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튜브로 야구 배운 고딩이 메이저리그를 박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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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발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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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2.25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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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3.14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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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2.25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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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DUMMY

내기가 시작됐다.


월요일.

방과 후 연습이 끝나고 선배들은 하나둘 집에 가기 시작했지만 나는 홀로남아

배팅케이지 앞에 섰다.

피칭머신을 켜고 배트를 들었다.


조용했다.

아무도 없었다.

나를 보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쩡.

첫 번째 공. 배트 끝에 걸려서 힘없이 데굴데굴 굴러갔다.

두 번째 공. 헛스윙.

세 번째 공. 겨우 맞았는데 힘없는 파울.

열 개 중 네 개를 맞췄다.

깔끔한 타구는 하나도 없었다.

의욕이 나지 않았다.

아무도 보고 있지 않으니 잘 치고 싶어도 왠지 잘 쳐지지 않았다.

그렇게 첫 날은 대충 스무 번 정도 더 치고 돌아갔다.


화요일.

열 개 중 다섯 개.

여전히 혼자였고 여전히 실력은 늘지 않았다.

스윙이 느려지는 게 스스로도 느껴졌다.


수요일.

열 개 중 다섯 개.

나아진 게 없었다.


목요일.

3학년 외야수 선배 두 명이 자기 연습을 하러 나왔다가 케이지 앞에서 끙끙대는 나를 잠깐 구경했다.


"야, 쟤가 태영이랑 내기했다는 1학년 맞지?"

"응. 일주일 안에 열 개 중 여덟 개 맞추는 거."

"에잉, 지금 저 상태면 당연히 태영이가 이기겠네. 다섯 개도 힘들어 보이는데 뭔 여덟 개야."


선배들이 피식 웃으며 돌아갔다.

그 말이 귀에 박혔다.


금요일.

열 개 중 여섯 개.

조금 늘긴 했다.

하지만 여덟 개에는 한참 모자랐다.


토요일, 일요일은 학교 문이 닫혀 있었다.

이틀 동안 집에서 유튜브로 타격 영상만 봤다.

배트 없이 거울 앞에서 스윙 흉내를 내봤는데 혼자 하니까 금방 질렸다.


월요일. 내기 당일 날.


방과 후 연습이 끝나고, 태영이 형이 배팅케이지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가 약속했던게 오늘이지?"

"네."


그런데 태영이 형만 온 게 아니었다.

소문이 퍼진 모양이다.

3학년 외야수 선배 두 명, 2학년 내야수 한 명, 1학년 보조 멤버 두 명.

야구부원 대여섯 명이 케이지 주변에 모여 있었다.


시선이 꽂혔다.

등줄기가 쭈뼛했다.

심장이 빨라졌다.


아, 이거다.


피칭 머신이 켜졌다.

첫 번째 공이 날아왔다.


쩡!


배트 정중앙에 맞았다.

네트가 출렁거렸다.


"어?"


구경하던 선배가 눈을 크게 떴다.

좋아, 봤다. 더 세게.


쩡! 쩡! 쩡!


네 번째, 다섯 번째, 여섯 번째. 전부 맞았다.

지난주 혼자 칠 때와 완전히 다른 스윙이었다.

몸이 가벼웠다.

온몸에 전기가 흐르는 것 같았다.

누군가 나를 보고있다고 생각하니 감각이 예민해졌다.


일곱 번째. 놓쳤다.

여덟 번째. 맞았다.

아홉 번째. 놓쳤다.


마지막 열 번째 공이 날아왔다.


쩡!


열 개 중 여덟 개.

딱 두 개만 애매하게 놓쳤다.

나머지 여덟 개는 전부 깔끔한 타구였다.

태영이 형이 멍한 표정으로 피칭 머신 옆에 서 있었다.


"......야, 이거 사기 아니냐."

"형이 내기 걸었잖아요."

