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협 속 무림인이 환생 능력을 얻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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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세바퀴
작품등록일 :
2026.01.04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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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1.20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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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1.07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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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DUMMY


산바람이 매서웠다. 백운을 따라 험준한 능선을 넘은 지 벌써 이틀째였다. 강진은 묵묵히 그의 뒤를 따랐다. 앙상한 다리는 후들거렸고 폐부는 찢어질 듯 가빴지만, 결코 멈추지 않았다.


백운은 가끔 뒤를 돌아보며 묘한 눈빛으로 강진을 살폈다.


“독하구나. 삼류의 내공으로 이 험로를 군소리 없이 따라오다니.”


“죽은 가문의 사람들을 생각하면 이 정도 고통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강진의 무미건조한 대답에 백운이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그는 걸음을 멈추지 않은 채 말을 이었다.


“10년 전, 그날 밤을 기억하느냐?”


“잊을 리가 있겠습니까.”


강진의 눈이 서늘하게 가라앉았다. 불타는 연회장, 아버지의 잘린 목, 그리고 뺨에 새겨진 검은 뱀의 문신. 모든 것이 어제 일처럼 생생했다.


“그날 습격당한 것은 너희 강씨세가 뿐만이 아니었다.”


백운의 목소리가 낮게 깔렸다.


“같은 날, 창운도 곳곳에서 이름만 대면 알만한 명문 세가 열두 곳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대도 박가, 빙궁 설가, 창해 문가······. 창운도의 기둥이라 불리던 세가들이 하룻밤 사이에 뽑혀 나갔지.”


강진의 걸음이 멈칫했다. 습격을 당한 것이 강씨세가만이 아니라는 것은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무림맹은 10년 동안 그들의 정체를 쫓았다. 하지만 놈들은 유령 같았지. 꼬리를 잡았다 싶으면 스스로를 자르고 어둠 속으로 숨어버렸다. 우리가 알아낸 것은 단 두가지 뿐이다.”


백운이 강진을 돌아보며 단호하게 말했다.


“놈들은 스스로를 ‘흑사련(黑蛇聯)’이라 부르며, 이 창운도가 아닌 저 바다 건너로부터 넘어왔다는 것.”


‘역시······.’


강진은 입술을 깨물었다. 무림맹은 배후의 존재가 흑사련이라는것까지 눈치채고 있었다.


“우리는 칼이 필요하다.”


백운이 나직하게 대답했다.


“그리고, 놈들에게 원한을 품고 놈들을 죽이기 위해서라면 영혼이라도 팔 준비가 된 너 같은 생존자들은, 그 누구보다도 칼이 되기 적합하지.”


강진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무림맹은 자신을 이용하려 한다. 흑사련, 혹은 그 배후를 치기 위한 소모품으로.


하지만 그것이 어쨌단 말인가.


‘나 역시 무림맹을 이용하면 그만이다.’


개인이 거대 조직의 정보를 얻고 자원을 활용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무림맹이라는 거대한 호랑이의 등에 올라탈 수 있다면, 혼자서 그들을 찾아다니는 것보다 수천 배는 빠르게 복수에 다가갈 수 있다.


“좋습니다. 그 칼이 되어드리죠.”


강진의 짧은 대답에 백운이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



두 사람은 사흘 밤낮을 쉬지 않고 달렸다. 마침내 도착한 곳은 창운도에서도 가장 험준하기로 소문난 ‘천악산’의 깊은 골짜기였다.


백운이 가리킨 곳은 깎아지른 듯한 절벽 아래, 안개가 자욱하게 깔린 깊은 계곡이었다.


“저곳이 낙화곡(落花谷)이다. 세상에는 존재하지 않는 장소. 그리고 너처럼 모든 것을 잃고 오직 복수만을 위해 살아가는 망자들의 집결지이기도 하지.”


계곡 아래로 내려가는 길은 기괴했다. 자연적으로 형성된 동굴과 인공적으로 깎아 만든 암도가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강진은 백운의 뒤를 따라 거대한 폭포 뒤편의 비밀 통로를 통과했다.


쏟아지는 물줄기가 만들어내는 굉음을 뚫고 들어가자, 상상도 못 했던 광경이 펼쳐졌다.


“······!”


사방이 수백 척의 절벽으로 막혀 있는 거대한 분지. 그곳에는 수십 채의 건물이 들어서 있었다.


그리고 그 중앙의 거대한 연무장.


“하압!”


“죽어!”


