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마가 되니 탑 공략이 쉽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무협

개띡이
작품등록일 :
2026.03.06 16:49
최근연재일 :
2026.03.25 18:12
연재수 :
20 회
조회수 :
4,889
추천수 :
147
글자수 :
149,239

작성
26.03.06 17:07
조회
548
추천
14
글자
20쪽

01. 천마

DUMMY

“강 대리, 이번 중국 출장은 자네가 좀 맡아줘.”


개발기획팀 대리 강진혁.

정말이지 억지로 떠맡은 중국 출장길이었다.


정체불명의 탑이 전세계 곳곳에 세워진지 10년.


헌터라 불리는 각성한 초인들이 등장하며 세상은 뒤집혔다.


하지만 그건 그들만의 리그였다.

나 같은 미각성자, 일반인들의 삶은 크게 다를 바 없었다.


여전히 상사에게 치이고 바이어의 비위를 맞추며 하루하루를 버틸 뿐.


출장 미팅 일정 중간에 짬을 내어 바이어들과 장가계(張家界)에 올랐다.


풍경은 가히 장관이었으나, 길이 너무 험준하고 조악해 몇 번이나 포기하고 싶었는지 모른다.


‘이게 내 몸무게를 버틸 수 있는게 맞아?’


가파른 산길을 벌벌 떨며 오르던 것까진 기억이 난다.


평범한 직장인에 불과한 나는 갑자기 터진 전이 현상에 휩쓸려 버렸다.


그러나 분명히···.


[마나의 흐름은 안정적. 전이 현상 발생 확률 0%.]


0%라며!


불가능은 없다 이거야?


뉴스에서 떠들던 마나 일기예보는 어김없이 빗나갔다.


애초에 중국산이라 그런걸까?


나는 기형적인 구멍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리고 정신을 차렸을 때.

서늘한 동굴 바닥에 개구리처럼 엎어져 있었다.


"큭, 커헉······!"


숨을 쉴 수가 없었다.


물 속에 빠졌다거나, 산소가 부족해서가 아니었다.


그저 내 앞, 수만 구의 뼈를 엮어 만든 거대한 옥좌 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는 '한 사내' 때문임이 분명했다.


칠흑 같은 장포를 두른 정체불명의 존재.


그의 존재감에 온몸의 땀구멍이 비명을 지르며 핏물이 터져 나올 것 같은 감각이 전신을 짓눌렀다.


공포, 그것도 압도적 공포.


산길 한복판에서 호랑이를 만나도 이 정도로 두렵지는 않으리라.


그때였다.


[······그대는 이계(異界)의 객이로구나.]


사내의 입술은 미동조차 하지 않았건만, 내 머릿속에 직접 목소리가 울렸다.


텔레파시?


"커, 허억······!"


그것보다 죽는다.


머리털이 새하얗게 타버리는 것 같다.

이대로 1분만 더 있어도 모공 하나 하나에서 피가 분수처럼 뿜어져 나올 것 같았다.


내가 눈알을 까뒤집으며 거품을 물려던 찰나, 전신을 짓누르던 끔찍한 중압감이 씻은 듯이 증발했다.


“푸하아앗! 하아, 하아······.”

"전음 대신 말로 하겠다."


바닥에 코를 박은 채 미친 듯이 산소를 들이마시는 내 귓가로, 동굴을 낮게 울리는 사내의 육성이 들려왔다.


“내 이름은 백무진(白武陣). 무림을 통일하고 천마(天魔)의 자리에 올랐으나, 우주의 섭리를 엿보고 나니 세상에 더 이상 취할 것이 없어 이곳에 홀로 폐관한 지 오래다.”


천마? 무림? 폐관?

웹소설이나 드라마에서나 보던 단어였다.


평소 같았으면 정신 나간 사람으로 치부했겠지.


그러나 직감할 수 있었다.


저 사내가 원한다면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고도 나를 먼지로 만들 수 있다는 것쯤은.


“그럼 본좌가 묻겠다. 대답의 여하에 따라 네 명줄이 결정될 것임을 알라.”


직장 생활 5년 차.

까탈스러운 부장님 밑에서 구르며 터득한 K-직장인의 생존 본능이 경고를 보냈다.


애초에 생사여탈권은 내 손을 떠난지 오래다.


살려달라고 비는 건 하수다.


여기서 찌질하게 살려달라고 빌면 오히려 목이 날아가는 건 클리셰이지 않는가.


