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의 AI 천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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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돌도령
작품등록일 :
2026.01.09 12:35
최근연재일 :
2026.02.01 21:34
연재수 :
2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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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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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1.10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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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3화

DUMMY

샌프란시스코 미션 디스트릭트.

택시 문을 열자마자 샌프란시스코 특유의 찬 바람이 뺨을 때렸다.


8월인데 날씨가 왜 이 모양이냐.

옷깃을 여미며 고개를 들었다.


"여기 맞아요?"


우버 기사가 의심 가득한 눈으로 물었다.

그럴 만도 했다.


3층짜리 붉은 벽돌 건물.

1층엔 셔터 내려간 인쇄소가 있고 2층 창문엔 임대 종이가 덜렁거리고 있었다.


벽돌 틈엔 이끼가 꼈고 거리엔 노숙자가 카트를 끌고 지나갔다.

일주일 전 면접 때도 느꼈지만, 도무지 적응이 안 되는 비주얼이었다.


"네. 맞습니다."


나는 캐리어를 끌고 익숙하게 쪽문으로 향했다.

입구에 다가가자 지난번에 봤던 덩치 큰 경비원들이 나를 막아섰다.


"멈추세요. 외부인..."


"아, 저 기억 안 나세요? 수요일에 왔던."


내가 선글라스를 살짝 내리자, 경호원 중 한 명이 눈을 가늘게 뜨더니 손바닥을 탁 쳤다.


"아! 그 코피?"


"...최서준입니다."


"그래요, 코피 쏟고 합격했다던 그 친구. 인사팀에서 얘기 들었어요. 환영합니다."


코피라니.

시작부터 별명이 아주 마음에 안 든다.

무거운 철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익숙한 풍경.

하지만 면접자로 왔을 때와 직원으로 왔을 때의 느낌은 확연히 달랐다.


지난번엔 층고 높은 식물원 같은 인테리어에 감탄했었는데.

지금은 그 사이사이에 널브러진 현실이 보였다.


소파에서 쪽잠을 자고 있는 연구원들.

바닥에 굴러다니는 레드불 캔과 피자 박스.

천장에 노출된 파이프에선 웅웅거리는 소음이 들려왔다.


'난장판이네.'


아마존의 각 잡힌 큐비클에 비하면 여긴 그냥 대학교 동아리방이었다.

계단을 올라가는데 누군가 끙끙 앓는 소리가 들렸다.


"젠장... 왜 압력이 안 올라가."


라운지 한가운데 서 있는 건, 그렉 브록만이었다.

면접 때의 깔끔한 셔츠는 온데간데없었다.


며칠 안 감은 듯한 부스스한 머리에 늘어난 티셔츠 차림이었다.

그는 6천 달러짜리 에스프레소 머신, 라 마르조코와 씨름하고 있었다.


"그렉?"


"어? 아, 서준! 왔구나."


그렉이 반가운 표정으로 고개를 들었다가 다시 머신을 탕탕 쳤다.


"타이밍 좋네. 기계공학은 좀 아나?"


"컴퓨터 공학 전공인데요."


"어쨌든 공학이잖아. 이것 좀 봐줘. 펌프가 안 돌아가. 분명 메뉴얼대로 했는데."


전 세계에서 코딩을 제일 잘한다는 인간이 커피 머신 하나 못 고쳐서 쩔쩔매고 있다니.

나는 캐리어를 세워두고 다가갔다.


"비켜보세요."


상태를 보니 스팀 압력 게이지가 바닥을 치고 있었다.

원두 찌꺼기 통을 열어봤다. 꽉 차 있다 못해 토해내기 직전이었다.


"센서가 가려졌네요. 찌꺼기 통이 꽉 차서 안전 모드가 켜진 겁니다."


"...아."


"코딩할 때 에러 로그 안 보세요? 여기 빨간 불 들어와 있잖아요."


나는 찌꺼기 통을 비우고, 센서 앞을 행주로 쓱 닦아 끼워 넣었다.



위잉-

거짓말처럼 펌프 돌아가는 소리가 났다.

그렉이 입을 떡 벌렸다.


"와우. 역시 엔지니어."


