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튜브로 야구 배운 고딩이 메이저리그를 박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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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발투수
작품등록일 :
2026.02.25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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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3.14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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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2.25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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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DUMMY

나, 윤서진은 관심 없이 못 사는 남자다.


과장이 아니다.

관심이 끊기면 가슴이 답답해진다.

세상이 칙칙해지고, 숨이 막힌다.

반대로 누군가 나를 바라보고 있다는 걸 느끼면, 온몸에 전기가 흐르는 것 처럼 들뜨며 살아있음을 느낀다.

그래서 온갖 짓을 다 해봤다.


중학교 1학년 때는 너튜브를 시작했다.

먹방에 브이로그에 챌린지 영상까지 가리지 않고 올렸다.

편집도 직접 했다.

1년을 매일 올린 결과, 구독자 487명. 한 달에 고작 40명이 구독을 눌러준 꼴이었다.

댓글은 열에 아홉이 "누구신데 제 알고리즘에?"였다.


중학교 2학년 때는 띡똑으로 갈아탔다.

거울 앞에서 수백 번 연습한 춤 영상을 올렸더니, 달린 댓글이 ‘춤은 잘 추는데 표정이 너무 웃기네ㅋㅋ’였다. 아직도 칭찬인지 욕인지 모르겠다.


중학교 3학년 때는 감성 사진작가 컨셉을 잡고 별스타그램을 시작했다.

카페에서 아메리카노 사진을 예쁘게 찍어 올리고, 석양 사진에는 의미심장한 글귀를 붙여 업로드했다.

좋아요 23개가 최고 기록이었고, 그중 8개는 내가 만든 부계정이었다.

sj_sunset_01부터 sj_sunset_08까지 여덟 개의 부계정을 만들 때의 그 처절함을 아는가.


고등학교에 올라와서는 학교 축제 MC를 자원했다.

무대 위에서 마이크를 잡고, 학생 800명 앞에 섰다.

조명이 얼굴을 비추고, 강당 전체가 조용해졌다.

처음으로 살아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800개의 시선이 전부 나를 향하고 있었다.


그날 밤, 이불 속에서 천장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이거다. 이 느낌이다. 이걸 매일 느끼고 싶다.

문제는 축제 MC을 항상 할 수는 없다는 거다.

매일, 매 순간 수천, 수만의 시선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이 뭘까.


연예인이 되고 싶어서 오디션을 세 번이나 봤지만 전부 떨어졌다.

스트리머도 해봤는데 동시접속자 최고 기록이 7명이었고, 아무도 내게 호응해주지 않았다.

정치인도 생각해봤는데 그건 너무 오래 걸렸다.


결국, 답을 찾지 못한 채 고등학교 1학년이 되었다.


***


"야! 귀찮다고 대충하지말고 빠르게 뛰어!"


체육 선생님이 호통쳤다.

체력 측정 날, 50미터 달리기였다.

솔직히 달리기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옆 라인에 우리 반 여자애들이 체력 측정 순서를 기다리며 앉아 있었다.

시선이 느껴지니까 등줄기가 쭈뼛했다.


"준비...땅!"


달렸다.

온 힘을 다해 뛰었다.

바람이 귀를 스쳤다.

결승선을 지나자 체육 선생님이 초시계를 두 번이나 확인했다.


"6초 1? 윤서진, 너 중학교 때 운동 했었어?"

"네? 어... 안 했는데요."

"너 이 기록이면 육상부에서 엄청 데려가고 싶어하겠는걸···?"


나는 씩 웃었다.

하지만 육상에는 관심 없었다.

육상 관중이 몇 명이나 된다고.


그날 오후, 교실 뒤에서 폰을 만지작거리다가 유튜브 알고리즘에 이끌려 영상 하나를 눌렀다.

MLB 월드시리즈 하이라이트였다.


처음에는 별 생각 없이 봤다.

그런데 영상 중간에 한 선수가 홈런을 치고 1루를 도는 장면이 나왔다.

관중석이 화면에 잡혔다.

무의식적으로 영상을 멈추고, 관중석을 세기 시작했다.

셀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 한 사람의 홈런 하나에 미친 듯이 환호하고 있었다.


멍하니 화면을 바라봤다.

손가락이 떨렸다.


다음 영상을 눌렀다.

이번에는 어떤 투수가 삼진을 잡는 장면이었다.

마운드 위에 선 투수를 향해 어마어마한 관중들이 함성을 질렀다.

카메라가 투수의 얼굴을 클로즈업했다.

전 세계 수백만 명이 TV로, 스마트폰으로, 태블릿 PC로 이 장면을 보고 있을 거다.


침을 꿀꺽 삼켰다.


또 다음 영상을 눌렀다.

이번에는 좀 달랐다.

한 선수가 마운드에 올라가서 공을 던졌다.

삼진. 관중석이 폭발했다.

그리고 같은 선수가 타석에 들어섰다.

홈런. 관중석이 또다시 폭발했다.


투타겸업.


이 남자는 던질 때도 관심을 받고, 칠 때도 관심을 받는다.