이런 절대자에게는 내게 살려둘 가치가 있음을 증명해야만 한다.


“그대는 누구고, 어떻게 본좌의 앞에 당도할 수 있었는지 소상히 고하라.”


나는 흙먼지를 털지도 않고, 납작 엎드려 절을 했다.


무려 천마, 천마군림보의 그 천마라고 하지 않는가.


마교의 교주.


절대자.


세계관 최강자.


그러니 어렴풋하게 알고 있는 무협지를 떠올리며 최대한 맞춰보기로 했다.


“대인을 뵙습니다! 제 이름은 강진혁. 제가 온 곳은 일단 지구라는 곳인데···.”


역사 속에 천마란 인간이 실존했을까?


그건 아니라고 본다.


어디까지나 소설 속 이야기니까 말이다.


그렇다면 여긴 지구가 아닐 확률이 높다.


아니면 멀티버스나 평행우주일 수도 있겠지.


우선 내가 알고 있는 지구의 역사를 이야기했다.


기초 교육과 삼국지로 다져진 중국에 대해서도.


“중원이라 말씀하는 지역은 현재 중국으로 통일되어···”


말하면서도 동양사 공부를 더 열심히 할 걸 후회했다.


마치 천일야화의 이야기꾼처럼, 그저 살기 위해 쉴 새 없이 아는 지식을 총동원해서 떠들었다.


손바닥만 한 쇳덩이로 지구 반대편의 사람과 대화할 수 있는 문명의 이기를.


고철 덩어리가 하늘을 날아다니는 마법 같은 과학의 세계를 낱낱이 고했다.


“100만리밖의 사람과 전음을 주고 받는다라···비행기라···그렇군.”


그런데 저, 저 무심한 반응은 대체 뭔가.


천마의 반응은 어딘가 이상할 정도로 수상했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여긴 무림 세계관이 아닌가?


과학 기술 수준이라고 해봐야 천년 전의 중국일터인데···.


천마는 평범한 인간조차 높은 하늘을 날 수 있다는 소리에 눈 하나 꿈쩍이지 않는다.


마치 어렴풋하게는 알고 있다는 듯.


아니면 설마 내 말을 거리낌 없이 믿는 걸까?


아니지. 아니야.


그런 어설픈 남자일리가 없다.


처음부터 내가 이 세계 사람이 아님을 눈치챈 입지적인 인물이다.


애초에 본인 입으로 낯간지럽게 우주의 섭리를 꿰뚫었다고 하지 않았나.


사실이라면 나조차도 꿰뚫어 보고 있을지도 모른다.


어쨌거나 거짓을 말할 이유도 없고, 나는 차분히 그러나 열정적으로 설명했다.


“폐관 수련 중이셨다는 공동에 제가 있을 수 있는 이유는 전이 현상 때문입니다.”


내가 그에게 현상이 발생한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헌터 그리고 탑에 대한 이야기까지 술술 풀었다.




“그래. 그래서 끝이 보이지 않는 첨탑이 생겨 중원, 아니 세계가 위기에 처했고. 내공을 다룰 줄도 모르는 범인들이 모여 지축을 흔드는 괴물을 사냥하고 있다?”


“그렇습니다. 세계의 구원을 위해서죠. 그 특별한 힘을 가지고 탑을 오르는 이들을 헌터라고 합니다.”


천마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렇다면···이야기꾼, 자네도 헌터인가?”


“아닙니다. 저 같은게 무슨.”


“그대는 왜 헌터가 되지 않는가?”


“선택받은 자들만이 각성을 하여 힘을 얻기 때문이죠. 저는 보시는 것처럼 재능도 없고, 각성 해봤자 일겁니다.”


멋쩍은 웃음이 새어나왔다.


애초에 나같은 하남자가 무슨 헌터야.


그리고 아라비안나이트의 세헤라자데에 빙의했던, 내 길고 긴 썰풀이도 끝이 났다.


옥좌 위에 묵직한 정적이 흘렀다.


“본좌는 진실과 거짓을 판별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꿀꺽···.”


“오늘만큼 본좌의 귀와 능력을 의심하게 된 것은 약관 이후로 처음이로구나.”


천마 백무진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번졌다.


“참으로 기이하고도 흥미로운 세계로다.”


“감사합니다!”


웃음을 거둔 그가 자리에서 스르륵 일어났다.


“네놈의 그 입담이 본좌의 무료함을 달래주었으니, 값을 치러야 마땅하겠지.”


“아,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정말로요!”


“본좌의 선물을 감히 받지 않겠다?”


