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당인데 자꾸 영웅 취급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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띠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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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2.22 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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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2.23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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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당이 되기로 했다

DUMMY

# 1화: 악당이 되기로 했다


"으아아악! 죽여, 다 죽여버릴 거야!"


굉음과 함께 박살 나는 육체.


마지막 순간에 느꼈던 끔찍한 고통은, 눈을 뜨자마자 터져 나온 비명이 되었다.


"허억, 허억, 헉..."


김정우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상체를 벌떡 일으켰다.


등줄기를 타고 식은땀이 비 오듯 쏟아졌다.


심장이 흉곽을 뚫고 나올 듯 미친 듯이 펌프질을 해댔다.


"살아... 있어?"


자신의 손을 내려다봤다.


피떡이 되어 으깨졌어야 할 손이 멀쩡했다.


아니, 멀쩡한 수준이 아니었다.


굳은살 하나 없이 희고 가느다란 손.


이건 내 손이 아니다.


"뭐야, 이건."


주변을 둘러봤다.


병원이라기엔 너무나 좁고, 곰팡이 냄새가 진동하는 방.


누렇게 뜬 벽지 위로 바퀴벌레 한 마리가 유유히 기어가고 있었다.


1평 남짓한 고시원 방이었다.


"크, 크크..."


상황 파악을 하기도 전에, 입에서 웃음이 새어 나왔다.


미친놈처럼 낄낄거리는 소리가 좁은 방 안을 울렸다.


"크하하하하! 살았어! 내가 살았다고!"


어떻게 된 영문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중요한 건 단 하나.


그 지옥 같은 배신과 죽음 속에서 다시 기회를 잡았다는 것.


전생의 기억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갔다.


가족을 위해 헌신하다 버려진 기억.


친구에게 보증을 서줬다가 모든 걸 잃은 기억.


직장에서 억울한 누명을 쓰고 쫓겨나던 기억.


그리고, 믿었던 연인이 자신을 트럭 앞으로 밀쳤던 마지막 순간까지.


"호구처럼 살아서 남은 건 개죽음뿐이었지."


김정우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거울이 보였다.


깨진 조각을 테이프로 대충 붙여놓은 전신 거울 속에, 낯선 남자가 서 있었다.


창백한 피부에 퀭한 눈, 비쩍 마른 몸.


누가 봐도 삶에 찌든 패배자의 몰골이었다.


"오히려 좋아."


김정우는 거울 속 낯선 얼굴을 보며 씨익 웃었다.


입꼬리가 귀에 걸릴 듯 기괴하게 찢어졌다.


"아무도 날 모른다는 거잖아."


그때였다.


욱신!


머리가 쪼개질 듯한 통증이 밀려왔다.


원주인의 기억이 쓰레기처럼 쏟아져 들어왔다.


김정우. 29세. 무직. 빚 3천만 원.


가족 없음. 친구 없음. 희망 없음.


"으으윽..."


머리를 감싸 쥐고 신음하던 김정우는, 이내 고개를 들었다.


눈빛은 더욱 흉흉하게 빛나고 있었다.


원주인의 기억은 단 1초 만에 정리되었다.


그의 찌질했던 삶과 감정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다.


오로지 김정우의 강렬한 살의와 욕망만이 그 모든 것을 집어삼켰다.


"이번 생은 그렇게 안 산다."


그는 이를 악물었다.


"착해 빠진 놈은 죽었어. 이제부터는 씹어먹어 줄게. 세상 모든 걸."


***


배가 고팠다.


꼬르륵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하지만 지갑을 열어보니 나오는 건 구겨진 천 원짜리 세 장뿐이었다.


가진 게 없었다.


당장 내일 쫓겨나도 이상하지 않을 처지였다.


"돈이 필요해."


수단과 방법을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아니, 가리고 싶지 않았다.


착하게 살아서 얻은 게 뭐였나.


가난과 배신, 그리고 죽음뿐이었다.


그렇다면 답은 간단했다.


"나쁜 짓을 하면 되잖아."


김정우는 부엌으로 향했다.


공용 부엌 싱크대 구석에 꽂혀 있는 식칼이 보였다.