경기가 끝난 뒤에도 투구 성적과 타격 성적이 따로 뉴스에 나온다.

한 경기에서 두 번이나 메인 뉴스를 장식하는 거다.

어떤 날은 수비까지 합쳐서 세 번도 나온다.


영상을 멈추고, 두 눈을 크게 떴다.


잠깐.


보통 야구선수는 경기당 자기 차례가 올 때만 주목받는다.

타자는 타석에 설 때, 투수는 마운드에 올라갈 때.

그런데 투타겸업이면 던질 때 한 번, 칠 때 또 한 번이다.


같은 경기에서 두 배의 관심을 받을 수 있다.


게다가 투타겸업은 그 자체로도 화제성이 어마어마하다.

이 남자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야구선수인 이유를 생각해 보면, 실력도 실력이지만 투수와 타자를 동시에 한다는 사실 자체가 뉴스가 되기 때문이다.


전 세계 야구 팬이 수억 명이다. 수억 명의 관심이다.

유튜브 구독자 487명, 인스타 좋아요 23개, 스트리머 동접수 7명하고는 차원이 다르다.

나는 폰을 내려놓고 창밖을 바라봤다.

운동장 한쪽에서 야구부가 연습하고 있었다.

공이 글러브에 박히는 퍽 소리가 여기까지 들렸다.


야구선수, 그것도 투타겸업이다.

뉴스 가치에 화제성에 SNS 바이럴까지 합치면, 보통 야구선수의 몇 배는 되는 관심을 받을 수 있다.

한국 프로야구에서 투타겸업을 한다? 그것만으로 뉴스에 나온다.

잘하면 메이저리그에 진출해서 전 세계 관심을 받을 수 있다.


된다. 이건 된다.

아니, 반드시 해야 한다.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


야구부실 앞에 도착했을 때는, 연습이 한창이었다.

배팅케이지에서 쩡, 쩡 금속 배트 소리가 울렸다.

불펜에서는 투수가 포수 미트를 향해 공을 던지고 있었다.


심호흡을 한 번 하고 문을 열었다.


"저기, 야구부 가입하고 싶은데요."


연습 중이던 선배 두 명이 돌아봤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너 몇 학년?

"1학년이요."

"야구 경험은?"

"없어요."

"......뭐?"


선배의 표정이 기묘해졌다.

그 옆에서 배팅 연습을 하던 또 다른 선배가 헬멧을 벗으며 끼어들었다.


"야, 야구 해본 적도 없는 애가 어떻게 야구부 들어오겠다는 거야. 고1 이면 이미 다른 애들은 기본기 다 잡고 선수 준비하는데..."

"늦은 거 알아요. 근데 꼭 하고 싶어요."

"하고 싶다고 다 되는 게 아냐. 여기 이미 프로팀에서 컨택 받은 애들도 있는데─"

"서진이?"


뒤에서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

돌아보니 체육복 위에 점퍼를 걸친 중년 남자가 서 있었다.

선배들이 즉시 자세를 고쳐 잡았다.


"감독님."


야구부 감독 오정택이었다.

체육 시간에 본 적이 있다.

과거 프로야구 선수 출신이라는 소문이 있었다.


감독님이 나를 위아래로 훑어봤다.


"윤서진. 오늘 체육 시간에 50미터 6초 1 찍은 학생 맞지?"


"아, 네. 맞아요."

"체력 측정 성적 봤어. 제자리 멀리뛰기, 악력, 왕복 달리기 전부 최상위권이더라. 운동 한 번도 안 했다며?"

"네. 딱히 운동부에 들어간 적은 없어요."


감독님의 눈이 살짝 가늘어졌다.

뭔가를 따져보는 눈이었다.

그 시선이 느껴지니 왠지 모르게 등이 따뜻해졌다.

누군가 나를 관찰하고 있다. 이 느낌이 너무 좋다.


"포지션 생각해 본 거 있어?"


기다렸다는 듯이 대답했다.


"투수랑 타자 둘 다 하고 싶어요."


야구부실이 조용해졌다.

선배 두 명이 동시에 나를 쳐다봤다.

감독님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했다.


"......둘 다?"

"네. 투타겸업이요."


배팅케이지에서 쩡 하는 소리가 딱 멈췄다.

야구부원 대여섯 명이 전부 이쪽을 보고 있었다.

좋아. 이 시선들. 야구부 전원이 나를 보고 있다.


최대한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MLB에서 활약 중인 그 선수 아시죠? 저도 그렇게 되고 싶어요."


잠시 정적이 흘렀다.

그리고 배팅케이지 쪽에서 누군가가 푸하,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곧이어 여기저기서 웃음이 번졌다.

선배 중 하나가 배를 잡았다.


"야구 해본적도 없는 초짜가 투타겸업?"

"그분은 어릴 때부터 체계적으로 야구 했거든? 넌 운동도 안해봤다며!"


그들은 나를 비웃었다.

하지만 괜찮았다.