“아닙니다! 받겠습니다!”


그러자 그가 한 걸음을 내딛었다.


아니 내 딴에는 그렇게 생각한 순간···!


내 코앞으로 다가와 턱을 쓰다 듬었다.


설마 말로만 듣던 축지법?


“헌데 기이하군. 네가 말한 그 '각성'이라는 것 말이다.”


거리가 단숨에 좁혀진 것에 너무도 놀라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아무런 수련 없이, 하늘이 내려주는 힘을 일순간에 얻는다?”


“그러합니다.”


무언가 탐탁치 않다는 듯 눈이 가늘어졌다.


“본좌는 평생 무(武)의 길을 걸었다.”


말 안해도 그런 것 같아.


“본좌가 보기에 그건 진정한 힘이라 할 수 없노라.”


날 더러 어쩌라고.


나랑은 아무 상관도 없는 일인데···.


“받거라. 이계의 만담꾼이여.”


양손을 내밀자 건넨건 먼지 쌓인 낡은 서책이었다.


이건···?


『천마신공(天魔神功)』


내가 멍하니 서책을 바라보자, 천마가 담담히 말했다.


“이건 내 무공의 정수를 담은 비급서. 본좌의 시험을 통과한 이가 없으니 그대에게 건네도 무방하겠지.”


“하지만 이건···이런 귀한 걸···!”


사실 전혀 기쁘지 않았다.


애초에 내가 이딴걸 읽어서 무슨 소용이야?


책 하나 읽는다고 하늘을 날고, 무공을 펼칠 수 있는게 아니잖아.


그래도···이거 혹시 비싸려나?


백무진은 은근히 어깨를 으슥거리며 말을 이었다.


“수련을 게을리하지 않고 매일 갈고 닦으면, 헌터라는 족속들이 얻은 졸속한 힘보다 훨씬 강해질 수 있을 터.”


이보세요. S급 헌터가 뉘집 개이름인 줄 알아?


우리나라의 S급 헌터와 붙으면 누가 이길까?


“신묘한 이치를 깨우치고나면, 분명 그대가 제일 먼저 정상에 도달해 지구라는 천지를 구할 수 있을 것이니라.”


나의 어떤 점을 보고 이런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


패배자 마인드는 결코 아니다.


다만 말 한 마디로 가치관이 좌우될 만한 나이는 아니라는 거지.


나는 나를 잘 알고 있으니까.


스윽.

천마의 검지와 중지 손가락이 내 명치를 짚었다.


“단전에 옹이가 지고 기혈이 꽉 막힌 천고의 둔재로구나.”


단전이 뭔데?

말뜻을 100% 이해는 못 하더라도 이것 만큼은 확실하다.

내가 재능이 없다는 뜻이잖아.


뼈를 때리는 팩트 폭력.

괜찮아, 그런 평가는 익숙하니까.


“하지만!”


백무진의 광채가 번뜩였다.


“역으로 생각하면, 무언가를 담아본 적 없는 텅 빈 찻잔이니 무엇이든 담는 것도 가능하겠지. 게다가 이 특이한 푸른 선천진기(先天眞氣)는 본좌조차 처음 보는···.”


선천진기는 또 뭐야?


점점 전문 용어가 튀어 나오자 마치 문맹이 된 기분이 되었다.


그야말로 소 귀에 경읽기가 따로 없다.


최대한 경청하는 척하는게 고작.


그나저나 이런 걸 무협에선 기연이라고 하던데.


나는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걸까?


아니면 천마의 말대로 이계, 그러니까 이세계인걸까?


“본좌를 독대하고 있음에도 퍽 여유만만해졌구나.”


뜨끔.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걸 들켰나?


그새 익숙해진건지···.


그때 갑자기 등골이 서늘해졌다.


즉시 생존을 위한 자세 넘버원을 시전했다.


비급서를 공손히 내려두고 절을 했다.


“성은이 망극합니다! 천마의 은혜에 몸둘바를 모르겠습니다. 천마 만세! 만세!”


이럴 때 쓰는 표현이 맞는지 아닌지 모른다.


다만 포식자 앞의 먹잇감이 취할 수 있는 행동은 도망치거나, 살려 달라며 납작 엎드리는 것 뿐 아니겠는가?


하물며 이 사방 팔방이 꽉 막힌 동굴은 숨을 곳 조차 없다.


아니, 카멜레온처럼 완벽하게 자취를 감췄다고 하더라도 금세 찾아낼 실력이 분명 그에겐 있을 것이다.


