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유발동화 Parody Ta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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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6.03.07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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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2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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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6.17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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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2-02. 그 손이 놓친 것 (10)

DUMMY

***

“구이드, 구이드! 왜 더 가지 않는 거야? 경호원들이 쫓아온다고!”


구이드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강가에 앉았다.

오렐리아도 구이드도 강을 건너오느라 흠뻑 젖어 있었다.

오렐리아는 새파랗게 질려 있으면서도 그들이 쫓아온다는 불안감에 그를 붙잡고 소리 쳤다. 오렐리아는 멀찍이서 보이는 불을 보며 손톱을 물어뜯었다.

그들이 몰래 회사 기념관에 침입해 계약서들이 있는 창고로 들어간 것만 해도 괜찮았다.

다들 연회에 취해 경비가 허술해져 있었고, 구이드가 그들을 모두 기절시킨 것이었다.

그녀는 그가 유이오페 가의 장남이라는 남자를 기절시킬 때까지만 해도 의기양양했다. 모든 게 계획대로 돌아가는 것 같았다.

계약서가 있는 방은 자물쇠로 잠겨 있었지만, 열쇠를 가지고 있는 그녀에겐 들어가는 것은 쉬운 일이었다.

그녀는 금고에서 모든 계약서들을 긁어모아 한 곳에 모았다.

여태까지 미다스가 모은 건 정확히 135장, 그녀는 구이드의 계약서까지 모아 성냥을 그어 불을 붙이려 했다.

그러자 구이드는 그녀를 말렸다.


‘그걸 좀 더 효과적으로 써요.’


구이드는 인간에게 복수하는 데에 계약서를 쓰고 싶어 했다.

그래서 기절시킨 유이오페 가문의 남자를 데려와 죽이는데 쓰려고 했다.

구이드는 빙긋 웃으면서 계약서가 얼마나 위험한지 알려 주었다.


‘계약서는 찢지 않고 불을 붙이면 폭발해서 큰 불이 나게 되어 있어요.’


구이드는 크라셴을 그들의 연막으로 쓰자고 했다.

어차피 부장님의 일로 올 것이니까 계약서를 억지로 뺏으려고 불을 붙이다가 오히려 당한 걸로 만들자는 것이었다.

그럼 용사에 대해 복수도 하고 보험도 들 수 있을 거라 한 것이었다.

문제는 비서가 그 둘을 발견한 것이었다.

불을 지른 것에만 신경을 쓰다가 그들을 발견한 비서의 모습에 그녀는 깜짝 놀랐고, 구이드는 그녀의 손을 잡고 달리기 시작했다.

건물은 순식간에 불이 붙기 시작했다. 비서의 명령에 경호원들이 그녀를 쫓기 시작했다.

겨우 파크톨로스 강까지 도망쳐 나왔지만 그 강은 그리 저택에서 그리 멀지 않았다.

그런데도 구이드는 더 나갈 생각을 하지 않은 것이었다.


“구이드! 붙잡히면 너도 나도 끝장이란 말이야!”


구이드는 여전히 말이 없었다. 그의 몸에서 희미하게 빛이 나고 있었다.

아까 도망칠 때부터 희미하게 나던 빛이었다.

너무나도 희미해 처음에는 자신이 잘못 본 건가 생각하던 그녀는 그제야 확신했다.

계약서의 마법이 그제야 풀린 것이라고.

한순간 그녀의 마음속에 불안함이 엄습했다.

그녀는 불안한 눈으로 구이드를 보았다. 꼼짝하지 않는 구이드도 그녀를 불안하게 했다.

그녀의 불안한 표정에도 구이드는 미소를 지었다.

그는 천천히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녀에게 속삭였다.


“걱정 말아요.”


구이드의 여유로운 표정에 오렐리아는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

사랑하는 이가 저렇게 말하는데 불안할 리가 없다.

그녀는 그렇게 자신을 달래며 강 건너편을 보았다.

