시작했다.


바짓가랑이는 오줌이라도 지렸는지 축축하게 젖어들어가고 있었다.


강진은 말없이 왕초의 앞까지 다가갔다.


그리고 녹슨 검 끝을 놈의 눈알 바로 앞에 들이댔다.


“움직이면 뚫릴거야.”


강진의 목소리는 건조했다.


목소리에 담긴 마치 저녁 메뉴를 묻는 듯한 평온함이 오히려 더 섬뜩하게 다가왔다.


“네놈 안구 뒤에 뇌수가 어떻게 생겼는지 보고 싶은 게 아니라면 가만히 있어. 알겠나?”


“히익! 알겠습니다! 숨도 안 쉬고 있겠습니다요!”


왕초는 눈을 질끈 감고 마른침을 삼켰다.


검 끝이 눈꺼풀에 닿을 듯 말 듯 아른거렸다.


“좋아. 이제 내가 하는 질문에 대답해. 거짓말을 하거나 대답이 늦으면...”


강진이 검 끝을 살짝 눌렀다.


왕초가 꽥 소리를 질렀다.


“저기 널브러진 놈들보다 더 비참하게 만들어주지.”


왕초가 사지를 떨며 대답했다.


방금까지의 호기롭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뭐, 뭐든지 물어보십쇼!”


“여기서 ‘청운현’까지 가는 최단 경로는 어떻게 되지?”


청운현.


강씨세가의 본가가 있던 곳.


강진의 고향이자, 10년 전 멸문지화가 일어났던 그 장소.


“청, 청운현 말씀이십니까? 거길 가시게요?”


왕초가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


“왜, 안 되나?”


“아닙니다요! 다만... 그곳은 이제 사람이 거의 찾지 않는 지역이니까요. 10년 전에 귀신이 곡할 노릇으로 하룻밤 사이에 큰 저택이 불타버렸는데, 그 이후로 밤마다 원귀들이 울부짖는 소리가 들린다고 해서 아무도 얼씬도 안 합니다.”


원귀라. 강진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억울하게 죽은 가문 식솔들의 영혼이 아직 그곳을 떠돌고 있다는 말인가.


“가는 길이나 불어.”


“예, 예! 여기서 북쪽으로 난 산길을 따라 보름 정도 가면 ‘적송림’이라는 숲이 나오는데, 그 숲을 통과하면 바로 청운현입니다요. 그런데 그 산길이 워낙 험하고 맹수들도 많아서...”


“그건 내가 알아서 해.”


강진은 왕초가 불러준 약도를 대충 그려 품에 넣었다. 볼일은 끝났다.


“마지막으로.”


강진이 바닥에 떨어진 도끼를 주워 들었다.


왕초의 얼굴이 다시금 공포로 물들었다.


“사, 살려주신다고 약속하셨잖습니까!”


“살려는 주지. 하지만...”


강진은 도끼의 자루 부분으로 왕초의 무릎을 정확하게 내리찍었다.


뻑!


“끄아아악!!”


뼈가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왕초가 바닥을 뒹굴며 비명을 질렀다.


“다시는 내 눈앞에 알짱거리지 말라는 경고다. 알았나?”


강진은 쓰러진 놈들을 뒤로하고 폐사를 빠져나왔다.


소환단의 효능은 확실했다.


고작 입문 단계의 내공으로도, 실전 경험과 기술이 받쳐주니 장정 다섯을 상대하는 건 일도 아니었다.


‘하지만... 아직 부족해.’


강진은 자신의 주먹을 꽉 쥐었다. 이 정도 힘으로는 어림도 없다.


상대는 흑사련이다. 절정 고수였던 아버지조차 손 한번 써보지 못하고 죽임을 당했다.


그들을 상대하려면 적어도 절정, 혹은 그 이상의 경지에 올라야 한다.


‘가문으로 가자.’


혹시 모른다.


잿더미가 된 폐허 속에, 가족의 유품이나 단서가 남아있을지도.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강진은 북쪽 하늘을 바라보았다.



***



사흘 후.


적송림으로 향하는 산길.


강진은 낡은 철검을 등에 지고 부지런히 걸음을 옮겼다.


산세는 험했지만, 세수를 통해 강인해진 육체 덕분에 지치지 않고 걸을 수 있었다.


중간에 멧돼지나 곰 같은 맹수들을 만나기도 했지만, 이미 3류의 경지에 이른 강진에겐 한끼 식사가 되었을 뿐이었다.


덕분에 체력은 완전히 회복되었고, 실전 감각도 어느 정도 돌아왔다.


‘이제 조금만 더 가면...’


강진이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잠시 걸음을 멈추었을 때였다.


뒷덜미가 서늘해졌다.