“제가 드릴 수 있는 것이 없어서 죄송할 따름이며···”


“그만. 그만.”


“네!”


“천 년의 이야기에 대한 값이라 여기라 했거늘. 덕분에 끝을 모르던 무료함을 달랠 수 있었으니 좋지 아니한가.”


칭찬이다. 칭찬.


“대신 본좌도 하나 조건이 있다.”


그럼 그렇지.


순순히 거래를 해줄리가 없다.


무엇을 원할까?


파리 같은 내 목숨에는 관심이 없을 것 같고.


설마···내 젊음?


아니면 머리카락?


그것만은 안 된다!


안 그래도 한 올 한 올 소중한데.


그래도 굴러도 이승의 똥밭에서 굴러야지.


대머리로 사는 인생도···


“무엇을 상상하는지 본좌가 알 바가 아니나, 네놈이 생각하는 그런 것이 아니다.”


“휴···!”


“단지 전리품으로 챙길 이계의 물건을 하나 바쳐라.”


이거 사실상 삥 뜯는 거였네.


그런데 어떡하지?


황급히 주머니를 뒤지니 휴대폰이랑 카드 지갑밖에 없었다.


가방안에 든 것이라고 해봐야 페트병이랑 간식 정도.


그야말로 빈털털이가 아닐 수 없었다.


그가 결정을 빨리 내리는게 좋을 거라는 무언의 신호를 준다.


“자,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어쩔 수 없다.


현대 문명의 이기, 휴대폰을 바치자.


그렇게 생각했을 무렵, 자켓의 왼쪽 포켓을 뒤졌다.


어? 동그란 무언가 손에 잡혔다.


그건 바로 언젠가 넣어두고 까먹은 500원짜리 동전.


그러니까 ‘돈’이다.


아무리 그래도 돈은 돈이니까.


하지만 천마는 초월적인 존재.


자신의 무공을 돈 주고 사겠다고 하면 꽤나 큰 불쾌감을 느낄 수도 있다.


천마가 물질따위를 원하지는 않을 테니까.


그럼 어떻게?


예쁘게 포장을 해야지.


난 목숨을 건 도박에 베팅했다.


“저는 이걸 바치겠나이다!”


“무엇이냐?”


“아뢰옵기 황송하오나 이건 현대의 화폐, 그러니까 돈입니다.”


그럴듯한 구라를 치려면 우선 진실을 한 스푼 섞어야 한다.


그러자 예상했던 대로...태풍이 불어왔다.


“이 놈!”


갈(喝)!


머리카락이 바람에 흩날렸다.


고막은 찢어지는 줄 알았다.


볼은 칼날에 베인듯 상처가 나 피가 주르륵 흘렀다.


그대로 날아가 벽에 박혔다.


“감히 본좌를 시정잡배 취급하려는 것이냐? 괘씸한···”


“그럴리가 있겠습니까, 부디 잘 헤아려 주시길, 쿨럭.”


이게 정말 사람이야?


순간 축구공이 된 줄 알았다.


어떻게든 정신의 끈을 단단히 동여 메고 설명을 했다.


“이것은 학이 그려진 특별한 이계의 돈입니다.”


“학···?”


“학을 떠올린 이유는 천마란 자리는 어쩌면 고고한 학이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너무나 강하기에 누구도 이해하지 못 하고, 이해 받을 수 없는 위치.”


“···?!”


“천상천하유아독존. 하늘 위와 하늘 아래 오직 나 홀로 존귀하다. 이 한 마리의 학은 바로 천마님을 상징하는 것!”


“크흠, 흐음.”


입꼬리가 슬슬 올라간다.


내게 펜을 팔아라 누가 지시하면, 어떻게든 펜을 팔 각오가 되어있다.


나는 이 백동화 하나로 살아남으리!


“게다가 이건 그야말로 이계의 상징중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제가 사는 대한민국의 모든 국민은 이것을 얻기 위해 일을 하며,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시간과 교환을 합니다. 오죽하면 이런 말이 있죠.”


“···?”


“행복을 돈으로 살 수 없다면 혹시 돈이 모자란 건 아닌지 확인하라. 이건 그야말로 현대 자본주의의 꽃, 상징 그 자체입니다.”


어떠냐?


선천진기니 하는 전문용어처럼 나 역시 미개한 고대의 인간은 이해할 수 없는 자본주의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게다가 말문이 한번 트이자 일사천리였다.