구이드는 그녀의 턱을 잡아 자기를 보게 하며 미소 지었다.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것 맞지? 구이드, 우리 안전한 것 맞지?”


“그럼요. 저는 그렇게 쉽게 죽지 않아요.”


그의 손이 천천히 미끄러져 오렐리아의 목을 쓰다듬었다.

묘하게 소름 돋는 감각에 오렐리아의 마음속에 자리한 불안함이 고개를 들고 점점 커졌다.

그는 오렐리아의 얼굴 가까이 고개를 숙였다.

오렐리아는 순간 부끄러워하며 눈을 꼭 감았다.


“전 안 죽어요. 끝장나는 건 아가씨뿐이니까.”


“뭐?”


“오렐리아!”


강 너머에서 미다스 회장의 목소리가 들렸다. 오렐리아는 깜짝 놀라며 강 너머를 보았다.

미다스 회장이 말을 타고 강가에 달려 왔다.

경호원들도 진을 친 체 그들을 보고 있었다.

구이드는 드디어 강가에서 일어났다. 오렐리아는 당황해 하면서도 같이 일어섰다.


“오렐리아! 어딜 가려고 하는 거냐! 어서 돌아와라!”


미다스 회장의 목소리가 벼락처럼 내리치는 것 같았다.

오렐리아의 얼굴을 파랗게 질렸다. 그녀의 손끝이 파랗게 식어갔다. 몸이 저절로 떨렸다.


‘돌아갔다간 정말로 날 팔아 버릴 거야.’


“싫어요! 당신은 나도 팔아 버릴 거잖아!”


“오렐리아?”


“내가 모를 줄 알아? 엄마도, 오빠도 팔아넘긴 건 당신이잖아! 난 돌아가지 않아!”


“오렐리아!”


“그렇다고 하네요.”


구이드가 잠잠히 말했다. 미다스 회장은 으르렁 거리며 구이드를 노려봤다.

미다스 회장은 손을 들었다. 그 뒤에 서 있던 경호원들이 강가로 다가왔다.

그들은 허리춤에서 검을 뽑아 들었다. 검날이 밤인데도 불구하고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다.


“구이드들이 아무리 온건하다고 해도 결국은 마족. 신성력이 든 검을 이길 순 없지. 좋은 말 할 때 내 딸을 내 놓아라.”


“그렇게 쉽게 내놓을 거였으면 유혹하지도 않았죠.”


구이드가 콧웃음을 치며 말하자 미다스 회장은 소리를 질렀다.

경호원들은 강물 안으로 들어왔다. 오렐리아의 안색은 하얗게 질렸다.

그녀가 그의 옷자락을 꽉 잡았지만 그는 그저 여유롭게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그는 몸을 숙여 강물에 손을 담갔다.

그러자 그의 손을 중심으로 새하얀 빛이 어리기 시작했다.

그 하얀 기운은 점점 강물을 따라 퍼져 나갔다. 이내 강물은 은빛으로 빛나며 일렁이기 시작했다.

미다스 회장도 오렐리아도 할 말을 잃고 구이드가 하는 것을 보았다.

강물이 환하게 빛나며 주위를 밝게 비춘다.

은하수가 하늘에서 떨어진 것 같았다. 그 순간, 경호원들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강물이 빛남과 동시에 경호원들의 검의 빛이 희미해지더니 사라졌다.

구이드는 손을 털어내고는 팔짱을 꼈다.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제 이 강물은 저주의 강물이 되었습니다. 여기에 닿으면 어떤 축복, 저주, 마법, 힘이든 흡수해 버리는 강물이죠. 뭐, 보시면 아시겠지만.”


구이드의 말에 경호원들이 검을 떨어뜨렸다. 그는 유쾌하게 웃었다.

경호원들은 강물에서 다급히 나와 강가에 쓰러져 헐떡거렸다.