서늘한 쇳소리와 거친 기합 소리가 계곡 전체를 울리고 있었다. 강진의 눈이 가늘어졌다. 백여 명에 달하는 소년과 소녀들이 미친 듯이 목검과 철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그들의 움직임에서는 어린아이 특유의 활기같은건 찾아볼 수 없었다. 대신 그 자리를 채운 것은 지독한 독기와 살의였다. 검을 휘두르는 팔이 부들부들 떨리고, 손바닥이 터져 피가 배어 나오는데도 그들은 멈추지 않았다.


어찌보면 수련이라기보다도 스스로를 깎아내어 칼날로 만드는 고문에 가까운 행동들.


“저들은 10년 전 멸문당한 가문들의 생존자들이다.”


백운이 연무장을 내려다보며 설명했다.


“무림맹은 지난 10년 동안 흩어진 생존자들을 하나둘씩 찾아내 이곳으로 모았다.”


강진은 아이들의 눈을 살폈다. 하나같이 시퍼런 독기가 서려 있었다. 그들은 서로를 동료로 보지 않았다. 누가 먼저 강해져서 복수의 기회를 선점할 것인가. 누가 더 잔혹해질 수 있는가. 그것만이 그들의 유일한 관심사처럼 보였다.


“너의 동료이자, 경쟁자가 될 아이들이지.”


“지옥이로군.”


강진은 나직하게 읊조렸다.


“가자. 곡주(谷主)님께 보고해야 한다.”



***



백운을 따라 계곡 중심부에 위치한 가장 큰 전각으로 향했다. 전각 앞에는 ‘낙화정(落花亭)’이라는 현판이 걸려 있었다.


전각 안으로 들어서자, 상석에 앉아 있던 한 노인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검은 눈동자와 대비될 정도로 하얗게 센 눈썹과 머리카락. 하지만 그가 내뿜는 위압감은 백운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묵직했다.


‘최소 절정의 고수.’


강진은 직감했다. 무림맹의 원로급 인물이 이곳의 책임자로 와 있었다.


“백운, 돌아왔는가.”


노인의 목소리는 메마른 낙엽이 굴러가는 듯 건조했다.


“예, 곡주님. 백운, 복귀했습니다.”


“옆의 아이는?”


“10년 전 멸문되었던 강씨세가의 생존자입니다.”


노인의 시선이 강진에게 꽂혔다. 마치 영혼까지 꿰뚫어 보는 듯한 날카로운 감각. 강진은 그 시선을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마주 보았다.


“......”


노인의 눈에 미세한 의구심이 스쳤다.


“강씨세가라... 창운도에서 청풍검법으로 이름을 날리던 명문이었지. 소가주인 강호연은 제법 쓸만한 재목이었는데, 안타깝게 되었어.”


노인은 강진을 아래위로 훑어보더니 차갑게 덧붙였다.


“그런데 데려온 아이는 영 형편없군. 뼈만 남은 몰골에, 이제 막 삼류의 문턱을 넘은 수준이라니. 강가의 핏줄이라기에 기대했는데, 고작 이 정도인가?”


노인의 말에는 노골적인 실망감이 섞여 있었다. 그의 옆에 서 있던 무사들도 비웃음 섞인 시선을 보냈다. 하지만 강진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경지는 낮을지 몰라도, 검에 실린 도까지 낮은 건 아닙니다.”


강진이 덤덤하게 대꾸하자, 노인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오호, 입은 살아있구나. 좋다. 이곳 낙화곡은 오직 실력으로만 자신을 증명하는 곳이다. 네가 강가의 이름을 이을 자격이 있는지, 아니면 그저 운 좋게 살아남은 겁쟁이인지 조만간 밝혀지겠지.”


노인이 백운에게 손짓했다.


“데려가라. 당장 오늘부터 훈련에 참가시켜. 버티지 못하면 그대로 버려도 좋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놈들의 목을 물어뜯을 사냥개지, 슬퍼하는 것 말곤 할줄 아는게 없는 어린애가 아니니까.”


“예, 곡주님.”


백운이 강진을 데리고 전각을 나섰다. 밖으로 나오자, 연무장에서 수련하던 아이들의 시선이 일제히 강진에게 쏠렸다.


서늘한 시선. 마치 새로운 경쟁자, 혹은 먹잇감을 탐색하는 맹수의 눈빛과 같았다.


“교관님께서 새로운 녀석을 데려오셨군.”


“꼴을 보니 어디 거지 소굴에서 굴러먹다 온 것 같은데?”


“쳇, 저런 비실이에게도 기회를 주다니. 무림맹도 한물갔군.”


아이들의 수군거림이 귓가에 꽂혔다. 노골적인 무시와 비웃음. 하지만 강진은 전혀 동요하지 않았다.


‘그래, 마음껏 짖어라.’