“확실히 이계의 물건. 흥미가 돋는구나.”


그러자 마법이라도 부린듯, 두루미가 그려진 백동화는 백무진의 손아귀로 넘어갔다.


신기하네. 염동력인건가?


“크흠, 마냥 허풍은 아닌 듯 하군.”


그리곤 곁눈질 하는 척, 꼼꼼히 살폈다.


그러자 동공이 조금 커졌다.


“이건 가히 천하 제일의 기술가가 조각한 작품이라 할 수 있겠다. 이 정도의 수준의 예술품이라면 분명 그대는 전재산을 바친 거겠지. ”


예술품? 전재산?


“그렇습니다! 그렇고 말고요. 천마님께 드리는 것이니 마땅히 그래야 합죠.”


뒷일을 생각할 필요가 뭐가 있겠나?


MSG를 팍팍 뿌린다.


그리고 거짓말을 칠 때, 최대한 시선을 똑바로 마주해야 한다.


이게 바로 혼을 담은 구라!


평경장님 보고 계십니까?


그가 소매에 오백원을 넣고 헛기침을 했다.


“이건 본좌가 보관하겠노라.”


“감사합니다!”


“하지만 감히 본좌를 푼돈으로 매수하려고 했음을···”


“벌이라면 달게 받겠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제 최선입니다. 부족하시면 제가 가진 것을 모두 드리겠습니다!”


즉시 과장된 리액션으로 와이셔츠 단추를 풀어 제꼈다.


“이건 기름으로 짜낸 섬유로 만든 옷입니다. 제가 가진 걸 전부 드리겠...”


“갈!"


"...!"


"본좌의 앞에서 이 이상의 추태는 용납하지 않겠노라.”


냉혈할 줄만 알았던 천마의 이미지가 점점 깨진다.


의외로 융통성도 있고, 사람이 좋아 보이는데?


아참, 폐관 수련을 하고 있다고 했지?


그는 은근 사람 손길이 그리웠던게 아닐까?


“그럼 이제 가부좌를 틀고 앉아라.”


“네? 네! 그런데 연유를 여쭤봐도···”


“무공을 익히는데는 서적만으로 충분하지 않음을 모르느냐. 하물며 둔재인 네놈에게는 더더욱.”


말대꾸할 필요도 없이 팩트다.


낑낑대며 앉으려고 하는데, 애초에 가부좌를 어떻게 하는 거지···!


해본 적 없었던 것.


게다가 이런 걸 물어보기에는 눈치가 보인다.


"가부좌를 틀라 했거늘!"


그러자 정수리에 무언가 거대한 충격이 가해졌다.


“으아아아아아아악!”


올려보자 천마의 딱콩이었다.


난 무슨 바위로 계란을 내리 찍는 줄 알았는데.


엄청난 위력이다.


하지만 매가 약이라고 했던가.


어떻게든 그럴듯한 자세를 잡았다.


이게 바로 '안 되면 되게 하라' 정신.


“좋다. 이제부터 한 순간이라도 호흡을 멈추면 안 되느니라.”


“네? 그게 무슨···”


“흘흘흘. 이것 또한 나의 변덕스러움의 탓이겠지. 땡중 놈이 한 소리 하겠어.”


하지만 재밌을 것 같다는 혼잣말을 중얼거리곤, 그가 내 뒤에 덥석 앉았다.


그리고 내 등에 손을 올렸다.


여기까진 오케이.


그런데 응?!


감기 몸살에 걸린 것처럼 더워졌다.


곧 이어 심장이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저, 저기···천마님? 뭔가 잘못된 것 같은···”


“···.”


그가 말이 없어졌다.


뭔가 심상치 않은 느낌.


무언가가 일어나려 하고 있다.


설마 정말로 내 젊음을 앗아 가려고 하는 건 아니겠지?


내 이용 가치는 이걸로 끝?!


그때였다.


“억!”


억소리가 절로 나온다고 했던가?


용암을 혈관에 때려 박는 듯한 미친 고통이 가해졌다.


아프다. 아프다!!!


수 천개의 바늘이 모공 하나 하나 박히는 듯 하다.


이럴수가, 나 이대로 죽는 거야?


그럴 수는 없다.


이런 정체불명인 동굴에서 객사할 수는 없단 말이다.


덜덜덜, 식은땀이 비질비질 흐르고 게거품이 부글부글 차올랐다.


“크아아아아악!”

“호흡을 최대한 붙들라. 지금 온갖 더러운 오물로 꽉 막힌 혈도를 뚫어내고 있으니!”