물 밖을 나온 물고기 같았다. 대기하고 있던 경호원이 얼른 그들을 살폈다.

미다스 회장은 욕지거리를 하며 팔을 걷었다.


“저 쓸모없는 것들!”


“이런, 조심하시는 게 좋을 겁니다.”


“닥쳐!”


“제 말을 이해 못 하신 것 같아 말씀 드리죠. 모든 힘이 사라지는 겁니다. 어떤 신의 축복이라도 말입니다. 당신에겐 확실히 저주 아닌가요?”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


“다시 거지가 되고 싶은 건 아니죠?”


구이드의 말에 미다스 회장은 멈칫했다.

구이드는 즐거워 죽겠다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오렐리아는 안심하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들을 막는 아버지가 올 방법이 없다. 그녀는 기뻐하며 구이드의 목을 끌어안았다.

하지만 구이드의 표정은 형편없이 찌그러졌다.


“그 더러운 손으로 나를 건드리지마.”


그는 그녀의 머리카락을 잡고 제 품에서 떼어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꺄악!”


그녀는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쓰러졌다. 미다스 회장도 소리를 질렀다.


“비겁한 당신 일가에게 고개를 숙이느라 얼마나 속이 뒤틀렸는지.”


구이드는 이를 갈면서 쓰러진 그녀를 발로 찼다.

오렐리아는 믿을 수 없는 듯 놀란 눈으로 그를 올려 보았다.


“···하지만 당신에게 한 가지 기회를 주죠. 그동안 혹사시켜 준 것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요.”


“구, 구이드?”


“아가씨를 구하고 싶으면 이 강을 건너오십시오. 물론 배는 없습니다. 배는 필요 없을 정도로 얕은 강물이니까요.”


그의 말에 미다스의 낯빛은 하얗게 질렸다. 그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소리쳤다.


“날 협박하는 거냐?”


“아뇨. 기회를 드리는 겁니다.”


미다스 회장은 입술을 깨물었다. 구이드는 차가운 눈길로 미다스 회장을 보았다.

오렐리아는 갑작스런 구이드의 변화에 멍청히 바닥에 쓰러져 있을 뿐이었다.

그녀는 구이드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그냥 이 강을 뒤로 하고 도망쳐서 같이 행복하게 살면 되는 일일 텐데.’


그녀가 혼란스러워 하는 데도 구이드는 그저 냉정하게 말을 이을 뿐이었다.


“전 인내심이 길지 않습니다. 10초의 시간을 주겠습니다. 10초 안에 강물에 발을 담그면 아가씨를 돌려 보내주죠.”


“구이드!”


“아니면 아가씨를 죽이겠습니다.”


“어째서?”


오렐리아가 비명을 지르듯 소리쳤다. 미다스 회장도 안절부절 못하며 그와 딸을 보았다.

어느새 구이드의 얼굴엔 냉기만 흐르고 있었다.

그는 천천히 오렐리아의 팔을 잡아 끌어 올렸다.

오렐리아는 아직도 이해 못했는지 구이드의 얼굴을 보며 혼란스러워 하고 있었다.


“설명하기 귀찮으니 시작하죠. 10초입니다. 10초.”


구이드는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


“10.”


“구이드! 날 사랑한 거 아니었어? 왜 내게 이러는 거야?”


“9.”


“잠깐, 구이드! 오렐리아는 아무 잘못이 없어!”


“8.”


“구이드!”


오렐리아의 절망적인 비명에도 구이드는 가차 없이 숫자를 세어 나갔다.

미다스 회장은 깨달았다.

구이드는 자기가 강에 들어오지 않는 한 정말로 오렐리아를 죽일 생각이란 것을.


“7.”


그는 망연자실하여 강물을 바라보았다.

강물이 눈부시고 아름답게 은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그의 망막에 한없이 쏟아지는 빛처럼 그의 머릿속에도 수많은 생각이 밀려들어왔다.


“6.”


