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튜브로 야구 배운 고딩이 메이저리그를 박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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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발투수
작품등록일 :
2026.02.25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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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3.14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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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2.25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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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화

DUMMY

장비가 없어서 감독님이 빌려준 글러브를 끼고, 야구부실에 굴러다니는 헌 스파이크를 신었다.

사이즈가 반 치수 컸다.

뒤꿈치가 덜그럭거렸지만 상관없었다.

장비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건 나를 바라봐 주는 시선이다.


그라운드에 나서니 햇살이 눈부셨다.

오후 다섯 시, 아직 해가 지지 않은 야구장.

묘한 흙 냄새가 났다.


그라운드에는 야구부원들이 모여 있었다.

전부 내가 130km를 던진 신입이라는 걸 알고 있는 눈치였다.

이쪽을 힐끔거리는 시선이 느껴졌다.

확실히 분위기가 다르다.

감독님이 앞으로 나와 입을 열었다.


"오늘 새로 들어온 윤서진이다. 1학년이고, 야구 경험 없다. 투타겸업 지망이니까 투수 훈련과 타격 훈련 둘 다 시킨다. 잘 봐줘라."


선배들 사이에서 웅성거림이 번졌다.


"야구 경험 없는데 투타겸업이요?"

"아까 130 던진 애 맞지? 진짜 처음이래?"

"에이, 리틀야구 정도는 했겠지."


수군거리는 소리가 전부 들렸다.

귀가 좋은 편은 아닌데, 내 이름이 들어간 대화는 기가 막히게 잘 들린다.

감독님이 손뼉을 쳤다.


"잡담은 됐고, 워밍업부터 해. 서진이는 나한테 와."


선배들이 흩어져서 스트레칭을 시작했다.

감독님이 나를 불펜 쪽으로 데려갔다.


"일단 네 상태부터 체크해 볼 거다. 투구부터 하고, 타격도 해볼 거야. 무리하지 말고 내가 시키는 대로만 해."

"네."

"그리고 하나 물어볼 게 있는데."

"네?"

좀 전에 마운드에서 팔을 크게 돌린 거, 어디서 배운 거냐?"


유튜브에서 본 와인드업 자세를 대충 흉내 낸 거여서 대답하기가 궁했지만 솔직하게 말씀드리기로 했다.


"유튜브에서 봤어요. 그게 제일 멋있어 보여서요."

"......멋있어 보여서?"

"네. 팔을 크게 돌리는 게 폼이 나잖아요. 관중석에서 보면 확 눈에 띌 것 같아서."


감독님이 잠시 말이 없었다.

뭔가 복잡한 표정이었다.


"그 동작이 네 어깨 가동 범위하고 딱 맞아. 보통 초보한테 풀 와인드업을 시키면 팔꿈치에 무리가 가거든. 근데 너는 어깨 유연성이 좋아서 오히려 자연스럽게 나온 거야."


무슨 말인지 반 정도만 알아들었다.

요약하면 멋있으려고 한 동작이 내 몸에 맞았다는 뜻인 것 같다.

운이 좋네.


"오늘은 캐치볼부터 시작하자. 기본 그립 알려줄 테니까."


감독님이 공을 들어서 쥐는 법을 보여줬다.

포심, 투심. 손가락 위치에 따라 공의 궤적이 달라진다고 했다.

솔직히 이론은 잘 모르겠다.


하지만 손에 공을 쥐는 감각은 나쁘지 않았다.

실밥 사이에 손가락을 걸면 딱 맞물리는 느낌이 있었다.

캐치볼 상대는 2학년 포수 한태영이었다.


"난 한태영. 2학년이야. 편하게 태영이 형이라고 불러도 좋아."

"윤서진입니다."

"어, 서진아. 진짜 처음 던진 거 맞아? 130 나왔다며."

"네, 맞아요."

"미쳤다, 진짜. 올해는 우리도 우승할 수 있는건가?"


태영이 형이 15미터쯤 떨어져서 글러브를 벌렸다.

가볍게 주고받는 거라고 했다.

공을 던졌다.

태영이 형의 글러브에 정확히 들어갔다.

퍽, 하고 좋은 소리가 났다.


한 번 더 던졌다. 또 들어갔다.

열 번을 던지니 감이 잡혔다.

스무 번 쯔음 던지니 좀 더 정확하게 던질 수 있게 되었다.


"야, 이거 진짜 처음이야?"


태영이 형이 미트를 내리고 감독님 쪽을 돌아봤다.

감독님이 팔짱을 끼고 지켜보고 있었다.

표정이 읽히지 않았다.


사실 잘 던지려고 노력한 건 아니다.

상대 글러브에 정확히 꽂아넣으면 퍽 소리가 크게 난다.

그 소리가 나면 주변에서 고개를 돌린다.

고개를 돌린다는 건 나를 본다는 뜻이다.


그래서 소리가 잘 나도록 글러브 한가운데를 노린 것뿐이다.

그게 제구 능력이라는 걸 나는 몰랐다.

감독님이 다가왔다.


"거리 좀 벌려볼까. 태영이, 18미터."