날이 무디고 녹이 슬어 있었지만, 사람 하나 위협하기에는 충분해 보였다.


스윽.


망설임 없이 식칼을 뽑아 들었다.


신문지를 찾아 둘둘 말았다.


죄책감? 그딴 건 개나 줘버려라.


지금 그에게 중요한 건 오로지 생존, 그리고 힘이었다.


"훌륭한 대화 수단이네."


칼을 품에 안은 김정우가 고시원 밖으로 나섰다.


차가운 밤공기가 폐부 깊숙이 들어왔다.


그는 숨을 깊게 들이마시며, 먹잇감을 찾아 눈을 번뜩였다.


***


번화가 뒷골목.


취객들이 비틀거리며 지나갔다.


하지만 김정우는 고개를 저었다.


CCTV가 너무 많았다.


게다가 저런 놈들을 털어봐야 푼돈이나 나올 게 뻔했다.


"좀 더... 확실한 놈."


기왕 악당이 되기로 했으니, 스케일 있게 놀아야지.


그는 더 깊고 어두운 골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법보다 주먹이 가까운 곳.


그곳이라면 자신이 원하는 먹잇감이 있을 것이다.


그때였다.


"꺄악!"


날카로운 비명소리가 골목 안쪽에서 들려왔다.


김정우의 발걸음이 멈췄다.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번졌다.


"찾았다."


그는 소리가 난 쪽으로 조용히, 하지만 빠르게 움직였다.


어둠 속에 몸을 숨긴 채 상황을 살폈다.


막다른 골목.


검은 모자를 푹 눌러쓴 사내 하나가 여성을 위협하고 있었다.


손에는 번뜩이는 잭나이프가 들려 있었다.


"소리 지르면 쑤신다. 지갑 내놔. 빨리!"


"사, 살려주세요... 다, 다 드릴게요..."


여성은 공포에 질려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핸드백을 뒤적이는 손길이 다급했다.


전형적인 강도 사건이었다.


보통 사람이라면 신고를 하거나 도망쳤을 상황.


하지만 김정우의 생각은 달랐다.


'저 새끼를 털면...'


강도의 주머니가 불룩했다.


이미 한탕 한 모양이었다.


거기에 지금 여자의 지갑까지 뺏는다면?


수익이 두 배다.


"범죄 수익 환수라고 해두지."


합리화는 빨랐고, 행동은 더 빨랐다.


여자가 지갑을 꺼내 강도에게 건네는 순간.


그 타이밍을 노렸다.


타닷!


김정우가 어둠을 뚫고 튀어 나갔다.


발소리를 죽인 은밀한 움직임.


전생에 빚쟁이들을 피해 도망 다니며 익힌 생존 기술이 빛을 발했다.


***


"이거 진짜 다예요... 제발..."


여자가 울먹이며 두툼한 장지갑을 내밀었다.


강도가 낄낄거리며 손을 뻗었다.


"진작 그럴 것이지. 얌전히 있었으..."


턱.


누군가 강도의 어깨를 잡았다.


강도는 깜짝 놀라 뒤를 돌아봤다.


그리고, 얼어붙었다.


가로등 하나 없는 칠흑 같은 어둠.


그 속에서 시퍼런 안광만이 번뜩이고 있었다.


사람의 눈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흉흉한 살기.


마치 지옥에서 기어 올라온 악귀가 자신을 노려보는 것만 같았다.


"야."


낮게 깔린 목소리가 고막을 긁었다.


김정우는 품에서 신문지에 싸인 식칼을 꺼내 강도의 목에 들이댔다.


손끝 하나 떨리지 않았다.


오히려 살인을 즐기는 듯한 흥분이 손끝을 타고 전해졌다.


"네 거 다 내놔."


"히, 히익?!"


강도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그는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이 남자는 미쳤다.


돈 몇 푼 뺏으려는 자신 따위와는 차원이 다른, 진짜배기다.


"내놓으라고. 안 들려?"


김정우가 칼끝으로 강도의 목을 툭, 건드렸다.


서늘한 감촉에 강도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했다.


오금이 저려 서 있을 수조차 없었다.


"아, 알겠습니다! 가, 가져가세요!"