이 강물에 조금만 닿아도 제가 받은 축복이 사라져 버릴 것이다.

미다스 회장은 눈을 감았다. 그의 눈꺼풀 아래로 비참한 과거가 맺히는 것 같았다.

뭘 해도 망하는 장사, 가난을 이기지 못해 자기를 버리고 간 아들과 아내.

자신을 손가락질을 하며 비웃던 동료들. 어느 날 자기 앞에 다른 남자를 끼고 나타난 아내.

자신을 속여서 수익을 전부 챙겨 도망간 동업자.

이번엔 잘 될 거라고 말 하고 사기를 친 사기꾼.

추운 겨울 장작을 구하지 못해 딸과 껴안고 웅크려 앉아 보내던 긴긴 겨울 밤.


“5.”


“구이드! 왜 그래? 제발 그만둬!”


그 노인을 만나고 나서 모든 것이 비싸게 팔리고 나서 즐거워하던 날.

첫 선물로 딸의 드레스를 사서 입히고 행복해 하던 그 날.

돈을 모아 프리기아를 세우고 새 집을 살 때 그 기쁨.

프리기아를 세우고 나서 사기를 치고 도망쳤던 사기꾼 한 명이 빌며 자기 밑에 들어올 때 느꼈던 희열.

저 강물에 들어가면 그 모든 행복한 순간이 사라져 버린다는 소리였다.


‘어떻게 잘만하면 강물에 안 들어가도 딸을 구할 수 있지 않을까?’


“4.”


“아버지! 제발 살려줘요!”


딸이 울면서 소리쳤다. 그는 눈을 뜨고 오렐리아를 보았다.

아무리 가난해도 자기 곁에 남아 있던 귀중한 딸이었다.

신에게 축복을 구걸할 때도 딸을 부잣집에 결혼시키기 위한 혼수를 준비하기 위해 빌었다.

아내와도, 아들과도, 친구들과도 바꿀 수 없는 딸이 아닌가.


“3!”


하지만 다시 가난해 지면 딸도 비참한 삶을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

미다스는 멍하니 오렐리아를 보았다. 눈물범벅이 된 딸이 자기를 부르며 살려달라고 외쳤다.

미다스는 강가에 한 발 다가섰다.


“2!”


미다스는 눈을 꽉 감았다. 축복을 버리면 딸을 구할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다시 비참한 나날이 올 것이다.

그럴 순 없는데! 그럼 딸도 불행해져! 도망치고 말 거야!


“1.”


구이드는 조용히 숫자를 셌다.


“당신.”


갑자기 주위가 정적 속에 빠졌다. 모든 소리가 강물에 빠져 죽고 말았다.

오직 그의 목소리만이 또렷하게 강물 위로 떠올랐다.


“정말이지 대단해.”


“아아아악!”


귀가 찢어지는 비명소리가 들렸다.

그와 동시에 순식간에 모든 소음들이 강물에서 튀어나와 비명을 질렀다.

미다스는 놀라 건너편을 보았다. 구이드의 손에 오렐리아의 머리가 들려 있었다.


“오렐리아! 오렐리아!”


미다스의 비명이 강물을 채웠다.

구이드는 차가운 시선으로 그를 보더니 오렐리아의 머리를 던졌다.

금발의 머리카락이 밤하늘을 유려한 곡선을 그리며 유영하다 이내 강물로 풍덩 빠졌다.

은하수의 강물이 낼름 그녀의 머리를 삼켜 버렸다.

구이드는 발로 머리 없는 시체를 강으로 차 밀어 넣었다.

오렐리아였던 몸뚱이가 핏덩이가 되어 강 물 속으로 뛰어들었다.

빛나는 은하수 위로 붉은 꽃이 피고 져 버렸다.

미다스의 절규와 죽은 오렐리아를 삼킨 강을 보며 구이드는 표정 없는 얼굴로 중얼거렸다.