포수가 뒤로 물러났다.

마운드에서 홈 플레이트까지의 정규 거리다.


던졌다.

퍽.

정확히 들어갔다.


"25미터."


태영이 형이 더 물러났다.

던졌다.

이번에는 아까보다 힘을 줘야 했다.

팔을 크게 돌렸다.

그게 더 멋있을테니까.


퍽!


소리가 아까보다 더 크게 울렸다.

옆에서 수비 연습하던 3학년 유격수가 고개를 돌렸다.


좋아, 또 봤다.

감독님이 태영이 형한테 물었다.


"어때?"

"감독님, 이거 좀 이상한데요."

"뭐가?"

"공이 뒤로 안 밀려요. 보통 초보가 던지면 미트가 밀리거든요. 근데 이 녀석은 공이 미트에 딱 꽂혀요. 공에 회전이 제대로 걸린다는 뜻 아닌가요?"


감독님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 표정을 자주 본다.

뭔가를 따져보는 눈이다.


"서진아, 공 던질 때 뭐 생각하면서 던져?"

"소리요."

"소리?"

"퍽 소리가 크게 나면 좋으니까요. 그래서 최대한 세게, 정확하게 꽂으려고요."

"......그 소리를 내려고 지금 이 제구를 하는 거라고?"


왜 그런 표정을 짓는지 모르겠다.

소리가 크면 사람들이 보니까 당연히 소리를 목표로 던지는 거 아닌가.


감독님이 태영이 형을 돌아보았다.

태영이 형도 감독님을 돌아보았다.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쳤다.

그게 무슨 의미인지는 잘 짐작이 가지 않았다.


이후 캐치볼이 끝나고 타격 연습에 들어갔다.

배팅케이지 앞에 서니 긴장이 되긴 했다.

사실 배트를 잡는 건 태어나서 처음이다.


감독님이 배트 잡는 법을 알려줬다.

왼손이 아래, 오른손이 위.

발 간격은 어깨 너비.

무릎은 살짝 굽히고, 시선은 투수 쪽.


"일단 느낌만 봐. 토스 배팅이야. 천천히 오는 공이니까 타이밍만 맞춰봐."


감독님이 토스 머신 앞에 섰다.

공이 느리게 날아왔다.


첫 번째 스윙.

헛스윙이었다.

배트가 공 위를 스쳐지나 갔다.

바람 소리만 났다.


두 번째.

또 헛스윙.

이번에는 공 아래를 지나갔다.


세 번째.

배트 끝에 공이 맞았다.

힘없이 데굴데굴 굴러갔다.


한심했다.

아까 캐치볼 때 느꼈던 야구부원들의 시선이 사라지고 있었다.

흥미를 잃은 눈들이 하나둘씩 돌아갔다.


‘안 돼. 이러면 안 돼.’


이를 악물었다.

배트를 다시 들었다.

이번에는 자세를 바꿨다.


아까 감독님이 알려준 교과서적인 자세가 아니라, 좀 더 크게 벌렸다.

이유는 하나다.

아까 야구 영상에서 본 선수들은 전부 크게 벌리고 스윙했으니까.

그리고 그들은 전부 이런 자세로 전부 배트를 크게 휘두르고 공을 펜스 너머로 넘기고 환호 받았으니까.


나도 저렇게 치고 싶다.

저렇게 쳐야 사람들이 본다.

발을 넓게 벌리고, 배트를 높이 들었다.

공이 날아왔다.


쩡!


금속 배트에서 날카로운 소리가 났다.

공이 배팅케이지 네트에 박히면서 네트가 출렁거렸다.

배팅케이지 옆에서 스트레칭하던 선배 두 명이 고개를 돌렸다.


좋아, 봤다.


다음 공. 같은 자세로 크게 스윙했다.


쩡!


이번에는 아까보다 더 좋은 소리가 났다.

공이 네트 상단에 박혔다.


그 다음 공도 쳤다. 또 맞았다.

자세를 바꾸고 나니까 공이 배트에 걸리기 시작했다.

열 번 중 일곱 번은 맞았다.

그중 세 번은 쩡 소리가 제대로 났다.


감독님이 토스 머신을 멈추고 다가왔다.

표정이 또 복잡해져 있었다.


"서진아."

"네?"

"방금 자세 바꾼 거, 왜 바꿨어?"

"아, 그냥 크게 스윙하는 게 더 멋있을 것 같아서요."

"......멋있을 것 같아서."


감독님이 똑같은 말을 되뇌었다.

이 사람한테 이런 습관이 있는 것 같다.


"네가 아까 자세를 바꾸면서 스탠스를 넓힌 거, 그게 오픈 스탠스야. 보통 파워 히터들이 쓰는 자세인데, 고관절 유연성이 좋아야 제대로 쓸 수 있거든."

"그래요?"

"보통 처음 배우는 애한테 오픈 스탠스를 시키면 하체가 무너져. 근데 너는 하체가 안 흔들려. 토스 배팅인데 타구 방향도 센터에서 우측으로 일정하고."


무슨 뜻인지 잘 모르겠다.