"아니, 지난 주 내내 여섯 개도 힘들어하던 놈이 갑자기 여덟 개를 때린다고?"


태영이 형이 지갑을 꺼내며 한숨을 쉬었다.


“에휴··· 어쩔 수 없지··· 아무래도 넌 실전에 더 강한 타입인가보다···”


그날 저녁, 태영이 형은 학교 앞 분식집에서 떡볶이를 사줬다.

마주 앉아서 떡볶이를 먹는데 태영이 형이 젓가락으로 나를 가리키며 물었다.


"서진아, 나 진짜 궁금한 게 있는데."

"뭔데요."

"아까 피칭 머신 앞에서 무슨 생각하면서 쳤어?"

"어떻게 하면 더 큰 소리를 낼지요."

"......또 소리?"

"네. 쩡 소리가 크게 나면 사람들이 고개를 돌리잖아요. 그래서 제일 크게 소리 나는 타점을 찾은 거예요."


태영이 형이 떡볶이를 씹다가 멈췄다.


"너 그거 알아? 네가 말하는 제일 크게 소리 나는 타점이 스위트 스팟이야. 배트의 정중앙. 거기를 정확히 맞추면 타구 속도가 가장 빠르고, 비거리도 가장 멀어."

"아, 그래요?"

"보통 그거 찾는 데 몇 달 걸리거든. 근데 넌 사람들 앞에서 처음으로 제대로 치자마자 찾은 거잖아. 확실히 네가 재능이 있긴 있나보다."


재능이 아니라 관심받고 싶어서 얼떨결에 한건데.

태영이 형의 말에 추가적으로 말을 덧붙이진 않았다.

이 오해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


***


내기에서 이긴 다음 날, 감독님이 자체 연습경기를 잡았다.


그 전에 불펜에서 피칭 연습이 있었다.

감독님이 나를 불러 세웠다.


"서진아, 넌 오늘부터 제구에 집중한다."

"제구요?"

"네가 처음 던졌을 때 130km 찍은 건 인상적이었어. 근데 지금 너한테 필요한 건 구속이 아니라 스트라이크존에 공을 꽂아 넣는 능력이야. 일단 힘 빼고 정확하게 미트에 집어 넣는 감각부터 잡아."


감독님 말대로 했다.

온 힘을 다해 던지는 게 아니라 태영이 형의 미트에 정확히 넣는 데만 집중했다.


퍽.


들어갔다. 스트라이크.


퍽.


또 들어갔다.


하지만 스피드건 숫자가 달라져 있었다.

125km.

아까와 다르게 힘을 조절하니까 구속이 확 떨어졌다.


130km에서 125km로.

5km가 줄었다.

감독님은 괜찮다고 했다.


"초보한테 구속은 나중 문제야. 일단 던지고 싶은 곳에 던질 수 있어야 해. 제구가 먼저다."


맞는 말인 건 알겠다.

하지만 나는 솔직히 불만이었다.

130km을 던질 때 선배들이 '우와' 하고 놀라던 표정이, 125에서는 나오지 않았다.

125km는 평범했다.

고개를 돌려줄 만한 숫자가 아니었다.


***


연습경기가 시작됐다.

야구부 내에서 두 팀으로 나눠서 하는 경기.

나는 B조 선발 투수.

생애 첫 연습경기였다.


마운드에 올라섰다.

흙을 발로 다졌다.

유니폼이 아직 없어서 체육복 차림이었지만 마음만은 이미 프로 무대에 서있었다.


첫 타자가 들어왔다.

3학년 좌익수 선배.


와인드업.

크게, 최대한 크게.

하지만 제구에 집중하라는 감독님 지시가 있었다.

힘을 조절해서 던졌다.


퍽.


스트라이크. 125km.

타자가 가볍게 보고 넘겼다.

반응이 없다.

표정 변화가 없다.


두 번째 공. 또 스트라이크. 124km.

타자가 방망이를 슬쩍 내밀어서 파울을 쳤다.