“황금이 딸보다 더 귀했겠지. 인간은 꼭 잃고 나서 후회하더라.”


“오렐리아!”


구이드는 싱긋 미소를 지었다.

여태까지 본 미소 중에서 가장 기분 좋아 보이는 미소였다.

좀 전에 살인 사건이 없었던 것 마냥 그는 상쾌한 얼굴을 하며 입을 열었다.

마치 어린애에게 장난을 치는 것 같은 말투였다.


“감히 마족을 능멸하고 농락하다니, 인간들은 역시 조금만 잘해 주면 기어오른단 말이지. 수 천 년 전만 해도 말만 들으면 벌벌 기었는데 말이야. 이게 다 그 잘난 홍보부장 덕이 아니겠어? 뭐, 더 벌을 주고 싶지만 아세데프 부장님한테 걸리면 정말 죽을 지도 모르니까 이 정도로 할게.”


구이드는 뒤돌아 노래를 흥얼거리며 사라졌다.



옛날 옛날 가난한 왕이 있었네

노인을 구하고 신에게서 축복을 받았네

뭐든지 황금으로 만드는 손을 받았지


왕은 신이 났네

뭐든지 금으로 바꿨지

음식도, 물도, 포도주도


오, 금을 만드는 손, 금을 만드는 왕


그의 창고에 금이 쌓이고

황금에게서 그는 축복을 받았네

뭐든지 황금으로 보이는 눈을 가졌지


왕의 마음이 변했네

아내도, 아들도, 추억도, 사랑도

금으로 바꿔 팔았네


아, 금을 보는 눈, 왕을 흔드는 황금


그 손이 뭘 놓치는 줄도 모르고

먹을 수도, 마실 수도

느낄 수도, 사랑할 수도 없었네.

그래도 그는 그의 딸을 아꼈지.


오, 바보 같은 딸.

자기를 금으로 만들까 두려워하면서도

바보라 도망칠 줄도 몰랐지

결국은 그녀마저도 금이 되어 버렸네


오 불쌍한 딸

왕은 금을 사랑했네

만세 만세 만만세

황금 같은 영원한 사랑을 하기를.



그의 노래 소리가 점점 희미해지고, 미다스를 따라온 경호원들이 하나, 둘 씩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들이 사라지고 다른 누군가가 어둠 속에서 말을 달려 미다스에게 다가왔다.

불을 끄던 시종 중 하나였다. 그는 미다스에게 속삭였다.


“집사와 비서가 탄 계약서를 끌어안고 죽어 있었습니다.”


미다스는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일이십니까? 불을 먼저 끄러 가겠습니다.”


시종은 급히 뒤돌아섰다.

저 멀리서 다가오는 세 명의 사람을 보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화재 현장을 진압하러 말을 타고 사라졌다.

아세데프와 크라셴, 지졸라가 이제야 도착한 것이었다.


“미친.”


크라셴은 말에서 내려 제 앞에 벌어진 광경을 보며 말을 내뱉었다.

크라셴은 겉옷을 벗어 안장에 걸어두고 강가로 다가갔다.

설마 설마하고 의심했던 것이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조금만 기다리게.”


“시체가 떠내려가면 더 주워오기 힘들어. 지금 아니면···.”


“저 강에 누군가가 마법을 썼네. 지금 들어가면 무슨 일을 당할지 몰라.”


크라셴은 밤에도 환하게 빛나는 은빛의 강물을 보더니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아세데프는 한숨을 쉬고 천천히 강가에 다가가 섰다.

넋을 잃은 채 말이 없는 미다스, 은색으로 빛나는 강물과 처참하게 죽어 천천히 흘러가는 오렐리아. 아세데프는 머리를 짚었다.


“많이 늦었구만.”


희미하게 들리는 노래를 들으며 아세데프는 눈을 찌푸렸다.

지졸라도 크라셴도 할 말을 잃고 서 있었다. 은빛의 강물이 점점 빛을 잃고 사라졌다.