"본인도 엔지니어 였으면서.. 커피 드실래요?"


"응. 에스프레소. 진하게 타줘."


나는 능숙하게 포터필터에 원두를 담고 탬핑을 했다.

대학 시절 카페 알바 경력이 여기서 쓰일 줄이야.


치익-

소리와 함께 진한 에스프레소가 추출됐다.

그렉에게 커피를 건네자, 그가 엄지를 치켜세웠다.


"합격이네. 오늘부터 자네가 우리 회사 공식 바리스타야."


"연봉 협상 다시 해야겠는데요."


"하하! 농담도 잘하고. 좋아, 아주 좋아."


그렉이 커피를 홀짝이며 내 어깨를 두드렸다.


"분위기 파악은 됐지? 저기 쌓인 신발들 보이지? 편하게 벗고 일해도 돼. 우린 격식 같은 거 안 따지니까."


입구에 산더미처럼 쌓인 신발들.

3일 전엔 분명 자유분방해 보였었는데.

지금 보니 그냥 치우기 귀찮아서 던져둔 것 같다.


나는 한숨을 내쉬며 운동화를 구석에 밀어 넣었다.

그때, 등 뒤에서 경쾌한 목소리가 들렸다.


"새로 온 바리스타인가요? 커피 냄새가 좋네요."


돌아보니 금발의 여성이 요가 매트를 겨드랑이에 낀 채 서 있었다.

그녀는 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반가워요. 크리스틴이에요. 이곳에서 수석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어요. 주로 모델에게 윤리를 가르치는 팀을 맡고 있어요."


"반갑습니다. 시스템 엔지니어 최서준입니다. 오늘 입사했습니다."


"아, 그 '아마존' 출신?"


그녀는 내 손을 가볍게 잡았다 놓으며 내 복장을 훑어봤다.

빳빳한 리바이스 청바지에 각 잡힌 백팩.


"어쩐지. 커피 머신 고치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더라니. 거긴 뭐랄까... 기계 다루는 게 일상인 공장 같은 곳이잖아요?"


악의는 없어 보였지만 묘하게 선을 긋는 말투였다.

나는 웃으며 받아쳤다.


"공장이 맞죠. 덕분에 고장 난 건 기가 막히게 잘 봅니다. 기계든, 코드든, 사람이든."


크리스틴의 눈썹이 꿈틀했다.


"재밌네요. 하지만 여긴 고장 난 걸 고치는 곳이 아니라, 새로운 신(God)을 만드는 곳이에요. 적응하려면 고생 좀 할 거예요."


그녀가 묘한 여운을 남기고 사무실 안쪽으로 사라졌다.

그렉이 킬킬거렸다.


"신경 쓰지 마. 여긴 천재병 걸린 애들이 좀 많아."


그렉이 손가락으로 사무실 구석에 있는 구역에 위치한 곳을 가리켰다.

방치된 화이트보드가 있었다.

거기엔 굵은 글씨로 -프로젝트 챗봇- 이라고 적혀 있었다.


"챗봇.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프로젝트지. 자네가 그걸 좀 도와줬으면 해. 그리고... 여기 장비."


그렉이 건네준 것은 최신형 맥북 프로 16인치였다.

비닐도 뜯지 않은 박스를 건네주며 그는 다시 에스프레소 머신으로 돌아갔다.


"IT 팀은 따로 없나요? 보안 설정이나 VPN이라던가..."


"IT 팀?"


그렉이 커피를 홀짝이며 싱긋 웃었다.


"알아서 하면 돼. 코드와 관련된 루트 권한 다 부여될거고. 아, 보안 서약서는 이메일로 갔을거야. 대충 읽고 서명하면 될거야. 어차피 기밀 유출하면 우리 변호사들이 지구 끝까지 쫓아간다는 내용이니까."


아마존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AWS에서는 노트북 하나를 받으려면 보안 팀의 승인을 세 번 거쳐야했다.

그 후에도 사내망 접속에만 반나절이 걸렸다.

그런데 여기는 그냥 알아서 하라니.


노트북 전원을 켰다.

- Welcome to OpenAI



기본 세팅을 하고 있자 리암이라는 연구원이 나를 슬랙에 초대했다.