이 순간, 야구부 전원의 시선이 나한테 꽂혀 있으니까.


그리고 감독님만은 웃지 않았다.

그는 팔짱을 끼고 나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 눈에 담긴 감정이 흥미인지, 의심인지, 아니면 둘 다인지 잘 모르겠다.


"체력 측정 성적을 보면 기초 운동능력은 확실히 좋아. 50미터 6초 1이면 웬만한 운동부 에이스급이야."


감독님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근데 투타겸업은 둘 중 하나를 제대로 하는 것보다 훨씬 어려워. 투수 훈련과 타자 훈련을 병행해야 하고, 한쪽이 무너지면 다른 쪽도 같이 무너져. 프로에서도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는 영역이야."

"알고있어요."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아까 유튜브에서 본 게 전부이긴 하다.


"그래도 하고 싶어요. 투수만 하면 등판 안 하는 날엔 벤치에만 앉아 있어야 하잖아요. 타자만 하면 수비 때 주목도가 떨어지고요. 투타겸업이면 경기 내내 제가 주인공이에요."


그 말이 내 입에서 나온 순간, 야구부실이 다시 조용해졌다.

선배들의 웃음도 멈췄다.

방금 한 말을 복기했다.


‘경기 내내 제가 주인공이에요.’


......좀 관종 같았나?


감독님의 입꼬리가 미세하게 올라갔다.


"재미있는 놈이네."


점퍼 주머니에서 공 하나를 꺼냈다.

하얀 야구공이 형광등 빛 아래서 반짝였다.


"한 번 던져봐."


공을 받아들었다.

생각보다 묵직했다.

가죽의 촉감이 손바닥에 닿았다.

실밥이 손가락 사이에 걸렸다.


감독님이 불펜 쪽을 가리켰다.

포수가 마스크를 내리고 자리를 잡았다.

마운드 비슷한 곳에 올라섰다.


18.44미터.

투수 마운드에서 홈 플레이트까지의 거리다.

그 정도는 아까 유튜브에서 봤다.


직접 서보니 생각보다 가까웠다.

처음 서 보는 곳인데, 어쩐지 나한테 딱 맞는 것 같다.


아, 아니다.


그건 착각이고,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다.


마운드 위에 서니까 야구부 전원이 나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마운드는 높고, 모든 시선은 위를 향한다.

마운드는 야구장에서 가장 많은 시선을 받는 곳이다.


여기, 너무 좋은데?


와인드업 자세를 대충 흉내 냈다.

유튜브에서 본 것처럼 팔을 크게 돌리고, 온 힘을 다해 던졌다.


퍽!


포수 미트에 공이 박혔다.

생각보다 좋은 소리가 났다.

포수가 미트를 잠깐 바라보더니 감독님 쪽을 돌아봤다.


야구부실이 또 조용해졌다.

아까의 비웃음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였다.


감독님이 포수에게 다가가 미트를 확인했다.

그리고 나를 돌아봤다.

눈빛이 달라져 있었다.


"야구··· 정말 한 번도 안 해봤어?"


"네. 학교 체육 수업시간에 잠깐 해본게 전부에요."


감독님이 포수를 돌아보았다.

포수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의미인지는 몰랐지만,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건 알 수 있었다.


"스피드건 있나?"

"가져올게요!"


벤치에 있던 부원 하나가 후다닥 뛰어갔다.

돌아올 때까지의 시간이 이상하게 길게 느껴졌다.

야구부원들이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전부 나를 향한 소곤거림이었다.


최고다. 지금 이 순간, 이 공간의 주인은 나다.

스피드건을 든 부원이 돌아왔다.


"다시 한 번 던져봐."


감독님이 말했다.

다시 마운드에 섰다.

이번에는 아까보다 자세를 좀 더 크게 잡았다.

이유는 간단하다.

폼이 큰 게 더 멋있으니까.

온 힘을 다해 던졌다.


퍽!


스피드건을 들고 있던 부원이 숫자를 확인하고, 입이 벌어졌다.


"......130?"


130km.

야구 경험 없는 고등학교 1학년이, 몸도 제대로 안 풀고 엉망인 폼으로 던진 첫 공이 130km였다.

나는 그 숫자가 어떤 의미인지 정확히 몰랐다.

하지만 야구부원들의 표정을 보면 알 수 있었다.

아까의 조롱은 온데간데없고, 전부 내 팔을 바라보고 있었다.


야구부원 전원의 시선이 나한테 꽂혀 있었다.

온몸이 뜨거워졌다.

감독님이 팔짱을 풀고 한 발짝 다가왔다.


"윤서진."

"네."

"내일부터 나와. 아니다 지금 당장 옷 갈아입고 와"


그리고 나만 들을 수 있는 목소리로 나지막하게 덧붙였다.


"......투타겸업까진 아직 모르겠지만 일단 투수로는 시작해볼만 하겠어. 야구부에 입단한걸 환영한다."


환하게 웃었다.

내 인생 최고의 선택을 한 것 같았다.

야구부실을 나서는 발걸음이 가벼웠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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