바람 때문이 아니었다.


전생에 수없이 겪었던, 본능적인 감각.


누군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었다.


‘살기는 아니다.’


살의를 품은 시선이 아니었으나, 무언가를 관찰하는 듯한 끈적한 시선.


언제부터 따라붙었을까.


강진은 미세하게 신경을 곤두세웠지만, 고작 삼류의 내공으로는 기척을 감지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상대는 은신과 추적에 능하다. 일단 유인한다.’


강진은 짐짓 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한 척, 태연하게 다시 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그의 발길이 향하는 곳은 청운현으로 가는 산길이 아니라, 인적이 드문 깊은 계곡 쪽이었다.


한 식경(一食頃)쯤 걸었을까. 계곡의 물소리가 요란하게 들리는 공터에 도착했다.


강진은 걸음을 멈추고, 천천히 뒤를 돌아보았다.


“그만 숨고 나오시지.”


그의 목소리가 계곡물 소리에 묻히지 않고 또렷하게 울려 퍼졌다.


정적.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도 공터에는 바람에 나뭇잎 스치는 소리만이 들릴 뿐, 아무런 인기척도 없었다.


“계속 숨바꼭질이나 할 생각이면, 내가 먼저 가지.”


강진이 다시 몸을 돌려 가려던 순간.


스르륵.


머리 위 나뭇가지에서 무언가가 소리도 없이 내려앉았다.


강진은 반사적으로 뒤로 물러서며 검을 뽑아 들었다.


“호오.”


눈앞에 나타난 자는 청색 도포를 걸친 중년인이었다.


반백이 된 머리칼을 단정하게 빗어 넘기고, 허리춤에는 장식이 없는 고검(古劍)을 차고 있었다.


인상은 온화해 보였으나, 눈빛만은 깊이를 알 수 없는 심연과도 같았다.


‘고수다.’


강진의 본능이 경고음을 울렸다.


이자는 왈패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일류? 아니, 그 이상일지도 모른다.


“꼬마야, 제법이구나. 내 기척을 눈치채다니.”


중년인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을 건넸다.


“누구냐. 왜 나를 미행했지?”


강진은 경계를 풀지 않고 물었다.


혹시 흑사련의 추격자인가? 그렇다면 비록 승산이 희박하다 해도 여기서 끝장을 봐야 한다.


“미행이라니, 섭섭하구나. 나는 그저 호기심에 네 뒤를 따라왔을 뿐이다.”


“호기심?”


“그래. 거지꼴을 하고서 일류 고수의 검법을 흉내 내는 꼬맹이가 있기에 신기해서 말이다.”


강진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이자가 사당에서의 싸움을 지켜봤다는 뜻이다.


“그럼 더 볼일 없겠군. 나는 바빠서 이만.”


강진이 등을 돌리려 하자, 중년인이 가볍게 웃으며 길을 막아섰다.


“성격도 급하구나. 어디로 가는 길이냐? 혹시 청운현을 찾는게냐?”


“......!”


강진의 눈이 커졌다. 이자가 자신의 정체를 알고 있다. 더 이상 대화는 무의미했다.


타앗!


강진이 기습적으로 땅을 박찼다.


대가 누구든, 목적을 파악하려면 일단 제압해야 한다.


창!


강진의 검이 최단 거리로 중년인의 목을 노리고 날아들었다.


하지만 중년인은 피하지 않았다. 그저 가볍게 오른손을 들어 올려, 검지와 중지 두 손가락으로 강진의 검신을 튕겨냈다.


징-!


기분 나쁜 진동이 검을 타고 팔 전체로 퍼졌다.


강진은 손에 힘이 풀려 하마터면 검을 놓칠 뻔했다.


팔 전체가 저리고 감각이 없었다.


‘위험하다.’


압도적인 내공 차이.


직감이 외쳤다.


눈앞의 사내는 이제까지 만났던 상대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지금의 강진으로서는 만 번을 싸워도 이길 수 없는 상대였다.


“제법 날카로운 검세로구나. 하지만 아직 내공이 부족해.”


중년인이 여유롭게 뒷짐을 지며 말했다.


강진은 이를 악물고 다시 자세를 잡았다.


포기할 순 없었다.


여기서 빠져나가지 못하면 복수고 뭐고 끝이었으니.


“죽기 살기로 덤비는 눈빛이 마음에 드는구나. 좋다, 네 실력을 한번 제대로 보여다오.”


중년인이 처음으로 허리춤의 고검에 손을 올렸다.


차아앙!


강진이 다시 한번 돌진했다.


청풍검의 모든 초식을 연계하여, 상하좌우에서 변화무쌍한 검격을 쏟아부었다.


채챙! 챙! 채채챙!