요약하면 내맘대로 바꾼 자세가 얼떨결에 내 몸에 맞았다는 건가.

감독님이 한숨을 내쉬었다.

기분 나쁜 한숨은 아니었다.


"야구 한 번도 안 해본 놈이 투구에서는 제구 감각, 타격에서는 오픈 스탠스. 그것도 전부 멋있어 보인다는 이유로."

"......칭찬이에요?"

"글쎄, 나도 모르겠다."


감독님이 고개를 저으며 불펜 쪽으로 걸어갔다.

배트를 어깨에 걸치고 배팅케이지에 서 있었다.

주변을 둘러봤다.

야구부원 절반 이상이 나를 보고 있었다.

아까 헛스윙할 때 돌아섰던 시선들이 다시 돌아와 있었다.


좋다. 이 느낌이 좋다.

야구, 나한테 맞는 것 같다.


물론 야구 자체가 좋은 게 아니라 야구를 할 때 받는 관심이 좋은 거다.

지금까지 해본 것 중에 가장 효율이 좋다.

던지면 관심, 치면 관심. 둘 다 하면 두 배.

투타겸업은 정말 최고다.


***


연습이 끝나고 야구부실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뒤에서 선배들이 얘기하는 소리가 들렸다.


"야, 저 1학년 좀 무섭지 않아?"

"뭐가?"

"멋있어 보여서 자세를 바꿨는데 그게 맞아? 말이 돼?"

"운동 감각이 미친 거지, 뭐."

"운동 감각이 미친 정도가 아니라 천재 아니냐, 저거."


천재.

그 단어가 귀에 박혔다.

발걸음이 멈췄다.


천재라고? 나를?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왔다.

그냥 멋있어 보이고 싶었을 뿐이다.

관심받고 싶어서 크게 던지고, 관심받고 싶어서 크게 스윙했을 뿐이다.

그게 천재로 보인다고?

......나쁘진 않은데.


아니, 솔직히 말하면 최고다.

천재라는 소리를 들으면 더 많은 관심을 받을 수 있다.

관종인 내가 천재로 착각당하고 있다.

이보다 완벽한 상황이 어디 있어.


야구부실 문을 열며 입꼬리가 귀까지 올라가는 걸 참을 수 없었다.

부실에서 스파이크를 벗고 운동화로 갈아신었다.

옆자리에서 태영이 형이 수건으로 땀을 닦으며 말을 걸어왔다.


"서진아."

"네?"

"내일도 나오지?"

"당연히 나와야죠..?"

"내기할래?"

"무슨 내기요?"

"일주일 안에 피칭머신이 던져주는 공 열 개 중 여덟 개 이상 맞추면 내가 저녁 살게. 못 맞추면 네가 사는 거고."

"좋아요!"


대답을 하면서 속으로 계산했다.

오늘 자세를 바꾸고 나서 열 번 중 일곱 번 맞았다.

일주일이면 여덟 번쯤은 맞출 수 있을 것 같다.

아니, 맞춰야 한다.

내기에서 이기면 그것도 화제가 되니까.


"근데 서진아."

"네?"

"너 진짜 관심 받으려고 야구 시작한 거야?"


입부할 때 한 말이 야구부 전체에 퍼진 모양이다.

‘경기 내내 제가 주인공이에요’라고 한 그 발언.


"네. 솔직히 관심받으려고 시작한 거 맞아요."


태영이 형이 피식 웃었다.


"근데 감독님이 그러시더라. 동기가 뭐든 재능은 진짜인 것 같다고."

"감독님이 그러셨어요?"

"응. 캐치볼 끝나고 나한테 따로 말씀하시더라. 저 녀석은 본능적으로 공 던지는 법을 알고 있다고. 야구를 처음 해본 사람한테서는 나올 수 없는 감각이라고."


솔직히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다.

공 던지는 방법 같은 걸 깊게 생각해 본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부실을 나와 교문을 향해 걸었다.

가을 바람이 불었다.

폰을 꺼내서 인스타그램을 열었다.

프로필 사진을 바꿀까 생각했다.


야구 글러브를 낀 손 사진이면 괜찮을 것 같다.

내일 연습 전에 찍어야지.


해시태그는 뭘로 하지.

야구부, 투타겸업, 신입생, 첫연습, 130km. 정도면 될까?


걸으면서 해시태그 목록을 정리하는 내 모습이 딱 관종이긴 하다.

알고 있다.

알면서도 그만둘 수 없다.


내일 연습이 기다려졌다.

야구가 기다려진 게 아니라, 야구를 하면서 받을 시선이 기다려진 거다.

아마 그럴 거다.

분명히 그럴 거다.


그런데 이상한 게 하나 있다.


아까 캐치볼할 때, 공이 태영이 형의 글러브에 퍽 하고 박히는 그 순간.

관중도 없고, 아무도 보고 있지 않을 때였는데.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그냥 공을 던지는 것 자체가, 뭐랄까.


......아니다.

착각이다.

그냥 소리가 좋았던 거다.

반드시 그럴꺼다.



작가의말
오늘 안으로 한편 더 올리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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