강진은 속으로 냉소를 터뜨렸다. 지금은 자신이 그들에게 한심한 존재로 보이겠지만, 상관없었다. 어차피 이곳은 실력이 전부인 곳. 말로 떠드는 것보다, 힘으로 증명하는 것이 가장 빠르고 확실한 방법이니까.


백운이 연무장 중앙의 단상에 올라섰다. 아이들이 수련을 멈추고 그를 주목했다.


“주목!”


백운의 목소리가 계곡 전체를 울렸다.


“오늘부터 너희와 함께 수련할 동료다.”


그가 손으로 강진을 가리켰다.


“청운현 강가의 유일한 생존자. 강진이다.”


강진이 앞으로 나섰다. 그의 허리춤에 매달린 녹슨 철검이 햇살을 받아 흉흉하게 빛났다.


“강가? 그 명문 세가가 저런 멸치를 남겼다고?”


“흥, 보나 마나 운 좋게 구석에 숨어 있다가 살아남은 놈이겠지.”


“소문으로는 대단했다던데. 저 꼴을 보니 결국 허풍이었나 보군.”


아이들의 비웃음이 더 커졌다. 그들의 눈에 비친 강진은, 제대로 끼니조차 챙겨먹지 못해 피골이 상접한 볼품없는 소년에 불과했다.


그때였다.


쿵, 쿵, 쿵.


거대한 발소리와 함께 아이들 무리 중에서 누군가 앞으로 걸어나왔다.


키가 강진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크고, 어깨가 떡 벌어진 소년이었다.


그는 등 뒤에 어지간한 성인 남성의 몸통만 한 중검을 멘 채, 몸에서는 이류 고수의 탄탄한 내기를 흘리고 있었다.


“교관님.”


소년이 백운 앞에 멈춰 서서, 포권을 한 후 강진을 노골적으로 쳐다보았다. 마치 밟아버려야 할 벌레를 보는 듯한 눈빛이었다.


“저희는 지금 복수를 위해 하루하루 목숨 걸고 수련 중입니다. 그런데...”


그가 강진의 가슴팍을 검지로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저런 송장 같은 녀석을 돌봐줄 여유 따윈 없습니다.”


도발이었다. 그것도 아주 노골적인.


연무장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아이들의 시선이 소년과 강진에게 쏠렸다. 새로운 먹잇감을 두고 벌어지는 서열 정리를 흥미진진하게 지켜보는 눈치였다.


“그래서? 어쩌자는 거냐?”


백운이 흥미롭다는 듯 되물었다. 그는 말릴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 오히려 이 상황을 즐기는 듯했다.


“자격을 증명하게 해주십시오.”


거구의 소년이 등 뒤에서 중검을 뽑아 들었다. 쿠웅-! 검신이 바닥에 닿는 순간, 묵직한 진동이 땅을 울렸다.


“만약 제 검을 한 번이라도 받아낸다면... 인정하겠습니다.”


그가 입꼬리를 비틀며 웃었다.


“하지만 버티지 못한다면... 당장 짐 싸서 꺼지라고 하십시오. 여긴 약자가 발붙일 곳이 아니니까요.”


“호오.”


백운이 강진을 돌아보았다.


“어떻게 할 거냐, 강진? 도전을 받아들이겠나?”


강진은 피식 웃었다. 약육강식. 힘이 곧 정의인 세계, 강호. 아이들의 세계도 어른의 세계와 다를 게 하나도 없었다.


“좋지.”


강진이 한발 앞으로 나섰다. 그의 눈빛은 여전히 차분했다. 마치 철없는 어린아이의 투정을 받아주는 어른처럼.


“하지만 네 검을 받아내는 건 무리야. 내 검이 너무 낡아서 말이지. 닿는 순간 부러질 것 같거든.”


“뭐라고?”


거구의 소년, 박건우의 눈썹이 꿈틀했다.


“대신.”


강진이 뒷짐을 진 채로 말했다.


“열 초(十招). 딱 열 초 안에 내 옷깃 하나라도 스치면 네 승리로 하지. 그럼 되겠나?”


“이... 미친 새끼가...!”


박건우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삼류 주제에. 감히 이류 고수인 자신을 상대로 이런 도발을?


“오냐, 후회하게 해주마!”


박건우가 기합과 함께 중검을 높이 치켜들었다. 살벌한 기세가 연무장을 가득 메웠다.


강진은 여전히 검도 뽑지 않은 채, 그저 고요히 박건우를 응시했다.


‘덩치만 컸지, 머리는 아직 어린애나 마찬가지군.’


강진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번졌다.


‘자, 그럼... 교육 좀 시작해 볼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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