별 감흥이 없는 얼굴이었다.


벤치에서도 반응이 미미했다.

125km짜리 직구에는 아무도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안 돼.

이러면 안 된다.

이 상황이 지속된다면 나는 그냥 평범한 1학년 투수가 될 뿐이다.


세 번째 공.

고민에 빠졌다.


구속으로 찍어 누를 수 없다.

125km로는 시선을 뺏을 수 없다.

그러면 다른 방법으로 시선을 끌어내야 한다.


유튜브에서 봤다.

몸쪽 높은 공이 타자 턱밑으로 지나갈 때, 타자가 뒤로 확 젖혀지면서 놀라는 장면.

그 리액션이 진짜 볼 만했다.

관중들도 우와! 하고 탄성을 질렀다.

구속이 느려도 몸쪽으로 파고들면 타자는 본능적으로 놀란다.

그래, 저걸 해보자.


세 번째 공을 몸쪽 높이 던졌다.

공이 타자 쪽으로 쏠렸다.


"어?!"


감독님이 팔짱을 끼고 눈을 가늘게 떴다.


태영이 형이 마운드로 올라왔다.


"야, 방금 그거 일부러 던진 거야?"

"네."

"......왜?"

"타이밍을 한번 뺏어보려고요?"


태영이 형이 마스크 안에서 한숨을 내쉬었다.


"미친놈."


결국 그 타자는 다음 공에 헛스윙 삼진을 당했다.

두 번째 타자도 삼진.

세 번째 타자는 약한 땅볼로 아웃.


1이닝을 삼자범퇴로 막았다.

더그아웃으로 돌아오니 감독님이 기다리고 있었다.

칭찬이 나올 줄 알았다.


"서진아."

"네!"

"아까 몸쪽 높은 공, 투 스트라이크 뒤에 타자 타이밍을 흔들겠다는 의도였지? 의도는 좋았어. 그런데 지금은 그렇게 하면 안 돼."

"......네?"

"아직 구속도, 구위도, 제구도 다 안 잡힌 상태야. 몸쪽을 공략하는 건 위험해. 조금만 빗나가면 데드볼이다. 상대 타자가 다치는 건 물론이고 네 멘탈도 흔들려."


감독님이 진지하게 말했다.


"기본기가 잡히기 전까진 몸쪽으로 던지는건 금지다. 스트라이크존 안으로만 던져. 알겠나?"

"......네."


고개를 숙였다.

데드볼이라는 건 생각 안 했다.

인정할 건 인정해야 한다.

아직 나는 초보다.


***


타석에서는 사정이 달랐다.

내 차례가 왔다.

B조의 3번 타자로 타석에 들어섰다.


상대 투수는 A조의 에이스, 3학년 김도현 선배.

135km 직구에 슬라이더까지 구사한다고 들었다.


오픈 스탠스. 배트를 높이 들었다.

도현이 형의 첫 번째 공이 날아왔다.

빠르다.

피칭 머신과는 차원이 달랐다.


헛스윙.

바람 소리만 났다.


벤치에서 역시 타격은 아직인가 하는 분위기가 느껴졌다.

시선이 줄어드는 게 느껴졌다.

안 돼.


이를 악물었다.

두 번째 공. 스윙하지 않았다.

공의 궤적을 눈으로 쫓았다.

아, 이 정도 속도구나.

체감 속도가 머리에 새겨졌다.


세 번째 공이 날아왔다.


쩡!


배트가 공을 정확히 맞았다.

타구가 유격수와 3루수 사이를 갈랐다.


안타.


1루 베이스를 밟으며 벤치를 돌아봤다.

선배들이 전부 나를 보고 있었다.


"3학년 에이스 공을 세 번째에 맞추네."

"야구 시작한 지 얼마 안 됐다며?"


좋아. 투수로 삼진, 타자로 안타.

한 경기에서 두 번 주목받았다.