강도는 손에 들고 있던 여자의 지갑은 물론, 자신의 주머니에 있던 지갑과 잭나이프까지 바닥에 던졌다.


그리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쳤다.


네발로 기어가다시피 골목을 빠져나가는 뒷모습이 처량했다.


"쳇, 싱거운 놈."


김정우는 혀를 찼다.


좀 더 반항했으면 핑계 김에 찔러볼까도 생각했는데.


아쉬움을 뒤로하고 바닥에 떨어진 전리품들을 주웠다.


두툼한 지갑 두 개.


그리고 묵직한 잭나이프.


이 정도면 초기 자본금으로는 충분했다.


"개이득."


입꼬리가 씰룩거렸다.


이게 악당의 삶이구나.


이렇게 쉬운 걸 왜 그동안 그렇게 아등바등 살았을까.


짜릿한 쾌감이 온몸을 휘감았다.


***


그때, 등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아, 맞다.


한 명 더 있었지.


김정우는 천천히 뒤를 돌았다.


벽에 기대 주저앉아 있는 여자.


아직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듯 멍하니 자신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값비싸 보이는 코트에 명품 가방.


누가 봐도 돈 좀 있는 집안 사람 같았다.


'목격자는 필요 없는데.'


아니, 정확히 말하면 빈털터리 목격자는 필요 없었다.


기왕 이렇게 된 거, 저 여자까지 털면 금상첨화 아닌가?


김정우의 눈이 다시금 탐욕스럽게 번들거렸다.


저벅, 저벅.


그가 여자에게 다가갔다.


손에는 여전히 식칼이 들려 있었다.


여자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공포에 질린 게 분명했다.


'그래, 이거지. 오늘부로 진짜 악당이 되는 거야.'


김정우는 여자의 코앞까지 다가가 쪼그려 앉았다.


그리고 칼끝을 여자의 턱 밑에 겨눴다.


서늘한 칼날이 하얀 목덜미에 닿았다.


"너도."


침을 꼴깍 삼켰다.


긴장해서가 아니었다.


눈앞의 먹잇감을 어떻게 요리할까 하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가진 거 다 내놔. 그 가방 안에 또 뭔가 있을 거 아냐."


표정은 누가 봐도 연쇄살인마였다.


입가에는 비릿한 미소가 걸려 있었고, 동공에 핏줄이 실처럼 번져 있었다.


이보다 더 완벽한 악당의 모습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 아."


공포에 질려 있던 여자의 입에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김정우는 미간을 찌푸렸다.


비명도, 살려달라는 애원도 아니었다.


마치 무언가 엄청난 것을 목격한 듯한, 경이로움에 찬 탄성.


'뭐야? 미쳤나?'


그 순간이었다.


파직! 파지직!


김정우의 등 뒤, 낡은 전봇대 위 변압기에서 스파크가 튀었다.


타닥, 탁!


불꽃이 어둠을 가르며 사방으로 흩어졌다.


역광 때문에 김정우의 표정은 어둠에 가려 보이지 않았다.


다만, 그의 손에 들린 칼날만이 불빛을 받아 번쩍였다.


'이럴 수가...'


여자는 마법 기관의 요원이다.


그것도 일반 요원이 아닌, 수석 요원.


하지만 그녀는 제대로 된 마력을 각성하지 못한 채 정체되어 있었다.


그렇기에 각성자 집단인 마법 기관에서 그녀의 별명은 낙하산이다.


죽음의 문턱까지 가야만 각성할 수 있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를 들었지만, 감히 시도조차 하지 못했다.


그런데 지금.


이 남자가 자신의 목에 칼을 겨누고 있다.


덜덜 떨며 어설프게 지갑을 갈취하던 강도와 다르게, 눈 앞의 남자는 냉정하고 비릿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곱게 자란 그녀이기에, 지금 이 순간이 그녀에게 있어선 가장 충격적이고 공포스러운 순간.


즉, 생명의 위협이었다.


그녀의 몸에서 아주 작은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저에게도... 왔습니다."


여자의 눈빛이 반짝였다.


"뭐가?"


"각성의 순간이요!"


'뭐야, 이 여자. 미쳤나?'


김정우는 당황했다.