이어서 알림이 폭포수처럼 쏟아졌다.


#general

#gpt-research-safety

#gpt-pre-training

#engineering-infra


그리고 내가 초대된 비공개 채널.

project-chat (12명)


채널에 들어가자마자 새로운 채팅들이 올라왔다.


리암 (응용 과학자): 젠장, 모델이 또 헛소리를 해. 링컨 대통령이 아이폰을 썼다는데? 이거 환각 잡힌 거 맞아?


베렛 (데이터 엔지니어): ...아마 데이터 문제일텐데, 아직 갈 길이 멀어.


리암: @베렛 데이터 파이프라인 네가 담당하고 있지 않아? 좀 확인해봐.


베렛: 나 지금 A100 클러스터 터져서 그거 복구 중이야. 지금은 시간이 없어.



나는 조심스럽게 첫 메시지를 쳤다.



서준: 안녕하세요. 오늘 합류한 엔지니어 최서준입니다.



1초 뒤.


리암: 오 새로운 엔지니어! 신이시여.


베렛: 반가워요. 제발 리암이 짠 스파게티 코드 좀 정리해줘요.


리암: 깃허브 초대했음. chat-prototype-v0.2 레포지토리 가서 일단 클론 받고 빌드부터 해봐요.



나는 곧바로 터미널을 열었다.


git clone [email protected]:openai/chat-prototype-v0.2.git


다운로드가 끝나고 코드를 열어본 순간.

나는 내 눈을 의심했다.


"......"


할 말을 잃었다.


화면을 내리고, 또 내려도 끝이 없었다.

main.py 파일 하나가 무려 30,000줄이었다.


이건 코드가 아니었다.

그냥 의식의 흐름을 적어놓은 일기장 수준이었다.

변수 이름부터 가관이었다.


temp, temp2, shit_happens, final_final_real_last...


도대체 shit_happens라는 변수에는 뭐가 들어가는 거지?


구조? 설계? 그딴 건 사치였다.

함수 하나가 5천 줄이 넘게 이어졌고, 그 안에는 if 문이 수십 개가 중첩되어 있었다.


마치 젠가 게임 같았다.

블록 하나만 잘못 빼도 와르르 무너질 것 같은 위태로운 탑.


'와... 이게 진짜 프로덕션 코드라고?'


만약 아마존에서 이런 코드를 커밋했다면 코드 리뷰 시간에 공개 처형을 당했을 것이다.

하지만 더 놀라운 건.


- Running service...


엔터를 치자, 이 쓰레기 같은 코드가 돌아간다는 거다.

그것도 아주 매끄럽게.


화면에 뜬 챗봇이 나에게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미치겠네."


나도 모르게 헛웃음이 나왔다.


"말도 안되는 상황이군."


"어때? 예술이지?"


그때 누군가 내 어깨를 톡 쳤다.

곱슬머리에 뿔테 안경, 체크무늬 셔츠.

누가 봐도 나 너드요 라고 써 붙인 남자.


사원증을 슬쩍 보니 슬랙에서 본 리암이었다.

그가 화면을 가리키며 뿌듯하게 웃었다.


"이 코드가 지금 전 세계에서 가장 똑똑한 인공지능을 돌리고 있다고."


"솔직히 말해도 됩니까?"


"그럼."


나는 스크롤을 쭉 내리며 말했다.


"시한폭탄이네요. 변수 명명 규칙도 없고, 온갖 경로는 하드코딩 되어있으며.. 너무 많은 의존성이 얽혀있어요. 이런 코드를 방치해도 되나요?"


리암이 킬킬거렸다.


"정확히 봤어! 그게 이 코드의 매력이지. 스릴 넘치잖아?"


"수정은 불가능할테고. 건드리면 다 터져요. 일단 리팩토링부터 해야..."


"그렇지. 그럴려고 자네를 뽑은거야. 아무튼 11시에 회의 있으니까 저쪽 소파로 와."


리암은 내 말을 귓등으로도 안 듣고 총총 사라졌다.

나는 닫히지 않는 3만 줄짜리 코드를 보며 마른세수를 했다.


'내가 제 발로 지옥에 들어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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