투타겸업, 역시 최고다.


***


연습경기가 끝나고, 감독님에게 다가갔다.


"감독님, 부탁드릴 게 있는데요."

"뭔데?"

"카메라 하나 설치해도 될까요? 제 투구 폼이랑 타격 폼을 촬영해서 교정할 부분을 찾아보고 싶어서요."


감독님의 눈이 커졌다.


"스스로 영상 분석을 하겠다고?"

"네. 프로 선수들 폼이랑 비교해보면 뭐가 다른지 알 수 있을 것 같아서요."


감독님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삼각대 세울 자리는 내가 잡아줄게."


물론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잘 나온 각도로 편집해서 인스타에 올릴 거다.

해시태그는 이미 정해놨다.

#투타겸업, #고교야구, #마운드, #신입에이스.


삼각대를 설치하고 시범삼아 한 번 찍어봤다.

역광을 받은 와인드업 실루엣이 예술이었다.

영상을 확인하는 내 뒤에서 감독님이 태영이 형에게 나지막이 말하는 게 들렸다.


"저 녀석, 보통이 아니야. 1학년이 자발적으로 영상 분석을 하겠다고 나서는 건 처음 봐."

"......감독님, 저 녀석은 좀 독특하긴 한데요."

"독특한 게 아니라 야구에 미친 거지. 눈빛이 달라."


***


그날 저녁,

나는 집에 돌아와 현관문을 열었다.

오늘따라 유난히 어두웠다.


냉장고에 붙어 있는 메모.

- 이번 주는 목요일까지 출장이야. 냉동실에 밥 얼려놨으니까 꺼내 먹어.


나는 메모를 잠깐 보고 냉장고를 열었다.

밥 하나를 꺼내 전자레인지에 넣었다.


윙, 하는 기계음만 부엌에 울렸다.

식탁에 앉았다.

의자가 네 개인데 앉는 건 항상 나 혼자다.


전자레인지가 삐, 하고 울렸다.

밥을 꺼내서 김치랑 먹었다.

TV를 켰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출연자들이 와하하 웃고 있었다.


저 사람들은 수백만 명이 보고 있다.

나는 지금 아무도 안 보고 있다.

이 넓은 아파트에 나 하나다.


......괜히 기분이 가라앉았다.


폰을 꺼냈다.

오늘 찍은 투구 영상을 다시 틀었다.

마운드에서 팔을 크게 돌리는 내 모습이 화면에 나왔다.

퍽, 하는 미트 소리가 스피커에서 울렸다.


아까 삼진을 잡았을 때, 선배들이 나를 보던 시선.

안타를 쳤을 때, 벤치에서 터진 탄성.

그 순간들을 떠올리니 가슴이 다시 뜨거워졌다.


야구가 있으니까 괜찮다.


그때, 폰이 울렸다.

카톡이었다.


[오정택 감독님]: 서진아, 다다음 주에 지역 친선 대회가 있다. 200명 정도 관중이 올 건데, 떨지 않고 던질 수 있겠나?


200명.


벌떡 일어났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200명의 관중.

200명의 시선.


손가락이 떨렸다.

답장을 쳤다.


[윤서진]: 할 수 있습니다!

[오정택 감독님]: 좋아 내일부터는 네 전용 커리큘럼을 짜주마.


보내고 나서 폰을 가슴에 올려놓았다.

천장을 바라봤다.

아까와 같은 어두운 방인데, 기분이 완전히 달랐다.


이불을 머리끝까지 끌어올리고 낄낄거렸다.

한참을 웃다가 문득 깨달았다.


아까 연습경기에서 마운드에 올라갔을 때.

관중은 없었다.

그저 125km짜리 느린 공으로 삼진을 잡았을 뿐이었다.

그런데도 공이 손끝을 떠나는 그 찰나의 감각.

그건 시선과 상관없이 좋았다.

왠지 내일 훈련이 기대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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