무슨 개소리야!!!


피가 역류하고, 뼈와 근육이 잘게 부서졌다가 다시 짜 맞춰지는 듯한 끔찍한 생지옥이 펼쳐졌다.


"쿨럭!"


이게 뭐야.


내 손에 까맣고도 빨간 액체가 코팅됐다...


이건 설마 피?


태어나서 처음으로 각혈까지 해버렸다.


"후우, 후우."


호흡이고 뭐고 이대로면 죽는다.


나 강진혁, 이렇게 생을 마감하게 될 줄이야.


아스라이 멀어지는 의식 속에서, 천마의 묵직한 음성이 머릿속을 울렸다.


「이제 그만 돌아가거라, 이계의 만담꾼이여.」


뭐야 이 사람?


마치 나를 원래 세계로 돌려줄 수 있을 것처럼 말하네?


「그대에겐 본좌의 무(武)를 내려주었다. 귀환하면 수행을 열심히 행하여 헌터란 놈들의 코를 납작하게 하라.」


파밧!


세상이 하얗게 점멸했다.


알았다. 드디어 내가 꿈에서 깨어나는 거구나.


참 실감나는 자각몽이었어.


휴, 다행이야.


어쨌든 신기한 체험임에는 분명했다.


「언젠가 다시 만나 회포를 풀 날을 지루한 천좌에서 고대하고 있겠다.」


목소리가 멀어진다.


다시 올까 보냐?


욕이라도 한 번 시원하게 갈기고 싶었다.


그래도 혹시 모른다.


마지막까지...!


“감사...합니다. 천마 천마 만만세!”


###


“헉!”


눈이 번쩍 뜨였다.

얼굴을 간지럽히는 나뭇잎.


코끝을 찌르는 흙내음과 산안개.

주위를 둘러보니, 아마도 장가계의 험준한 산중턱인 듯 했다.


어째서 나 이런 곳에서?


설마 굴러 떨어져서 의식을 잃었던 건가?


"하아, 하아······."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식은땀을 닦아냈다.

개꿈인가?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항상 고질적인 만성 피로에 찌들어있던 몸이 왠지 깃털처럼 가벼웠다.


천방지축 어리둥절하던 10살로 돌아간 느낌.


게다가···.


“어?”


시선을 내린 순간,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나는 낡은 서책 하나를 보물처럼 꼭 쥐고 있었다.


『천마신공(天魔神功)』


그리고 전 세계 인류 중 극소수에게만 허락된다는 청아한 기계음이 내 귓가를 때렸다.


[시스템이 당신의 힘을 감지합니다.]


[환영합니다. ■■■■ ■■■]


읽을 수 없는 문자, 그리고···.


[이름 : 강진혁]


[클래스 : 알 수 없음]


[시스템 : 규격 외의 힘을 면밀히 분석하는 중···]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


나 설마 헌터가 된거야?!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문피아는 처음입니다!

선호작과 좋아요는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천마가 되니 탑 공략이 쉽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3.26 휴재 공지 26.03.26 22 0 -
20 20. 천마의 중국 탈출 26.03.25 79 4 14쪽
19 19. 천마의 중국 탈출 26.03.24 109 4 19쪽
18 18. 천마의 중국 탈출 +1 26.03.23 120 5 16쪽
17 17. 천마의 길 26.03.22 135 6 17쪽
16 16. 천마의 길 26.03.21 154 4 17쪽
15 15. 천마의 길 26.03.20 171 5 16쪽
14 14. 뱀파이어 26.03.19 186 4 18쪽
13 13. 뱀파이어 26.03.18 200 6 13쪽
12 12. 뱀파이어 26.03.17 207 5 16쪽
11 11. 천마의 탑 등반 +1 26.03.16 217 8 12쪽
10 10. 천마의 탑 등반 +1 26.03.15 243 6 17쪽
9 09. 천마의 탑 등반 +2 26.03.14 245 7 18쪽
8 08. 천마의 탑 등반 +2 26.03.13 249 9 18쪽
7 07. 천마 +1 26.03.12 257 10 15쪽
6 06. 천마 +1 26.03.11 271 7 11쪽
5 05. 천마 26.03.10 318 6 20쪽
4 04. 천마 26.03.09 362 9 15쪽
3 03. 천마 26.03.08 391 15 24쪽
2 02. 천마 26.03.07 426 13 13쪽
» 01. 천마 26.03.06 549 14 2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