중년인은 발걸음도 떼지 않고, 제자리에 서서 검집만으로 강진의 모든 공격을 막아냈다.


마치 어린아이가 나뭇가지를 휘두르는 것을 어른이 받아주는 듯한 모습에,


‘젠장...!’


강진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비 오듯 흘렀다.


숨이 턱까지 차올랐다.


내공은 바닥을 드러냈고, 팔다리가 천근만근 무거웠다.


“여기까지다.”


중년인이 나직이 말했다. 그가 검집으로 강진의 손목을 툭 쳤다.


딱.


“윽!”


강진은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검을 떨어뜨렸다.


손목뼈에 금이 간 것 같았다.


그대로 주저앉으려는 몸을 간신히 지탱하며, 강진은 중년인을 노려보았다.


“죽여라.”


어차피 도망칠 수 없다면, 비굴하게 목숨을 구걸할 생각은 없었다.


“허허, 성질머리 하고는.”


중년인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뜻밖의 말을 꺼냈다.


“방금 그 초식... 청풍검법의 유운식(流雲式)이지?”


“......!”


강진의 동공이 흔들렸다.


청풍검법은 강씨세가의 직계 혈족에게만 전수되는 가전무공이었다. 이자가 어떻게 초식까지 알고 있단 말인가.


“네놈이 그걸 어떻게 알고있는거지?”


강진의 목소리에 다시 살기가 실렸다.


“......역시 살아있었군. 강씨세가의 핏줄이.”


중년인은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품속에서 무언가를 꺼내 강진에게 보여주었다.


황금색으로 빛나는 작은 패.


그 표면에는 무림맹이라는 글자와 함께, 구름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경계를 풀거라, 소년. 나는 적이 아니다.”


중년인이 패를 거두며 말했다.


“나는 무림맹 산하, 감찰 부대의 백운이라 한다.”


무림맹. 강호의 정파 무림인들이 결성한 거대한 연합체.


그곳의 감찰 부대라면, 무림의 질서를 어지럽히는 자들을 비밀리에 처단하는 조직이다.


“네가 강씨세가의 검법을 사용하는걸 보았다. 멀리서 보았기에 확실치 않아 강씨세가의 생존자가 맞는지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지.”


백운이 강진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청운현으로 가는 길이라면 멈추는게 나을게다. 그곳엔 아무것도 없어. 남은건 폐허뿐이지.”


“그걸 당신이 어떻게 알지?”


“내가 그날 밤, 그곳에 있었으니까.”


백운의 목소리가 무겁게 가라앉았다. 그날 밤, 강씨세가가 멸문당하던 현장에 무림맹의 감찰사가 있었다는 말인가.


“그렇다면... 당신은 왜 우리를 돕지 않았지? 무림맹은 정파의 수호자라면서!”


강진이 울분을 토했다.


그들이 개입했더라면, 아버지와 어머니는 죽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미안하다. 우리도 너무 늦게 알았다.”


백운이 씁쓸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놈들의 움직임은 너무나 은밀했고, 너무나 빨랐다.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이미...”


그는 말을 잇지 못했다.


“변명은 필요 없어. 당장 비켜.”


강진이 비틀거리며 다시 검을 주워 들었다.


믿을 수 없다. 이자가 하는 말도, 무림맹이라는 조직도.


“복수를 원하나?”


나지막이 울려퍼지는 백운의 질문에 멈춰 선 강진의 어깨가 미세하게 떨렸다.


“당연하지. 내 목숨과 맞바꿔서라도.”


“그렇다면 나를 따라와라.”


백운이 강진에게 손을 내밀었다.


“지금 그 실력으로 놈들을 쫓아가 봤자, 너는 개죽음을 당할 뿐이다. 하지만 우리와 함께한다면...”


그의 안광이 서늘하게 번뜩였다.


“기회가 있을 것이다. 놈들을 갈가리 찢어 죽일 수 있는, 압도적인 힘을 기를 기회가.”


강진은 백운의 손을 묵묵히 내려다보았다.


머리로는 이미 알고 있었다. 이 자의 말이 옳다는 것을.


타오르는 분노가 발을 움직이게 할 수는 있어도, 삼류의 내공으로 절정의 고수를 꺾을 수는 없는 법이다.


그래, 결국 중요한 건 힘이다.


힘을, 압도적인 길러야했다.


복면인들의 습격이 있었을 때, 강진이 충분한 힘을 지니고 있었다면 가문이 멸문하는 일도 없었을 터였다.


“그 약속... 지킬 수 있나?”


강진의 갈라진 음성에 백운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답했다.


“내 이름에 맹세하지.”


머뭇거리던 강진의 손이 천천히 움직여 백운의 손을 맞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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