그녀는 미친 사람처럼 김정우의 손을 덥썩 잡았다.


덕분에 그녀의 목에 닿아 있던 칼 끝이 목을 긁고 지나갔다.


까딱했다가 사람의 목을 자를 뻔한 순간.


김정우의 등줄기를 타고 서늘한 기운이 스쳤다.


"이것은... 역시 운명이겠죠?"


"무슨 미친 소리야?"


여자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김정우는 그녀의 손을 뿌리쳤다.


"아니, 지갑 내놓으-"


"감사합니다."


여자가 말을 끊었다.


그녀의 눈빛이 뜨겁게 타올랐다.


평생의 소원이었다.


각성자가 되어 마법 기관에 인정 받고, 세상에 이바지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손꼽아 기다렸다.


그 소원이 이루어지는 순간.


그녀는 이미 제정신이 아니었다.


혼란과 공포, 감격, 희열이 뒤섞여 환각 증세까지 일어났다.


"국가 마법 기관에서도 포기한 저를... 당신이 거두어 주시는군요."


그녀에게 있어 눈 앞의 남자는 신이다.


"뭔 개소리야! 칼 안 보여? 찌른다?"


김정우가 위협적으로 칼을 더 들이밀었다.


하지만 여자는 피하지 않았다.


오히려 스스로 칼날 쪽으로 목을 내밀었다.


이번에는 피부가 베여 붉은 피가 방울져 흘러내렸다.


그러나 그녀의 표정은 황홀경에 빠진 광신도 같았다.


"제 평생의 숙원을... 이렇게 일깨워 주시다니!"


털썩.


여자가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바닥에 머리를 조아렸다.


"스승님! 제발 저를 제자로 받아주십시오!"


"... 하?"


김정우는 칼을 든 채 그대로 얼어붙었다.


지갑 두 개와 칼, 그리고 무릎 꿇은 여자.


이 미친 상황을 뇌가 받아들이지 못하고 정지해 버렸다.


'아니, 왜 이렇게 되는 건데?'


악당이 되기로 한 남자의 첫 발걸음은 이상한 방향으로 흐르기 시작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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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완결까지 집필 완료. 매일 연재합니다. 26.02.28 29 0 -
83 파타야와 모히또 NEW 10시간 전 0 0 17쪽
82 내 손녀를 울린 거지 새끼 26.05.09 2 0 17쪽
81 할아버지의 분노 26.05.08 3 0 18쪽
80 의외의 협력자 26.05.07 3 0 17쪽
79 이제는 공갈 납치까지 26.05.06 2 0 18쪽
78 아기 고양이와 샘플 1호 26.05.05 2 0 20쪽
77 세 여자의 눈치 싸움 26.05.04 2 0 15쪽
76 부자 악당의 아침 26.05.03 3 0 20쪽
75 영진통상 26.05.02 6 0 23쪽
74 천영회의 정체 26.05.01 5 0 18쪽
73 13구역의 현실 26.04.30 3 0 17쪽
72 봉고차와 람보르기니 26.04.29 3 0 18쪽
71 과학자의 굴욕 26.04.28 3 0 20쪽
70 현실적인 죽음의 공포 26.04.27 3 0 17쪽
69 뜻밖의 부작용 26.04.26 3 0 15쪽
68 무시무시한 폭풍전야 26.04.25 3 0 17쪽
67 진짜 과학적 광기 26.04.24 4 0 18쪽
66 잃어버린 시간의 고리 26.04.24 3 0 19쪽
65 매드 사이언티스트의 침공 26.04.23 4 0 20쪽
64 여동생의 등장 26.04.22 3 0 17쪽
63 미식과 맹독 26.04.21 5 0 20쪽
62 이서연의 하루 26.04.20 5 0 17쪽
61 고시생과 도플갱어 26.04.19 4 0 20쪽
60 성역과 마굴 사이 26.04.18 5 0 17쪽
59 여기저기 염장질 26.04.17 6 0 18쪽
58 저주받은 선물 26.04.16 6 0 18쪽
57 전염되는 광기 26.04.15 6 0 20쪽
56 29세의 패배 26.04.14 6 0 17쪽
55 오해와 착각의 콜라보 26.04.13 9 0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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