환했던 강가도 점점 어둠에 침식해 들어갔다. 오렐리아의 몸도 강물을 타고 둥실댈 뿐이었다.

빛이 완전히 사라지자 아세데프는 크라셴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크라셴은 입을 다물고 강물로 들어가 오렐리아의 몸과 머리를 강가로 끌고 와 가지런히 눕혔다.

지졸라는 끔찍한 광경에 눈을 감았다.

오렐리아의 눈은 아직도 뜬 채 미다스 쪽을 향해 있었다.

크라셴은 오렐리아의 눈을 감겨 주고 아세데프를 보았다. 아세데프는 한숨을 쉬더니 말했다.


“가세.”


“뭐? 저 아저씨한테 뭐라 말 할 것 아니었어?”


“계약서가 다 불 탔으니 여기에 남을 이유가 없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몰라도 자업자득이네.”


“아저씨 의외로 독하네요.”


아세데프는 고개를 저었다. 아세데프는 눈을 들어 하늘을 보았다.

멍든 하늘에 햇빛이 칼날이 되어 찌르고 있었다. 밤 샌 연회의 끝이 온 것이었다.

아세데프는 주저 없이 미다스의 옆을 지나쳤다.

크라셴도 손을 털고 지졸라와 함께 물러났다. 아세데프는 흘긋 오렐리아를 보았다.

어렴풋이 든 햇빛에 그녀의 금발이 힘없이 빛난다. 아세데프는 무심히 중얼거렸다.


“황금을 만드는 손이 중요한 걸 놓치고 말았구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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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7 2-03. Snow=White (22) 20.05.25 29 0 12쪽
136 2-03. Snow=White (21) 20.05.20 36 0 11쪽
135 2-03. Snow=White (20) 20.05.19 21 0 14쪽
134 2-03. Snow=White (19) 20.05.18 35 0 13쪽
133 2-03. Snow=White (18) 20.05.15 24 0 15쪽
132 2-03. Snow=White (17) 20.05.14 26 1 11쪽
131 2-03. Snow=White (16) 19.09.09 49 0 14쪽
130 2-03. Snow=White (15) 19.08.29 29 0 11쪽
129 2-03. Snow=White (14) 19.08.28 22 0 11쪽
128 2-03. Snow=White (13) 19.08.27 34 0 14쪽
127 2-03. Snow=White (12) 19.08.11 56 0 13쪽
126 2-03. Snow=White (11) 19.08.02 33 0 12쪽
125 2-03. Snow=White (10) 19.07.31 43 0 14쪽
124 2-03. Snow=White (9) 19.07.30 33 0 12쪽
123 2-03. Snow=White (8) 19.07.29 40 0 11쪽
122 2-03. Snow=White (7) 19.07.22 43 0 12쪽
121 2-03. Snow=White (6) +2 19.07.07 85 0 11쪽
120 2-03. Snow=White (5) 19.07.01 36 0 14쪽
119 2-03. Snow=White (4) 19.06.24 59 0 13쪽
118 2-03. Snow=White (3) 19.06.21 39 0 13쪽
117 2-03. Snow=White (2) 19.06.20 59 0 13쪽
116 2-03. Snow=White (1) 19.06.19 97 0 9쪽
115 2-02. 그 손이 놓친 것: Epilogue. 미다스의 황금손 19.06.18 50 0 14쪽
» 2-02. 그 손이 놓친 것 (10) 19.06.17 46 0 17쪽
113 2-02. 그 손이 놓친 것 (9) 19.06.14 47 0 10쪽
112 2-02. 그 손이 놓친 것 (8) 19.06.13 40 0 12쪽
111 2-02. 그 손이 놓친 것 (7) 19.06.12 63 0 9쪽
110 2-02. 그 손이 놓친 것 (6) 19.06.11 43 1 11쪽
109 2-02. 그 손이 놓친 것 (5) 19.06.10 39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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